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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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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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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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우

DUMMY

아강이 그의 힘을 느끼고 이곳을 찾아왔듯이, 은후 역시도 아강의 힘을 곧바로 감지했다.


때문에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 이상 징후가 그로 인해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자신에게로 몰려들었다.


마치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파앗.


은후는 먼저 가볍게 손을 흔들어 계속 자신에게 매달리려는 성지훈을 먼지처럼 가뿐히 털어냈다.


쿠웅.


그리고 곧바로 크게 발을 굴렸다.


그러자 그의 발끝에서 만들어진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자꾸만 다가오려던 사람들의 몸이 한순간에 공중에 붕 뜨게 되었다.


연이어 그가 손을 크게 저어 옷깃을 펄럭이자 거센 바람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그 바람에 실려서 은후의 주변에서 물러나 먼 곳으로 날아갔다.


은후가 일으킨 바람은 태풍처럼 무지막지하게 거칠지 않았다.


그러나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며 다정하지도 않았다.


그냥 딱 날아간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 않고 나름대로 무사히 땅에 착지할 정도였다.


사실 은후가 손가락 하나 까닥하면서, 저 나약한 생명들을 순식간에 몰살시켜 버리는 것은 솔직히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랬다간 마녀들이 귀찮게 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채기를 내지 않고 적당히 물러나게 한 것이다.


이 과정을 전부 뒤쪽에서 보고 있던 이도진이 품속에서 자신의 부적들을 잔뜩 꺼내어 주변으로 날렸다.


그러자 곧바로 결계가 펼쳐졌다.


이도진이 펼친 결계는 그들에게 필요한 공간만큼을 세상과 분리하는 동시에, 일반 사람들을 특정 공간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때문에 결계가 다 펼쳐진 공간에서는 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결계 밖으로 밀려나 원래의 세상에 남겨져 있었다.


물론 그 밖에서는 이 안의 상황을 알 수도 없었고, 힘이 없다면 결계를 부수고 이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었다.


은후가 아강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이도진에게 말했다.


“슬기를 지키고 있어라.”






“하!”


아강이 콧방귀를 뀌었다.


여전히 쥐고 있던 민세영의 머리채를 놓으며 그녀를 바닥에 거칠게 내팽개쳤다.


그러더니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이 서 있던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타앗.


슬기를 도진에게 맞긴 은후 역시 곧바로 하늘 높이 도약했다.


이내 두 사람은 공중의 대각선상에서 만나 맹렬히 충돌하게 되었다.


쿠웅!


콰아아앙!


이들이 서로 슬쩍 스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파공음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각자의 공격이 주변의 건물들에 빗맞기라도 하면, 그 건물들은 어김없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다행히 미리 펼쳐 두었던 이도진의 결계 덕분에 금세 원래대로 복구되어 부서졌던 흔적들은 다시 차례대로 사라졌다.


슬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전에도 은후가 저 아강과 격하게 싸우는 것을 보았지만, 언제나 무언가와 진심으로 싸우는 은후의 모습은 그녀에게 여전히 무서운 것이었다.


그가 이도진의 옆에 꼭 붙어서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싸우고 있는 저 두 사람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두 사람의 이동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아직 슬기의 능력으로는 희미하게 잔영이 남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쭉 싸움을 관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이도진과 슬기의 옆에서 별안간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라? 저 녀석 왜 딴 놈이랑 싸우고 있대?”


갑자기 불쑥 나타난 그는 다름 아닌 서방 차원의 대마왕 엘리온이었다.


조금 전까지 아강과 근처에서 격전을 벌이다, 자신을 홀로 남겨 두고 홀연히 도주한 아강의 흔적을 쫓아 지금 막 이곳에 도착한 참이었다.


그는 별다른 무리 없이 손쉽게 이도진이 펼친 결계를 뚫고서 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강과 은후가 싸우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난데없이 불쑥 나타난 그의 정체를 아직까지 전혀 모르는 이도진과 슬기로서는 오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이도진은 정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결계가 이토록 허무하게 뚫리다니,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보통은 결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시전자가 곧바로 그걸 알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낌새조차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건 눈앞의, 외모로만 판단하자면 언뜻 어벙해 보이기도 한 저 남자가 그만큼이나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이도진은 현재 진심으로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정말 드문 일이다.


그는 곧바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슬기를 자신의 등 뒤로 물러서게 하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낯선 남자를 막아섰다.


그러나 엘리온은 이도진과 슬기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도진이 품속에서 부적을 잔뜩 꺼냈을 즈음에야 간신히 두 사람에게 시선을 주었을 뿐이다.


그 전까지는 쭉 아강과 은후의 싸움만을 주시했다.


그러다 그가 슬기의 얼굴을 보더니 흠칫하고 놀란다.


“으응? 너는······ 그 여자랑 무척 닮았네? 아. 킁킁. 풍기는 냄새도 비슷한데. 혈연인가?”


엘리온이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슬기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이 아이도 맛있으려나?”


엘리온은 정말 순수하게 궁금한 마음에 별 뜻 없이 한 말이었다.


그런데 하필 저쪽에서 아강과 열심히 싸우고 있던 은후가 용케도 그 말을 들어 버리고 말았다.


은후의 주변에 갑자기 수십 개의 푸른 도깨비불이 잔뜩 만들어지더니, 그걸 아강이 아니라 엘리온이 있는 곳으로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이는 당연히 순간적으로 열받은 은후가 엘리온을 노리고 던진 불덩이들이었다.


“하핫! 이미 계약자가 있는 사람은 안 건드려. 거기다 나 또한 이미 마음에 둔 다른 인간이 있어. 걱정하지 말라고.”


무심코 한 혼잣말이 저 요마왕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나 보다.


엘리온이 호쾌하게 웃으며 자신이 했던 실언을 물렸다.


그러면서 손으로 먼지를 떨듯이 쓸자 그의 몸에 붙어 타오르던 도깨비불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엘리온이 다시 슬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있지. 아무래도 그 여자 네 친족인 거 같아. 이름이 신지영이라고 하던데 혹시 알아?”


슬기는 무엇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저 남자가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때문에 차마 말로는 못 하고 고개만 끄덕여서 겨우 그의 물음에 답했다.


“아, 역시! 내 이름은 엘리온! 서방 차원의 대마왕이야! 저기, 근데 말이야. 내가 그 신지영이라는 네 친족 여자를 점찍었는데, 그녀가 아직 날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거 같아.”


엘리온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굉장히 잘 보여서 마음을 돌려야 되거든? 내가 저 요마왕 도와줄 테니까, 점수 좀 얻게 그 사람에게 잘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응? 해 줄 거지?”


그가 다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부탁을 했다.


끄덕끄덕.


슬기는 또 그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좋아!”


엘리온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곧바로 하늘 높이 도약해서 아강과 은후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쿨럭. 스, 슬기.”


그런데 그렇게 기껏 엘리온을 저쪽으로 보내 놨더니,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조금 전, 사람들이 은후에게 달려들게 만들어 파멸의 길로 인도하려 했던 민세영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옥상에서 내려와 슬기가 있는 곳 바로 앞까지 걸어 나와 있었다.


“······세영 언니.”


슬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금 민세영의 몰골은 그야말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처참했다.


상의의 등 쪽 부분은 누더기처럼 갈가리 찢어졌고, 아강에 의해 다친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철철 뿜어져 나왔다.


그것을 그대로 흡수한 천들은 위에서부터 모조리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하악······. 으윽! 꺄아아아아아!”


민세영은 웃다가 비명을 지르다가를 반복했다.


그녀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언뜻 이 모습을 봤다면 많이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소화 가능한 범위 이상의 힘을 급작스럽게 강제로 주입받는 바람에 현재까지도 그녀의 정신은 혼돈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육체도 정신도 온전치 못하다.


쾌락과 고통이 번갈아 가며 쉼 없이 그녀에게 찾아왔다.


감정도 감각도 빠른 속도로 지쳐 갔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때문에 민세영은 더더욱 분노했다.


그리고 그 화는 괜히 그녀의 눈앞에 멀쩡히 서있는 슬기에게로 고스란히 향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저 아이를 꼭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려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야만 이 지독한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물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생떼였지만, 민세영은 더 이상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너를 죽음으로 인도하리라.”


민세영이 세이렌의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슬기 역시 천천히 입을 열어 허밍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세영 주변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쏟아 낸 음들을 공기 중에서 산산이 부서뜨려 버렸다.


거기다 그녀의 발 근처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던 이름 모를 풀들이 순식간에 무지막지한 속도로 빠르게 자라나, 민세영의 손과 발, 그리고 입을 단단히 봉해 버렸다.


“슬기! 이이익! 으으읍! 읍읍! 흐읍!”


민세영이 몸부림을 쳤으나, 그녀의 힘은 자신을 칭칭 옥죄고 있는 풀 줄기들을 결코 이겨 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곧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슬기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간 틈틈이, 그리고 꾸준히, 열심히 훈련을 한 보람이 있었다.


“슬기 양!”


슬기가 막 민세영을 제압했을 무렵, 때마침 가은이 이 현장에 도착했다.


마녀들은 자신들이 연결한 차원의 문을 통해서 건너온 이동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각 차원 곳곳에 마법적인 네트워크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형성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원 이동자의 증표로 받는 문신에도 위치 탐지 같은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역시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어디서든 이상이 감지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때마다 곧장 현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건 마녀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판단이 된다면 그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일을 수습했다.


지금 그녀가 이곳에 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녀들의 네트워크에 이상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한데, 가은은 현재 낯선 여인을 함께 동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본 이도진은 또다시 홀로 망연자실했다.


조금 전엔 서방 차원의 대마왕이라는 작자가 자신의 결계를 쉽사리 뚫고 들어오더니 이번엔 마녀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결계를 뚫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가은 저 마녀가 한 것은 아닌 것 같았고,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다른 마녀가 했겠지. 근데 무슨 마녀가······ 외모가 저리 달라.’


이도진은 또 다른 마녀의 외모를 보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한없이 표독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기세에 눌려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마녀들의 징표와도 같은 호박색 눈동자와 녹색의 기운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함께 나타난 여인은 분명 마녀가 맞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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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 조우 24.09.03 9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3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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