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광물회사에 취업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새글

펜타토닉
그림/삽화
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4,648
추천수 :
235
글자수 :
309,989

작성
24.09.09 23:00
조회
25
추천
1
글자
12쪽

비밀 기지

DUMMY

조용한 방 안은 화사했다.

병원이 화사하다는 말은 이상하지만···.


엘리자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였다.

에리카같이 강한 첫인상이 느껴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뭐랄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하지만 함께 있을수록 묘한 매력이 있었다.


수줍게 웃는 미소도 그렇고

대화할 때 약간씩 눈길을 피하기도 하면서도 언뜻 상대를 응시하는 모습이 화사했다.


해수는 엘리자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은 배에 멈추었다.


“아! 이건 살찐 거 아니에요!”

엘리자는 해수의 시선을 느꼈는지 자신의 배를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저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의 시선을 잘 느끼거든요.”

“혹시······”

해수는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


“네··· 지금 임신 중이에요.”

엘리자의 얼굴은 붉어지며 말했다.

“아게르토의 아이?”

“네···”


해수는 엘리자의 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어머! 그렇게 가까이 오면 기분이 이상해요.”

“아! 미안해요.

우주선 생활만 해서 임신을 직접 보는 게 처음이에요.

당황했다면 미안합니다.”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저도 첫 임신이라 기분이 좀 이상했을 뿐이거든요.”


아게르토의 비밀기지에서 닥터 그렌이 한 말이 떠올랐다.

아게르토가 아직 살아있다는 말.

그게 배 속의 아이를 의미하는 말인가 싶었다.


“사실 탐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특이한 곳을 발견했어요.

아게르토의 비밀기지라고 하던데.”

그 말에 엘리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곳을 찾았군요.”

“알고 있었군요?”

“아게르토가 항상 말했죠.

자신의 비밀기지가 있다고.

그건 저만 아는 비밀이었는데···”


“자세히 알려줄 수 있어요?”


“아게르토는 아리온 행성의 군인이었어요.

국방성의 비밀조직을 이끌던 요원 중의 하나였죠.

유노 소장의 지원을 받아 외계 생물체의 공격을 막아낼 임무를 했다고 했어요.

다만 셀백타이탄의 침공 때 실패했지만요”

“어째서···”


“아게르토는 여동생 아이나스를 끔찍이 예뻐했죠.

셀백타이탄 침공을 알았다면 대비했을 텐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요

“...”


“비밀기지로 향하던 도중에,

아리온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행선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죠.

힘 있는 사람들이나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비행선을 타고 도망쳐 버렸거든요.

물론 셀백타이탄의 공격으로 모두 격추당했지만 말이에요.”

“...”


“비밀기지로 가는 도중에 아게르토는 셀백타이탄과 싸우는 아이나스를 만났죠.

아이나스를 구하고 마지막 비행선에 태웠어요.

대신 아게르토는 비밀기지로 가는 도중에 셀백타이탄에게 당했고요.”


그 뒷이야기는 해수도 알고 있었다.

그런 아게르토를 레오가 구해낸 것이고···.

“아게르토로써는 아쉬운 상황이군요.

만약 비밀기지로 향했다면 침공을 막아낼 수 있는 기회였을 텐데요.”

“네, 많이 고민했었죠.

하지만 아이나스를 구해낸 것에는 후회가 없다고 했어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나스를 지나쳐 비밀기지로 갔다면 아리온 행성의 운명도 바뀌었을까?

“아게르토는 그 일로 많이 괴로워했죠.”

“저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건 아게르토의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엘리자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

“그때 당시 비밀기지가 완성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아마 그 이유로 아게르토가 비밀기지로 가기 망설였던 거 같아요.”

“혹시 가본 적은 있어요?”

해수의 말에 엘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가 그곳에서 생긴 거거든요.”

엘리자는 수줍게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아게르토가 몸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갈 데가 있다고 했어요.”


뒷이야기는 해수도 짐작이 되었다.

“혹시 함께 가 줄 수 있나요?”

“네?”

“거기에 함께 갈 수 있을까 해서요.

그곳에서 로봇을 보았는데 아게르토만 탑승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엘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로봇에는 아게르토의 DNA가 들어가 있어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하지만 저는 그곳에 들어갈 출입키가 없어요.”

“그건 제가 갖고 있습니다.”

해수는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투명한 목걸이 안에는 작은 점이 움직이고 있었다.

해수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었다.

‘이 안에 점이 있었나?’ 생각이 들 때, 그 점은 점점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안의 점이 아게르토의 DNA 중 일부에요.

근데 어떻게 이걸 당신이···.?”

엘리자는 놀라며 물었다.


“탐사 대장이 주더군요.”

“겐마가요?”

“겐마요?”

아! 지금껏 탐사대장의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네, 아게르토는 그 목걸이를 겐마에게 주었어요.

만약 자신이 죽으면 아리온 행성을 이끌 사람이라고 했어요.”

“왜 레오에게 주지 않고···”

“레오는 유능한 헌터이긴 하지만 세상을 이끌 사람은 아니라고 했어요.

성격이 너무 급하다면서.”


탐사 대장 겐마.

돌이켜 보니 그렇다.

충성스럽고 의리가 있었다.

겐마가 굳이 해수를 군주로 부른 것도 의미가 있었다.


“겐마도 이 목걸이의 의미를 알고 있었나요?”

엘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게르토가 겐마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비밀기지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만 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이 목걸이를 겐마에게 맡긴 이유는···?”


“그를 신뢰하기 때문이겠죠.”

엘리자의 대답은 명료했다.

“목숨을 걸고 목걸이를 지켜낼 사람.

그리고 그 목걸이에 욕심을 내지 않을 사람이니까요.”


“그럼, 당신은 이 목걸이가 겐마에게 있던 걸 알았네요?”

“네, 저는 알고 있었죠.

때가 되면 그 목걸이가 필요한 사람이 나타날 거라면서요.”


“때가 되면 저와 함께 그곳으로 가 주세요!”

해수는 엘리자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엘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온 김에 윤상을 만나고 가세요.

그가 당신에게 줄 것이 있다고 했어요.”

“윤상?”

“네.”


발전소를 나오면서 본 적이 있다.

엘리자의 옆에 있던 뛰어난 과학자.

마르고 큰 키의 안경을 쓰고 선한 인상의 남자였다.

에리카가 말하던 델릭스 제국이 찾던 0순위의 과학자라고 했었지?


“그분도 여기에 있나요?”

해수의 질문에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여기 있도록 했어요.”

“지금은 무슨 연구를 하시죠?”


“그건 우리도 몰라요.”

에리카가 웃으며 말했다.

“워낙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분이라...

그 사람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은 거죠.”


“제가 유능한 분을 소홀히 한 거 같네요.

당장 가서 만나봅시다!”

해수는 몸을 일으키며 엘리자에게 가볍게 포옹했다.


“몸조리 잘 하시고 자주 뵙죠.”

“네, 좋아요! 영광이죠.”


***


윤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더 깊은 지하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으로 이어진 길.

“여기는 왜 이리 복잡한 거예요?”

해수는 천천히 에리카를 따라가며 말했다.


“호호호. 원래 비밀이 많은 곳이니까요.”

“당신처럼?”

“나? 난 비밀은 없는데?”

“가끔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있어요.”


“호호호. 뭐에요? 플로팅 하는 건가?”

“플로팅? 내가요?”

“뭐에요? 숙맥인 건지 고수인 건지 모르겠네.”

“고수라고 해두죠.

어리바리한 건 싫으니까.”


“고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이지만.

내가 본 사람 중에 성장이 가장 빠르네요.”

“키는 우주선에서 다 컸습니다만···”

“뭐야? 정말 어리바리한 건가?”


순간 에리카는 계단에서 삐끗했다.

해수는 에리카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계단이나 신경 잘 써요.

너무 높은 굽 구두 신지 말고.”

“남이야 무슨 구두를 신든 무슨 상관이죠?”

“그렇게 키가 작지도 않은데.

다칠까 봐 그렇죠.

계단 폭이 좁아요.”


“저는 야망 있는 여자예요.

높은 굽 구두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야망이랑 구두랑 무슨 상관?”

“호호호. 아마 해수씨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요.

제 하이힐에 한번 맞아보실래요?”


“네? 갑자기?”

“하이힐을 괜히 신는 건 아니에요.

위급한 순간에 무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델릭스에서 제 하이힐에 넘어간 남자들이 수두룩해요.”

“하긴 하이힐에 밟히는 게 코끼리한테 밟히는 압력보다 강하다고는 하더군요.”


“챙!”

에리카가 뒷굽을 부딪치자, 스틸레토 힐 앞으로 작은 칼날이 솟아 나왔다.


“밟히는 것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에리카는 웃으며 말했다.


“오우! 위험한 여자네요.”

“알았으면 조용히 따라오세요.”


지하의 어두운 통로를 지나자, 두꺼운 철문 앞에 섰다.

옛날식 빨간 버튼을 누르자. 긴 검은 머리에 초췌한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지금은 수면시간인데요.”

윤상은 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올까요?”

에리카의 말에 윤상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어려운 걸음 하신 거 같은데 그냥 들어오시죠.

원래 수면시간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지만요.”


“별로 어려운 걸음은 아니었···.”

푹!

해수의 말에 에리카는 옆구리를 찔렀다.


“아!”

그러나 비명을 지른 것은 에리카였다.

“뭔 배에 철판을 넣고 다녀요?”

외계 생명체와의 전투로 다져진 근육이었다.


“뭐에 부딪혔습니까?”

윤상은 비명을 지른 에리카를 쳐다보았다.

이내 멀쩡한 걸 보고는 소파의 서류들을 치우며 말했다.


“여기 앉으시죠? 방이 좀 지저분합니다만···”

여전히 느릿한 말투.

특유의 리듬이 있었다.

말을 빨리하면 래퍼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았다.


해수와 에리카는 나란히 윤상의 앞에 앉아 있었다.

윤상의 안경에는 먼지가 쌓여 뿌옇게 보였다.


“일단 안경알을 좀 닦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해수는 최대한 정중히 말했다.


“아! 그런가요?

어쩐지 뿌옇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잠이 덜 깨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윤상은 자신의 옷에 안경알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좀 낫군요.”

윤상은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어디까지 말했었죠?”

“아직 아무 얘기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우리는 지금 엘리자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어요.”

에리카가 아픈 손을 감싸며 말했다.


“아! 엘리자요? 자...잘 지내고 있죠?

여기 들어온 이후로는 도통 보질 못했네요.”

“네, 엘리자도 바쁘게 살고 있죠.”

“저는 여기 있다 보니 오늘 며칠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고 삽니다.

그동안 연구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엘리자가 저에게 줄 게 있다고 하던데···”

해수가 말하자 윤상은 생각났다는 듯이 일어섰다.


“아! 맞아요.

그렇군요.

제가 드릴 게 있었습니다.

그게 뭔지 지금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윤상은 마치 회로가 엉켜버린 로봇처럼 서서 두리번두리번하고 있었다.


해수는 일어나 윤상의 귓방망이를 날렸다.

“퍽!”


“아! 이제 기억이 납니다.

거참 신기하군요.

머리가 상쾌해졌어요!”

“사랑의 귓방망이입니다.”

해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연구해 보고 싶네요.”

윤상은 해수의 주먹을 들어 살펴보며 말했다.


해수는 다시 주먹을 들었다.

“아! 생각나네요.

해수씨에게 드릴 물건은 저기에 있습니다.”


“저도 폭력적인 사람은 아닙니다만

가끔 정신 차릴 때는 이런 방법도 있다고 우주선에서 배워서요.

무례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각성에 효과 만점입니다.

저도 그런 기계를 만들어 봐야겠네요.”


윤상은 빠른 걸음으로 옆의 방으로 안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외계행성 광물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빙하기_3 NEW 14시간 전 7 0 12쪽
59 빙하기_2 24.09.15 13 0 12쪽
58 빙하기_1 24.09.14 15 0 12쪽
57 비밀 부대 24.09.13 17 0 12쪽
56 검투사 대결 24.09.12 21 0 11쪽
55 대관식 24.09.11 20 1 11쪽
54 선물 24.09.10 24 1 11쪽
» 비밀 기지 24.09.09 26 1 12쪽
52 반란 24.09.08 29 1 11쪽
51 복귀 24.09.07 30 1 11쪽
50 재건_5 24.09.06 30 1 12쪽
49 재건_4 24.09.05 32 1 11쪽
48 재건_3 24.09.04 30 1 12쪽
47 재건_2 24.09.03 33 2 12쪽
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45 남은 자들_3 24.09.01 37 1 11쪽
44 남은 자들_2 24.08.31 36 1 11쪽
43 남은 자들_1 24.08.30 37 2 12쪽
42 기계실 안의 생명체는? 24.08.29 51 1 12쪽
41 스콜 24.08.28 41 1 11쪽
40 착륙 24.08.27 37 1 11쪽
39 추격 24.08.26 35 1 11쪽
38 출발 24.08.25 39 2 12쪽
37 변화 24.08.24 40 1 11쪽
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0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2 1 11쪽
34 첫 전투 24.08.21 47 1 11쪽
33 새로운 팀원 24.08.20 51 1 12쪽
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