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369
추천수 :
1
글자수 :
431,031

작성
24.09.03 11:21
조회
9
추천
0
글자
12쪽

인생의 일부

DUMMY

“······아니. 나는 가지 않는다. 정말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또한 지금도 계속 장소를 바꾸면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이동하고 있는 방향이 심상치 않다.”


“방향?”


“그래. 혹시라도 이후에 그들이 여기까지 흘러와서 네가 그 싸움에 휘말리게 될까, 오히려 그게 걱정이구나. 그러니 나는 그냥 네 곁에 있겠다.”


은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일단, 서방 차원 대마왕의 힘을 조금 믿어 보도록 하지.”


결국 지켜보고 있던 흑아가 나섰다.


“도련님, 어느 쪽입니까? 일단 제가 근처에 가 보겠습니다.”


“결계를 치는 쪽은 항상 서방 차원 대마왕인 듯싶구나. 하긴, 아강이 그렇게 주변을 신경 쓰고 싸울 리가 없지. 감쪽같아서 근방이라도 바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네.”


흑아는 은후가 얼추 가늠해준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리며 사라졌다.


“슬기 씨! 곧 다시 촬영 들어갑니다. 준비해 주세요!”


“아, 네!”


때마침 휴식 시간이 끝나고 조연출이 슬기를 데리러 왔다.


다시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슬기는 감독과 이야기를 했던 기타를 가지러 가기 위해 은후, 도진과 함께 가까운 건물 지하에 주차해 둔 밴으로 잠시 돌아갔다.


“어라?”


그런데 주차된 곳에 도착하자 자신들의 밴 근처에서 한 인영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를 발견한 슬기가 깜짝 놀라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그리고 저 수상한 사람이 누군지, 자신이 아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려 했다.


지하 주차장 안은 꽤나 어두워서 슬기의 시력으로는 바로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시간을 조금 두고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자신이 익히 알던 인물이다.


“어어? 작가님? 성지훈 작가님!”


“허억!”


슬기가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자신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되레 성지훈이 크게 놀란 모습을 보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거긴 저희 밴인데······?”


“중얼중얼중얼······.”


슬기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그런데 성지훈이 별안간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다른 사람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상태가 이상한데.”


이도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슬기가 그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은후가 팔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안 돼. 이 기타 가져야 해. 내가 가져야 해. 그래야 이겨. 내가 강유를 이길 수 있······.”


그러다 차츰 성지훈의 목소리가 커지며 점차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약에 찌든 사람처럼 횡설수설했다.


뿐만 아니라 눈동자와 고개 또한 어디 한군데에 고정시키지 못하고 불안하게 움직였다.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불안정하고 정신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딱딱딱딱.


이내 성지훈이 마치 호두까기 인형처럼 자신의 치아를 딱딱딱 세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연달아 보이는 명백한 이상 행동.


어쩐지 그의 이번 모습은 무언가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떨고 있는 것도 같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러다 별안간 갑자기 그가 비명을 지르며 잽싸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슬기 일행이 서 있는 반대편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며 지하 주차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성지훈의 등에는 슬기의 눈에 무척이나 낯이 익은 검은색 기타 가방이 하나 메어져 있었다.


“······어? 저거 설마?”


슬기는 재빨리 자신들의 밴으로 뛰어가서 차 문을 열었다.


역시나 안에 보관해 두었던 자신의 기타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에 달아난 성지훈이 등에 메고 있던 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기타 가방이 맞았던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어안이 벙벙해진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난데없이 한낮에, 아는 사람에게서,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도둑맞았다.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도, 그가 자신의 기타를 훔쳐 간 이유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값으로만 따지자면 자신의 기타는 고가의 물건도 아닐뿐더러,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기타다.


단지, 그저 그런 일반 기타와 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이 기타 하나에 쏟아 부은 슬기 자신의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 뿐.


“허허허.”


당최 어이가 없어진 슬기는 그냥 헛웃음만 났다.


돌아가는 상황을 즉각 눈치챈 은후가 도망치는 성지훈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도진과 슬기가 곧 뒤따랐다.


“으아아악! 오지 마! 오지 마아악!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


그리 먼 거리를 도망가지도 못한 채, 성지훈은 주차장 입구를 막 벗어나는 부근에서 금세 붙잡혔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인 그가 요괴인 은후에게서 도망치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은후가 그의 뒷덜미를 세게 쥐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단단히 옭아매고 있는 은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다시 달아나기 위해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계속 미친 사람처럼 마구 몸부림을 쳤다.


“으아아아아아악!”


성지훈이 그렇게 만들어 낸 소란으로 인해서 근처를 지나가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그들에게로 집중되고 있었다.


“어, 어머. 저기 봐. 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미친 사람인 거 같은데? 경찰이나 구급차 같은 거, 빨리 전화해서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삽시간에 주변이 웅성거리며 어수선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명동 거리 한복판인지라 평소에도 유동 인구가 워낙 많은 곳이다.


거기다 근처에서 자신들이 드라마 촬영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인들이 몰려드는 것은 정말 금방이었다.


슬기와 이도진은 순간 곤란함을 느꼈다.


성지훈은 한국에서 나름 유명한 작가였고, 슬기 이미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었던 까닭이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사람들이 금세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았다.


슬기와 도진은 조용한 곳으로 빨리 자리를 옮겨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제안을 하려고 슬기가 목소리를 은근히 낮추며 은후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은후! 저기, 잠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서 그와 이야기를 해 보자고 하려 했다.


그런데 슬기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성지훈이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크게 부르르 떨었다.


그가 말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내가 가질 수 없으면 부숴 버리겠어! 다 부숴 버릴 거야아아아아아!”


콰아앙!


성지훈이 품 안에 꼭 끌어안고 있던 기타 가방을 쥐고 그대로 땅에 세게 내려쳤다.


잠시 슬기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던 은후가 그의 그런 움직임을 파악하고 제지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은후가 성지훈의 목덜미를 자신의 쪽으로 당기며 반대쪽 손을 앞으로 뻗었지만, 기타 가방은 벌써 바닥에 충돌한 뒤다.


파사삭.


빠직.


뭔가가 맨땅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들이 들렸다.


“아······.”


슬기가 망연자실한 눈으로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기타 가방이 완전히 성지훈의 손을 떠나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바로 그 순간.


“······허억!”


한참 동안 잠수를 했다가 가까스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처럼, 성지훈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제야 비로소 그의 정신이 본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동시에 죽은 동태눈처럼 생기 없던 그의 눈동자에도 다시 예전처럼 빛이 돌아왔다.


“······어? 이, 이건······.”


털썩.


성지훈의 손을 떠난 기타 가방은 그가 내려쳤던 반동으로 인해 땅에서 튕겨졌다.


그리고 몇 번이나 구르고 나서야 결국 힘없이 멈추었다.


사실 상황을 쭉 지켜본 슬기뿐만이 아니라 성지훈 자신 역시도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바로 직전까지, 그는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이 저지르고만 일들을 모두 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본인의 진짜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벌어졌지만, 틀림없이 자신의 손으로 한 일이다.


“이, 이게 내,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저어, 저기······. 크흡.”


때문에 처음엔 변명의 말을 찾아보려고도 애를 썼지만, 곧바로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자신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충분히 납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성지훈은 슬기의 기타를 훔치려고도, 부수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니, 관심조차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쩐지 저걸 가지면 강유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무척이나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진짜로 그걸 훔쳐서 가질 마음은 없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틀림없이 그랬어야 했고, 거기서 끝이 나 더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통제를 벗어난 몸이 이미 멋대로 기타를 가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잠깐. 그런데······ 대체 내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더라······. 어째서 저 기타를 가지면, 강유보다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


그 부분에 대해서만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거기다 최초의 계기가 뭐였는지 골몰하기 시작한 순간, 성지훈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왔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어지러워진 그가 휘청거렸으나, 자신을 여전히 꽉 붙잡고 있던 은후 덕분에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정말 어째서,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지, 그 원인을 떠올려 보려고 했을 뿐인데, 머리가 그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다 순간 오싹하고 등줄기에 한기가 들더니, 무언가 따스한 체온 덩어리 같은 것이 몸 밖으로 스르륵 빠져나가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아······.”


슬기가 탄식을 내뱉었다.


대놓고 엉엉 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에 비견될 정도로 쓰라리고 아픈 감정들이 듬뿍 배어 있었다.


땅에 떨어진 자신의 기타 가방을 조심스레 주워서 지퍼를 열었다.


“······.”


혹시나 하고 약간의 기대를 품었지만, 역시나 가방 속 자신의 기타는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그걸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가 슬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그냥 단순히 내 기타를 훔치고 망가뜨린 게 아니에요.”


“······미, 미안······!”


“사과해도 소용없어요. 돌이킬 수 없어요. 이건 그냥 기타가 아니니까. 성지훈 작가님. 방금 전에 당신은 내 인생의 일부를 완전히 산산조각 낸 겁니다.”


기타에는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어려 있었고, 자신의 길었던 노력의 시간이 녹아 있었다.


결국 슬기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을 본 은후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커헉!”


또 옷깃이 강하게 목을 조여 오자, 성지훈이 괴로운 얼굴을 했다.


은후는 손에 힘을 주는 것 외엔 딱히 아무런 말도, 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 속에 어린 그의 분노는 성지훈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당장에라도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맹수 앞에 선 초식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성지훈은 잘 못 움직였다가 오히려 그의 화를 부추길까 싶어 섣부른 반항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 성지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흠칫하고 놀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