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북진 (1) - 멸악산 중계국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25. 북진 (1) – 멸악산 중계국
“윤 차장 운전 솜씨가 이제 보통이 아니네요. 크크.”
문도가 작업테이블의 자기 PC 화면에 나타난 앞서 달리는 지은의 드론, BB3 꽁무니를 쳐다보며 흡족한 듯 농을 건다. 지은의 드론 뒤쪽에는 유도용 녹색 미등이 희미하게 켜져 있다.
지은의 BB3는 가제트 팔을 내려 다른 드론 한 대를 움켜쥐고 날아가고 있다. 마치 독수리가 발톱으로 다른 독수리를 낚아채 꼼짝 못하게 들고 날라가는 형상이다.
“그래요? 고 사장님 수준 따라가려면 저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 호호.”
문도와 나란히 앉은 지은이 자기 PC 화면에 시선을 집중한 채 양손으로 조종기를 열심히 조작하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지은의 화면에는 어둠 속에서 험준한 멸악산의 높고 낮은 산등성이가 희미한 공제선을 따라 서서히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났다가 지나쳐 사라진다.
두 사람은 사흘 동안 삼통사 본부에서 함께 밤을 새우며 북한 멸악산 전진중계기지국 공사를 마무리 했다.
문도가 며칠을 걸려 찾아낸 멸악산 9부 능선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 자연동굴 속에 그 곳에서 곧바로 평양으로 드론을 날려보낼 중계국을 마련한 것이다.
동굴 바닥도 깨끗이 정리정돈하고 습기가 스며들 만한 바위틈은 방수용 실리콘 에폭시 레진몰탈을 발라 도포를 했다.
동굴입구 바위틈새에 안테나 폴대도 세웠다.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로 만든 안테나 폴대의 시멘트 몰탈 주입작업과 양생작업이 생각보다 문제가 많아서 예정보다 하루 지연되어 겨우 완료했다.
오늘 나흘째 밤에는 필요한 장비를 중계국 동굴 속에 실어 나르는 중이다.
오늘 운반하는 화물은 중계국에 보관해 둘 별도의 대기용 드론, BB4와 BB5이다. 문도와 지은이 각각 한 대씩 움켜쥐고 나르고 있는 중이다.
어제 밤에는 운반박스에 예비 배터리를 잔뜩 실어서 중계국 동굴 속에 먼저 가져가 운반박스 채 남겨두고 돌아왔다.
문도의 드론이 BB1이고 정훈의 드론은 BB2이다.
정훈의 BB2를 제외한 BB1내지 BB5는 모두 4엽 프로펠러 방식으로 화물 운반박스 거치대가 있고 500만화소 고성능 야간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또한 가제트 팔처럼 생겨서 오므렸다 펼 수 있는 두 개의 팔뚝 끝에 고물상에서 사용하는 오렌지 볼을 닮은 네 갈래 작은 로봇 갈고리 손가락이 달려있다.
정훈의 드론 BB2는 다른 BB들과 달리 운반 전용의 4면 대칭형 모델이 아니고 속도가 빠르게 만든 약간 삼각형에 가까운 모델로 운반박스와 로봇 팔은 없고 야간 카메라만 장착되어 있다.
다른 BB들은 드론 전체의 무게가 25Kg이다. 드론 본체는 15Kg인데, 운반박스 5Kg과 가제트팔뚝 5Kg등 부속장치 10Kg이 포함되어 25Kg이나 나간다.
정훈의 드론 BB2는 부속장치를 제거하고 기본적인 장치만 부착해서 전체 무게가 15Kg으로 훨씬 가볍다.
BB2는 원래 목적이 정찰과 전투용으로 제작되어 날렵하면서 신속하게 이동하는 구조로, 정훈의㈜뉴젠에서 직접 만든 삼각형 스텔스 전투기를 본뜬 모델이다.
구조는 BB2와 비슷하면서 크기가 두 배쯤 되는 BB6 모델도 제작 중에 있다. 나중에 1Kw급 고출력 레이저 건이 완성되면 장착해서 전투 및 포격작전 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제 다 왔어요. 저기 동굴 입구가 보이네요. 전조 라이터 켜고 속도 낮춰서 진입합니다!”
지은이 고개를 PC 화면 앞으로 디밀며 바짝 긴장한 상태로 연착륙을 시도한다.
문도도 조종기의 속도조절 노브를 돌려 속력을 늦추고 자기 화면에 나타난 중계국 동굴입구 주변에 변동사항이 없는지 주의해서 살피며 진입 대기한다.
지은이 지름이 2m도 채 안 되는 약간 타원형 동굴입구 중앙으로 정조준 하여 BB3를 진입시킨다. 3m쯤 들어가서 널찍한 동굴 속 중심자리를 약간 비켜서 입구를 향하여 돌더니 살포시 안착시켜 밑에 달린 BB4를 안전하게 풀어 내려놓고 그 옆에 드론 BB3를 착륙시킨다.
“오케이 제자리에 완착입니다. 이제 들어 가세요.”
바위동굴 내부는 폭과 높이가 3m는 되고 깊이도 7m가 넘어 보이는 그런대로 꽤 넓은 공간이다.
동굴 안쪽에는 어제 가져다 놓은 운반박스 두 개와 다른 물건들이 놓여있는 게 보인다.
그 비좁고 울퉁불퉁한 바위동굴 속을 꽤나 정교하면서도 신속한 동작으로 통과하여 연착륙시키는 걸로 보아 지은의 드론 조종솜씨가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이럴 때 보면 가녀린 여성의 섬세한 손놀림이 아무래도 두터운 남자의 부드럽지 못한 손동작보다 훨씬 나은 게 사실인 것 같다.
지은이 자기 드론의 라이터 휘도를 조금 환하게 밝혀준다.
문도의 드론 BB1도 동굴 속으로 뒤따라 들어가 지은의 드론과 한 걸음 정도의 거리에 안착해서 들고 간 BB5를 내려놓고 그 옆에 BB1을 착륙시킨다.
삼통사 본부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두 남녀가 120Km나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인산군 멸악산 바위동굴 속에 그들의 분신인 한 쌍의 드론을 나란히 앉혀두고 있는 중이다.
마치 잘 어울리는 선남 선녀인 신랑 신부가 원앙새 한 쌍을 들어다 가지런히 앉혀놓는 모양새처럼 참 보기가 좋다.
“잠시 쉬었다 할까요? 많이 힘들었지요? 크크.”
문도가 지은을 쳐다보며 마냥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저녁 7시에 출발시켰는데 꼬박 3시간이 더 걸려서 벌써 밤 11시가 다 되어간다.
운반박스를 떼고 전체 무게가 20Kg이 된 BB1과 BB3가 역시 운반박스 없이 20Kg인 드론 BB4와 BB5를 가제트팔로 각각 붙들고 날아 갔으니까, 두 개의 드론을 합친 전체 중량이 40Kg이나 되어 비행속도를 시속 40Km 이상 높일 수가 없었다.
물론 중간에 한 시간마다 안전한 곳에 임시로 착륙시켜 놓고 10분정도의 휴식은 취했다.
“또 커피 드실 거에요? 저는 그냥 코코아 타먹을래요. 커피 타드릴까요?”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문도에게 생긋 웃으며 물어본다.
“아, 예. 저, 저도 코코아 먹을게요. 흐흐.”
문도가 마냥 좋아서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사흘 밤을 함께 꼬박 새면서 두 사람 사이가 그새 예사롭지 않은 친숙한 관계로 발전한 듯싶다.
아무도 없는 삼통사 본부 연구실에서 젊은 남녀가 단 둘이 밤을 새웠는데, 글쎄 뭔 일은 없었는가 모르겠네.
“고 사장님은 피곤해 보이지도 않네요. 정력도 좋으셔요! 호호. 저는 넘 피곤해서 내일 월요일이지만 출근 않고 종일 푹 쉬어야 되겠어요. 고 사장님은 어떡하실 거에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눈 여겨 보지도 않을 TV는 괜히 켜놓고 아무런 대화도 없이 따끈한 코코아를 홀짝거리며 마시던 지은이 먼저 말문을 연다.
“아, 예. 저야 뭐 피곤하지도 않고, 이 실장이 내일 점심 때 나온다니까 그냥 여기로 나올 거에요.”
외모나 덩치에 비해 숫기가 없는 순진한 문도가 반 깍두기 머리를 긁적거리며 빙긋이 웃는다. 실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력이 좋다는 윤 차장 말이 마음에 쏙 드는가 보다.
“어머, 이 실장님이 내일 점심 때 도착한대요? 모레 오신다고 안 했던가요?”
지은이 예상했던 시간 스케줄이 어긋나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고향에 내려갔던 직속상관 실장 이정훈이 며칠 만에 나온다는데 집에서 죽치고 잠만 자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예, 그랬었는데 급히 뭐 상의할 게 있다고 오늘 밤 늦게 출발해서 내일 새벽에 도착하면 잠시 눈만 붙였다가 나온다고, 점심을 좀 일찍 함께 먹자고 아까 전화가 왔네요. 회사에는 안 가고 여기로 바로 올 모양이니까, 윤 차장은 회사에 안 나가도 될 거 같아요. 흐흐, 그 녀석 하는 짓이 맨날 그렇다니까요. 뭔 생각이 떠오르면, 밤이고 새벽이고 구분 없이 불러내요. 크크.”
“음.. 그러면 저도 내일 오후에나 회사에 나가볼게요. 오늘 서둘러서 일찍 끝나면 지금 11시 돼가니까, 새벽 5시 전에는 모두 마칠 수 있지 않겠어요?”
“예, 그러시든지요. 오늘 밤에 돌아올 때 중계국 근처에 있는 비행장을 한번 둘러보고 오려고 했더니 담에 가 보고 오늘은 서둘러 귀대해야 되겠네요. 올 때는 드론 무게가 가벼워서 속도를 좀 높여도 될 겁니다. 흐흐.”
문도는 휴식시간을 길게 가지면서 지은과 함께 진주에 놀러 가자고 작업하려던 참이었는데, 정훈이 때문에 며칠을 벼르던 용무는 말도 꺼내지 못 하게 되어서 영 기분이 찝찝해진다.
`심통 이 녀석 꼭 이런 때 초나 치고 내 여자문제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니까!`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한 뼘 거리도 안되게 나란히 소파에 앉아 오붓한 시간을 즐기려던 문도는 얼른 일어나기 싫어서, 괜히 TV 방송내용에 관심을 두고 보는 척 시선을 고정시키고 코코아만 홀짝거리며 민기적거린다.
마침 TV 공영방송 채널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들의 비참한 생활이 현지 르포로 방영되고 있었다.
시리아에서 과격테러단체 이슬람국가 IS의 잔혹한 학살을 피해 이웃나라 레바논으로 건너온 난민의 80%가 어린아이와 남편을 잃은 여자라고 한다.
그들은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일자리도 없고 레바논 정부조차 외면하여 거지보다 더한 생활을 하고 있단다.
물도 전기도 없는 월세가 수십 달러나 되는 다 찌그러진 단칸방에서 3명의 자녀와 함께 사는 남편 잃은 시리아 피난민 여성이 나왔다. 배가 고파 칭얼대는 어린 자식들을 먹일 돈을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다녀보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어떤 여성들은 일자리를 미끼로 한 인신매매 조직에 넘어가서 결국은 몸을 팔아야 하는 시리아 난민의 처참한 레바논 현장 모습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세상에 어째 저런 일이 다 있을까요? 눈물겨워서 더 못 보겠어요, 고 사장님!”
가만히 숨죽이고 보고 있던 지은이 소파에서 뽀스락 소리를 내고 일어서며 야릇했던 분위기를 깨트려버린다.
“그러게요. 저 IS인가 뭔가 하는 놈들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거 참, 나쁜 놈들 때문에 애꿎은 시리아 난민들만 지옥 같은 생활을 하는구먼! 음. 흠.”
문도도 성 매매가 어쩌고 하루에 10명의 손님을 받는다는 둥, 차마 윤 차장과 함께 앉아 보고듣기에 너무 민망한 장면이 나와서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어디선가 풍겨오는 묘한 페로몬 같은 냄새에 신경이 곤두서던 차에, 지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안 그런 척 시치미를 떼고 괜히 킁킁거린다.
“귀대 길은 내가 앞장설게요. 한밤중이라 산등성이 대신 민가가 있는 평지로 날아와도 될 겁니다. 혹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 생체인식기 켜고 따라오세요. 나는 그냥 앞만 보고 달릴 겁니다. 하하.”
20분간 휴식을 취한 문도와 지은은 다시 작업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드론 조종기를 거머잡고 비행준비를 한다.
“네, 편대장님 잘 알겠어요.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마세요. 동네 느티나무에 부딪히는 수도 있을 거니까. 호호.”
담배를 한 개피 피우고 나왔는지 화장실에 좀 오래있었던 지은이 가늘고 날씬한 돌싱 몸매를 비비 꼬며 이마 위로 흘러내린 긴 생머리 앞자락을 손으로 쓸어 넘긴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 가슴은 빈약하지만 잘록한 개미허리와 볼록한 하복부에 착 달라붙는 연갈색 짧은 니트스커트를 입고, 쿠션 없는 작업의자에 암팡진 엉덩이를 올리고 앉아있는 지은의 모습은 옆에서 쳐다보면 완전한 S라인 표준 몸매 그 자체다.
사나흘 밤을 눈치껏 훔쳐보아온 문도는 이 밤이 새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첫날밤부터 온갖 시나리오로 지은과의 야간작업에 대비한 둘 만의 은밀한 썸씽을 상상하고 기획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실천 못하고 서너 시간 후면 마지막 밤을 보내게 생겼다.
“헐! 너무 빨라요, 잉.~ 좀 천천히 가세요. 그러다 진짜 나무에 부딪치겠어요. 히힝.~”
테이블 위 PC화면을 쳐다보면서 지은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잠꼬대하는 귀여운 어린아이처럼 옹알거린다. 보기에도 시원한 가늘고 긴 손가락을 열심히 꼼지락거리며 조종 스틱과 노브를 능숙하게 만지작거리고 있다.
“어머, 잠깐만요! 생체인식기 경보에요!”
지은이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른다.
지은의 조종기에 약한 경고음이 나면서 적색 LED램프가 깜박거린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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