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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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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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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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의 후손들

DUMMY

“푸웁.”


방심하고 있던 신지영은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 냈다.


한 손으로 입가를 살포시 가리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바로 표현하는 그가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만났었던 존재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오만하고 도도했달까.


은연중에 한참이나 저 위에서 인간 세상을 한껏 내려다본다는 느낌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신지영은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 이 남자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녀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왜 자신의 기운이 맛있을까에 대해서 골몰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 끝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으음. 글쎄요. 알밤 막걸리라. 사실 전 술도 잘 안하는데. 아, 혹시 핏줄 때문인가? 아니면, 평소 그냥 공기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살아서 그런가?”


자신은 오랫동안 강원도 청정 지역에서 쭉 살고 있었다.


당연히 좋은 공기와 좋은 물을 마셨고, 직접 기른 유기농 작물들만 먹었다.


그런 환경에서 긴 시간 동안 지내 온 몸이니, 몸 안에 있는 기운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신지영은 그렇게 추측했다.


사실 그것 말고는 딱히 짐작 가는 것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타고난 핏줄 의 힘 자체가 저 남자의 입맛에 맞는다는 건데.


“어? 그럼 당장에 뿅! 얍!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단숨에 맛있게 못 만드는 거야?”


“그렇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으으으응! 그렇게 오래는 못 기다려!”


남자가 투정을 부리며 말했다.


그러더니 그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고민했다.


“푸웁.”


그리고 그 모습에 신지영은 또 웃음이 터졌다.


남자가 그런 고민 하나에 용을 쓰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 진지한 그의 모습이 신지영은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 우리 슬기 빨리 시집가서 저런 손주 하나만 낳아 주면 안 되나? 아 참, 그 아이는 짝지어진 인연이 없었지. 깜빡했네. ······끄응,’


남자를 보면서 신지영은 문득 어서 손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슬기에게는 이렇다 할, 분명하게 짝지어진 인연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욕심 때문에 그 애 마음에도 없는 이를 억지로 이어 주기는 좀······. 아, 아쉽네.’


그녀의 눈에는 가끔 사람들 간에 연결된 인연의 실들이 보였다.


전생부터 이어진 특별한 인연이라든가, 가족의 연, 친구의 연, 그리고 현재 사랑하거나 앞으로 만나 사랑하게 될 사람들 사이를 미리 알려 주듯 연결하고 있는 실들이.


실들은 각각 띠고 있는 색들이 달랐다.


그리고 슬기에게는 이성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는 붉은 실이 없었다.


사실 인위적으로 붉은 실을 얻어서 원래는 전혀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들끼리 부부의 연으로 묶는 방법도 신지영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릴 때 이것도 다른 차원에서 온 이에게 들었었다.


‘동방에 사는 월하노인이라고 했나. 그를 소환해서 대가를 주고, 연결하려는 게 딱히 무리한 인연이 아니다 싶으면 실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어.’


잠시, 신지영이 옛 기억을 돌이켜 보고 있을 때, 드디어 고민을 마친 남자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


“좋아! 있지. 너 이름이 뭐야?”


“아, 신지영이라고 합니다.”


“너, 내 거 하자. 응? 내가 정말! 진짜루! 잘해 줄게.”


“으응? 내 거······ 요?”


“응, 나는 사실 무지무지 강한데, 이상한 체질이라서 말이야. 힘을 원할 때마다 효율적으로 쓰려면 항상 밥을 제대로 먹어 줘야 하거든. 그렇지만 맛없는 건 먹기 싫어.”


“밥······?”


아까도 맛있다 어쩌다 하더니 이번에도 뭔가 또 자신이 먹이 취급을 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신지영은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 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이라지만, 그리고 진짜 인간을 먹는 게 아니라 그 기운이나 피를 흡수하는 거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먹이 취급이라니.


그런 신지영의 기분 변화를 다행히도 제때 눈치챈 남자가 재깍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해. 이것도 혹시 실례인가? 응. 그럼, 거래! 거래하자! 나랑!”


그리고 신지영이 그에 대해 뭐라고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남자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얼른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자, 이건 나랑 거래를 했다는 증표야, 잘 가지고 있어!”






남자가 신지영에게 건네준 것은 목걸이였다.


금색 사슬로 된 줄에 특이한 펜던트 하나가 가운데에 달려서, 목에 걸었을 때 가슴쯤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목걸이.


신지영은 난생처음 보는 디자인의 장신구가 신기해서 이리저리 돌려 가며 찬찬히 감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목걸이에 달린 것은 어른의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커다란 송곳니였다.


그 송곳니의 표면에는 각각 색이 다른 보석들 몇 가지가 박혀 있었고, 독특한 문양들을 금사로 수놓아 그 끝을 금줄에 단단히 연결하고 있었다.


신지영은 홀린 사람처럼 한동안 계속 그 펜던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실 평소 물욕이 없다 보니 이런 장신구 같은 것에 대해서도 잘은 모르지만, 그가 준 목걸이는 보면 볼수록 엄청나게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자체가 하나의 귀한 예술 작품 같았다.


“우와. 예쁘다······.”


그녀의 이런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남자가 피식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엘리온! 있지. 실은 나 지금 무지하게 바빠. 친구랑 약속한 일이 있어서 그걸 처리하러 가야 해.”


신지영이 엘리온을 바라보았다.


“아, 그 친구는 마녀들이야. 아까 내가 그녀들에게 부탁받은 게 있다고 그랬었지?”


조금 전에 그가 했었던 말들을 기억해 내며 신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온이 이어 말했다.


“근데 나 진짜 늦었어. 헤헷. 빨리 가야 해.”


“아, 그렇구나. 어서 가 보세요.”


우연히,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타 차원의 존재인 그와 막상 헤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니 신지영은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당장 무척 바쁘다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그가 자신에게 준 목걸이를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자 목걸이를 다시 건네는 신지영의 손을 보고 남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그건 거래의 증표라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


“어? 아니요? 저는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요. 그 거래라는 것도 안 할 거예요.”


신지영이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엘리온도 단호하게 받아쳤다.


“싫어!”


“네?”


“싫어! 난 너랑 거래할 거야! 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당황한 신지영은 벙한 얼굴로 엘리온을 바라보았다.


거래하기 싫다고 했더니, 저 남자는 또 이렇게 우겨 댄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인간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자신이었다.


그러나 지나온 세월을 아무리 돌이켜 봐도 이렇게 막무가내인 타 차원 존재를 달래는 지혜로운 방법 따위는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달래야 할까.


‘모, 모르겠어.’


신지영은 정말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진짜 바쁘다면서요. 얼른 가 보세요. 자요. 이거는 가지고 가시······.”


“응! 그러니까 일단 네가 그거 가지고 있어! 알았지? 일이 끝나면 바로 널 데리러 갈게! 기다려!”


“어? 자, 잠깐!”


파아앗─.


신지영은 화제를 전환해서 바쁘다는 그를 그냥 빨리 보내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엘리온은 그런 신지영의 말을 중간에 잘라 버렸다.


그리고 결국엔 끝까지 그녀가 계속 돌려주려는 목걸이를 받지도 않은 채로, 그는 알 수 없는 능력을 써서 검은 연기로 변해 그 자리에서 빠르게 사라져 갔다.


“어? 어어?”


신지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이 다 실체 없이 희미해져 가는 엘리온을 다급히 잡아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가 있던 자리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들은 금방 공기 중으로 전부 흩어져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아아. 정말!”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는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난감한 얼굴로 자신의 손안에 있는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하아. 어쩔 수 없나.”


그리고 이내 체념한 듯 그의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 걸었다.


바쁘다던 일이 끝나면 자신에게 다시 오겠다고 했으니까, 그때 바로 돌려주자고 생각하며.


파아아앗.


그런데 목걸이를 목에 거는 순간 작은 변화가 하나 나타났다.


신지영의 기운이 송곳니 안으로 흡수되어 조금 흘러들어 가더니 그녀의 기운을 품어 그 한가운데만 색이 살짝 변한 것이다.


연분홍색.


신지영의 힘 역시, 슬기의 힘과 꼭 같은 연분홍색이었다.




엘리온이 먼저 떠나고, 신지영도 곧 자리를 벗어났다.


애초에 가려던 대로 골목을 돌아서 더 큰길로 나오자, 방금 전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던 인파가 거리에 넘치고 있었다.


신지영은 다시 스마트폰 앱을 열어 지도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루시퍼가······ 이쪽이었지?”


그사이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것인지 길이 또 헷갈리고 있었다.


슬슬 루시퍼의 간판이 나타날 때가 된 거 같은데도 그럼직한 건물은 좀처럼 그녀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방향은 맞는 거 같은데······. 으응······?”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신지영은 문득 자신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꽂히고 있는 무수한 시선들을 느꼈다.


뭐지? 하고, 그중에 한곳을 쳐다봤다.


그러자 남녀 커플 한 쌍이 팔짱을 낀 채로 멈춰 서서 자신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사람들 왜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서 날 보고 있는 거지?’


의아해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신지영이 그렇게 미세하게 움직임을 보이자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두 사람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


“어어? 왜 저러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시선이 느껴졌던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방금 전에 일어났던 상황과 똑같은 상황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신지영이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보거나 혹여 눈이라도 마주치면 상대들은 여지없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후다닥 달아나는 것이다.


“대체 뭐야······?”


정말 왜 그러냐고 붙잡고서라도 묻고 싶은데, 이미 주변 사람들은 죄다 도망을 간 뒤라 그럴 수도 없다.


뭔가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어릴 때 실제로 귀신들에 홀렸던 적도 있었지만, 저들은 암만 봐도 확실히 사람이었다.


“빨리 루시퍼에나 가야겠다.”


오랜만에 도시로 왔더니 도시 사람들이 다 이상해진 거 같다고 생각하며 신지영은 다시 루시퍼 찾기에 집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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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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