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365
추천수 :
1
글자수 :
431,031

작성
24.09.03 11:18
조회
14
추천
0
글자
11쪽

그녀, 민세영

DUMMY

‘뭐, 그래. 좋아. 일단 그건 그거고······.’


당장은 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아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해야만 하는 일이.


그리고 이는 성지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모든 게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우태영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처에서 민세영의 번호를 찾아 그녀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민세영 씨. 지금 통화 가능? 메시지 보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세요. 시간은 언제라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연락이 왔다.


진동으로 돌려 놓은 스마트폰이 우르르 떨렸고, 발신자의 이름에 민세영이 떴다.


우태영이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민세영 씨? 저, 우태영입니다.”


[아, 네. 감독님. 어쩐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성 작가 말입니다. 민세영 씨는 아시죠? 지금 그 사람 어디 있는지.”


[······네? 아, 저······.]


“저한테 숨길 필요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를 따로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알고 있어요. 두 사람, 어린 시절부터 아주 절친하게 지낸 친구였고, 가족끼리도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


“처음부터 이미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번 드라마에서 당신 자리를 부탁했을 때 말이죠.”


[······.]


“······이제 와 그걸 따지려는 건 아닙니다. 민세영 씨 연기는 만족하고 있어요. 내가 전화를 건 이유는 다른 겁니다. 민세영 씨, 지금 성 작가 어디 있는지 알죠?”


[······네.]


“그에게 제 말 좀 전해 주시겠습니까? 아직 우리 일 안 끝났다고. 마무리할 건 확실히 하자고. 당신이 프로라면 도망치지 말고, 끝까지 제대로 자신의 일을 하라고.”


[네.]


“특히, 다음 촬영은 정말 중요하니까, 꼭 나오라고.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음악 방송이 끝나면 바로 가 볼게요.]


“고마워요.”


뚜욱.


통화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어지럽게 탑처럼 쌓여 있는 대본들을 보며 우태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참······ 사전 제작으로 분량을 미리 뽑아서 확보해 둔 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러려고 뽑았던 건 결코 아니었지만 말이지.”


최종 화까지의 작업은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작가가 마구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선 그렇게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태영은 미묘한 얼굴로 씁쓸히 웃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 사서함으로······.]


민세영은 우태영과 통화를 마친 후에 바로 성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의 전화도 역시 받지 않고 있었다.


뚜욱.


통화 버튼을 끄고 민세영이 중얼거렸다.


“······뭐, 지금 어디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되지만······.”


예전부터 큰 고민거리가 생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지훈이 항상 찾아가는 호텔 바가 있었다.


아마 지금도 그 호텔에서만 쭉 머물면서 끝도 없이 술을 퍼 마시고 있을 것이다.


“지훈 오빠가 참 안타깝긴 해.”


민세영은 요즘 연일 하루가 멀다 하고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출연한 드라마가 <경비실의 호위 무사>보다 시청률이 조금 낮긴 했지만, 그게 다다.


<청춘, 나빌레라>가 딱히 흥행에 실패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아니, 오히려 <경비실의 호위 무사>와 <청춘, 나빌레라> 모두 흥행했다고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두 드라마의 팽팽한 경쟁은 사람들 사이에서 잔뜩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항상 근소한 차이만을 이루다 보니, 다음 주는 과연 누가 더 앞지를까, 아니면 과연 이 격차를 마지막 화까지 유지하게 될까 하고 내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니 이미 흐름을 탄 그녀의 대세를 막을 정도도 아니었고, 이 결과만으로도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물론 성지훈과 강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그녀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 역시 예전, 슬기와 같은 소속사에 있을 당시에 뒤에서 항상 쭉 비교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자신과 마찬가지로 천재와 나란히 세워져서 낱낱이 비교당하고 있는 그가 지금 얼마나 힘들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성지훈이 걱정되어서 라기보다는, 현재 불안정한 그의 상태로 인해서 혹시 자신에게 악영향이 끼칠까 그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한껏 흔들리고 있는 그가 예상치 못한 실수나 사고를 저지를까 봐.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그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만한 레벨의 스캔들이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앞길에 혹 제동이 걸리게 된다면······.


용납할 수 없었다.


“정말 나도 마음이 아파. 그렇지만 역시······ 아무리 오빠라도 말이지, 혹시라도 나에게 방해가 된다면 결코 용서할 수 없어.”


민세영의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형형히 빛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세영! 세영!”


“하나! 하나!”


“시아아아아! 귀여워!”


“로빈 언니, 너무 멋있어!”


“세영! 세계 최강 미모 세영! 꺄아아아! 언니, 예뻐요!”


컴컴한 무대 위.


조명이 켜지지 않은 그 무대 위에 밀키웨이 멤버들이 올라오며 각자 자신의 포지션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직 노래의 전주조차 나오지 않았는데도, 그녀들의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던 팬들은 벌써 한껏 흥분해 있었다.


무대 아래에서 모두가 입을 모아 멤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 중에 대다수는 민세영의 이름을 외칠 때 가장 열광하고 있었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몇 개의 조명들이 단숨에 켜졌다.


그리고 각각의 빛은 어두운 무대 위에서 밀키웨이들이 더 돋보이도록 멤버들에게만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이윽고 그녀들의 노래 <그대는 달콤 쌉싸름>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사락, 사락.


마치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걸이로, 가장 먼저 민세영이 정해진 안무에 맞춰 천천히 무대 앞 중앙으로 나왔다.


은은한 조명에 휩싸인 민세영은 바로 어제의 그녀 자신보다도 훨씬 아름다워져 있었다.


마치 마법처럼.


“꺄아아아아아! 여신! 여신! 민세영!”


“세영! 세영! 으아아악! 민세영!”


이젠 비명인지 오열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팬들의 함성 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그 사이에서 민세영의 탐스러운 붉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고, 노래 제목만큼이나 달콤한 음색이 꿀처럼 흘러나와 군중 속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달콤 쌉싸름 캔디. 마치 그대 같아요. 그대는 달콤 사르르.]


교태로운 목소리로, 몸짓으로 사람들을 홀린다.


원래는 갓 데뷔를 한 신인답게 무척 귀엽고 또 상큼 발랄한 느낌의 노래였다.


그러나 그것도 민세영이 부르니 한편으로 색기가 섞이며 결과적으로 묘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에 귀가 먹먹해진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귀에 착용한 인이어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민세영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자신을 맡겼다.


‘아아아. 기분······ 좋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모두 깨우고 주무르는 듯한 희열감.


그래, 이거다.


자신이 갖고자 원했던 것.


언제나 꿈꿔 왔던 것.


드디어 가졌다.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 너에게 뺏기지 않을 거야, 류슬기.’


그래, 빼앗기지 않을 거다.


가슴 부근에서 검고 진득한 독기가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민세영의 두 눈동자가 찰나의 순간, 자신의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심연 속으로 잠기듯 깊어졌다.




세상을 조종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이 직접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도.


민세영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진심으로 자신에게 그런 초능력 같은 힘이 있다고 여겼다.


간절히 염원하던 소망들 중에서 몇 가지는, 정말 거짓말처럼 현실로 이루어지곤 했었기 때문에.


그러나 항상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조건이 그 소원의 크기와 연관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자잘한 것이라고 해서 꼭 다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반대로 ‘이건 좀 심했나, 과한가.’ 하던 일들이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지기도 했었으니까.


심지어 자연 재해를 일으켜 달라는 소원 같은 것조차도 말이다.


물론, 그렇게 스케일이 큰 바람들은, 당시엔 지금보다도 훨씬 힘이 부족했기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스치듯이 잠깐 일어나고는 곧 끝나 버렸었지만.


여하튼 그런 힘이 있었기 때문에, 민세영은 스스로를 늘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자신의 힘은 쓰면 쓸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성장의 크기가 너무 미약해서 처음부터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분명 그랬다.


엄청나게 느린 속도였으나,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제힘은 점차 강해져 가고 있었다. 틀림없이.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고, 또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 신비한 능력을 쭉 갈고닦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그땐 아직 어떻게 해서 자신이 그런 힘을 가지게 된 건지도, 제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는 발동 조건이 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세영은 언젠가는 전부 알게 될 거라고, 그리고 종국엔 자유자재로 이 힘을 쓰는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러다 철이 들 무렵에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연습생이 되었다.


때때로 능력도 적절히 써가면서도,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


중국엔 반드시 한국 최고의 사랑받는 연예인이 되자고 한껏 부푼 꿈을 꾸었다.


또한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앞길을 막을 순 없을 거라고.


······그래. 그랬지.


류슬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꿈을 정하고 난 후 민세영은 그렇지 않아도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곳으로 기획사를 결정했다.


연습생들을 교육시키는 트레이닝 시스템도 무척 훌륭하고, 업계에서도 상당히 인정받고 있는 좋은 곳이었다.


더군다나, 이곳의 대표님이 예전부터 부모님과 꽤 깊은 연이 있었기 때문에 입문도 쉬웠고, 연습생 생활도 나름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도 물론 있었다.


그렇다고 꾀를 부리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혜택을 차 버릴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그렇게 한창 연습생으로 기본과 실력을 다지고 있을 때, 그 아이가 자신이 있는 소속사 오디션에 합격해서 새로 들어오게 되었다.


바로 류슬기가.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은······.


민세영에게는 정말 지옥 같은 매일이었다.


슬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언제나 자신이 늘 촉망받는 기대주이며 에이스였다.


그러나 그렇게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그 애가 들어온 이후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언제나 하늘 높이 비상하고 있던 자신이, 벼랑 아래로 한없이 곤두박질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1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