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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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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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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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련님의 친우

DUMMY

“뭐, 사람 보는 눈도 까다로운 거 같고. 애먼 놈한테 묶을 거 같진 않으니 괜찮겠지. ······흐음. 아니어도 어쩔 수 없고. 핫핫핫!”


무책임한 말들을 마구 내뱉으며 또 노인이 호쾌하게 웃었다.


“어랏? 벌써 달 떴네? 이제 그만 일하러 가야겠다.”


노인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슬기도 그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옮겼다.


식물원 내부가 상당히 밝아서 언제 하늘이 컴컴해졌는지도 몰랐다.


투명한 유리 천장 너머에 녹색과 남색이 어지러운 밤하늘 위로 서서히 두 개의 달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 그럼 먼저 간다! 또 봐! 안녕!”


월하노인은 손을 붕붕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의 해맑은 웃음을 보자 슬기는 저도 모르게 그를 따라 손을 흔들어 잘가라고 인사했다.


그는 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발이 날랬다.


순식간에 식물원에서 멀어지더니 금세 마녀의 정원 내부에서 흔적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떠나는 월하노인의 뒷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다가 흑아가 말했다.


“······튀었네.”




태풍처럼 정신없었던 만남을 뒤로하고 슬기와 흑아는 정원을 벗어나 마녀의 약방 앞마당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지나가던 어린 수습 마녀에게 어떤 남자가 찾아오지 않았었냐고, 아란의 인상착의를 알려 주며 물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던 그 사이에도 따로 약방을 찾아온 이들은 환자들 외에는 누구도 없었다는 대답만 들었다.


“······아란 님, 정말 안 오려나 봐요.”


아란이 지내는 산이 있다는 방향을 바라보며 슬기가 중얼거렸다.


실망감 때문인지 갑자기 몸이 납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어깨도 축 처졌다.


갑자기 은후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분명 깨어나지 않는 그를 보면 또 울어 버릴 테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져 버렸다.


슬기는 터벅터벅 걸으며 은후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다시 향했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어두운 방 한가운데에 여전히 여러 개의 빛무리와 치유의 물방울들 사이에 둘러싸여 공중에 힘없이 누워 있는 은후가 보였다.


슬기는 그것들을 헤치고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직도 안색이 파리했다.


깨어날 때까지는 혈색도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핏기 없는 그의 얼굴을 보면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든다.


계속 그가 안 깨어나면 어쩌지, 하는.


그리고 그 걱정은 다시 심장을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야!”


슬기는 나쁜 생각을 없애려고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 파묻혀 질식해 버릴 것만 같아서 슬기는 아까처럼 잠든 은후에게 괜히 더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있잖아요, 은후. 방금 전에 굉장히 특이한 요괴를 만났어요. 월하노인이라는데 부부의 연을 이어 주는 일을 한대요.”


“······.”


“외모만 보면 굉장히 인자하게 생긴 멋진 할아버지였거든요? 근데 무슨 말만 하면 그렇게나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지. 풉. 하여튼 진짜 재밌었어요.”


“······.”


참새처럼 재잘재잘 떠드는 슬기의 말에도 은후는 반응이 없었다.


“······중앙 차원으로 돌아가면 우리 할머니 소개해 줄게요. 우리 할머니도 엄청 멋있어요.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요. 꼭 같이 만나러 가기예요. 알았죠?”


“······.”


은후는 대답하지 못했다.


슬기의 얼굴에서 억지로 지었던 웃음기가 차츰 사라져 갔다.


은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슬기는 아까 그에게 했었던 농담을 다시 꺼내 보았다.


“······지금 눈뜨면요. 서른 살이 아니라 스물다섯 살 때 결혼해 줄게요. 진짜로요. 아이도 많이 낳아 줄 거예요.”


“······.”


은후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슬기는 그것을 지켜보다가 순간 심장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그것은 눈물샘까지 빠르게 도달해 버렸다.


어느새 슬기의 눈가에 눈물이 조금씩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흐윽. 흑. 당장은! 너무 힘들어서! 흐윽······. 못 일어나겠으면! 내일도 좋아요! 흑. 그러면! 스물일곱 살에······. 흐윽. 제발, 제발 깨어나 줘요. 은후.”


슬기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흐느낌인지 비명인지 모를 울음을 한참을 토하다가 조금 전에 월하노인이 자신에게 주었던 붉은 실이 문득 생각났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붉은 실을 꺼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슬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윽.


그리고 붉은 실을 길게 풀어 각 끝을 은후와 자신의 손목에 단단히 묶어 연결했다.


“······이거, 인연을 맺어 주는 운명의 실이래요. 이 실로 묶이면 특별한 사람이 다시 매듭을 풀기 전까지는 절대로 헤어질 수 없대요. 은후가 일어나면 나 정말 약속 지킬게요.”


연결된 붉은 실이 빛을 뿜었다.


그러다 조금씩 두 사람의 몸속으로 흡수되며 색이 투명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그 모습이 사라졌다.


슬기의 울음이 차츰 멎어 갔다.


“나는 아직······.”


감정을 추스르고 조금 진정이 된 그녀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후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뭐야? 너, 은후의 색시였냐?”


갑자기 들린 거친 목소리에 깜짝 놀라, 슬기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


활짝 열려 있는 미닫이문 사이로 목소리의 주인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 아란 님!”


“흥.”


보폭이 큰 걸음으로 아란이 단숨에 은후가 있는 곳까지 성큼성큼 걸어왔다.


“······치잇.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이런 모습이라니.”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핏기 없는 얼굴로 누워 있는 은후를 보고 속이 상했는지 와락 인상을 구기고 낮게 혀를 찼다.


“아, 역시 오셨군요.”


방금 그가 지나온 미닫이문 쪽에서 곧 시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란의 모습을 발견한 그녀는 무척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의 뒤를 따라서 흑아도 조용히 방 안으로 함께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약방 주변에 쳐 둔 결계에 익숙한 기운이 감지되어서 혹시나 하고, 작업을 중단하고 올라와 봤더니······. 아란 님,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응. 나, 도울게. 내가 뭘 하면 되지? 시간이 없다며? 빨리 시작하자.”


“네!”


시엘이 옅게 웃으며 답했고, 이제부터 시도할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가 알려 준 방법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선대 요마왕의 힘과 유사한 아란의 힘을 미끼처럼 사용해서, 은후의 힘과 유착되어 있는 저주의 힘을 조금씩 끌어당겨 내다가 완전히 떨어뜨린다.


그런 다음 이를 바로 봉인까지 완료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잠시라도 방심하다간 아란 님의 힘이 오히려 저주의 힘에 흡수될지도 몰라요. 그랬다간 저주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말 거예요. 그러니 줄다리기를 잘하셔야 합니다.”


“알겠어.”


“최대한 저주의 힘이 당신을 의심하지 않게 신중히 다가가서 당기세요. 꼭 명심하시고 조심하세요.”


“응.”


아란이 잠들어 있는 은후 앞에 섰다.


그가 오른손을 뻗어 은후의 명치아래에 손을 얹었다.


“시작할게.”


아란이 자신의 힘을 운용했다.


그러자 그 증거로 몸이 조금씩 밝게 빛을 뿜었다.


이내 아란의 손바닥으로 차츰 그의 힘들이 모이더니, 그것이 조금씩 은후의 몸 안으로 점점 흘러들어 갔다.


흘러들어 간 아란의 힘은 몸 안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저주의 힘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했다.


“······찾았다.”


파아앗.


아란의 몸에서 조금 전보다 밝은 빛이 뿜어졌다.


그가 자신의 힘을 더 끌어 올려 저주의 힘의 주의를 끌기 위해 애썼다.


우우우웅─.


곧 저주의 힘 쪽에서도 아란의 힘을 발견했다.


두 개의 힘은 서로 거리가 가까워지자 빠르게 진동하며 공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힘과 힘 사이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저주의 힘이 먼저 아란의 힘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했다.


그러나 아란이 이를 저항했다.


그는 저주의 힘을 살살 달래 오히려 자신 쪽으로 흘러오도록 유도했다.


그러자 미끼를 발견한 물고기처럼 저주의 힘이 바짝 경계를 하면서도 천천히 주변을 배회하며 조심스레 다가왔다.


“······조금만 더.”


아란이 한창 정신을 집중하며 낮게 읊조렸다.


시간이 꽤 흐르고, 이제 많은 양의 힘이 아란 쪽으로 가까이 넘어왔다.


그러나 지금 힘이 지닌 형상은 마치 고무줄 같았다.


저주의 힘은 전체 중의 일부가 따로 뚝뚝 떨어지는 일도 없었다.


그저 처음엔 둥글게 뭉쳐진 밀가루 반죽처럼 한 덩어리였던 것이 계속 한 방향으로 잡아당겨지다가 이제는 가늘고 길게 늘어져 나온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은후의 힘과 아란의 힘 사이에서 이어져 있었다.


거기다 저주의 힘의 끝 쪽, 꼬리 부분은 여전히 은후의 힘과 어지럽게 엉켜 있었기 때문에 쉬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 꼬리까지 완전히 은후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그 순간에 아란은 지체 없이 봉인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내심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저주의 힘은 결코 자신들의 계획대로 호락호락하게 움직여 주지 않았다.


“······젠장!”


아란이 침음성을 삼켰다.


얌전히 잘 따라오는 듯했던 저주의 힘이 갑자기 확 변모한 것이다.


저주의 힘이 꿈틀거리며 크게 요동쳤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아란의 힘을 모두 집어삼키려는 듯 그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러나 아란도 역시 순순히 끌려오지 않았고, 그러자 마치 화가 난 것처럼 저주의 힘이 아란에게로 맹렬히 달려들었다.


우우우웅─!


그렇게 검붉은 힘 덩어리가 은후의 몸 밖으로 갑자기 불쑥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자신의 몸을 보자기처럼 평평하게 늘려서 거대한 뱀의 아가리처럼 크게 입을 벌렸다.


그러고는 은후의 몸 안으로 흘려 넣었던 아란의 힘을 비롯하여 지금 배 위에 손을 얹고 있는 그의 오른손까지 단숨에 집어삼켜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크흡!”


아란은 잠시 당황하긴 했으나,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그가 다시 침착하게 자신의 팔을 먹어 치운 검붉은 힘의 상태를 살폈다.


“······치잇.”


아란이 혀를 찼다.


아쉽게도 힘의 꼬리 부분은 여전히 은후의 힘과 엉켜 있었다.


그러나 잔뜩 열이 받아서 대부분의 힘이 갑자기 밖으로 불쑥 흘러나왔기 때문인지 조금 전보다도 훨씬 적은 양만이 은후의 몸 안에 남아 있었다.


“아쉽지만, 이거라도 봉인할게.”


“네!”


아란과 시엘이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드디어 봉인이 시작되었다.


“하아! 망할 영감탱이야. 내가 또 당할 줄 알아? 질 줄 알고?”


아란이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비릿하게 웃었다.


곧 그의 전신에서 힘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압도적인 힘의 크기를 뽐내며 자신의 팔을 집어삼킨 검붉은 힘을 되레 전부 집어삼켜 버렸다.


파아아앗─!


아란은 끝도 없이 자신의 기운을 퍼부었다.


철천지원수를 상대하는 것처럼 조금도 자신의 힘을 아끼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


쿠웅. 쿠웅. 쿠웅!


이내 아란의 힘이 두터운 막을 완전히 형성했다.


그리고 집어삼킨 검붉은 힘을 포함하여 조금씩 스스로를 압축했다.


갇힌 저주의 힘은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막을 깨트리기 위해 자신을 직접 부딪치며 발광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아란의 힘은 압축할수록 더욱 단단한 벽이 되어 갔다.


결국 검붉은 힘은 무자비하게 짓눌리고 또 짓눌리다가 엄지손가락만 한 구슬 크기가 되었다.


“제 차례군요. 그럼 저도 시작하겠습니다.”


시엘이 주문을 외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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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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