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북한 핵잠수함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95. 북한 핵잠수함
여의도 미래연구소 회의실.
소장을 필두로 정책실과 경제실의 실장과 팀장들이 마주보고 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북한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에 매일같이 수시로 모여 긴급회의를 하느라고 몹시 부산하다.
“야, 이번에 북한에서 쏴 올린 SLBM은 중국제를 베낀 거래며? 사실이냐?”
외출에서 돌아온 정경재 소장이 우두석 정책실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 저도 들었습니다. 미국 어느 주립대 교수가 라디오 프로그램 쇼에 나와서 중국 JL-1 SLBM과 같은 거로 보인다고 했다 더군요. JL-1처럼 2단계 미사일이고, JL-1과 마찬가지로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아직 자체로 개발 완료된 게 아니란 말이야?”
“이스라엘 우주연구센터장도 북한의 SLBM이 중국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고,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그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 자리에서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답니다.”
“그럼 이번에도 북한에서 뻥 친 게 맞는 모양이구먼. 어쩐지 빨리도 개발했다 싶더라니! 어, 흠.”
정소장이 안심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한다.
“저.. 소장님, 그런 얘기는 미국에서 조작해낸 기만전술이라고 생각됩니다.”
듣고 있던 박제민 경제실장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응? 미국이 조작한 거라고? 왜? 뭐 때문에 그런 짓을 해?”
박제민을 신임하고 있는 정소장이 무슨 뜻인가 싶어 안경 속 눈을 크게 떴다.
“그래야 미국의 주 적국인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더 틀어질 거 아닙니까? 일본에 배치해도 될 사드를 괜히 한국에 배치하면서 밀월 중이던 한-중 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놓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모자라서 이번 중국에서 열리는 항저우 G-20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간의 단독회담도 못하게 방해하려는 수작이겠지요.”
“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오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출국하는 각하께서도 푸틴 대통령하고의 단독 정상회담은 쉽게 잡혔는데, 항저우에 가셔서 시진핑 주석하고 가질 단독 정상회담은 가까스로 겨우 관철된 모양이더구먼. 그것 참!”
정소장이 북한 SLBM이 중국산이라는 얘기는 미국의 간교일 수도 있겠다 싶은지 미간을 찡그렸다.
“소장님! SLBM은 미사일 본체도 중요하지만, 그걸 실어 날라서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이 더 중요합니다! 음, 흠.”
박제민의 주장에 정소장이 동요를 일으키는 것 같으니까 우두석이 잽싸게 화제를 자기가 잘 아는 북한 잠수함으로 돌려버렸다.
“응? 그렇지. 잠수함이 있어야 SLBM이지. 수중발사, 서브마린 론치드가 SL이니까! BM은 발라스틱 미사일, 탄도미사일이고. 허허. 그런데 이번에 사용된 잠수함은 북한이 만든 게 맞겠지?”
정소장이 자기도 SLBM에서 잠수함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그럼요! 북한이 러시아제 잠수함을 들여와서 개조했답니다. 3000톤급 2대를 들여와서 SLBM 1기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으로 개조했다는데, 러시아에서 도입한 잠수함에는 사격통제장치와 무선통신장비만 제거되고 SLBM 발사관과 핵심 장비가 온전해서 개조작업이 용이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제 잠수함이 맞는 거지요. 음, 흠.”
모 주요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1990년대 중반에 소련의 골프급(3500톤급) 잠수함을 고철로 도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이번에 SLBM을 발사한 신포급(2000~2500톤급) 잠수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앞으로 소련 잠수함을 분석해 얻은 기술을 토대로 SLBM을 여러 발 쏠 수 있는 새 잠수함 건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도 한다.
“잠수함 개조가 그렇게 쉬운 건가?”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30~40년 전에 현재 주력 잠수함인 1800톤 로미오급을 건조한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로미오급 잠수함은 23척이나 운용 중에 있고요. 그러니까 북한이 3000톤급 잠수함 개조기술은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북한은 이보다 작은 침투용 소형 잠수함(280~300톤급)과 연어, 유고급 잠수정(80~1300톤)도 독자적으로 건조했다.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잠수함, 잠수정 등 총 78척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1800톤급 이하 잠수함 14척뿐이다.
“그러면 이번에 사용한 신포급 잠수함은 SLBM 1기밖에 장착 못하니까 이제부터는 3발 정도 싣고 와서 쏠 수 있는 골프급을 만들겠구먼!”
군사전략적으로도 북한은 3000톤급 이상 잠수함 보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보유중인 신포급 잠수함에 SLBM을 1발만 탑재하고 공격에 나섰다가 불발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거기다 신포급은 크기가 작아서 SLBM의 발사 충격으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습니다. 한 발 장착하는 신포급은 길이가 67m인데, 3발 장착하는 골프급은 길이도 98m나 됩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SLBM 3기를 장착한 3000톤급 잠수함을 실전배치 하려면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도 북한이 2019년이나 2020년을 전후해서 SLBM을 장착한 잠수함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에, 흠.”
우두석이 제 딴에 자료수집이 많은지 잠수함 길이까지 읊으며 폼을 잡는다. 여전히 미국측의 의견에 동조하는 발언이다.
“음, 그래? 그러면 이번에 북한이 SLBM 한 발을 어쩌다 제대로 쏴 올렸지만 앞으로 2~3년 동안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먼. 허허.”
정 소장이 미래연구소 존속 필요기간 내에는 별문제가 없겠다 싶은지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교 후배인 우두석의 수고에 웃음으로 보상을 했다.
“제가 보기에는 2008년경에 러시아에서 들여온 디젤잠수함을 개조해서 SLBM 3기를 장착한 2800톤급 잠수함을 작전배치하는 것은 금년 내에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다만, 디젤엔진이니까 당연히 자주 수면위로 올라와야 되고 잠항기간이 길지 못해서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앞으로 만든다면 아마, 무제한 시간으로 잠행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측에서 말하는 2~3년 후의 얘기는 바로 그 핵잠수함을 지적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뭐요? 핵잠수함이요? 그건 북한이 아직······”
우두석이 뒤통수를 얻어맞고 아찔한지 자료준비도 안된 옆 좌석의 김 팀장만 쳐다봤다.
“뭐?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어? 그건 전략 핵잠수함 말이잖아? 우리도 없는데······”
정소장이 깜짝 놀라서 안경을 벗어 들고 좌중을 둘러보다가, 믿음직한 박제민 실장에게 시선을 멈추고 정말 그럴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4000톤급 핵잠수함 건조계획을 세웠다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된바 있다.
그러나 NPT를 탈퇴하고 IAEA를 무시하면서 핵폭탄 실험을 하고 있는 북한에서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핵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 틀림없이 지금 전략 핵잠수함을 만들고 있을 겁니다. 제가 듣기로는 북한이 러시아 핵 잠수함 도면을 해킹해서 이미 입수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제민이 테 없는 안경 속 찢어진 눈을 반짝이며 정 소장과 우두석을 번갈아 쳐다봤다.
전략 핵잠수함의 핵심인 핵연료 엔진 기술은 북한 정찰총국 121 사이버 부대가 인터넷해킹으로 러시아 핵 잠수함 도면을 통째로 빼내 해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어 2013년에는 러시아 핵 잠수함 전문가 5명이 고액 연봉을 받고 북한에 들어오면서 잠수함 건조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신형 핵 추진 잠수함은 길이 80m, 너비 8m로 해저 300m까지 잠항이 가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신형 핵 추진 잠수함에 SLBM까지 탑재되면 공포의 최종무기가 될 것이다.
김정은은 총괄 책임자인 `리만건` 당 군수 공업부장을 격려하고 다그치며, 2018년 완성을 목표로 제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 잠수함은 신포 조선소의 덮개로 가려진 위장 보일러 공장에서 건조되고 있어서 첩보 위성에도 포착되지 않는다. 북한은 동해안 신포항에 신형 SLBM 잠수함 기지도 신축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 우 실장! 북한 핵잠수함에 대한 대책은 뭐야?”
다급해진 정 소장이 만만한 우두석을 바라보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 예. 그거야 뭐, 미국에서 핵잠수함을 들여오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당장 군부에 얘기해서 미국측에 적당한 규모의 핵잠수함을 한반도 연해에 배치요청 하라고 하겠습니다. 음, 흠.”
준비 안된 우두석이 반짝 머리를 굴려서 역시나 미국에 의존하는 발언을 했다.
“그건 안될 말입니다. 미국이 순순히 핵잠수함을 우리 군에 제공하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미군은 이미 자기들 필요에 의해서 우리 몰래 핵잠수함을 한반도 연해에 잠행시키고 있을 것입니다. 괜히 이 시점에서 핵잠수함 배치를 요구하면 분명히 불필요한 사드 배치문제를 선행조건으로 들고 나와서 또 한번 국론만 분열시키고 중국과의 관계만 더 악화되고 말 것입니다.”
38살 박제민 경제실장이 분명한 어조로 선임인 43살 우두석 정책실장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했다.
“맞습니다. 핵잠수함만큼은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하면 빈대 잡다가 초가집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애국심으로 충만해있는 정책실 김 팀장이 자기 실장인 우두석의 의견과 반대되는 박제민실장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것도 상호 보족이라서 좋은 현상이라고 봐야 하나?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든다면서 미국 핵잠수함은 들여오면 안 된다니, 그러면 박 실장은 뭘 어쩌자는 것이오?”
자기 김 팀장을 째려본 우두석이 얼굴을 붉히고 박제민을 노려보며 반박을 했다.
정경재 소장을 비롯한 팀장들도 박제민의 입에서 무슨 묘안이라도 나올까 기대하면서 시선을 박제민에게 집중했다.
“예.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습니다. 예산도 얼마 안 들이고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박제민이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우며 정 소장을 바라봤다.
“예산도 적고 당장 실행할 수 있다고? 도대체 그게 뭐요?”
정 소장이 안경 벗어 가늘어진 눈동자를 크게 뜨면서 잔뜩 기대 어린 시선을 보냈다.
“드론으로 무인 잠수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알아 본 바로는 국내에 잠수정 만드는 방위산업체는 이미 있고, 내로라하는 드론 제조업체의 기술도 세계적이라고 합니다. 드론과 잠수정을 융합해서 무인잠수정을 제조하면 북한 잠수함의 동향을 24시간 밀착 감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그렇네요! 드론과 잠수정이 결합되면 수 백대 만들어서 서해고 동해고 바다 밑에 쫙 깔고 해안초소에 앉아서 모니터로 감시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소형잠수정 제조비용은 고급 승용차 한 대 값도 안될 것 같은데요.”
애국자 김 팀장이 신이 나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드론 잠수정을 NLL(북방한계선) 근처 수중에 배치하면, 엔진소리가 북측 감시소에 도청되어서 어뢰로 피격을 당할지도 모르는데요?”
박제민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우두석이 무슨 수로든 박 실장의 의견에 꼬투리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드론 잠수정 엔진은 배터리로 가동되기 때문에 스크루-프로펠러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NLL근처에 가서는 정지모드로 제자리에서 해류에만 안 휩쓸릴 정도로 위치고정하고 있으면 되니까 발각될 염려는 없다고 봅니다.”
“거, 드론 잠수정을 NLL에 깔려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되지 않을까요? 음, 흠.”
우두석이 어떻게든 미국을 끌어들여서라도 자기의 반대의견을 관철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야, 우 실장! 미국 핵잠수함 배치는 협상하는 데만 1년도 더 걸릴 건데, 내일이라도 북한 디젤 잠수함이 SLBM 싣고 내려오면 어떻게 막을 것이야? 엉? 쪼맨한 잠수정 만들어서 우리 바다 밑에 까는데 미국 허락까지 받아야 된단 말이야?”
정 소장이 우둔한 우두석에게 짜증을 내며 힐책했다. 맨날 그랬듯이 우두석이 목을 움츠리고 입을 굳게 다물고 말았다.
“제 생각에는 비밀리에 추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린 루프에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공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공격용이 아니고 우리 수역 내에서의 정탐 방어용으로 배치하겠다는데, 전세계의 어느 국가가 잘못된 처사라고 비난하겠습니까?”
“아, 그래? 그러면 되겠네! 야, 우 실장! 당장 방위사업청에 연락해서 잠수정 만드는 방산업체에 다녀와라! 허허허.”
정경재 소장이 안경을 도로 쓰면서 진땀이 배었던 58살의 대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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