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수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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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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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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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혈담의 맹세

DUMMY

한편 지하 갱도로 들어온 민혁은 엄습한 추위에 몸이 떨리고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자연동굴의 불규칙한 바위에 부딪쳐 온몸에 멍이 들었다.


하지만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몸에 내려졌던 금제가 풀리자 내재되어 있던 현무신공이 서서히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열화석 위에서 쌓은 내공은 극양의 무공이라 진기가 일주천 하자 몸이 더워지고 어둠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그 끝이 없을 것 같던 험도는 갑자기 넓고 거대한 광장과 연결되었다.


야명주가 박혀 있는 동굴 벽에는 검은 이끼가 덮여있고 중앙에는 냉기가 솟아나는 연못도 있었다.


광장은 절벽 가까이에 있는 듯 갈라진 틈으로 들어 온 햇빛이 여러 개의 작은 동굴들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운기조식의 삼매경에서 빠져 나온 그는 할아버지가 품에 넣어준 팔찌와 두툼한 책자를 꺼냈다. 


그것은 구파 일방에게 돌려준 비급들의 필사본이었다.


민혁은 책갈피에 끼어 있는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 민혁아. 이 할아버지는 현무성의 4대 성주란다.


네가 태어나기 전 세상은 7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서로 왕이라 칭하며 세력과 땅을 늘리기 위해 끝없는 전쟁을 하고 있었다.


곡식으로 푸르러야 할 들판에는 부러진 창과 시신들로 덮였고 이에 백성들은 남자는 전쟁터에 끌려 나가 죽고, 남아 있는 가족들은 굶어 죽었다.


그 참혹한 전쟁의 폐해는 하늘도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원래 무림이 권력 다툼에 관여 하는 것은 금기였다.


하지만 백성들의 통곡을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진 나라의 예성왕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루어 전쟁의 폐해로부터 백성들을 구할 결심을 하였다.


현무성의 절대 무공을 익힌 고수들에 힘입어 십 수 년간의 전쟁을 치른 후 마침내 천하 통일을 이룩했단다.


통일 과정에서 정복된 나라에 있는 문파들 중, 특히 ‘정파’들이 반란에 가담하거나 황제 암살을 시도하였다.


이에 격분한 황제는 모든 무림 정파들을 말살시키려 했다.


하지만 나의 만류로 각파의 진산기보를 담보로 하는 대신 그들의 멸문을 막아 주었다.


그러면서 통일이 완수되면 20년 후 돌려주겠다는 약조를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란다.


하지만 천하를 통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 황제가 죽자, 세상은 나의 뜻과는 다르게 변화했다.


살아생전 ‘시황제’는 어질고 현명한 장자를 보위에 올리려고 했었다.


그러자 전쟁에서 용맹을 떨치며 무공을 많이 세운 ‘둘째 황자’는 군부의 힘을 등에 업고 장자인 황태자와 나머지 동생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지금의 ‘무황제’로 등극하였다.


새롭게 권력을 쥔 황제의 측근들은 시황제에 의해 일등 공신으로 제후 되어 ‘일영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나를 시기하고 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같이 전쟁을 치르면서 현무성의 뛰어난 무공들을 본 ‘무황제’는 항상 현무성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황궁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현무성이 두려운 무황제는 너의 부모님과 현무성 무사들을 볼모로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없이 갓 태어난 너마저 정쟁에 휘말려 잃을까 두려워 어머니의 젖도 떼지 못한 너만을 데리고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0년 전 계화년 황후의 생일날, 황후를 비롯해 많은 외척 중신들과 그의 장남인 황태자가 독살을 당해 죽는 ‘계화 사변’이 일어났다.


이에 격분한 무황제는 황제와 황후의 호위대장이었던 너의 부모와 현무성의 제자들을 역적으로 몰아 처형을 시켜버렸다.


나는 스스로 무공을 폐하여 목숨을 연명했지만 황실 황위군에 포위당한 채 구금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런 모든 수모를 견디며 산 것은 너를 살리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너는 이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외로움을 견디며 무학의 어려운 길을 홀로 가야만 한다.


네가 가야만 하는 인고의 길은 비록 힘들겠지만 너는 잘 견딜 것이라고 이 할아버지는 믿는다.


민혁아! 벽과 바닥에 붙어 있는 검은 이끼는 ‘열화신선초’라는 영약이고 그것을 먹고 자라는 벌레는 ‘열화옥잠’이라는 누에다.


그것들은 ‘현무지체’로 태어나서 극양의 진기를 쓰는 너에게 내공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동굴 가운데에 있는 ‘한빙담’과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설빙어’는 극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네가 수련 도중 불규칙한 양기의 흐름이 발생하거나 주화입마의 전조가 생긴다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네가 강호에 출두하면 ‘극음지체’를 만나 ‘천지합일신공’을 완성하거라!  그래서 우리 가문의 숙원인 마교와의 인연을 끝내야 한다.


현무와 봉황 그리고 마교와 얽힌 사연은 강호 출도 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계화 사변의 진실을 밝혀 집안의 누명을 벗기고 너의 부모님과 현무성 제자들의 복수를 해야한다.


또한 네가 우리 가문의 유일한 혈육임을 명심하여 가문의 번영을 이루도록 하여라.>>


편지를 다 읽고 난 민혁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을 나직이 불러보았다.


“어머님..., 아버님..!”


민혁은 눈물을 멈추려 천장에 박힌 야명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비록 오늘 내가 흘린 눈물방울은 나약하고 작지만 조만간 네놈들이 흘린 피로 거대한 혈담(血潭)을 만들 것이다.’



@ @ @ @ @


중원의 제법 멀리 떨어진 남동쪽 북태산 속 흑운교 총단.


태사의에 앉은 교주와 수뇌부가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흑운교주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뇌! 현재의 무림 정세가 어떤가 ?”


마른 침을 삼킨 ‘마뇌’라 불리는 마교 최고의 책사 ‘무진성’이 대답했다.


“예! 정도 무림은 10여 년 전 모용세가에 세운 무림맹에 모여만 있을 뿐,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림맹에는 점점 많은 고수들이 비밀리에 모여들어 그 수가 일천이 넘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마경을 탈취하러 공격해 올 것에 대비하는 것 같습니다.


흑운교주가 다시 물었다.


“그래? 그럼 어찌하면 좋은가?”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꿀꺽 삼킨 마뇌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교주님, 우리에게는 아수라 마경과 대업을 이루기 위한 ‘상,중,하’ 세 개의 비책이 있습니다.


그 중 제일 ‘하’ 책은 전력을 다해 모여 있는 중원 무림과 전면전을 벌여 한 번에  모두 섬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림 정복의 가장 빠른 길입니다. 하지만 중원 최고의 지략가라는 ‘모용세가’의 딸 ‘모용화’가 있어 쉽지가 않습니다.


수년 전 개방의 장로이자 천하제일의 신법을 가진  ‘신투(神偸)’-‘유성비호’가 담장 2개를 넘지 못하고 산 채로 잡혀 발목 하나가 잘린 채 팽개쳐 졌습니다.


그 정도로 그곳은 오묘한 진법과 무서운 함정이 설치되어 단순한 무력만으로는 많은 희생이 따릅니다.


만약 전면전을 벌인다면 우리 교의 힘도 칠, 팔 할은 소진되고 말 것입니다.



그 다음 ‘중’책으로는 ‘각개격파’를 하는 것입니다.


무림에 침투해 있는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 힘의 대부분은 무림맹 안에 있다고 합니다.


이때 각파의 본거지들을 급습한다면 쉽게 승리할 수 있고 그러면 무림맹 안의 전력들은 자신들의 본거지를 지키기 위해 대부분 돌아갈 것입니다.


그때 흩어진 그들을 각개격파해서 무림맹의 힘을 약화시킨 다음 무림맹을 친다면 보다 쉽게 무림을 평정하실 수 있습니다.”


듣고 있던 교주가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상’책은 무엇인가 ?”


“예. 교주님. 그전에 한 가지만 감히 여쭙겠습니다. ‘아수라마경’은 무엇입니까?”


태사의에 깊숙이 앉아 있던 교주는 침울하게 대답했다.



“십여년 전 황실에 있는 세작으로 부터 처음 들은 것이라 사실 나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우리 가문의 ‘흑운심법’을 사용해야 마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 알 뿐, 그 내용도 알 수 없고 어떻게 황실을 거쳐 현무성 성주의 손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이번 벽황산의 전투에서도 느꼈지만 우리를 끌어내기 위한 계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럼 ‘상’책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상’책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원래 현무성과 봉황성을 이용해 정도 무림을 치고 황실까지 무너지게 하는 ‘차도살인지계’가 우리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아마 그쪽도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조급하게 무림맹과 맞선다면 거꾸로 현무와 봉황을 돕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백 오십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그 때가 올 것입니다.


또한 제가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아냈습니다.


현무성주와 백의수호대가 죽을 당시 ‘내관 장씨’가 등장했습니다.


반년 넘게 그를 추적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시황제가 7왕국의 마지막 나라인 ‘연’ 나라로부터 항복을 받을 때 연 나라 왕이 옥쇄를 바치고 스스로 자진하면서 궁 안의 모든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했답니다.


그때 궁녀와 후궁들은 장군들의 전리품으로 흩어졌고 대부분의 환관들은 지금의 황실로 흡수되어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관들의 정체가 무섭습니다.


보통 남자는 ‘양기’, 여자는 ‘음기’가 강하여 각자 신체에 맞는 고유의 무공을 익히는데 반해 그들은 거세를 당한 탓에 그 두 가지 무공을 모두 할 수가 있어 그들만의 ‘음양수’라는 독특한 무공을 발전시켜 왔답니다.


그 뿌리는 역사서에도 나오지 않는 상나라와 하나라에 걸쳐 있을 만큼 이미 천 년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그 세가 클 때는 황제까지 그들 마음대로 바꿀 만큼 세력은 거대하고 뿌리는 심원 하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적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뇌의 설명을 듣고 난 후 흑운교주와 무리들은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침묵 속에 있었다.


손에 잡일 듯한, 황실과 중원무림 제패의 꿈이 험난하게만 느껴지는 듯 했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침묵 속에서 교주가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 정도맹에 모여있는 문파들은 아수라마경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버티고 있지만 사실 마경에 있는 무공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모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곧 마경을 해독할 수 없음을 느끼고 각자의 문파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우리는 그들을 각개격파하고 무림맹을 접수한다.


기다리는 동안 ‘금사교’는 세를 더욱더 불려라. 황금은 얼마든지 뿌려도 좋다.



또한 벽황산 전투 이후 우리 주변에서 추적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호법’과 ‘삼호법’은 ‘마뇌’를 도와 그들을 역 추적하라!


그래서 우리 최대의 적인 현무와 봉황성의 꼬리를 붙잡아 몸통을 파악해라.”


흑운교주의 명에 모두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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