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스위스 취리히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120. 스위스 취리히
스위스 취리히 미라트 강변의 메리어트 호텔.
남쪽의 취리히 호수로 흘러 드는 미라트강 양쪽 강변을 따라 9개의 대형호텔이 2Km 에 걸쳐 늘어서 있다.
메리어트 호텔은 북쪽 끝에 위치해서 여행객들의 눈에는 잘 안 뜨이지만 내부는 아주 고급인 5성급 호텔로, 국가 간의 비밀스런 회합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이다.
오래된 건물이라 크지는 않지만 한 층을 다 빌렸는지, F8층의 엘리베이터 입구에 건장한 사내 두 명이 서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한 명은 복도를 어슬렁거린다.
그 층의 가장 큰 룸의 소파에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둘러앉아 다소 긴장한 분위기에서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회의시간 10분 전인데 이제 올라가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입을 연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는 놀랍게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이다.
“백악관에서 아직 연락이 없나요? 러시아에서 참석할 나머지 한 명이 누구인지.”
화장은 했지만 60대중반은 넘어 보이는 여자가 `쿠슈너`를 보고 물었다.
그녀 또한 놀랍게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인 `캐슬린 맥파랜드`이다.
`맥파랜드`는 `닉슨` 대통령 정부시절 백악관에서 안보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며, 그 후에 `포드`와 `레이건` 대통령 정부에서도 공화당 행정부에서 안보관련업무를 맡았었다.
1970~1976년에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 보좌관의 보좌역을 맡았던 그녀는 2006년 뉴욕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으나 공화당내 경선에서 패배하여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
트럼트 정부에 합류하기 전에는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서 안보분야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었고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이슬람교가 서구문명에 가하는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던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들통나서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 `맥파랜드`도 함께 물러날 거라는 전망이 돌았지만 그녀는 당당히 그 자리를 지키며 남아있다.
“예,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저희처럼 경제계 대표를 갑자기 결정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던 것 같습니다.”
`쿠슈너`가 `맥파랜드`에게 예의를 갖추고 대답하며 함께 온 50대 중반의 남자를 쳐다봤다.
“그런 것 같네요. 저도 어제 아침에 연락을 받고 몹시 당황했습니다. 각하께서 분명히 핵군축 관련 비밀회의라고 하시면서 경제계 대표도 참석하게 됐다고 말씀하셔서요. 영문도 모르고 준비도 없이 시간 맞춰 오느라고 아주 혼났습니다. 허허.”
아마도 미국측 경제계 대표로 급작스럽게 차출되어 온듯한 노신사가 꿀리는 기색 없이 고개를 갸웃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전혀 걱정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와 막연한 사이인 미국 재계의 거물급이 분명해 보인다. 그 말은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경제계 거물급 인사라는 뜻이다.
“파인버그`회장님, 혹시 러시아에도 `서버러스 캐피털`에서 투자하는 부분이 있나요?”
`맥파랜드`가 미소를 지으며 슬쩍 물어본다. 웬만한 건 다 아는 데 혹시나 최근에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도 있느냐는 질문 같다.
“러시아에는 나온 매물도 없지만 설령 있다 해도 이윤은커녕 투자금회수도 불투명해서 부동산투자사업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전혀 요! 허허.”
잘 알면서 뭘 새삼스럽게 물어보느냐는 표정이다.
“유럽에서 재미를 많이 보셨는데, 러시아라고 예외가 있을까요? 땅덩어리가 엄청나게 넓은데 한번 시도해 보시지 그래요? 호호.”
`맥파랜드`가 약간 조소 어린 어조로 미소 지으며 농담처럼 던지고 웃었다.
미국 행정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언론사 애널리스트 출신이라 그런지 상대가 재계의 거물급이라도 꿀리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숨어있는 사업상 비리 몇 가지 정도는 알고 있다는 뜻일 게다.
가만! 유럽에서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본 `서버러스 캐피털`의 `파인버그`회장이라면, 혹시 그가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창업자인 억만장자 `스티븐 파인버그`라는 말인가?
그런 것 같다.
미국의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골드만 삭스`, `론 스타`, `블랙스톤 그룹` 등 미국계 자본이 지난 4년간 유럽 지역에서 2,230억 유로 상당의 부동산 부실 채권을 인수했고, 이는 전체 매매의 약 80%에 해당한다.
특히 `서버러스 캐피털`은 유럽경기가 나빠져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에 빠졌을 때 아일랜드에 60억 유로를 투자해 170억 유로 규모의 부동산 담보 채권을 2년간 사들였다.
`서버러스`는 `Promontoria`라는 이름의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유령회사를 수 십 개 차렸다.
이 자회사들은 네델란드의 지주회사들로부터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아일랜드에서 부동산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전부 그 이자를 충당하는데 사용했다.
이자를 갚는데 쓰이는 돈은 세금공제가 가능하므로 `서버러스`가 내야 될 세금은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아일랜드계 자회사인 `Promontoria Eagle`은 아일랜드 북부지역과 영국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2014년 이자수입으로 1억 1천만 파운드(미화 1억 4천만 달러 가량)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자와 관리비, 회계감사비 등을 공제하고 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이익 규모는 고작 7,788 파운드로 줄어든다. 그래서 아일랜드 정부가 부과한 세금 총액은 1,947 파운드였다.
억만장자는 이렇게 돈을 번다는 모범적인(?) 샘플 케이스 이다.
기울어가는 자기들 고향산천을 털어서 배를 채우고 떼부자 노릇을 하다니!
피도 눈물도 없는 야비하고 승냥이 같은 미국 사람들.
그것이 프런티어 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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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굳게 닫힌 F11층 작은 컨퍼런스룸 문 앞에 사복의 건장한 사내 네 명이 지키고 서 있다.
복도 저만치에 두세 명이 더 보이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는 듯 하다.
커다란 U자형 회의테이블 양쪽으로 세 명씩 나뉘어 마주보고 앉아 있다.
한쪽은 `캐슬린 맥파랜드`와 좌우로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븐 파인버그`로 구성된 미국 대표 3명이고 맞은편은 러시아 대표로 보이는 남자 3명이 앉아있다.
정부 간의 공식 회동이 아니라서 그런지 탁상용 국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서로의 소개와 악수를 마친 참석자들은 모두 초면인지 약간 서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파트루세프` 서기님께서 직접 오셨는데 부보좌관인 제가 참석하게 되어서 송구합니다. 저희 백악관 사정을 이해해 주시고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측 `맥파랜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마주 앉은 러시아 대표에게 미소를 보냈다.
“아, 그럼요! `마이클 플린` 보좌관께서 저희 러시아를 위해 일하시다가 해임이 되셔서 저희 푸틴 대통령께서 얼마나 안타까워하시는지 모릅니다. 다시 한번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러시아 대표가 정중하게 더 고개를 숙이며 진심 어린 어조로 경의를 표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세프`! 그는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로 푸틴의 왼팔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다.
“저.. `사밀로프`님께서는 푸틴 대통령님의 둘째 사위 되시는 분이 맞으시지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동년배로 보이는 푸틴의 사위에게 반가운 눈짓을 보내며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님의 총애를 받으시는 `쿠슈너`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는 정치에는 영 아는 게 없는데 각하의 지시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널리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푸틴의 둘째 사위 `키릴 사밀로프`가 약간 얼굴을 붉히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푸틴의 사위이긴 하지만 푸틴의 고향친구인 그의 부친 `니콜라이 사밀로프`의 사업이나 뒤치다꺼리하는 젊은 사업가일 뿐이다.
그 덕분에 이 자리에 푸틴의 가오(얼굴) 마담으로 참석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어쩌면 음흉한 푸틴이 다음 번 더 중요하고 극비사항인 단독협의를 대비해서 자기 사위와 트럼프의 사위만 만나게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지도 모른다.
“저는 어제야 연락을 받고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참석하게 됐습니다. 혹시 `로텐베르크`회장님께서는 사전에 무슨 귀띔이라도 있었습니까? 허허.”
미국 경제계 대표 `파인버그`가 러시아 경제계 대표로 나온 `아르카디 로텐베르크`회장에게 분위기를 완화시키려는 듯 웃으면서 물었다.
사실 얼떨결에 참석하게 된 투자사업자 `파인버그`는 지금 막 악수를 나눈 상대방이 무슨 GSM이라는 건설회사 회장이라는 인사말만 들었지 누구인지 전혀 알지를 못한다.
“아, 예. 저도 마찬가집니다. 어제 늦게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따라온 겁니다. 저는 다리나 놓는 건설 쪽인데 무슨 연유로 참석을 시키셨는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허허.”
러시아 경제계 대표 `로텐베르크`가 능글맞게 웃으며 `파인버그`의 질문을 비껴나갔다.
미국 측 `맥파랜드`와 `쿠슈너`도 이 정체불명의 러시아 건설회사 회장이라는 덩치 좋고 유들유들한 인사가 영 신경이 쓰인다.
핵군축 회담을 하자면서 건설회사 회장은 왜 보냈다는 말인가?
회담이 끝나면 한 시간 이내로 누구인지 파악은 되겠지만 푸틴의 측근임엔 분명하니 일단 미소를 지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로텐베르크`는 푸틴과 어릴 적부터 유도를 함께했던 죽마고우이다.
푸틴은 2000년 취임하기 직전에 보드카 제조공장을 통합해 정부가 지배권을 가지는 `로스스피르트프롬`이라는 술 회사를 차렸다.
명목은 주요 산업의 `대표 회사`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 경영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아르카디 로텐베르크`였다.
이 회사는 푸틴의 첫 임기 끝 무렵인 2004년에는 러시아 보드카 시장의 45%를 점유했고 여러 증류공장들을 집어삼켰는데, 모스크바의 유서 깊은 증류소에서는 `푸틴카`라는 이름의 보드카도 나왔다.
`로텐베르크`제국은 술 생산과 판매를 넘어 금융과 가스관 설립 등 전방위로 커져나갔다.
2014년 2월, 우리에겐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빼앗긴 것으로 기억되는 소치 동계올림픽.
이 올림픽 준비과정은 어마어마한 부패로 유명했고 그 때문에 대회 준비비용이 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치솟았다.
소치 올림픽과 관련된 계약 중 70억달러는 바로 이 `아르카디 로텐베르크`에게 흘러갔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빚었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사이에 있는`케르츠`해협에 19Km짜리 다리를 놓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크림반도는 지리적으로 식수, 용수, 전기, 생활용품을 우크라이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다리가 완성되면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진흙층과 침전층(뻘)이 깊어 다리의 기반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건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바닷물이 얼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으려면 교각의 깊이가 200미터는 넘어야 하고, 선박이 통행하려면 다리의 높이도 50미터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2015년 1월에 발주한 이 다리 건설공사 업체는 `로텐베르크`가 회장으로 있는 바로 그 GSM 그룹이다.
러시아 정부는 정치적 선전용으로 활용하기 좋은 이 다리 건설공사에 45억 달러(약 5조 961억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는데, 금액이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다리에 연계하는 철로 공사 입찰이 있었는데, 입찰자 부족으로 유찰되었다. 다리가 붕괴할 거라고 보는 보험회사가 보험을 받아주지 않아서 낙찰자가 위험을 전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갑부는 누구일까?
전 재산이 87조원 정도인 `빌게이츠`일까?
아니다. 이제 상식 있는 사람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푸틴의 대통령 연봉은 약 19만달러(2억2천만원)이고, 은행에 저축한 금액도 약 18만달러(2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푸틴이 2000년부터 러시아 리더로 집권하면서 오일과 가스 개발회사들이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푸틴 개인이 사적인 지분을 많이 차지했다.
물론 푸틴은 공식적으로 부정하지만, 오일 개발회사 지분 37%와 가스 개발회사 지분 4.5%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진 지분은 약 77조원 규모이며 알려지지 않은 재산을 합치면 약 2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푸틴이 미국 트럼프에게 핵군축 비밀협의를 하자고 제안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경제계의 대표를 합석시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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