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조우 (7) - 타키온 홀로그램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24. 조우 (7) – 타키온 홀로그램
“도사 조상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1061c 행성에 계시다니요! 지금 저하고 여기서 마주보며 말씀 나누고 있지 않습니까?”
정훈이 어이가 없어 아리송한 표정으로 백발도인 조상님을 쳐다보았다.
“-후손아! 너는 지금 거기에 있는 나의 카(Ka)를 보면서 여기에 있는 나의 바(Ba)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말하는 백발도인의 모습이 갑자기 정지된 화면처럼 보인다.
“카와 바라니요? 그게 도대체 뭡니까?”
정훈이 어리둥절하여 마주보고 선 백발도인의 눈동자를 유심히 들여다 본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인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고 마치 멍한 마네킹 같은 느낌을 받는다.
“-네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은 홀로그램으로 투시된 나의 육신인 카(Ka)의 무성영화 영상일 뿐이다. 지금은 설명을 돕기 위해 잠시 정지상태로 머물게 했다.
네게 들리는 내 목소리는 여기 있는 내 영혼의 주체인 바(Ba)가 시공을 초월해서 네가 있는 곳에 이르러 무성영화에 음성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바와 카는 너희들 표현으로 혼과 백이다. 바카가 합쳐지면 완전한 영혼인 혼백이 되는 것이다.
카는 얼마든지 복제해서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바는 동시에 두 개의 장소에 존재할 수 없는 유일한 영혼의 주체이다.”
정훈은 도대체 백발도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다만 바와 카는 잘 모르겠지만 혼백은 조금 이해가 될 듯도 싶다.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 되어 구천을 떠돌다가 극락이나 천당으로 간다고 들었던 바로 그 영혼 불멸에 관한 얘기 같기도 하다.
“저, 도사 조상님! 죄송하오나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지를 못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여기 조금 전까지 저와 함께 대화를 나누신 모습은 조상님의 실체가 아니고 홀로그램이라는 말씀인가요?”
정훈은 L그룹의 연구소를 나오기 직전에 홀로그램 개발부문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조상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투시되었다는 말뜻은 금세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홀로그래피를 만들기 위한 레이저광원이나 반사거울 같은 장치는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바로 코앞에서 마주한 백발도인의 모습은 레이저영상으로 만들어진 홀로그램과는 너무도 차이가 나서 거의 실물과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래 맞다. 네가 보고 있는 내 모습은 3개의 입석바위에 의해 만들어진 홀로그램이다.
앞쪽 강선암 방향에 있는 바위에 반사거울이 있고 뒤쪽의 좌우에 서있는 바위 속에 송신용과 수신용의 레이저광원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그 곳의 영상을 지금 이곳에서 여러 사람이 나와 함께 보고 있는 것이다. 자네는 홀로그램을 전공해서 조금은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아, 두꺼비바위를 둘러싸고 서있는 3개의 입석이 바로 홀로그램을 만드는 인공적인 시설물이라는 설명이다.
두꺼비 정면의 신랑모자바위 중간 낙락장송으로 살짝 가려져 있던, 저 반짝이는 손바닥 만한 비석용 암회색 오석(흑요암)이 반사용 거울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두 개의 신랑모자바위 속에 레이저광원이 숨겨져 있다면 `기준광`과 반사된 `물체광`의 간섭무늬로 홀로그래피를 만들어 저장하고 다시 재 영사해서 홀로그램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백발도인의 모습이 너무나 실물처럼 생생한 것은 현재 지구의 홀로그램 기술수준과 비교될 수 없는 울프 행성의 독보적인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어 그렇게 보인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구의 레이저광선이 아닌 다른 새로운 광선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태양광선과 스펙트럼이 같은 데이라이트(day light)를 사용하고 있다면 전혀 실물과 차이 나지 않는 영상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예, 도사 조상님 홀로그램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14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계시는 조상님과 제가 어떻게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지구상에서 인공위성으로 TV를 중계해도 전파의 속도에 의한 위상지연으로 약간의 시간차가 생기지 않습니까? 혹시 빛보다 빠른 어떤 특수한 전파를 사용하고 있는 건가요?”
모든 전파는 그 주파수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로 진행한다. 눈 깜짝할 사이인 1초동안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도는 햇빛도, 태양에서 출발해 지구에 도착하는 데는 8분 18초나 걸린다. 하물며 14광년, 무려 126조 Km나 떨어진 거리에서는 동시 통화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 그렇지. 전파로는 음성뿐만 아니라 홀로그램 영상도 동 시간대에 송수신이 불가능하지.
우리는 타키온(tachyon) 이라는 물질을 전송매체로 사용하고 있다.
지구상에서는 아직 상상 속의 물질이지만, 우리 울프 1061c 행성은 이미 그 물질이 실용화 되어서 지구까지의 거리면 물체가 아닌 영상과 음성 같은 정보의 전송은 거의 실시간 송수신이 가능하다.
그래서 여기 앉아서도 지구의 변화를 동시에 살펴볼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타고 가야 하는 우주 비행체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고 질량을 가지는 물체이기 때문에 정보전송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주선제작 자체도 문제지만 그 속에 탑승할 사람의 질량을 허수로 만드는 기술이 아직은 제한적이어서 정보의 전송과는 달리 이동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타키온? 아, 그 질량이 허수인 물질!
에너지를 얻을수록 느려진다는 가상의 아원자입자 말인가?
에너지가 가장 클 때 빛의 속도가 되고, 에너지를 모두 잃으면 그 속도는 무한대가 된다는, 그 상상 속의 신비로운 입자물질 타키온이 울프 별에서는 이미 실용화가 되어있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너무나 놀라운 사건이다.
만약 타키온이 존재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미래뿐 아니라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지구에서는 빛보다 빠를 수 있는 물질인 중성미자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성미자는 원자핵 속에 있는 아주 작은 입자로 질량이 전자의 100만분의 1수준이다.
중성미자는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운동하지만 전기적인 성질이 없어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심지어 지구도 그냥 관통할 정도다.
빛은 중력에 의해 굴절이 되는 반면 중성미자는 중력의 영향도 받지 않고 직진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빛보다 먼저 도착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때 질량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유령입자라고 불린 적도 있는 중성미자는 입자가 있다는 맥도널드 교수의 연구결과로 작년에 노벨물리학상이 수상되기도 했다.
“예? 조상님의 울프 행성에서는 타키온이 이미 상용화 되었다고요? 그래서 영상전송뿐 아니라 우주선도 광속 이상으로 운행할 수 있다고요? 와우!~ 대단하십니다, 우리 조상님들!”
정훈이 두꺼비바위에 넙죽 엎드려 앞에 있는 백발도인에게 큰 절을 올린다.
우리의 조상들이 현재 그 정도의 기술수준이라면 현 지구의 기술보다 수백, 아니 수천 년은 더 앞서있는 게 아닌가?
그런 행성에 우리의 조상인 외계인류가 지금 현재 생존해서 자기와 대화를 하고 있으니, 이건 지구상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인 할아버지를 갑자기 만난 것보다 더 반갑고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큰 절 아니라 깨 벗고 춤을 추래도 출수 있을 만큼 기쁜 일이다.
“-자, 선택 받은 나의 후손아! 이제는 떠나야 되겠다. 자비롭고 깨끗한 마음을 항상 잃지 말고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거라!”
-슈욱.
솔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눈앞에 있던 백발도인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지리산 자락인 악양루 뒷산 피라미드 스톤은 다시 고요한 적막에 감싸인다.
해가 짧은 산중턱이라 주위는 벌써 어둠이 슬며시 내려앉고 커다란 신랑모자바위에 둘러싸여 두꺼비바위 위에 홀로 엎드려 있는 정훈은 갑자기 외롭고 허전한 기운에 젖어 든다.
`선택 받은 나의 후손! `
조상님이 떠나면서 남긴 이 한마디가 정훈의 가슴속 깊이 아로새겨진다.
정훈은 한동안 멍한 상태로 두꺼비바위 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온갖 상념에 휩싸였다.
5천년도 더 된 어느 시점에 이 한반도 북쪽 만주벌판 어디엔가 행성 1061c에서 날아온 외계 문명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들의 태양인 항성 1061은 점점 급속히 식어갔고 미래를 대비해 선발 개척대가 자기들 행성에서 가깝고 생물이 존재하는 지구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들의 행성이 더 이상 생존할 수준을 넘어 황폐해 졌을 때에 일부 백성이라도 이주해와서 종족을 보존하여 살아갈 수 있는 식민지를 미리 개척하러 온 것이다.
항성 1061의 가장 바깥자리에 위치해 있던 차가운 행성 1061d의 강대국은 1061c보다 훨씬 먼저 지구에 날아왔다.
추운 기후의 행성에 살던 인종이라 원래 피부가 하얗던 그들은 러시아 지역에 자리를 잡고 지금의 백계 러시아인인 지구의 후손을 탄생시켰다.
이미 이 지구상에는 그들보다 먼저 수만 년 전에 다른 태양계 골디락존 행성에서 온 외계 인종들이 앞다투어 자기들의 식민지를 만들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 중에는 지금의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인디언 닮은 황색인종이나 남태평양의 섬나라에 이주한 입술 두터운 폴리네시아인, 중동지역에 이주한 수염 많은 무슬림 같은 인종, 심지어 아프리카의 흑인도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
현존하는 우리 지구인은 6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이동해 나와 세계 각 지역으로 흩어졌던 고작 2천명의 고생인류인 흑색 피부의 흑인 호모사피엔스 후예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각각 조상의 별이 다른 외계 문명한 행성에서 이주해온 도래인들이 이 별처럼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서 탄생시킨 그들의 후손들이라는 얘기다.
착잡한 심정의 정훈은 서둘러 레이저건 시험용 짐을 디미티니 백팩에 챙겨 담고 어두운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는 악양루 뒷산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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