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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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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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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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월하노인

DUMMY

이 정원 전체를 마녀들이 직접 관리한다고 했다.


“우와. 예쁘다. 진짜 멋있다!”


정원은 상당히 넓었다.


작은 동산과 연못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건드린 게 아닌, 자연 그대로 있던 것들인데도 마녀의 약방 건물들을 비롯해서 전체적인 배치가 조화롭게 잘 이루어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꽤나 규모가 큰 식물원도 있었다.


이 식물원은 그녀들이 동방 차원에서 주로 연구한 식물들에 관한 지식을 요괴들에게 나누기 위해서 지었다는데, 안타깝게도 요괴들은 정작 여기에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매일이 한산하지만 그렇다고 방문객이 또 전무하지는 않았다.


한 해 동안 여길 찾아오는 요괴들은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로 소수란다.


그것도 그나마 마녀들과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제일 많았다.


우선 슬기는 정원의 한가운데로 갔다.


그곳에는 나지막한 언덕이 있었다.


언덕이 시작되는 부분부터 일정 반경까지는 마치 경계를 지어 놓은 것처럼 다른 식물들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언덕의 정 가운데에 정말 엄청나게 큰 나무 한 그루만 덩그러니 우뚝 솟아 있는 게 보였다.


“와. 이거 진짜 크다.”


예전에 TV에서 이와 비슷한 나무를 본 적이 있다.


‘그건 이름이 바오바브나무였나? 그랬던 거 같은데.’


정말 비슷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꼭 같지는 않았다.


지금 슬기의 눈앞에 있는 이 나무 쪽이 가지와 잎들이 훨씬 더 무성해 보였다.


슬기는 나무를 등지고 섰다.


그리고 정원의 전체 풍경을 다시 보았다.


“아, 예쁘다.”


바람이 잔잔하게 불며 머리카락을 헝클고 지나갔다.


이곳에 오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식물원 안도 들어가 볼래? 거기도 네가 좋아할 거 같네.”


“네!”


흑아의 제안에 슬기가 냉큼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그의 뒤를 따라 식물원 쪽을 향해 걸어갔다.




식물원의 외관은 반구형으로 둥글었다.


벽면이 전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밖에서도 훤히 보였다.


둘은 바로 건물의 내부로 들어갔다.


주변에 지키고 서서 관리하는 마녀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요괴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은 곳이라더니 정말 그런 듯했다.


슬기는 천천히 안을 둘러보았다.


일단 전시 방법은 중앙 차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과 비슷했다.


귀한 약초 같은 것들은 수분을 바짝 말려서 작은 유리관 안에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또 어떤 것들은 애초에 그 식물을 채취한 곳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서 이곳에서 다시 자랄 수 있도록 꾸며두었다.


그리고 각 식물에 대한 설명이 아주 상세하게 적힌 팻말들이 그 앞에 항상 놓여 있었다.


“우걱, 우걱, 쩝쩝쩝.”


그렇게 한참 구경을 하는 도중,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음? 무슨 소리지? 흑아 님, 이게 대체······.”


“쉿.”


이게 뭔가 싶어서 흑아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가 슬기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최대한 기척을 지우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슬기는 아직 흑아만큼 기척을 지우는 게 능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 나름대로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서 흑아를 따라 살금살금 걸었다.


“쩝쩝쩝쩝.”


소리를 따라서 쭉 가다 보니 이내 어느 식물이 전시된 곳 앞에서 누군가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누구야, 너?”


“허억!”


정신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던 상대가 갑자기 지척에서 들린 흑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홱홱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곧 자신을 부른 흑아와 눈이 마주쳤다.


돌아본 그의 얼굴을 슬기 역시 확인했다.


그러고는 슬기도 깜짝 놀랐다.


상대는 상당히 젊잖게 생긴 노인이었다.


그런데 노인은 오징어 다리처럼 생긴 이름 모를 식물의 뿌리를 쉼 없이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어라? 월하노인?”


노인의 정체를 알고 있던 흑아가 그를 불렀다.


“아씨! 뭐야, 흑아잖아. 마녀들한테 들킨 줄 알고 괜히 식겁했네.”


노인이 괜히 놀랐다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에 얼추 상황 파악을 마친 흑아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설마, 또 여기서 약초 훔쳐 먹는 거야? 마녀들이 알면 진짜 노발대발할 텐데. 아니, 그냥 직접 가서 약을 지어 받으면 되지, 왜 자꾸 변태처럼 숨어서 식물원 약초나 훔쳐 먹고 그래?”


변태라는 말에 뜨끔한 월하노인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야! 변태라니! 누군 이게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아? 물론 몰래 먹는 게 사실 더 맛있긴 해! ······아니, 이게 아니라! 나도 마녀를 찾아갔지! 찾아갔는데!”


“갔는데?”


“딱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굳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자꾸 안 지어 주고 돌려보내잖아! 나 같은 노인네는 평소에 좋은 걸 많이 먹어서 미리미리 건강을 챙겨 둬야 되는데!”


평소 월하노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흑아는 지금 그가 이야기하는 당시의 상황들이 어땠을지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하아. 아아, 또 정력이 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약을 잔뜩 지어 달라고 했겠지.”


단정하듯이 툭 던지는 흑아의 말에 월하노인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응? 너 어떻게 알았냐?”






“우씨!”


노인이 성을 냈다.


“아니, 설마! 마녀, 고것들 그렇게 안 봤는데, 내 흉 보고 다니던? 어? 뒤에서 막 내 욕해?”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당장에라도 마녀들에게 가서 따질 듯한 기세였다.


몰래 약초를 먹은 건 그였는데 오히려 지금 저렇게 당당하게 화를 내다니 슬기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흑아가 그런 그를 말렸다.


“아니, 내가 당신을 모르나. 마녀들이 그럴 인품도 아니고. 그보다 월하. 이 동방 차원에서 당신 욕 안 하는 요괴들을 찾는 게 더 빠르겠다. 평소에 사고를 어지간히 치고 다녔어야지.”


“히히. 그건 그래.”


쿨하게 인정할 건 또 바로 인정하는 노인이었다.


다혈질인지, 쾌활한 건지, 그냥 애 같은 건지 여전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쩝쩝쩝. 질겅질겅.”


흑아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노인은 그 오징어 다리 같은 것을 씹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문득 저게 뭔지 궁금해져서 슬기는 월하노인이 먹고 있는 약초의 팻말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인간인 슬기가 다가가자 처음엔 알 수 없는 활자들로 빼곡히 차 있던 팻말의 글자들이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슬기가 읽을 수 있는 한글로 단숨에 바뀌었다.


“오, 신기하다.”


슬기는 거기에 적인 글귀들을 읽어 내려갔다.


설명의 내용은 아무래도 약초인지라 복용했을 때의 효능이 어떤지에 대해서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슬기의 눈을 사로잡는 단어가 있었다.


“음······ ‘특히나 남성의 정력에 좋은’?”


흑아의 말에 ‘에이, 농담이겠지.’ 했는데, 아무래도 진짜였나 보다.


슬기가 팻말을 읽으며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노인이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헤헤. 새 여자 친구 생겼거든.”


“······.”


“이쁘고 젊다?”


“······.”


“헤헷. 나 능력자.”


왜 몸을 비비 꼬고 저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흑아가 똥 씹은 표정을 하며 말했다.


“그래서 이거 어쩔 거야? 마녀들 알면 난리난다니깐?”


“흥! 그러니까 진즉에 얌전히 약을 내어 줬으면 좋았잖아! 아 참! 흑아, 너어? 내가 그랬다고 마녀들한테 이르면 안 된다? 어? 알았지?”


“······말 안 해도 알지 않을까? 범인이 누군지 너무 뻔한데.”


“우씨! 그래도 약초의 대가는 항상 제대로 놓고 간다고!”


노인이 자신의 소매 안을 뒤적거리며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커다란 서책 한 권, 애기 엉덩이만 한 금덩이 여러 개, 붉은 실뭉치가 밖으로 조금 삐져나온 주머니를 비롯해 온갖 잡동사니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앗. 이것들은 밥줄이라서 안 돼. 히히.”


그러다 그는 맨 처음에 꺼냈던 서책 한 권과 마지막의 붉은 실이 삐져나와 있던 주머니를 다시 주섬주섬 챙겼다.


“음. 아니다. 쪼끔은 놓고 갈까?”


월하노인은 주머니를 열어 안에 담긴 실뭉치를 꺼냈다.


한쪽 눈을 찡긋 감고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언가를 이리저리 가늠해 보더니 곧 적당한 길이로 붉은 실을 잘랐다.


그러고는 잘라 낸 실을 돌돌 말아 깔끔하게 정리해서 꺼내 두었던 금덩이들 옆에 같이 나란히 놓았다.


“히히. 됐다!”


“······마녀들한테 운명의 실을 주다니. 하아. 진짜 이상한 노인네라니까.”


“낄낄. 알아서 잘 쓰겠지.”


마녀들의 특성을 떠올리며 흑아가 핀잔을 줘도 월하노인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마녀들이 일반적인 남녀의 관계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즐기지도 선호하지도 않았다.


일족 전체가 여성이다 보니, 그녀들이 남성을 만나려면 다른 일족을 만나야 했다.


그러나 워낙에 단체로 질병 치료 연구에만 미쳐 있어서, 남성이 먼저 치근덕대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는 거의 없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쪽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가 없는 거다.


정말 가끔 드물게 마녀도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 수는 그야말로 희박했다.


그녀들은 보통 인공 수정으로 후손을 가졌다.


그러한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노인은 운명의 실을 잘라서 약초의 대가라며 준 것이다.


장난기가 가득하달까.


어딘가 어린애 같은 매력이 있는 재미있는 노인이었다.


“응? 운명의 실이 뭐예요?”


가만히 듣고 있던 슬기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월하노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인연을 묶는 실! 특히, 연인이나 부부로!”


“음? 연인이나 부부?”


“그럼! 한번 이 실로 묶이면 매듭을 풀기 전까지는 결코 헤어질 수 없어! 물론 그 매듭도 다른 이들은 풀 줄 몰라! 보통 실이 아니니까! 제대로 방법을 아는 이는 나를 포함해서 전 차원에서도 오직 소수뿐!”


“헤에. 신기하다.”


동방 차원에는 참 신기한 게 많은 것 같았다.


슬기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실을 바라보자 월하노인이 말했다.


“응? 관심 있어? 너도 좀 줄까? 자아!”


“어? 네? 아니요, 괜찮······.”


딱히 필요한 거 같지 않아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월하노인은 벌써 실을 툭 끊어서 옛다, 하고 슬기의 손에 쥐여 주었다.


“마음에 드는 총각이 생기면 그놈 몸에 확 묶어 버리라고! 처자가 참 이뻐서 주는 거야! 아,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제발 흑아가 마녀들한테 고자질 못 하게 입 좀 막아 줘. 핫핫핫!”


노인이 호쾌하게 웃으며 슬기에게 빌었다.


그것을 본 흑아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슬기도 만나야 할 인연이 있을 텐데, 그건 왜 주는 거야. 운명이 꼬이면 어쩌려고.”


“응? 아, 괜찮아. 이 처자는 그런 거 없어. 마녀랑 다를 바가 없던데?”


“뭐? 인연이 없다고?”


“응. 이 처자, 중앙 차원 인간 맞지? 하긴, 거기 요즘 그런 애들이 많더라고.”


흑아가 묻자 노인이 그렇게 말했다.


월하노인은 손가락으로 턱을 살살 긁다가 슬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다시 찬찬히 살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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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9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3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2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 월하노인 24.08.31 16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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