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연봉 비교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31. 연봉 비교
“네, 고 사장님. 음.. 실장님, 고 사장님께 말씀 드려도 괜찮죠?”
현재 20여명인 뉴젠 직원을 더 뽑아서 40여명이 되면 년간 지급될 연봉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는 문도의 질문을 받은 지은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사실상의 CEO인 정훈을 바라보고 묻는다.
자본금이 7억 5천만원인 ㈜뉴젠에 문도도 1억원을 투자한 주주이긴 하지만 경영에는 참여 안 하기로 했고, 규모도 직원 20여명에 매출이 25억원 정도에 불과해서 그 동안 자세한 회사사정에 별로 관심을 안 두고 있었다.
정훈이 납입자본금 5억원으로 지분이 66%가 넘어 뉴젠은 사실상 정훈의 개인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근상이도 1억원을 투자했고 윤지은 남매도 합해서 5천만원을 투자해서 근상과 지은, 정석이 등기이사로 등재되어 정훈과 함께 회사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니까, 다른 두 개 회사를 경영중인 문도는 뉴젠 운영에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얘기를 듣고 보니까, 뉴젠이 금년 매출목표가 55억원이나 되어 문도의 개인회사인 훈제칠면조 체인점본사 `비행 칠면조`의 월간매출 5억원, 연간매출 60억원에 거의 육박한다고 한다.
거기다 인원도 22명을 더 충원하면 뉴젠이 직원 40여명에 연간매출 55억원을 한다는데, 현재 문도가 CEO로 있는 진주의 `비행 육류가공`이 직원 40여명에 연간매출이 100억원 정도라서, 뉴젠이 매출규모에 비해 인원을 너무 많이 뽑는 것 같아, 일부러 직원 40명일 때의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것이다. 물론 가축을 도살해서 훈제하는 식품 가공공장과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직원 인건비가 같지 않을 줄은 이해하지만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세요! 고 사장은 경영에는 참여 안 해도 등기이사보다 더 높은 주주이신데, 당연히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드려야지요. 하하.”
등기이사건 대표이사건 주주총회에서 지분 따져 투표해서 해임이 결정되면 하루아침에 파리모가지 신세가 되는 법이다.
“네, 실장님 잘 알겠습니다! 고 사장님, 현재 뉴젠 인원이 대표이사 포함해서 모두 20명입니다. 연간 지급되는 연봉합계가 사장님 포함 8억 8천만원이에요.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서 22명을 더 뽑으면 증가분 연봉이 10억 5천만원 예정돼요. 22명이 다 충원되면 전체인원 42명 연봉합계는 19억 3천만원이 됩니다. 거의 20억원이 되는 셈이죠. 매출액대비 인건비 비중이 35%나 됩니다. 너무 많은가요? 호호.”
지은이 자기 마음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연간매출이 60억인 `비행 칠면조` 사장 겸 매출 100억의 진주 `비행 육류가공` CEO인 문도에게 생글거리며 자세히 설명해준다.
엊그제 삼통사 본부인 정훈의 오피스텔에서 한 밤중에 조지골 탈북자 구출작전을 함께 수행했다.
그러고 나서 문도가 마음에 든 지은은 일부러 요염한 포즈로 문도의 성욕을 자극한 다음, 휴식을 핑계로 문을 안 잠근 채 침실로 들어가 한 시간 넘게 문도의 간을 떠봤다.
문도가 완력으로 충분히 자기를 겁탈할 수도 있었는데도, 그냥 화장실에 가서 긴 시간만 보내고 꾹 참는 걸 보고 조폭 같은 외모와는 달리 문도가 순진하고 착실한 구석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아침에 함께 나와 해장국을 먹으면서 문도가 진주의 `비행 육류가공` 공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한번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오자고 해서, 나중에 보자고 해놓고 내심 마음이 기울고 있는 중이다.
지은의 나이는 문도보다 두 살 적은 31살이지만 자기는 결혼에 한 번 실패한 돌싱이니까, 아무래도 아직 숫총각인 문도와의 결혼을 전제로 한 사귐은 좀더 신중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싶었다.
“42명 연봉이 19억원이라고요? 좀 많은 것 같네요. 지금 `비행 육류가공`이 나까지 포함해서 40명에 15억원인데.. 그럼 뉴젠 평균 연봉이 비행보다 몇 배나 되나?”
문도가 지은에게 물으면서 넌지시 세희와 영란에게 나도 이런 사람이야 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네, 대략.. 1.2배 정도 되네요, 고 사장님. 뉴젠 봉급이 좀 쎈 가요? 더 낮출까요 실장님? 호호.”
지은이 대답해 주면서 뉴젠 CEO 정훈을 바라본다.
“괜찮아요 윤 차장! 육류가공업체하고 전자제품 제조업체 인건비가 같을 수는 없지요. 업종마다 급여는 다 다릅니다. 인건비를 많이 지급하고도 회사전체 이윤만 많이 생기면 되는 거니까 굳이 다른 회사 급여수준에 민감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지? 고 사장!”
정훈이 뜸들이는 시간도 없이 곧바로 대답해주면서 문도에게 시선을 꽂는다.
“그럼! 회사마다 제품도 다르고 종업원 수준도 다 다른데 평균 연봉을 똑같이 맞출 수는 없지. 나는 그냥 인원대비 우리 `비행 육류가공` 연봉이 너무 낮은가 싶어서 한 번 물어본 거야. 크크.”
지은이와 두 여자들 앞에서 좀 으스대려던 문도가 정훈의 레이저시선을 받고는 갑자기 꽁지를 내리고 뒤로 물러난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금 17억원인 `비행 육류가공`은 정훈과 근상도 각각 5억원과 2억원을 투자한 주주로 있고 경영만 문도에게 맡겨둔 거니까, 같은 금액 5억원만 투자해서 지분이 29%인 문도는 말이 CEO이지 둘이 합하면 지분이 41%로 자기보다 많은 정훈과 근상이 앞에서 함부로 나설 수는 없다.
또 한 명의 주주는 하동읍에서 칠면조농장을 하면서 문도에게 칠면조를 납품하고 있는 강호준 사장으로 5억원을 투자했다. 강 사장도 예전에 정훈의 부친 이재성사장의 ㈜태성에서 기술과장으로 10년간 근무했던 사람으로 지금도 명절과 이재성사장 생일에는 하동근처인 악양루에 들러 하례를 드리고 있다.
“옴마야!~ 고 사장님이 그런 큰 회사 사장님이에요? 나는 `비행 칠면조` 체인점만 하시는 줄 알았어요. 대단한 분이시네요! 우리 박사오빠야도 회사 하나 차리면 안 돼요? 내가 투자할게요! 히힝.”
영란이 문도가 부러워서 자기가 좋아하는 근상의 팔을 붙잡고 흔든다.
“이런, 내가 아직 말 안 했었나? 내가 저 친구가 바지사장으로 앉아있는 `비행 육류가공` 주주에요. 이 실장하고 나하고 합하면 저 친구보다 지분이 더 많아요. 경영 똑바로 못하기만 해봐, 주주총회 때 그냥 콱, 잘라버릴 거니까! 키키.”
근상이 여자, 영란의 아양 때문에 깜빡 홀려서 오랜 친구 사이에 금 갈 소리를 하고 있다.
남자 친구들은 여자들 있는 곳에서 모임을 가질 때 극히 말조심을 해야 된다.
“저기, 지은아!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임금격차가 크다고 아우성이던데, 그 차이는 얼마나 되냐? 뉴젠이나 비행육류나 중소기업인데 많아 봤자 대기업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은 봉급일 거 아니니?”
눈치 빠른 세희가 또다시 티격태격할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얼른 지은에게 질문을 던지며 슬쩍 영란을 힐끔거린다.
그 외에도 이대로 뉴젠의 연봉 얘기를 하다 보면 3~4천만원이 나올 것 같은데, 명색이 매니저라면서 월급이 손님들 팁까지 합해서 한 달에 200만원 조금 넘어 연봉으로 치면 꼴랑 2천5백만원 정도인 영란이, 너무 기죽어서 근무의욕을 상실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해서다.
“아, 대기업 연봉? 엄청 높지! 종업원 300명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평균연봉이 6천만원으로 월급은 500만원인 인줄 알고 있어. 종업원 300명이하인 중소기업은 평균연봉이 3천7백만원 정도 되고. 그런데 세희야, 그 금액은 퇴직금이 포함된 거라서 국민연금이랑 건강보험, 소득세 같은 제세공제금액 떼고 나면 실 수령액은 한 75% 정도 밖에 안돼! 월급이 500만원이면 음.. 370만원 정도? 300만원이면 220만원 밖에 못 받아 가지. 실 수령액은 얼마 안돼. 여기 공단에 있는 회사들 중에 종업원이 300명 넘는 기업은 몇 개 안 될 걸? 호호.”
절친 세희의 속내를 눈치 챈 지은이 금세 영란이가 기죽지 않을 내용으로 기업체들의 급여를 설명해준다.
“어머나, 여기 공단에 다니는 사람들 월급이 220만원밖에 안돼요? 나하고 비슷하네 뭐! 그러면서 폼은 왜 그렇게 잡고 다닌대? 그지요? 박사오빠야! 히힝~”
지은의 설명을 들을 영란이 좋아서 근상의 팔을 잡고 자기의 불룩한 젖가슴에 문질러 부빈다.
“그러게 말이다. 듣고 보니까 퇴직금까지 보태지고 세금도 떼기 전의 금액이네. 영란이 너는 세금도 안 떼잖아! 호홍.”
철모르고 우쭐대는 영란을 보고 세희가 안심이 돼서, 근상이 대답하기 전에 영란을 아예 세뇌시켜버린다.
“거, 대기업은 명색이 일류학교 나온 머리 좋고 실력 있는 사람들 뽑아서 봉급을 많이 주는 건 이해하겠는데, 공무원들은 왜 그리 많이 주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어!
대학 때 맨날 놀던 내 친구 한 명은 졸업하고 취직이 안돼서 빌빌거리더니, 철 가방 직업이라고 9급공무원고시를 5년이나 재수해서 겨우 합격했어.
그런데 한 10년만 있으면, 6년동안이나 큰 돈 들여가며 대학원 다녀서 어렵게 박사학위 딴 나보다 봉급이 더 많을 거 같아 배가 아파 죽겠다. 키키.”
근상도 세희의 의중을 눈치채고 영란을 위로하느라고 사실인지는 몰라도 친구 한 명을 팔며 괜히 공무원 봉급이 많다고 투덜거린다.
“공무원 연봉이 얼마나 되는데 그래?”
잠시 잠잠하던 문도가 근상이 말문을 열고 연설을 하자, 참지 못하고 꼬집고 나선다.
“응, 평균연봉이 대기업 수준이야! 아마, 거의 6천만원쯤 될 걸? 그렇죠, 윤 차장님?”
근상이, 날카롭게 날아오는 문도의 화살을 문도가 좋아하는 지은이에게로 슬쩍 돌려버린다. 머리로 치자면 정훈이보다 좋아서, IQ가 148인 멘사 MENSA 수준이다.
“네, 맞아요. 금년 공무원 평균연봉이 5천9백만원으로 대기업평균과 거의 같아요. 물론 대통령까지 포함된 전체 평균이라서 높겠지만요. 호호.”
지은이 신규직원 채용계획을 세울 때 임원회의에서 이미 근상과 함께 검토한 내용이라 지체 없이 얘기한다.
“대통령은 봉급이 얼마에요? 엄청 많지요? 지은 언니, 차장님!”
영란이 날름 나선다.
“응, 대통령 연봉은 2억 1천만원이야. 국무총리가 1억 6천만원이고, 장관이 1억 2천 좀 넘어. 생각보다 얼마 안 돼지? 영란씨!”
지은이 귀여운 영란을 보고 빙긋이 웃는다.
“어머나, 장관이 1억 2천이에요? 국회의원보다 작아요? 사장님 언니, 지난번 선거 때 손님이 국회의원 연봉이 1억 4천만원이나 되는데 맨날 싸움질만 한다고 팍, 깎아버리든지 국회의원 숫자를 반으로 줄여야 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영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희를 쳐다본다. 이런 업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손님들 덕분에 정치평론에는 일가견이 있다.
갑자기 공무원의 높은 연봉을 향했던 질타의 화살이 국민들이 투표해서 선택한 300명 선량한 국회의원을 향한다.
선량인지 한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책입안도 안 하고 맨날 빈둥거리면서 어쩌다 괜찮은 동료 국회의원이 애써 올려놓은 다급한 입안도 자기들 몸 단도리 때문에 통과시키지 않고 방치하면서, 국민의 세금만 축내는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난타를 좀 받아도 싸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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