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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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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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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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의 친우

DUMMY

시엘이 전해 주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 아란의 눈동자가 밝은 빛을 발했다.


그의 눈동자의 한 중심이 더욱 깊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시엘이 말했다.


“다행히 저주를 해제할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저와 여기 계시는 두 분이 은후 님과 함께 그 방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아란이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도 그의 저주가 은후 님의 몸 안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일단은 더 이상 힘이 날뛰지 않게 우선 제압해야 합니다.”


“크으.”


“아란 님, 거기서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부탁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뭐? 내, 내가?”


갑자기 도와 달라는 말에 아란이 움찔하며 반문했다.


“네. 지금 은후 님의 몸 안에는 두 개의 힘이 서로를 견제하며 불안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거기다 언제 또다시 그 둘이 충돌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


“그러나 선대 요마왕에 필적하는 잠재력을 가진 당신이라면 임시로라도 저주를 한 단계 봉인해서 더는 이 힘들끼리 부딪치지 않게 강제로 분리할 수 있어요.”


그녀가 이어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잠시나마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그러는 사이 요기의 흐름이 안정화된 은후 님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이후부터는 본신의 힘을 직접 제어할 거고요!”


시엘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하, 하지만······ 나는······ 나는······!”


아란이 말을 더듬으며 머뭇거렸다.


그러다 그가 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이야기들을 모조리 토해 냈다.


“크흡! 나는! 은후를 만날 수 없어. 내가 어떻게 그래! 어떻게 뻔뻔하게 그 사람 앞에 나타나! 내가! 내가! 다름 아닌 내가 그의 어머니를 죽였는······!”


퍼억─.


주먹으로 힘껏 뺨을 얻어맞은 아란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갔다.


그를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흑아였다.


“어어?”


그 장면을 지켜본 슬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바로 옆에 서 있던 그가 언제 저만치나 날아가서 아란을 때린 것인지, 그 과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멍청하긴.”


흑아가 씹어 내뱉듯이 말했다.


듣고 있던 슬기는 어쩐지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련님이 너를 조금이라도 원망했다면 너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


“······죽이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제대로 끝을 보라고 몇 번이나, 내가 몇 번이나 그랬는데도······!”


“······.”


아란의 뺨이 빠른 속도로 새빨갛게 부어올랐다.


저릿하게 통증이 밀려오는 자신의 뺨을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아란은 흑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흑아는 그런 아란의 손을 보며 더욱 미간을 좁혔다.


이제 거의 다 자란 저 손이 아직 고사리만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무지했던 그의 순수함 때문에, 세상에 몇 없는 사랑하는 이 하나가 죽고 말았다.


“도련님 몰래 내가 직접 손을 쓰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도련님이 먼저 눈치를 채고 그런 나를 번번이 말렸었다. 그러니 너는 도련님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다.”


아직까지도 뜨겁게 타오르는 분노를 한가득 토해 내듯 흑아가 쉬지 않고 이어 말했다.


“다시 기회를 얻고 싶다면, 지금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제대로 갚아. 그게 아니라 다시 산속에 틀어박혀서 그저 과거의 실수를 후회하고 혼자 질질 짜고 싶은 것뿐이라면, 몰라, 네 마음대로 해.”


“······.”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눈앞에서 허무하게 잃어 보든가. 물론 이번에 또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이번엔 정말 실수가 아니라 틀림없는 네 탓이다.”


“······.”


“그때처럼 네가 어리고 무능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흑아가 아란에게서 휙 돌아섰다.


그리고 슬기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아란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린 채,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슬기가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흑아를 보았다.


여러 가지 감정을 삭이고 있는지, 지금 그의 얼굴은 그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듯 굉장히 복잡해 보였다.


시엘 역시 그런 흑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아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도 한결 더 단호해져 있었다.


“당신이 가지 않겠다면, 돕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죠. 억지로라도 끌고 가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저희 중에서 무력으로 당신을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슬기의 눈이 다시 한번 크게 떠졌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아란을 보게 되었다.


‘저 사람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야? 흑아도, 시엘 님도 어떻게 손을 못 쓸 정도로?’


슬기에겐 아무리 봐도 덜 자란 맹수처럼 앳되어 보였다. 때문에 시엘의 이야기가 더 괴리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는 마녀 이전에 친구로서 늘 당신을 만나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기 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받으신 보따리 안에 들어 있는 건 전부 다 과자입니다.”


“······.”


“어쩌면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몰라서 아란 님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최대한 준비해 왔어요. 앞으로도 과자를 받으실지, 아니면 그게 정말 마지막이 될지는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시엘.”


“협박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아니, 협박입니다.”


시엘이 이어 말했다.


“그만큼 지금 은후 님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세요. 물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겠지만, 결과가 낙관적일 거라고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


“그래서 당신께 많은 정신적 부담을 안기게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부탁을 하는 거고요.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결단을 내려 주세요.”


그러나 시엘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아란은 묵묵히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시엘이 반쯤 돌아서며 말했다.


“······흑아 님, 슬기 님. 일단 저희는 돌아가 있죠.”


그리고 다시 아란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란 님. 잠시 혼자 생각하실 수 있게 자리를 피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시간이 없어요. 당신의 이번 고민과 망설임이 짧을수록 은후 님에게 이로울 겁니다.”






“자, 가죠.”


시엘의 부름에 슬기와 흑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세 사람은 다시 공간을 넘어서 일단 마녀의 약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 잠시만요. 시엘 님.”


그러다 퍼뜩 무언가 떠오른 슬기가 시엘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슬기는 자신의 주머니와 메고 있던 가방 안을 뒤졌다.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무언가를 탈탈 털어 꺼내서 양손에 꼭 쥐고는 아란이 서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저, 저기! 이거!”


전에 보았던 아강과 섬뜩할 정도로 꼭 닮아서인지, 아란이 그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까이 가자니 두려움이 밀려왔다.


몸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슬기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꺼낸 것들을 그의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슬기의 양손에 가득 담긴 그것은 중앙 차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초콜릿과 막대 사탕들이었다.


산신의 영역을 돌아다니다가 힘들고 당이 떨어지면 먹으려고 챙겨 왔던 것들이었다.


“이, 이거! 제가 사는 곳에서 먹는 과자예요! 이거 다 드릴게요! 시엘 님이 만드신 과자를 좋아하는 거 같아서, 저도 비슷한 걸로 뇌물 드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


“와서 꼭! 꼭 우리 은후, 살려 주세요! 꼭이요!”


괜히 겁을 먹어서 그런지, 더 긴장이 되었다.


그 때문에 원래는 그냥 공손하게 부탁을 하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덥섭.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아란의 손을 과감히 잡았다.


뒤에서 봤을 땐 덜 자란 맹수 같아서 손도 작아 보였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완전 거인의 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그 크기에 다시 쫄았다.


그러나 직면한 난관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손등에 나 있는 거칠고 빳빳한 털들이 애써 과감히 잡은 손바닥으로 생생하게 전부 느껴지고 있었다.


그 짐승 같은 낯선 감각에 깜짝 놀라 슬기는 기껏 쥐어짜 낸 용기가 단숨에 사그라들어 버렸다.


평소 자주 잡는 은후의 손은 거의 털이 없었다.


흑아는 온몸에 검은 털이 복슬복슬 난 여우지만 작고 귀여워서 위압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아란은 달랐다.


거기다 지금 몸 안으로 갈무리하지 않고 밖으로 내놓은 그의 날카로운 발톱들이, 빛에 반사되어 바로 코앞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그게 또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히익! 부탁해요! 에잇!”


촤아악─.


그래서 초콜릿과 사탕을 그의 손에 살포시 쥐여 준다는 게 거의 집어 던져 버리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러고는 시엘과 흑아가 있는 곳을 향해서 다시 후다닥 뛰어갔다.


아란은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나서 알짱거리다가 먹을 걸 던지고 도망가는 그녀를 어이없다는 눈으로 계속 바라보았지만 슬기는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조금도 없었다.


“다 되셨나요?”


“헤엑, 헤엑. 네!”


시엘이 물었다.


너무 열심히 달렸더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대답하기도 힘이 들었다.


“그럼 다시 이동하겠습니다.”


슬기는 다시 흑아와 나란히 시엘의 양손을 각각 잡았다. 시엘이 곧 마법 주문을 외웠다.


세 사람은 처음에 여기 올 때 그랬듯, 태풍 같은 거센 바람 사이로 몸이 가려지다가 이내 전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슬기는 마녀의 약방 앞마당에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턱을 괴고서 어느 한 지점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작은 검은 여우의 모습으로 화한 흑아가 얌전히 함께 앉아 있었다.


시엘은 다른 고위 마녀에게 먼저 진행해 줄 것을 부탁해 두었던, 만월화로 두 번째 약을 만드는 작업에 합류하기 위해 먼저 약방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흑아 님, 아까 그 산이 있던 방향이 이쪽 맞아요? 정말요?”


“그래, 맞아. 이제 그만 좀 물어봐.”


벌써 이 질문을 몇 번이나 했었다.


흑아는 그때마다 똑같은 대답을 되풀이해 주느라 완전히 지쳐 있었다.


“흐음. 진짜예요? 그 남자, 아란 님이 오는 게 전혀 안 보이는데?”


“그야 안 오니까, 안 보이겠지.”


기대도 안 한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그는 슬기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은 그 역시도 내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흑아의 기운 빠지게 만드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슬기는 지지 않고 말했다.


“올 거예요! 분명히!”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는 거야?”


“왜냐면! 아까 내가 주고 온 그거, 몇 개는 진짜 비싼 초콜릿이라고요!”


“······.”


말도 안 되는 우기기였다.


물론 슬기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그가 꼭 올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 힘드네. 마냥 기다리는 거.”


다시 은후가 있는 방에 들어가서 그를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여전히 힘없이 잠들어 있는 그를 보면 또 울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속 먼 곳을 주시하며 점점 미간을 좁혔다.


그러다 차츰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을 본 슬기가 갑자기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에잇! 기분이 자꾸 꿀꿀해져서 안 되겠어. 당장 나타날 것 같지도 않고. 흑아 님, 같이 산책 가요. 이 근처에 조금 걸을 만한 곳이 있나요?”


“······그래. 따라와.”


슬기는 흑아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는 마녀의 약방 부지 내에 있는 정원으로 슬기를 안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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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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