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공모전참가작 새글

수천권
그림/삽화
수천권
작품등록일 :
2024.05.08 14:4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5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13,765
추천수 :
243
글자수 :
319,700

작성
24.05.08 15:45
조회
514
추천
8
글자
11쪽

복수의 씨앗

DUMMY

물속 같은 고요와 아수라의 입 속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산장.


그 고요와 어둠 속으로 70여명의 흑도와 마교의 절정고수들이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모두가 일방의 방주급 들인 그들은 이전과는 달랐다. 각자의 검과 창, 암기로 무장한 채 조를 이루어 차륜전을 시작했다.


수많은 전투를 치러본 악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며 마치 진법을 구사하듯 서로를 보강해 주며 이끌고 갔다.


현무성 백의 수호대 역시 숱한 전장을 누볐던 전사들답게 자신들이 죽어야 이 싸움이 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시진 넘게 휘몰아치는 검기와 내력의 충돌에 의해 주변의 시체들이 터지고 갈라졌다.


마치 겨울 삭풍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듯 피 보라가 피어올랐다.



수호무사들이 서서히 지쳐가자 관망을 하던 삼 장로가 전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손에서 현무신공의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며 모조리 태울 듯한  극양의  장력이 쏟아지자 금사교 고수들이 서너 명 씩 쓰러졌다.


수호대 역시 부상자가 생기고 진력이 고갈 되어 갔지만 금사교의 절반이 넘는 고수들도 수호대와 삼 장로의 강력한 장력에 피떡이 되어 나뒹굴었다.


서서히 그들의  눈에 공포의 빛이 헐떡이기 시작할 때 한 순간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스무 명의 흑운교 고수들이 나지막이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하얀 화폭 위에 일필휘지 먹물을 뿌리듯 그들의 도에서 검은 기운을 일제히 토해냈다.


그 순간 삼 장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조심해라! 도강(刀強)이다!!”


빳빳하게 세워진 채찍인양 검은 빛 도강이 하늘을 반으로 갈랐다.


하늘이 두 쪽 나자 땅도 갈라졌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른다는 마공 단혼일도(單魂一刀).


그래서 죄가 있는 사람도 죄가 없는 사람도 갈라졌다.


베지 못하면 스스로가 베이고 만다는 단혼일도의 그 끝은 잔인했다.


흑운교 수하들 대부분이 갈라졌다.


호위무사 역시 단 네 명만이 한쪽 팔을 덜렁거리며 서 있을 뿐 나머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갈라졌다.


삼 장로를 향해 두 명의 수하와 함께 단혼일도를 펼친 흑운교 팔호법의 머리는 뭉개져서 몸뚱이만 남아 서 있었다.


하지만 팔호법의 움켜쥔 손에 있는 도는 현무성 삼 장로의 어깨 깊숙이 박혀 머리 없는 몸뚱이와 호흡을 맞춘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삼 장로가 팔호법의 몸통을 발로 차버리자 칼이 뽑히며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그 피를 찍어 맛을 보던 삼 장로가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피 맛을 보는구나. 한 20년쯤 되었나? 참 세월 빠르구나.." 하며 무표정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때 짧은 호각 소리가 두 번 울렸다.


계략을 품고 있는 후퇴명령이 내려지자 악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썰물처럼 물러나 사라졌다.


희미한 달빛 아래 죽음을 앞에 둔 전사들은 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지혈 후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들 앞에 한 무리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아미타불"


나직한 불호 소리와 함께 등장한 그들은 이십여 년 만에 자신들의 진산기보를 찾아서 떠나갔던 구파 일방의 사람들이었다.


삼 장로가 냉랭하게 물었다.


“어떤 일로 돌아 오셨소? 자허대사.”


짐짓 자애로운 미소를 지은 소림사 주지 자허는 삼장로를 향해 물었다.


“장주님은 어디 계시오?”


묻는 자허대사 뒤의 포진한 군웅들의 표정은 적의와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삼 장로는 어이없다는 듯 조롱 섞인 목소리로


"지금 주변의 시체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를 도와 줄 것이 아니라면 썩 비키시오!"



그때 ‘태산파’ 문주 ‘서영달’이 외쳤다.


“마경을 흑운교의 손에 빼앗기기 전에 우리에게 넘기시오! 그러면 당신들도 무사 할 수 있지 않겠소?”


삼장로는 껄껄 웃으며


“ ‘정도무림’이라는 작자들이 곤란한 지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것을 이용해 남의 물건을 빼앗으려 하다니 그것이 정도무림이오?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물러나라! "


이때 ‘청산파’ 장문이 나서서 음흉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 ‘계화의 난’을 주도한 ‘일영왕’을 척살하고 그의 모든 것을 압수하라는 황제의 명을 받았소이다!”


삼장로는 어이없어 하며


“네놈은 이십년 전 나에게 ‘청산검보’를 받치며 살려 달라 애원해서 멸문 시키라는 전 황제의 명도 거역하며 ‘검보’만을 받아왔었거늘.


이제 와서 황제의 명이라면서 나를 겁박 하려느냐! 너의 배은망덕한 행동에 지나가던 개도 네 얼굴에 오줌을 갈길 것이다.


구파일방!


네놈들의 멸문을 막아준 ‘현무성’을 이렇게 능멸하려 한다면 네놈들을 황제가 아니라 현무성의 이름으로 멸문 시킬 것이다!!”



삼장로의 노갈에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쌓인 구파의 고수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운데 ‘당문’의 ‘천화수’가 나섰다.


그는 능글맞은 소리로


“네놈들을 모두 죽여 살인멸구를 한다면 ‘정도무림’의 치욕사도 사라지고 마음속 두려움의 짐도 없어질 것인데 어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가 있겠느냐?


또한 작금에 어찌 황제의 명을 거역할 문파가 있겠느냐! 그러니 순순히 ‘아수라마경’을 내놓고 자결을 하거라!”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였다는 듯 삼장로는 비웃음을 흘리며 무리 뒤 한쪽 구석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한 흑의인(黑衣人)에게 물었다.


“ ‘장 내관’이 직접 온 것을 보니 황제가 그런 명령을 내린 것 같구려.”


수염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의 장 내관이라 불린 중년의 사내는 당황도 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


“그렇소! 여기에 황제의 칙령이 있소이다.” 하면서 금색의 용이 새겨진 두루마리를 펼쳐 보였다.


“푸-하! 하!!”


삼 장로는 앙천대소를 쏟아낸 후 한마디 내뱉었다. 


"황제 그놈이 우리 성주님과 현무성 때문에 그 자리에 올랐는데 이렇게 배반을 하다니! 오래 살지는 못 할 것이다."


‘천화수’가 또다시 교할하게 소리쳤다.


"무엄하다!! 감히 어디서 황제를 능멸하려 하느냐?"


삼장로는 기가 막힌 듯


“어이~~! 정파의 방주들!! 무림이 언제부터 황제의 개가 되어 짖기 시작했단 말이오?


그대들 또한 무림의 불문율을 무시하고 욕심 때문에 황제의 간계에 놀아난 어리석음을 언젠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오.”


그 소리를 들은 ‘자허대사’가 "아미타불"하며 뒤로 물러나자 ‘불호’ 소리가 신호인 듯 ‘벽력문’ 철조운과 ‘사천당문’ 천화수가 앞으로 나섰다.



천하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반역에 동조한 자들을 모두 척살하라!”


그러자 철조운의 소매 속에서 ‘벽력문’의 독문암기인 ‘벽력탄’이 쏘아졌고  천화수의 온몸에서는 당문의 최고 절기인 ‘만화 비침’이 ‘독무’와 함께 펼쳐졌다.


독무의 검은 연기 속으로 수십 개의 벽력탄과 수천의 암기가 쏟아지자 동시에 소림사의 ‘대라 금강장’ 무당의 ‘태극권’ 화산의 ‘매화검’ 등 구파의 절세 무공이 벼락 치듯 연기 속으로 짓쳐 들었다.



이를 본 수호대는 삼장로를 막아서며 마지막 남은 진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으로 방탄막을 쳤다.


‘쾅! 콰--쾅!!!!!’


산 정상이 날아갈 듯 엄청난 폭음이 터지자 흙먼지와 함께 근처에 있는 나무들은 뿌리 채 뽑혀 올라갔다.


잠시 후 연기가 바람결에 사라진 후 불에 탄 검은 살점들을 온몸에 덮어 쓴 삼장로가 드러났다. 입에서는 검은 피가 꾸역꾸역 밀려 나왔다.



가까스로 모든 피를 토하고 난 후 삼장로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전음을 보냈다.


“진..호충... 보았느냐...  우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마라. 이제 마지막을... 시행하라.....”


그리고는 부릅뜬 눈으로 성주가 있는 내원을 향해 머리를 땅에 박은 채 통한의 이승을 하직했다.



잠시나마 탐욕의 잔인한 현장에 움찔하던 그들은 서서히 내원을 향해 움직이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내원을 받치던 기둥들이 무너지며 무서운 불길이 일어났다.


화약보다도 기름보다도 더 강한 현무신공의 불길과 분노의 불길이 화산이 분출하듯 솟구쳐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꺼져가는 불길 속에서 하나의 하얀 물체가 드러났다.


당금의 황제도 두려워하는 ‘일영왕’이자 현무성의 성주인 ‘성산신’이었다.


극양의 무공을 연마한 그는 화마 속에서도 수염 한 톨 타지 않았다.


군웅들이 경악하고 있을 때 ‘성산신’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두 줄기 화염을 내뿜으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어리석은 놈들!!! 현무와 봉황의 무서움을 알게 되리라!!!”


그리고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극양의 본원 진기를 내뿜어 자신을 태워버렸다.


평생을 무림과 백성을 위해 전장에서 싸워온 노(老) 영웅은 배반의 독주를 마시고 재로 사라졌다.



그 순간 아수라 마경이 재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대지 위에 뿌려질 피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달빛이 사라졌다.


먹구름이 몰려와 천지의 모든 빛을 차단하고 ‘장대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존재하는 모든 더러움과 악을 씻어 내려는 듯 비는 으르렁거리며 포효하였다.


그 빗속에 복수의 씨앗은 뿌려졌고 젖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서편 봉우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흑운교 교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드디어 현무성의 하늘이 무너졌다. 완벽한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였다. 이제 중원에  피 바람의 광풍이 불겠구나.”


흡족한 미소를 짓던 교주는 진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려 자신을 완전한 어둠으로 만든 후 몸을 돌려 동쪽 능선의 정상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채 일각도 안 되어 도착한 정상에서 흑운교주는 흠칫 몸을 떨어야만 했다.


정상 주변에는 장대비가 수백 개의 고드름이 되어 땅에 꽂혀 있었다.


얼음들은 얼마나 차가운지 장대비에도 녹지 않고 꼿꼿하게 박혀 불꽃처럼 빗방울을 튕겨 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봉황성의 천하제일 ‘극음지공’. 여인들만의 성지인 ‘봉황성’도 금기를 깨고 출도 하였구나.


중원의 피비린내는 더욱 짙어질 것이고 나의 길고 긴 기다림도 이제 그 끝이 보이는구나.”



오만한 미소를 남기고 떠난 그 자리에는 그가 발견 못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풀잎 위에 방울방울 떨어진 피눈물의 '한빙(恨氷)'. 그 '한빙'의 한을 그는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 시각 절벽 끝, 백 여장 아래에 있는 갈라진 돌 틈 사이의 한 동굴에서 '진호충'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두통의 서신을 전서구에 묶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살. 생. 부.’



그가 적은 살생부에는 그의 스승님과 성주님 그리고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이 적혀 있었다.


진호충은 이빨이 으스러지도록 갈아 부쳤다.


‘오늘 벽황산을 적신 비처럼 너희들의 심장을 갈라 그 흐르는 피로 네놈들의 더러운 육신을적셔 주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의 수레바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6 무성파사장(2부 39화) NEW 7시간 전 11 0 10쪽
75 신화문 (2부 38화) 24.09.14 43 0 11쪽
74 태양과 천도(2부 37화) 24.09.13 49 0 10쪽
73 제왕지로(帝王之路)(2부 36화) 24.09.12 54 0 9쪽
72 장천검의 검무(2부 35화) 24.09.09 57 0 9쪽
71 협의문(2부 34화)  24.09.08 55 0 9쪽
70 혈성랑 (2부33화) 24.09.07 52 0 10쪽
69 남궁 화의 계략 (2부 32화) 24.09.06 55 0 9쪽
68 주화산의 보름달 (2부 31화) 24.08.31 66 0 9쪽
67 호위무사 (2부 30화) 24.08.30 65 0 9쪽
66 구씨 촌 (2부 29화) 24.08.29 58 0 9쪽
65 추호비침 (2부28화) 24.08.24 66 0 10쪽
64 두개의 달 (2부 27화) 24.08.23 74 1 12쪽
63 나한동인 (2부26화) 24.08.22 68 0 9쪽
62 무림첩 (2부25화) 24.08.17 79 1 8쪽
61 문주의 첫걸음 (2부24화) 24.08.16 85 0 9쪽
60 월하장 (2부23화) 24.08.15 75 0 8쪽
59 재회 (2부 22화) 24.08.10 84 0 10쪽
58 정도문 (2부 21화) 24.08.09 82 0 9쪽
57 박쥐 (2부 20화) 24.08.07 92 0 9쪽
56 영웅은 사라지고(2부 19화) 24.08.03 87 1 12쪽
55 미혼산 (2부 18화) 24.08.02 89 0 11쪽
54 첫 걸음 (2부 17화) 24.08.01 91 1 8쪽
53 현상금 (2부 16화) 24.07.28 97 1 9쪽
52 의형제 (2부15화) 24.07.26 104 1 8쪽
51 힘의 뿌리 (2부 14화) 24.07.25 96 1 10쪽
50 구청산 (2부 13화) 24.07.22 94 2 8쪽
49 드러난 진실(2부 12화) 24.07.21 107 2 10쪽
48 빙정의 사연 (2부 11화) 24.07.19 112 2 8쪽
47 억울한 절규 (2부 10화) 24.07.18 101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