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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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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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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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민세영

DUMMY

결국 기세에 눌린 그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주춤거리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민세영은 이제 숨김없이 한껏 짜증을 냈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그녀는 정말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사실, 여기로 불려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민세영은 성지훈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니, 성지훈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렇게 그에게 불쑥 말하고 만 것은 단순히 자신의 변덕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젯밤에 성지훈이 술김에 한 이야기를 듣고 강유를 다치게 한 것도 그랬다.


모두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해 버린 일이다.


최근, 민세영에게는 참 다양한 변화들이 차례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 모든 게 영혼의 기억을 깨우고 나서, 제대로 힘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는, 지금처럼 감정 기복이 상당히 심해지고 조절이 힘들어졌다는 거다.


기분의 고저가 큰 폭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동 또한 수시로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했다.


거기다 사소한 일에도 번번이 화가 났다.


힘을 쓰면 쓸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고 강해졌지만, 성격은 점차 괴팍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자꾸만 그렇게 변해 가는 자신을 본인도 이상하게 여겼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러면 안 된다면서 제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통제가 차츰 느슨해져 갔다.


이제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채 의식하기도 전에 마음 가는 대로 다 한다.


단, 아직은 세상 사람들의 눈을 조금 피해서.


더 이상은 전처럼 거리낌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훨씬 쉬워졌다.


이유도 원인도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번 제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괴롭히고 싶었고, 종래에는 진심으로 파멸하기를 바라게 되었다.


처음엔 세상에서 미운 사람이 오직 슬기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슬기만이 아니라 다수가 그렇다.


매일매일 미워지는 사람들의 숫자가 자꾸만 늘어났다.


하루하루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증오가 커진다.


필요하다면 상대에 대한 거짓말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전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전하며 폄하하고 헐뜯기를 해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


힘을 깨닫기 전, 원래도 내심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기질이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아직은 진심을 전부 내비치지 않고 착한 사람인 척 연기를 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또 어떻게 변해 갈지.


본인조차도 그에 대해서 전혀 짐작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민세영의 기분을 가장 거슬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또 슬기였다.


그것도 더 자세히 말하자면, 조금 전에 촬영장을 벗어나기 전에 얼핏 들었던, 감독과 슬기의 대화에서 언급된 그 아이의 기타 때문이다.


오늘 촬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슬기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이 있어서 잔뜩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거기에 원래는 예정에 없던 기타까지 들고 나온다니.


민세영은 슬기의 기타를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기타 실력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


슬기가 자신의 기타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도 알고, 그 기타가 그녀의 외할머니가 사 준 것이라는, 거기에 담긴 사연 역시 잘 알고 있다.


함께 연습생을 하던 시절부터 쭉 보아 왔었으니까.


또한 수도 없이 들어 왔었으니까.


개인 연습 시간이면 어김없이 연습실 밖으로 들려오는 그 아이의 기타 소리.


그리고 그와 함께, 매번 연주 후에 끝없이 쏟아지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들도.


당시의 일들을 떠올리던 민세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실, 그간 슬기가 촬영장에서 자잘한 사고들을 수차례나 겪었던 이유는 일찍이 자신이 했던 파멸의 기도 탓이었다.


이 <청춘, 나빌레라>의 촬영 초기에 그 아이가 루나와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동영상 커뮤니티 유투에 올라왔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상당한 이슈가 되어 버리자, 위기감을 느끼고 바로 기도를 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그 외에 다른 큰 저주는 더 이상 걸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자잘한 괴롭힘 수준으로 그쳤던 이유는, 그 저주의 보상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슬기의 생명력을 먹으면서부터, 신기하게도 자신의 일들이 전부 다 잘 풀려 나갔기 때문이다.


슬기가 직접 사고를 당하지 않고 깜짝 놀라는 정도로도 그녀에게서 계속 미량의 생명력이 떨어져 나와서 그것을 지속적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자신에게로 날아온 슬기의 기운은 역시나 아주 소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품고 있는 생명력은 상당히 농후했다.


가장 큰 이점은 이 방법으로 쭉 힘을 먹기 시작한 직후부터 민세영의 외모는 점점 더 빠르게 물이 올랐고, 그에 비례해서 인지도도 급격히 치솟았다는 거다.


그로 인해서 민세영의 인기는 지금의 슬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월등한 격차가 났다.


덕분에 민세영은 그동안 자신감이 가득해 있었다.


그 아이보다 높은 곳에 올라서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무척이나 짜릿한 것이었다.


또한 그 위에서,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다시 마음을 얻고 사랑받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슬기의 애잔한 모습을 보는 게, 그렇게나 고소할 수가 없었다.


민세영은 그 순간순간들을 전부 즐기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빨리 힘을 키워서 슬기를 단숨에 파멸에 이르도록 기도하는 일에만 한껏 집중했을 것이다.


참 즐거운 시간들이었지.


그러나 아쉽지만 이제 그만 끝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안타까운 것은, 누군가를 단번에 죽음에 이르게 하기에는 역시나 자신의 힘이 아직 모자라다는 점.


그렇지만 이번엔 전처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촉이 왔다.


그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노래를 하게 두면 절대로 안 된다고.


때문에 민세영은 오랜만에 또 슬기에게 자신의 힘을 쓰기로 했다.


이번엔 어떤 방법으로 슬기를 괴롭혀 줄까, 또 무엇으로 잔뜩 흔들어 줄까, 잠시간 그녀는 아주 열심히 고민했다.


“민세영!”


그런데 그때, 그런 민세영의 상념을 무참히 깨는 성지훈의 목소리가 순간 다시금 들렸다.


잠시 슬기에 대한 처분 문제에만 잔뜩 몰입해서 고민하고 있다가 아까부터 그가 계속 자신 앞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그만 깜빡 잊고 말았다.


성지훈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자신을 향한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젠 두려움 역시 그 한편에 조금 섞여 들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민세영은 순간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빠, 오늘 슬기가 기타 연주하는 거 알고 있어?”


“······갑자기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같이 자수하러 가자니까, 가기 싫어서 말을 돌리는 거니?”


“아니, 아니, 일단 들어 봐. 슬기 기타가 말이야. 정말 신통한 물건이라고.”


“뭐? 대체 무슨 소릴······.”


성지훈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민세영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더욱 깊게 지으며 말했다.


“그게 보통 기타가 아니야. 노래를 전혀 못하던 사람도 말도 안 되게 잘하게 해 준다고.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으면 원하는 분야의 재능과 실력이 마구 늘어나. 마치 마법처럼 말이야.”


“뭐?”


“오빠, 진심으로 강유 이기고 싶지?”


“······? 너 또 무슨 말장난을······.”


“그것만 있으면 이길 수 있어.”


“······이상한 농담 하지 마.”


“그럼 글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잘 써지기 시작할 거야.”


“너 정말······.”


“강유 따위, 오빠 상대도 안 되게 될 거야.”


“······.”


민세영이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꿈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분명히 머리로는 그녀의 이야기가 전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게 다 맞는 말처럼 들리고 있었다.


설득도 아니고, 뭔가가 자연스럽게 세뇌되어 가는 기분.


성지훈은 그녀가 들려주는 달콤함에 취해 곧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차츰 그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민세영이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훔쳐.”


“······뭐?”


성지훈은 이제 제 뜻대로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어째서인지 마취된 사람처럼 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마찬가지로 부자유스러운 입술을 가까스로 움직여서 겨우 물었다.


그에 민세영이 요사스러운 눈웃음을 피식 지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눈동자가 붉은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빤히 그것을 보고 있던 성지훈의 눈동자에서는 이내 초점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결국 평소의 그답지 않게 흐리멍덩한 탁한 눈이 되었다.


민세영이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전히 세상을 다 홀릴 듯한 요사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로.


“훔치라고.”






“흐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은후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


틀림없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인데도, 이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그의 미간이 작게 꿈틀거렸다.


“응? 은후, 왜 그래요?”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슬기가 물었다.


은후는 계속 하늘을 주시한 채로 자신이 감지한 상황을 그녀에게 찬찬히 설명했다.


“······일전에 봤던 그 느낌이 다시 또 드는구나. 공기와 공간이 크게 뒤틀리고 떨리며 울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가 결계를 치고서 크게 싸우고 있구나. 그리고 그건 아마도······.”


“어? 도련님? 그거 혹시?”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흑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하나는 아마 서방 차원의 대마왕인 듯싶고, 다른 하나는 분명······. 이렇게 광포한 기운을 풍기는 자는 틀림없이 아강이다.”


“헉.”


전에 보았던 아강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 슬기가 마른침을 삼켰다.


은후가 말했다.


“일전에 감지했을 때보다도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구나.”


“어? 그럼 아강이라는 그자가 이 근처에 있어요? 은후! 빨리 거기 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서 가 보세요!”


항시 은후의 목숨을 노리고 있던 자다.


잘하면 이번 기회에 은후 쪽에서 먼저 그자를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은후는 어서 가 보라고 말하는 슬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쩌다 잘못 손대기라도 하는 날엔 금방이라도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무척이나 가녀린 그녀의 어깨로 곧 시선을 옮겼다.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아강을 제 손으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이 아이를 놓고 그곳에 가자니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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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9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 그녀, 민세영 24.09.03 10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10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3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2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6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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