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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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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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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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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

DUMMY

“거 참! 대단한 야망을 가진 사람이로군요.”

“야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또 있죠.”


“누구?”

“데이비드!”

“아! 나랑 광물 채취하던 친구?”


“네, 맞아요.

그가 지금 델릭스 행성 정찰국 총사령관이 되었어요.”


“총사령관이라···

그렇게 빨리 진급했다고요?”

“데이비드는 오카 페르쵸의 스파이였어요.

로건을 견제하기 위해 파견된 거죠.”


“아!”

그 말에 해수는 정신 번쩍 들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가 로건을 방해했다는 말인가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죠.”


로건의 일기에는 온통 데이비드를 의심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퍼즐이 맞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로건을 위험에 빠뜨린 건 데이비드.

그리고 어쩌면 데이비드는 로건을 죽이기 위해 온 스파이일 수도 있었다.

“마후는요? 마후도 오카 폐르쵸와 한 패인가요?”

“마후? 마후는 뒤를 캐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오카 페르쵸와 한패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델릭스 자원국 장관이니 데이비드에게 포섭되었을 수도 있죠.”


순간 해수의 머릿속에는 데이비드와 마후가 아리온을 침공해 오는 상상을 했다.

“그들도 우리가 아리온을 재건하는 걸 알고 있을까요?”

“알고 있는 거 같아요.

어쩌면···”


“어쩌면?”

“이미 이곳에 스파이를 보냈을 수도 있죠.”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지금껏 아리온으로 온 우주선은 없었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오카 페르쵸는 치밀한 사람이에요.

아주 오래전부터 아리온에 스파이를 보냈을 수도 있어요.

아니,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또 반란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네, 그럴 확률이 높죠.”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대관식을 중요하게 여긴 거군요.”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반란을 제압할 명분이 필요해요.

군주가 없다면 아리온 사람들은 반란군에 거짓 선동에 넘어갈 확률도 높고요.”


“알겠어요.

왜 내가 군주가 되어야 하는지.”


“당신 손에 아리온과 우주의 미래가 달려있어요.”


“누가 스파이인지 지금으로는 모르죠?”

“네,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지금은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할 수 없어요.”

“혹시 레오?”


“레오도 용의선상에 올려져 있긴 하죠.

그가 델릭스 행성에서 도망칠 때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뭔가가 우리를 방해했거든요.

델릭스의 고위직 인물이 힘을 썼을 가능성이 있죠.

레오도 주시하고 있어요.”


순간 왜 아게르토가 비밀기지에 대해 숨기고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아게르토 역시 누군가 스파이가 있을 거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의심할 수는 없어요.

레오도 확실히 모르겠어요.

의심은 되지만 확실하지 않아요.

만약 아니라면 우리는 인재를 잃게 되는 거니까요.”


“알겠어요.

좀 더 지켜봅시다.”


***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일주일 새에 -10도였다.

문제는 이제 빙하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새로 재건된 행정건물로 이사한 해수는 사방이 보이는 건물의 맨 위층에 있었다.

아리온 도시의 전경이 창밖으로 보였다.


원형의 높게 솟은 행정건물은 아리온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곳곳의 도시를 감시모드로 바라보았다.


“준비는 다 됐어요.”

하얀 세미 정장을 차려입은 에리카가 방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차 한잔할 여유는 있는 거죠?”

“물론이죠.”


화려하게 늘어진 코트를 입고 있는 해수는 잠시의 여유를 느꼈다.

“떨리지는 않죠?”

에리카가 물었다.


“전혀.”


“오늘의 식 순서에요.”

에리카가 보낸 내용이 해수의 시야에 비춰진다.


“검투사 경기?”

“네, 대관식이 끝나면···.”

“레오가 출전하는군요.”

“네, 자신이 원했어요.”


“레오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군요.”

“우리로서는 그렇죠.

이제 출발할까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럽시다.”


해수는 여러 대의 차량 중에 한대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량은 줄지어 아리온 아레나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줄지어 해수를 환영하고 있었다.

“군주님 만세!!”

가끔 그런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신기한 듯 행렬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까지 인기가 많은 군주는 아닌 것 같군요.”

“이제 군주로서의 시작인데요.

더 노력해야죠.”


“그렇겠죠.”


해수의 차가 아리온 아레나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문을 연 것은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나스였다.


아이나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수를 보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받들었다.

“제가 오늘의 경비대장입니다.”


해수는 말없이 아이나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잘 부탁해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해수가 말했다.


아이나스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해수는 인파를 헤치고 아레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무거운 장비팩을 지고 처음 드랍포드로 오르던 순간을 말이다.

지금의 계단은 전혀 다른 느낌의 계단이었다.


거리에서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환호하며 연한 꽃가루를 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외침을 들었다.


“군주님 여기 좀 봐주세요!!”

“군주님 멋지십니다!”

“아리온 재건의 업적이 영원하시길!!”


사람들은 저마다 들떠서 소리 지르고 있었다.

“권력의 맛이 이런 건가?”

해수는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던 에리카를 보고 말했다.


“얼른 올라가시지요.

사람들의 환호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니까요.”


그 뒤를 따르던 연서는 환한 드레스를 입고 철없이 웃고 있었다.

“그렇긴 하지. 환호가 언제 분노로 바뀔지 알 수는 없으니까···.”


해수가 계단 끝에 올라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아레나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모두 해수를 바라보고 있다.

계단 끝에는 투명한 유리 가교가 엄청난 높이의 스테이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래서는 폭죽이 터져 올라 형형색색의 연기로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꿈같다.

우주선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순간이 모두 꿈같이 느껴졌다.


군중의 환호에 손을 높이 들었다.

환호성은 불길처럼 더 크게 들려왔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가시지요.”

에리카는 극존칭을 쓰고 있었지만 둘만 있었다면 또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해수가 두 손을 높이 들자, 사람들의 환호성은 극에 달했다.

이제 환호성에 에리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해수는 처음 경험했다.

우주선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던 28년의 세월.

그저 혼자 우주선에 누워 미래를 알지 못하고 시간을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손짓하나에 열광하고 환호한다.

미칠 듯한 쾌감이 몰려왔다.


갑자기 사람들은 “아리온 군주”를 외치기 시작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작은 목소리는 점차 합창처럼 뚜렷이 들려왔다.


“아리온 군주!”

“아리온 군주!!”

“아리온 군주!!!”


그 소리는 점점 크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사람들은 셀백타이탄 이후로 숨어지냈고 절망 속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절망을 희망으로 환호하는 것이리라!


사람들의 열망과 희망이 합창처럼 들려왔다.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에리카가 뭐라고 말을 해 왔다.

하지만 해수는 모른 척 그 환호를 즐기고 있었다.


군주 놀이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희망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해수는 멈췄던 걸음을 서서히 옮기기 시작했다.

앞에서 기다리던 아이나스 역시 다시 당당한 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해수가 걸어 나가자, 사람들을 또다시 환호했다.


“영원한 아리온 군주!”

“영원한 아리온 군주!!”

“영원한 아리온 군주!!!”

“와!!”


사람들도 미쳐가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사람들은 흥분해서 함성을 질러댔다.

권력의 실체란 이런 것일까?

어쩌면 그저 한낱 사람들의 환호성에 불과할지도.


어쩌면 권력이란 권력자도, 군중들도, 자아도취에 휩싸인 몸부림인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성난 폭동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해수가 스테이지의 중앙에 서자, 일제히 함성은 멈췄다.

이제 작은 도시 국가가 된 아리온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스테이지 중앙에는 군주의 지팡이가 자기부상으로 공중에 떠 있었다.

해수의 상태창에 나타난 바로는 그 지팡이를 들면 끝나는 식이었다.


아리온에는 아직 단일 종교가 없었고, 원로들도 별로 없어서 어찌 보면 조촐한 대관식이었다.

영상에서 보아오던 사제가 왕관을 씌워준다거나 칼을 받들거나 하는 의식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달라고 할걸’ 하고 해수는 생각했다.


해수는 쥐 죽은 듯 고요한 침묵 속에서 홀로 걸어 나갔다.

단상을 오르자, 공중에 뜬 군주의 지팡이가 보였다.

거대한 루민스타가 박힌 에테리움으로 만든 홀 같았다.


그 순간 해수의 머릿속에는 생각이 지나갔다.

‘에테리움은 어떻게 채굴했을까?’

일종의 직업병 같은 걸까?

자신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처음 배운게 광물 채취라 그런지 문득 그런 게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서 있던 것이 사람들에게는 감동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마치 해수가 감개무량한 감정으로 물끄러미 군주의 홀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 순간 사람들도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셀백타이탄의 침공만 아니었다면 지금의 수백 배나 큰 규모의 국가가 되어 있을 텐데 말이다.

셀백타이탄으로 모든 걸 잃고 도시 여기저기에 흩어져 비루하게 생존을 연명하던 그때.


해수가 나타나 아리온을 재건했다.

이제 다시 찬란한 문명을 이루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셀백타이탄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원한도 이 군주가 말끔히 씻어주기를···.

사람들의 바람과 희망은 해수가 군주의 홀을 잡았을 때 절정으로 치달았다.


“와!!”

“와!!!”

“와!!!!”


다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은 희망으로 향하는 아리온 사람들의 열망을 보여주었다.


순간 아레나를 둘러싼 돔형의 천장 디스플레이에서는 온갖 화려한 폭죽이 터졌다.

“펑!”

“펑!”

“펑!”


아레나의 스피커에서는 사람들의 환호성에 걸맞은 효과음이 들려왔다.

돔형 천장의 거대한 디스플레이에서는 폭죽이 터져 우주가 되는 형상으로 뒤바뀌었다.


사람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외쳤다.


“아리온!”

“아리온!!”

“아리온!!!”


거대한 스피커의 소리조차 묻힐 함성이었다.


이제 우주를 나타내던 천장의 디스플레이는 투명하게 바뀌었다.

전광판을 따라 사람들의 환호성은 카운터로 바뀌었다.


“5! 4! 3! 2! 1!”


그리고 투명한 디스플레이로 저 멀리 인공태양이 작동되는 것이 느껴졌다.

태양이 떠오르듯 연한 빛은 더 붉고 밝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차가운 잿빛 하늘은 핑크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와!!!!!”

사람들의 환호성에 차가웠던 날씨는 따뜻하게 바뀌고 있었다.


해수의 상태창에는 인공태양의 가동을 알리는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가고 있었다.


[인공태양 가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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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검투사 대결 24.09.12 24 1 11쪽
» 대관식 24.09.11 22 1 11쪽
54 선물 24.09.10 25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7 1 12쪽
52 반란 24.09.08 31 1 11쪽
51 복귀 24.09.07 33 1 11쪽
50 재건_5 24.09.06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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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재건_3 24.09.04 32 1 12쪽
47 재건_2 24.09.03 36 2 12쪽
46 재건_1 24.09.02 4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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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스콜 24.08.28 4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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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격 24.08.26 38 1 11쪽
38 출발 24.08.25 42 2 12쪽
37 변화 24.08.24 4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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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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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새로운 팀원 24.08.20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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