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미국 동부를 향하여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68. 미국 동부를 향하여
“자네 말대로 금을 사뒀더니 다락같이 올랐구먼!”
대도정밀 신창원사장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전략실 전창배부장을 기특한 듯 바라본다.
전창배는 신창원의 이종사촌 동생으로 미국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내 벤처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신창원은 국내 최고의 부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금년 초에 이모 아들인 전창배를 불러들여 전략실 부장으로 앉히고 새로운 투자사업을 찾는 업무를 맡기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결과가 찬성 쪽으로 결판날 것 같습니다. 그리 되면 주식시장이 요동칠 것이고 불안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처분하고, 채권구입이나 금을 사는 데로 돈을 돌릴 겁니다. 지금쯤 금을 좀 사두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한 달 전에 전 부장이 영국이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게 될 것 같으니까, 여유자금을 금을 사는데 투자하자고 제안을 했었고 그대로 했더니 결과가 전 부장 말대로 맞아떨어졌다.
“설령 브렉시트가 반대쪽으로 결판이 났어도 금값은 크게 변동하지 않았을 거니까 안전한 베팅이었지요. 어느 정도 금값이 오르면 처분해서 이제는 대형조선소나 아니면, 초대형 유조선과 가스운반선이 있는 대형선사 주식에 투자하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전 부장이 콧등으로 흘러내린 금테안경을 쓸어 올리며 날카로운 눈매를 반짝거린다.
“자네 말대로 쇠락한 선박수리업종에도 투자하고 1만톤급 배도 사서 `창원해운`을 확장했는데, 거기에 더해서 대형조선소 주식을 사자고? 지금 산업은행의 D조선소 출자전환문제로 언론이 떠들고 정부에서도 골치를 앓고 있는데! 무슨 새로운 정책금융 지원방안이라도 나왔나?”
“낼 모레 26일에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식이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전 세계 70개국 정상이 참석하고 해운업계거물들이 다 모이는 국제적인 큰 행사입니다. 이제 세계의 해운업 판도가 아주 크게 달라질 겁니다.”
“파나마운하 확장개통? 얼마나 확장시키는데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는 얘기야?”
“예, 기존의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일반선박은 7만톤급이고 컨테이너선은 4400TEU, 벌크선은 8만톤급이하 입니다.”
“그래, 그 걸 `파나막스` 급이라고 부르잖아? 그건 나도 알지.”
“예, 그게 이제 선박은 20만톤급, 컨테이너선은 1만3000TEU이고 일반 벌크선은 17만톤, 유조선은 15만톤까지 통과할 수 있게 됩니다. 소위, `뉴-파나막스` 급이지요. 운하 확장공사비만 52억5000만달러(약6조원)가 들었답니다.”
컨테이너선 1TEU는 길이 약 6m짜리 컨테이너 1개 단위이고 벌크선은 곡물이나 석탄, 원유를 실어 나르는 배이다.
“와~따, 돈 엄청나게 들였네! 파나마운하가 인자는 파나마나한 게 아닌 갑다. 크크.”
신창원이 어릴 적에 쓰던 아재 개그를 하고 있다.
“그럼요. 전에는 미국 동부해안에서 LNG를 싣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서 한국까지 오는 항로는 45일이나 걸렸습니다. 이제 확장된 파나마운하를 통해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오게 되면 25일밖에 안 걸립니다. 그리 되면 LNG 선박이 미국과 한국을 왕복할 수 있는 항차 수가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나? 20일이나 단축되면 시간이 절반도 안 걸리는데, 이제는 전부다 파나마운하를 통해서 미국으로 왔다 갔다 하겠네! 수출용 컨테이너선도 지금은 미국 서부해안에 하역해서 동부 쪽으로는 다시 기차로 옮겨 실어서 나르지 않아?”
“그렇지요. 그러니까 대형 컨테이너선도 앞으로는 파나마운하를 통해서 곧바로 미국동부로 가게 될 겁니다. 초대형 선박을 보유한 선사들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따라서 초대형선박의 신규건조 주문이 분명히 늘어날 건데, 그런 초대형선박의 건조는 아직은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아닙니까? 마침 국내에서 조선업계 구조조정문제로 주식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빨리 사 두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하네! 그런데, 대형조선소는 빅3를 금세 알겠는데, 대형선사들은 어디를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 해운업계는 용선료 인상문제로 많이 움츠러들어서 대형선사가 별로 없지 않아?”
“예, 그렇지요. 그러니까 외국 초대형선사를 골라서 투자하시면 될 겁니다. 그 부분은 좀더 외국의 동향을 주시한 다음에 결정하시고요.”
전창배의 눈빛에는 국제경제문제 분석에 관한 자신감이 보이고, 신창원의 입가에는 욕심 어린 투자의욕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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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미래비전연구소, 약칭 `미비연`의 회의실.
직사각형 회의테이블의 푹신한 상석에 소장 정경재가 앉아서 테이블 좌우로 나눠 앉은 정책실과 경제실 멤버들 4명과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에 국제신공항건설이 유력한 후보지 밀양이 아니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나서 TK민심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 소장의 고교 후배인 정책실장 우두석이 머리를 조아리며 보고를 한다.
“아니, 대구에서 기존의 김해공항까지 가려면 기차나 버스로 100분이나 걸리던 것을, 앞으로는 기차만 타면 70분정도면 갈 수 있도록 경부선하고 경전선 시설을 개선해주겠다는데 그 사람들은 왜 그리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네!”
정 소장이 짜증난다는 듯이 몇 가닥 남아있지 않은 앞 머리칼을 쥐어뜯는다.
자기 딴에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기술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정치적인 부분도 고려해서 가장 무난하다 싶은 의견을 `그린 루프`에 제출했고, 결국 그것으로 발표가 나서 한시름 놓고 있는데 지지율의 텃밭에서 강짜를 부리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대구에서 40분이내로 갈 수 있어서 그런답니다. 음. 흠.”
“뭐야? 겨우 30분 차이 때문에 그런단 말이야? 도대체 그 사람들 1년에 외국에는 몇 번이나 나가길래 그 야단이야? 그럼 아예 공항 근처로 이사를 가서 살면 되지 않아!”
“소장님, 진정하십시오. 어디 뭐 공항에 가는 시간 때문에만 그러겠습니까? 여러 가지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 보다 북한 미사일 문제가 더 심각한 것 아닌가요? 우 실장님!”
가만히 듣고 있던 경제실장 박제민이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나선다. 그는 우두석이보다 5살이 적다.
“아, 그렇지! 그래, 이번에 쏴 올린 북한 미사일은 제대로 개발이 된 것 같은가?”
정치문제 이지만 정 소장은 우두석이 대신 경제실장인 박제민을 바라보고 묻는다.
박제민은 현 대통령의 모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출신으로 일찌감치 전자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 대기업에 몇 년을 근무하다 나와서 미국으로 건너가 잘 알려진 대학교에서 MBA(경영석사)학위도 따고, 지금은 국제경제 동향분석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38살의 젊고 유능한 인재이다.
“예, 이번에는 북한이 무수단을 제대로 개발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날리면 일본의 괌에 있는 미군기지까지도 날아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어, 흠.”
우두석이 얼른 가로채고 자신 있게 답변을 한다. 정치적으로도 제일 민감한 북한 문제니까 정책실장인 자기가 먼저 대답해야 되겠다 싶은 모양이다.
“그래? 지난번에는 국방부에서 북한이 아직 제대로 개발을 못한 것 같다고 하더니 이제는 인정을 하는 거야?”
“예, 이번에는 아주 어려운 각도로 고공으로 쏘아 올려서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서 동해바다에 정확히 떨어졌답니다. 이정도 기술이면 삐딱하게 괌을 향해 날리면 괌 미군기지는 제대로 맞힐 수 있다고 합니다.”
“삐딱하게가 뭐야? 괌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 데?”
“그것이 저.. 발사 각도를.. 그러니까, 30··· “
“예, 수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45도 안팎의 각도로 날아 올라간 후에 각도를 더 낮춰서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비행합니다. 물리학적으로 계산하면 진공 수평상태에서 45도 각도로 물체를 쏘아 올릴 때 가장 멀리 날아갑니다.”
우두석이 머뭇거리자 전자공학박사 박제민실장이 얼른 대신해서 답변을 해준다. 원래 정 소장이 자기에게 물어본 건데 우두석이 잘난 체 가로채서 대답하다가 깊이 있는 설명을 못하고 있는 거니까 당연하다.
“45도가 아니고, 30 몇 도라니까요!”
어물거리다가 발언권을 뺏겼던 우두석이 자신 있게 반박을 한다.
“예, 우 실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45도 각도로 쏘는 것은 진공상태에서 직선거리에 있을 때 얘기고, 지구표면이 곡면이고 공기저항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중장거리 미사일은 비행각도를 30~35도 범위에서 발사합니다. 만약 북한이 무수단을 32도 각도로 발사한다면 최대고도 630Km에 도달하는 타원궤도를 따라서 3200Km 거리의 괌 미군기지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공학박사 박제민실장이 본의 아니게 사회선배인 우두석실장을 면박하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나 복잡한 걸 어떻게 다 계산하지? 역시 공학은 어려워. 그지?”
정경재소장이 후배인 우두석이 무안할까 봐 두둔을 해준다.
“예, 이번에 북한이 쏘아 올린 무수단 `화성-10호`는 관계당국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직각에 가까운 83도로 날아 올라간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가파른 각도로 대기권(고도100Km)을 벗어나 최대고도 1413Km까지 상승비행 했다가 급격히 낙하하면서, 원산 앞바다 400Km 전방의 예상수역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정경제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라는 듯 술술 설명해준다.
“아니, 그러다 북한이 각도를 조금만 잘못 잡아서 쏘아 올리면, 우리 서울에도 떨어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예, 맞습니다. 원래 동쪽을 향해서 발사하니까 서울은 아니겠지만, 여차 하면 일본열도의 홋카이도에는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진중한 박제민이 테 없는 직사각형 안경 속의 날카로운 눈매를 무섭게 반짝거린다.
“야~ 그럼 이거, 북한이 다음에 무수단 잘못 쏘았다가 일본에 떨어져서 진짜로 전쟁 나는 거 아니야? 어이, 우 실장! 전쟁 나면 우리가 이길 수는 있는 거야? 북한 미사일이 남쪽으로 발사되면 막을 방도는 있는 거야?”
갑자기 58살 정경재소장이 전쟁이 터져서 난리가 나는 게 걱정인지 안절부절을 못한다. 명색이 한 나라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만들어 낸다는 `미래비전연구소` 소장이 저래서야 되겠나 싶다.
“하이고, 소장님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미국은 뭐 폼으로 우리 우방이라고 미군부대 주둔시키고 있는 줄 아십니까? 미국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싸드(THAAD)만 한반도에 구축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북한이 날린 미사일은 조기경보기가 다 감지하니까, 뜨자마자 우리 쪽에서 쏜 미사일이 추적해서 전부 격추시킬 겁니다.”
“아, 그렇지 참! 싸드만 빨리 배치되면 암 문제 없겠네. 그래도 북한이 무수단 말고도 단거리 미사일도 잔뜩 배치시켜놓고 있는데 한꺼번에 수백 발씩 쏘아대면 그거 다 찾아서 맞힐 수 있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막상 전쟁이 터져서 하늘로 수백 발씩 날아오면 대책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가 보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김정은이 뿐만 아니라 북한 수뇌부가 무서워하는 B-2기가 괌에 있는 한, 북한이 함부로 전쟁은 못 일으킵니다. B-2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도 않고, 지하 60m를 관통하는 강력한 `벙커버스터 GUB-57`이 있어서 김정은이의 지하벙커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습니다. 하하.”
미국 군사력의 위력을 믿는 우두석이 아주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안심을 시킨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성공으로 인해서 전쟁의 위험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봅니다. 북한이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미사일은 미국 동부 워싱턴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입니다.”
잠시 망설이던 박제민이 정색을 하고 말문을 연다.
“ ICBM? 그거는 대기권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속도가 마하 20~25에 이르니까, 탄두부분에 섭씨 6000~7000도의 마찰열이 생겨서 북한은 아직 못 만들지 않아요?”
우두석이 아직은 북한 실력으로 ICBM은 어림도 없다고 반박한다.
“아직 시험발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무수단 미사일 엔진 2기를 장착하고 최대사거리 1만~1만2000Km를 날아갈 수 있는 KN-08.14 ICBM이 있습니다. 이번에 성공한 무수단은 속도가 마하 15 안팎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번 성공에 고무된 북한이 이 ICBM발사시험을 서두른다면, 우리가 상상 못할 재앙이 현실화 될 수도 있습니다. 자칫해서 진짜로 일본열도 어딘가에 떨어지면 어찌되겠습니까? 일본이 가만히 있을까요?”
“···.. ···..”
박제민의 차분한 설명이었지만 그 얘기를 들은 좌중은 잠시 침묵 속에 휩싸이고 만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과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2호 및 단거리 방사포에 대해서는
이 글 도래인의
제8화 “대포동 미사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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