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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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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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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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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은 자들_2

DUMMY

인간의 만남은 언제나 신기한 일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도 운명적이다.

게다가 누구나 과거를 살아왔고 미래를 향해 간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범상치 않은 일이다.


레오는 아이나스를 알고 있었다.

아니!

아리온 행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나스를 알고 있었다.

오디션을 통해 아리온 전사로 등극한 인플루언서를 모를 리가 없었다.


척박한 델릭스에 정착한 앤더슨 대령이 원칙주의자에 엄숙하고 진지한 성격이었다.

반면 아리온 행성에 정착한 유노 소장은 유머가 있고, 쾌락을 즐기기도 하는 융통성 있는 사람이었다.


운이 좋게도 아리온 행성은 자원도 풍족했고, 모든 면에서 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도시 생존 분야 외에,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꽤 발달한 행성이었다.


파티문화, 방송 산업도 발전했고 도시는 온갖 즐길 거리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매일 밤 환락의 도시였죠.”라는 레오의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런 문화 때문에, 셀백타이탄에 대한 경계가 무뎌졌을지도 모른다.

환각 가스가 퍼지던 그날도···.

사람들은 외계종의 침공이라고 믿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네가 아이나스구나!”

레오는 아이나스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나스는 레오의 얼굴에 발길질을 날리고 멋지게 착지했다.

“그 더러운 손으로 날 만지지 마세요!”

“허허허. 이거 직접 보니 당돌한 아가씨네.”

레오의 입술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한번 손등으로 쓱 닦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이 웃었다.


“난 아저씨를 몰라요!”

앙칼지게 아이나스가 말했다.


“하하하! 하긴 나도 너를 텔레비전으로만 봤으니, 날 알 턱이 없지.”

“아이나스가 그렇게 유명인이었어?”

해수도 놀라 물었다.


“유명하다 뿐인가? 전사로써도 꽤 쓸만한 실력이야.

아리온 최연소 전사니까 말야. 하하하”

“그런 말 할 거면 입 좀 닥쳐 줄래요?”

아이나스는 날카롭게 경계하며 말했다.


“하하하! 알았어.

발길질을 한 대 맞으니, 실력을 알겠어.

방송으로 만들어진 허상은 아니라는 거 말야.”


하지만 해수는 레오의 문신 아래 가득한 상처로 보았다.

레오 역시 만만치 않은 전사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냉혈한은 아닌 것 같다.

아이나스의 발길질에도 저렇게 선한 웃음을 짓는 것 보니 말이다.


“근데 아이나스!

넌 나에게 고마워하게 될 거다.”


“내가 왜요?”

“이따 보면 알겠지.”

레오는 다시 한번 흐르는 입술의 피를 닦고, 알 수 없는 의미의 호탕한 웃음을 내뱉었다.


“하하하”

그러고는 거대한 공간 가득히 웃음소리를 내지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혹시 미친 사람은 아니겠죠?”

유리나는 귓속말로 해수에게 말했다.

“나도 처음 봤는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해수도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레오는 일행을 데리고 작은 문 앞에 섰다.

“여기가 우리 리더가 있는 방이지.”


“쿨럭! 쿨럭!”

방 안에서는 연신 기침 소리가 새어 나왔다.


철제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레오가 말했다.

“나야! 손님이 오셨어!”


“쿨럭! 쿨럭!”

안에서는 대답 대신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레오는 육중한 철문을 열어젖히며 말했다.

“아직 살아있는 거 같으니 다들 들어가시죠.”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좁은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는 어둡게 흔들리는 조명 하나가 있었다.

우측으로 어두운 공간에는 낡은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고, 그 위에 누군가 얼굴을 보이지 않게 웅크려 계속 기침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몸은 아직도 안 좋아?”

뒤늦게 들어온 레오는 리더에게 다가가 어깨를 만지며 말했다.


리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손님이 왔는데, 일어나서 한번 만나 보게.”


그 말에 리더는 기침을 멈춘다.

그리고 가는 팔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레오가 일어서는 것을 도와주려 했지만, 리더는 조용히 레오의 손을 뿌리치며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


침대에 걸터앉은 리더.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긴 금발 머리가 무릎까지 흘러내려 있어, 더욱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어둠 속을 자세히 살피던 해수는 흠칫 놀랐다.

분명 오른쪽 팔이 없었다.

게다가 양쪽 발목 아래, 발도 없었다.


그나마 무릎아래도 뭉개졌다가 다시 살이 돋은 것인지, 흉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쿨럭! 쿨럭!”

리더는 고개를 들지 않고 침묵 속에서 기침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숨을 고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잘··· 오셨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가만히 있었다.


“저희는 델릭스 행성에서 왔습니다.”

해수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네, 잘 오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콜록!

최근에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요.

미안합니다.”

리더는 발음을 분명히 하려고 목에 힘을 주며, 또박또박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아게르토 역시···.

침공 때 많이 다쳐서 계속 몸이 좋지 않았어.

지금까지 우리를 잘 이끌어 주었는데 최근에는 더 몸이 안 좋아져서 말이지.”

레오는 침체한 분위기에서 말했다.


“아게르토요?”

아이나스는 놀라며 리더에게 다가갔다.


아이나스는 리더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리더의 긴 머리카락을 젖혀 얼굴을 보려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당황했다.

리더는 귀찮은 듯 얼굴을 계속 돌렸다.


“...오빠!”

얼굴을 확인한 아이나스는 절규하듯 외쳤다.


“오···빠?”

해수와 유리나는 놀란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레오는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살...살아있었구나!

나야! ...아이나스···.”


아이나스의 말에 리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아이나스의 뺨을 어루만졌다.


“아이나스?”

아이나스의 뺨을 만지던 아게르토.

못 믿겠다는 듯이 연신 아이나스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감은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을 보자, 해수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 ...나야!

어떻게 된 거야?

난 오빠가 죽은 줄로만 알았어.”


“죽었었지.

죽음의 강을 건너려는 찰나.

레오가 구해줘서 연명하고 있을 뿐이야.”


“저분이?”

아이나스는 뒤를 돌아 레오를 쳐다보았다.

레오의 입술은 아직도 퉁퉁 부어 있었다.

레오는 자신이 그랬다는 말이 부끄러운지, 아이나스의 강렬한 눈빛을 피하고 있었다.


“그 침공 때 나는 길거리에서 셀백타이탄의 장난감이 되어 있었다.

치욕스러웠지.

두 놈의 셀백타이탄이 나의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잘라가는 순간에···.

레오가 나타나서 구해주었어.

환각 가스에 정신을 잃었지만···.

이곳까지 데려다주어 살 수 있었다.”


“그··· 그랬군요. 아저씨. 미안해요.”

아이나스는 뒤돌아 레오를 보며 말했다.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하하하! 괜찮아.

그놈들이 아게르토에게 못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했을 뿐이야.

그나마 아게르토가 살아나서 다행이지.”


“아닐세. 콜록 콜록.

난 항상 자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네.

이제 갈 날이 머지않은 듯하지만···.”


“무슨 소리야? 오빠!

이제부터 나랑 함께 살아!”

아이나스는 아게르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절규하고 있었다.


아게르토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이제 내 수명은 다한 것 같아.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위험을 무릅쓰고, 아게르토는 아이나스를 마지막 우주선에 태워 보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셀백타이탄 놈들에게 당한 것이었다.


“너를 살린 일이···.

내 평생에 가장 잘한...일이었다.”

아게르토는 울먹이는 목소리를 참으며 말했다.


“꼭 복수하겠어.

오빠를 이렇게 만든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어!”

아이나스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러자 아게르토는 아이나스의 주먹을 잡으며 말했다.

“난 복수 따위는 꿈꾸지 않아.

너에게도 그런 짐을 남겨주고 싶지는 않다···.

그저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지.


인간이 평생 분노를 안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난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분노를 품고 살아왔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그런 고통을 너에게 남겨주고 싶지는 않다.“


“......”


“아이나스!

난 그저 네가 행복하게 남은 생을 살기 바랄 뿐이야.

복수 따위에···.

네 인생을 허비하지 말기를 바래···.”


“아니! 아니!

어떻게 모든 걸 잊고 태평하게 살 수 있겠어?

그놈들이 내 행복을 부숴버렸는데 말야.

비록 복수에 몸이 부서지더라도···.

난 멈추지 않겠어!

반드시 고통을 되갚아 줄 거야!”


아이나스의 절규 같은 다짐에 아게르토는 눈물을 멈추고 말했다.

“부모님도... 나도...

너의 복수는 원하지 않아.


아이나스!!

오빠의 말을 듣고 복수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그건 그냥 사고였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인생에는 때로는 버려야 할 기억도 있는 거란다.”


“.......”

“설령 네가 목숨을 걸고 복수를 이룬다고 한들···.

어차피 죽은 사람은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아.

그건 부질없는 짓일 뿐이다.

복수하겠다는 다짐.

그건 한낱 너의 덧없는 감정일 뿐이다.”


“......”

“나는 그날...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

나 역시 분노에 가득 찼다.


괴로웠다.

힘들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오랜 시간 감정들을 곱씹으며,

헛된 복수를 꿈꾸며,

지금에 이르러 그건 부질없는 나의 감정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분명히 말하지만, 복수심 따위는 버려라!

그건 한낱 족쇄와 같은 감정일 뿐이야.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것일 뿐...

너의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이제 살아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싸워도 좋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헛된 복수심은 버려!”


“······”

“그게 오빠의 마지막 부탁이다.”

온 힘을 다해 말을 이은 아게르토는 피를 토했다.


“콜록! 콜록!”

그 모습을 본 아이나스도 더 이상 아게르토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알았어! 알았다구!

복수 따위는 버릴 테니···.

제발 살아서 나와 함께 있어줘.”

아이나스의 흐느낌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게르토는 고개를 저었다.

“너가 여기 온 것은 신의 마지막 축복이었다.

아이나스!”

그리고 아게르토는 한 손으로 아이나스의 어깨를 꽉 잡았다.


해수가 볼 때...

아게르토는 시력을 잃은 듯했다.

모든 것을 감각에 의존하는 느낌이었다.


해수는 주변을 둘러봤다.

레오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듯했다.

유리나 역시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물···.

해수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온 방에 가득했다.


해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지난날 자신을 떠나볼 때...

어머니가 흘렸던 그 눈물의 감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해수의 가슴속에도 알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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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선물 24.09.10 24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6 1 12쪽
52 반란 24.09.08 30 1 11쪽
51 복귀 24.09.07 31 1 11쪽
50 재건_5 24.09.06 30 1 12쪽
49 재건_4 24.09.05 32 1 11쪽
48 재건_3 24.09.04 30 1 12쪽
47 재건_2 24.09.03 33 2 12쪽
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45 남은 자들_3 24.09.01 37 1 11쪽
» 남은 자들_2 24.08.31 37 1 11쪽
43 남은 자들_1 24.08.30 37 2 12쪽
42 기계실 안의 생명체는? 24.08.29 51 1 12쪽
41 스콜 24.08.28 41 1 11쪽
40 착륙 24.08.27 37 1 11쪽
39 추격 24.08.26 35 1 11쪽
38 출발 24.08.25 39 2 12쪽
37 변화 24.08.24 40 1 11쪽
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0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3 1 11쪽
34 첫 전투 24.08.21 47 1 11쪽
33 새로운 팀원 24.08.20 51 1 12쪽
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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