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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그림/삽화
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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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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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989

작성
24.09.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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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은 자들_3

DUMMY

아이나스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고 있던 아게르토가 벌떡 일어섰다.


모두 놀랐다.

양쪽 발목 아래가 사라진 아게르토.

그가 그토록 당당하게 일어선 것을 보고 말이다.


일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을까?

수없이 넘어지고, 바닥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게르토는 당당하게 서 있었다.


비록 오른쪽 팔은 없었지만···.

그의 모습은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해수로써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아게르토는 절뚝거리며 해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여전히 감은 눈.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해수에게 다가온다.

해수는 마음속에 경외심을 넘어,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


절뚝!

절뚝!

발목이 날아간 그···.

비록 절뚝거리고 한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가왔지만, 전혀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아니!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기적적인 모습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는 정확히 해수의 앞까지 걸어와 멈췄다.


모두의 시선은 해수와 아게르토를 향해 있었다.

“당신의 이름은?”

아게르토가 물었다.


“저는 해수라고 합니다.”

해수는 아게르토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눈이 감겨져 있다.


그러나 아게르토는 평안한 표정이었다.

이제껏 우주선에서 깨어난 이후로, 가장 평온하고 신비로운 표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아게르토는 해수 쪽을 쳐다보며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신께서···.

나의 마지막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군요.”

해수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곧 죽을 겁니다.”

아게르토는 당당히 말했다.

그의 모습은 죽음을 앞둔 앤더슨 대령과는 또한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의 표정.


“.....”

“그래서 나의 마지막 꿈을 당신에게 상속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꿈을 상속한다는 말.

해수의 마음은 알 수 없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앤더슨 대령의 사명과는 다른 무게의 말이었다.


“당신은 내가 보이나요?”

해수가 물었다.

그게 해수는 정말 궁금했다.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인간은 볼 수 없을 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

해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당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수는 다시 한번 아게르토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자신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당신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영혼은 맑습니다.

나는 그것을 느낍니다.”


“당신의 마지막 꿈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그 말에 아게르토의 얼굴엔 미소가 또 한 번 번졌다.

“당신은 영특하군요.

그렇다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나의 꿈은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요.”


해수가 우주선에서 내린 후, 가장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그건 당신이 나의 말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집중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말은 한낱 환상이며, 거짓된 형상일 뿐입니다.”


들을수록,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해수는 이해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좋은 선택입니다.

가끔 사람들은 말이 진실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말은 진실을 그려나가는 스케치에 불과합니다.

말로 그려낸 세상은 언제나 보기 좋은 그림일 뿐, 진실은 아닙니다.


진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져지지 않습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이 오면···.

당신은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아게르토는 해수의 품에 안겼다.

쓰러지는 아게르토의 몸을 해수는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해수의 품에 안긴 아게르토의 한 손이 점점 땅바닥을 향해 처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수는 아게르토의 표정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렇게 아게르토의 몸을 떠받치고 있을 뿐이었다.


“아게르토! 아게르토!”

“오빠! 오빠!”


정신을 차린 해수는 주변의 사람들이 아게르토를 향해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해수에게는 말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이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자기 눈에서 뜨겁게 흐르는 무엇인가 느껴졌다.

눈물···.

해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는 것이 어떤 느낌이라는 것도.


울어야 하는 이유도 몰랐다.

하지만 해수는 처음으로 인간이 무엇인지 알게 된 거 같았다.

마치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


아게르토는 동굴의 한가운데 눕혀져 있었다.

그 아래로 사람들은 정성스레 쌓아 올린 나뭇더미가 있었다.


“아게르토 아래 깔린 나무도 죽은 나무요

아게르토의 육체도 죽은 몸입니다.

하지만 이제 아게르토의 죽음에서 생명이 타오르게 될 것입니다.”

한 노인은 아게르토의 시신 앞에서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노인이 말을 마치자, 다가가 나무에 불을 붙였다.

불은 이내 활활 타오른다.

불길 안에서 아게르토는 마치 살아있는 듯이 화염에 휩싸였다.


해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의 죽음과 장례식을 목격했다.

타오르는 불을 보며···.

해수는 멍하니 불타는 아게르토를 지켜보고 있었다.


불이 모두 타오르고 검은 재가 남을 때까지, 해수는 그 곁에 서 있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 많은 영상과 교육을 받았지만···.

그것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기억했다.


“괜찮아?”

연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해수에게 다가와 묻는다.


“응! 괜찮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건가?”

“그렇지.”


레오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 아게르토의 말 말인데···.”

해수는 레오를 조용히 바라봤다.


“아게르토가 언제나 의미심장하게 말은 했지만, 뜻은 분명한 녀석이었거든.”

“그런가?”


“그래. 항상 특이한 녀석이었지만, 존경할 만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아게르토의 말이라면 토를 달지 않고 모두 따라주었지.”

“그랬었군.”


“그래서 말이야···.

난 아게르토가 너를 다음 리더로 세운 것 같다.”

“응?”

그 말에 해수는 놀라 레오를 쳐다보았다.


“나보고 이곳의 리더가 되어 달라는 말인가?”

“그래. 나도 아게르토의 뜻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말야.

이제 아리온을 재건할 때가 온 것 같단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게···. 아게르토가 말한 마지막 꿈인가?”

“하하하!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 녀석 언제나 혼자만 아는 말만 내뱉으니까.

그 꿍꿍이가 뭔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알 리가 있나?”

레오는 해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좀 곤란한데···.”

해수는 난감해하며 말했다.


“왜지?”

“그게 뭐···.

오늘 불쑥 나타난 외부인이 갑자기 리더가 된다면 사람들이 따를까 싶어서 말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

아게르토의 뜻이었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군말 없이 따를걸세.”


“그리고···.”

“그리고 또 뭔데?”

“솔직히 그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네.

난 자신이 없는데 말야.”


레오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게르토가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나 모든 걸 정확하게 이해하는 놈이었지.

그의 선택이었다면 나 역시 따를 거야.”


“네가 리더를 하면 안 되는 건가?”

“하하하! 사람들은 나를 존경하지 않아.

아게르토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세상에 온갖 더러운 일을 하고 살았지.

나는 그런 그릇은 못돼.”


“그래요!

나 역시···.

당신이 리더가 되서 아리온을 재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에리카가 말했다.


“앤더슨 대령도 아게르토도 모두 리더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사람들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하죠.

나 또한 당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믿어요.”


“그래! 여기 예쁜 아가씨도 말하잖아.

만약 자네가 우리의 리더가 된다면...

나는 평생 너의 곁을 따르겠어.”

레오는 자기 가슴을 치며 말했다.


다들 해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해수는 결심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는 아게르토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로건도, 앤더슨 대령도, 아게르토도 모두 해수의 마음속에 살아있었다.


***


발전소에 남아있는 사람은 1,500명이 넘었다.

해수는 먼저 아리온 도시를 재건하는 일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당분간 아게르토를 추도하는 동안, 해수는 사람들이 삶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밤새워 레오가 가져다준 자료들을 보았다.

아게르토가 남긴 일기를 살펴보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힘들지 않아?”

연서는 아게르토의 일기를 읽고 있던 해수를 찾아왔다.


“아게르토의 예측으로 보자면 석 달 후에는 혹독한 겨울이 찾아올 거야.

그전에 어느 정도 재건을 해두어야 할 것 같아.”

“그게 가능할까?”


“해 봐야지. 아리온에는 남은 자원들이 많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지.”


“아까 보니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

연서는 자신이 둘러본 것을 말해 주었다.


“응! 아게르토가 여기 발전소에서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구는 꽤 많이 증가한 거 같아.

다른 지역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대피해 있는 곳이 있대.”

“정말?”

“응 대피소에는 아마 셀백타이탄 녀석들이 찾지 못한 거 같아.

그게 그 녀석들의 목적도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사람들을 찾는 게 먼저겠네.”

“그렇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 모인다면 그래도 재건에 필요한 인원은 충분해.

하지만 문제는 채굴된 자원은 셀백타이탄 놈들이 가져가서, 새롭게 자원을 채굴해야 할 것 같아.

재건을 위해서는 자원이 많이 필요하니까.”


“호호호! 광물 채굴 같은 거 우리 전문 아니야?”

“뭐 그렇기는 하지.

다행히 쓸만한 연장이나 기계들은 셀백타이탄 녀석들이 두고 가서 말이야.

계획대로 된다면 생각보다 재건 사업은 빨리 이룰 수 있을 거 같아. “


“재건을 다 하면?”

“재건 하면서 셀백타이탄을 막을 생각을 해 봐야지.”

“셀백타이탄이 돌아올까?”

“돌아오긴 할 거야. 아게르토의 예언이 맞는다면.

아게르토는 3년 후에 돌아올 거라고 했어.”


“근거가 있는 건가?”

“응! 셀백타이탄이 거주하는 행성은 여기서 1.5년이 걸리니까 최소한 3년은 걸린다고 보는 거지.”

“만약 그 전에 돌아오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대비를 해야지.”


해수는 연서의 걱정하는 눈빛을 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게르토가 다 방법을 제시해 두었거든.”


아게르토는 셀백타이탄의 약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상대해 본 그로서는 누구보다 셀백타이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영상과 기록을 모아 상세히 분석한 것이다.


“잘 되면 아리온 행성의 군주가 되는 건가? 호호호”

연서의 말에 해수도 웃었다.


“군주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야.”


더 큰 뜻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지만···.

해수는 그저 웃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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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선물 24.09.10 24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6 1 12쪽
52 반란 24.09.08 30 1 11쪽
51 복귀 24.09.07 31 1 11쪽
50 재건_5 24.09.06 30 1 12쪽
49 재건_4 24.09.05 32 1 11쪽
48 재건_3 24.09.04 30 1 12쪽
47 재건_2 24.09.03 33 2 12쪽
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 남은 자들_3 24.09.01 3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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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남은 자들_1 24.08.30 37 2 12쪽
42 기계실 안의 생명체는? 24.08.29 51 1 12쪽
41 스콜 24.08.28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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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격 24.08.26 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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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0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3 1 11쪽
34 첫 전투 24.08.21 47 1 11쪽
33 새로운 팀원 24.08.20 51 1 12쪽
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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