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광물회사에 취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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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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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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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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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DUMMY

어딜 가나 발 디딜 틈 없이 지저분한 연구실과는 달리 옆방은 깔끔했다.


하지만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것은 사람의 안구나 뼈, 그리고 유리병에 담긴 장기였다.

해수는 우주 정거장에서 외계 생명체의 장기들을 많이 봐 왔으므로 놀라지 않았다.


“제가 해수씨에게 드릴 선물은 이것입니다.”

윤상은 장갑을 끼었다.

그리고 서랍에서 상자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열어 해수에게 보여주었다.


사람의 안구를 닮은 기계 부속이 들어있었다.

“이게 뭐죠?”


좀 의아한 선물에 해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특수 제작된 사이버웨어 입니다.

안구를 이것으로 교체하면 어떤 도구 없이도 여러 상태창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윤상은 투명한 가는 섬유 다발을 들며 말했다.

“인공 근육도 연구 중입니다만 아직 임상실험 중이라서요.

어쨌든 이 안구를 끼면 여러 가지 자료들을 이동 중에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군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죠.

지구에서도 많이 성행하던 물건이긴 합니다만 우주 환경에 맞게 제작되었거든요.

지금은 인체의 조직을 기계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윤상은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혹시 거대 로봇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닥터 그렌···”


“물론 알죠.

그것도 제가 연구했던 것이니까요.”

윤상은 눈이 빛나며 말했다.


“닥터 그렌도 제 조수중에 하나였습니다.

특화된 로봇 제작을 위한 AI죠.

실은 예전 제 여자 친구의 이름이 그렌이었습니다.”

“...”


“특수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루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양자컴퓨터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언어죠.”


“그럼, 혹시 그 안구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여기가 진료소 건물이니 비밀 수술실에서 장착이 가능합니다.”

“수술요?”


“네! 간단한 수술이죠.

원래 이 안구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연구되던 것입니다.

여러 가지 기능을 넣어서 전투에 최적화 되도록 한 것입니다.

수술 후 처음은 좀 어지러울 수도 있지만요.

적응이 되면 놀라운 성능을 발휘할 겁니다.”


에리카는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구겼다.


“셀백타이탄 침공 이후로 외계 생명체와 싸우기 위한 사이버웨어를 집중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리온에 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거대 로봇도 그중 하나인가요?”

“아! 자꾸 잊어버리네요.

이해해 주세요.

제 머릿속은 항상 혼란스럽거든요.”

“네! 이해합니다.”


“거대 로봇 프로젝트는 이제 닥터 그렌양에게 모든 것을 넘겼습니다.

제가 특별히 할 일은 다했거든요.

거대 로봇도 좋은 무기이긴 합니다.

정확한 모델명은 아게르토 T10이라고 부릅니다만.

아직 양산형은 아닙니다.”

“아게르토 T10이라···”


“네, 아게르토의 작업을 제가 심화시킨 것뿐이니까요.

인간의 DNA에 반응하는 로봇이죠.”


“왜 양산하지 않는 거죠?”

“거기에 알파니움이라는 광물이 모두 쓰였죠.

광물자원이 없으면 양산이 불가능합니다.

그 외에 부족한 재료들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의 생산은 불가능하죠.”


“광물자원만 있으면 가능한 건가요?”

“물론이죠!

물론 시제품과 양산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제작법은 모두 있으니, 광물자원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나중에라도 제가 구해 온다면 가능하다는 말이군요.”

“해수씨가요?”

“네, 델릭스 행성에서는 자원을 채취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알파니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거 매우 흥미롭네요.

제가 하는 연구들이 대부분 재료의 소진으로 중단된 상황이거든요.

우주에서 쓰이는 물건들은 특별한 재료가 많이 사용됩니다.

예전에는 빛의 속도를 달릴 수 있는 우주선을 연구했는데 퀀텀오리드를 구할 수가 없더군요.”


“퀀텀오리드라···

저도 말로만 들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사람들이 상상으로 만든 광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하하하!

아주 해박하시군요.

퀀텀오리드라는 광물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죠.

그 광물을 들었다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네, 그렇죠.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광물은 아니니까요.

물질계에서 시간을 녹여내야만 얻을 수 있는 광물로 알고 있습니다.”


윤상의 눈은 반짝거렸다.

“그것까지도 알고 계신가요?

정말 놀랍습니다.”


“나중에 제 지식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안구 이식부터 하러 가시죠.”


“안구 이식 수술은 제가 하지 않습니다.

올라가시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해 두겠습니다.

저는 과학자지 의사는 아니라서요.”


“네, 좋습니다.

저는 엔지니어이지 과학자는 아니라서요.

연구가 진행된 것을 알려주시면 또 찾아뵙도록 하죠.”


“헤셔리크···. 아니 이 안구를 끼시면 언제든 제게 연락이 가능하실 겁니다.

생각보다 멋진 분이시네요.

많은 대화의 기회가 있기를···.”


해수는 다가가 윤상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

“아리온의 미래를 짊어지실 분 같네요.”

윤상도 해수의 표정을 보고 아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


수술은 마취 후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해수가 눈을 뜨자, 뿌연 영상에서 “찌잉찌잉”거리는 안구를 느꼈다.

“어지럽지는 않으신가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직은.”

“그럼 천천히 일어나 걸어보세요.

움직이면 초기에 어지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 어지럽지 않았다.

우주선에서 일정 시간 안구 운동을 했으므로 적응은 빨랐다.


“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생각보다 적응이 빠르네요.”


해수의 시야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키가 작고 배가 나온 의사는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뒤로 마스크를 쓴 엘리자의 모습도 보였다.


“언제라도 불편하시면 재방문해 주시면 됩니다.

해수님의 안구는 저희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에리카와 진료소를 나서자, 상태창이 켜지며 주변의 온도가 표시되었다.

“정말 괜찮은 거죠?”

에리카는 운전하며 물었다.


“기온이 2도네요.

날씨가 상당히 추워지고 있네요.”

“새로운 눈을 하니까 어때요?”

해수가 에리카를 쳐다보자, 에리카의 체온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몸이 차네요.

들어가면 따뜻한 차라도 마셔요.”

“헉! 그런 것도 떠요?

혹시 옷을 투시하는 건 아니죠?”


“아쉽게도 그런 기능은 없네요.

다음에는 그런 기능도 넣어······”

“퍽!”


이번에는 에리카의 주먹이 옆구리로 들어왔다.

“아직 환자예요.

눈알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해수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옷은 투시 안 되는 거 맞죠?”

“네, 나중에 윤상에게 물어봐요.

왜 안되는지···”

“알았어요. 꼭 확인해 볼 거예요.”

“허 참! 사람 말을 이렇게 못 믿어서 같이 일할 수 있겠어요?”


해수가 차창 밖을 보자 아리온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몇몇 정보가 뜨기는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였다.


“무슨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수술 전이나 후나 보는 건 별 차이 없네요.

약간 뚜렷한 정도?

아니면 몇 가지 정보가 뜨는 것 말고는요.”


“글쎄. 두고 봐야죠.

아직 적응기라서 그럴 수도 있구요.”


에리카는 차 안의 히터의 온도를 올리며 말했다.

해수는 눈 위에 ‘일상모드’라고 적힌 글자가 보였다.


‘모드를 전환해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자 상태창이 뜨며 모드가 주르륵 펼쳐졌다.


[야간모드, 전투모드, 감시모드, 정보모드······.]

그리고 맨 끝에 [자동모드]가 보여 자동모드로 설정했다.


모드를 바꿀 때마다 옆에 정보가 주르륵 떴으나 자동모드로 돌려놓자, 평상시로 돌아왔다.

순간 채팅창이 열리더니 윤상의 메시지가 보였다.


[윤상 : 어때요?]

[해수 :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모드가 많네요.]

[윤상 : 네, 자동모드로 쓰면 될 거예요.

아직 데이터 입력 중이라 별 차이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사용법에 익숙해지면 편리할 겁니다.]


[해수 : 특별한 사용법이 있나요?]

[윤상 : 자동으로 설정될 겁니다.

해수씨 의식과 연결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 모드가 바뀔 거예요.]

[해수 : 그렇군요. 고마워요.]

[윤상 : 네, 그럼, 다음에 봐요.]


[해수 : 아! 근데 투시모드 이런 건 없는 거죠?]

[윤상 : 있습니다. 근데 사람은 투시되지 않아요.

숨겨진 기능으로 필터링되는 거죠. 저도 잡혀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해수 : 하하하. 그렇죠. 에리카가 물어봐서요.]

[윤상 : 저는 심의 기준을 준수합니다. 에리카에게 안심하라고 말해둘게요.]


“뭘 멍하니 보고 있어요?”

“아! 윤상과 메시지가 연결돼서요.

편리하네요.”

“뒷담화치기 좋은 기능이네요. 제 얘기는 안 했죠?”


“하하하! 윤상이 연락할 거예요.

투시는 안 되니 안심하라네요.”

“쳇! 별 쓸데없는 걸 얘기했네요.

그나저나 이제 빙하기가 다가오는 거 같은데.”


“네, 그렇군요.

앞으로 2년 동안은 빙하기가 올 거예요.”

“2년 동안이나요?”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그렇게 예측되네요.”

“준비는 잘 된 거죠?”

“일단은.”


준비는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측 결과대로 가지 않을 경우도 생각하고 있었다.


저 멀리 거대한 돔형의 아리온 아레나 건물이 보였다.

“아레나는 거의 재건되어 가나요?”

순간 해수의 눈에 재건률 98%의 메시지가 떴다.


“네,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어요.

당신의 대관식 준비도요.”

“기대되는군요.”

“아리온 초대 군주를 위해서 신경을 썼어요.”

“하하하! 초대 군주라. 좀 부담스럽네요.”


“그런 부담은 버려요.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렇죠.”


다시 해수는 차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건물에 재건률과 명칭들이 꼬리표처럼 뜨기 시작했다.


“대관식은 빙하기가 끝나면 합시다.”

“왜요?”

“아까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니 만약 빙하기를 견디기 힘들면 사람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군주가 없다면 사람들의 불만은 반란으로 이어질 거예요.

반란을 제압할 명분도 없어지구요.”

“그렇기도 하네요. 좋아요. 까짓거 군주가 되어 보죠.”


“설마 아리온 군주에서 멈출 건 아니죠?”

“.....”

“정보에 의하면 델릭스 도시는 이미 제국으로 선포했다고 하더군요.”


“오카 페르쵸 황제가 된 건가요?”

“네, 그렇죠.”

“그게 별 의미가 있나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네요.

제국을 선포했다는 건 아마 빙하기가 끝나면 아리온 행성으로 쳐들어오겠다는 의미죠.”

“흠···”


“이미 델릭스 행성의 자원은 거의 고갈되었어요.

델릭스 행성으로써는 다른 행성을 찾지 못하면 지구와 같이 멸망할 수도 있어요.

정신 차려야 해요.”


“벌써 그 자원이 고갈되었다구요?”

“네, 자원 채취에 온 힘을 기울였으니까요.

오빠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욕심과 탐욕이 끝도 없는 사람이죠.”

“....”

“가장 가까운 아리온 행성으로 쳐들어오고···.

퀴라 행성, 제뉴스 행성, 헤카테 행성을 차례대로 정복시키려 하겠죠.”


“어떻게 알아요?”

“오빠의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자신은 우주 황제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에요.

당신이 머뭇거리면 온 우주가 오빠 손으로 넘어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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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비밀 부대 24.09.13 20 1 12쪽
56 검투사 대결 24.09.12 24 1 11쪽
55 대관식 24.09.11 21 1 11쪽
» 선물 24.09.10 25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7 1 12쪽
52 반란 24.09.08 31 1 11쪽
51 복귀 24.09.07 33 1 11쪽
50 재건_5 24.09.06 32 1 12쪽
49 재건_4 24.09.05 34 1 11쪽
48 재건_3 24.09.04 32 1 12쪽
47 재건_2 24.09.03 36 2 12쪽
46 재건_1 24.09.02 44 1 11쪽
45 남은 자들_3 24.09.01 40 1 11쪽
44 남은 자들_2 24.08.31 39 1 11쪽
43 남은 자들_1 24.08.30 40 2 12쪽
42 기계실 안의 생명체는? 24.08.29 54 1 12쪽
41 스콜 24.08.28 44 1 11쪽
40 착륙 24.08.27 41 1 11쪽
39 추격 24.08.26 38 1 11쪽
38 출발 24.08.25 42 2 12쪽
37 변화 24.08.24 43 1 11쪽
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2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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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새로운 팀원 24.08.20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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