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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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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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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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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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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빙하기_1

DUMMY

유리나는 웃으며 해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에리카 언니도 결혼할 시기가 지났어요.

만약 관심 있으면 제게 말해주세요.

제가 잘 연결해 드릴게요.”


그 말을 하고 유리나는 신난 듯 차를 타고 사라졌다.

하얀 먼지를 날리며 멀어져 가는 유리나의 차.

해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결혼이라···”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긴 했다.

델릭스의 앤더슨 대령도,

아리온의 유노 소장도,

그러고 보니 외계 행성을 건설한 지도자들은 모두 결혼하지 않고 죽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렇게 죽기는 싫었다.


“내가 결혼한다면 누구랑 하게 될까?”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문득 행정건물을 바라보니 경비대원들이 줄지어 해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참! 내 정신 좀 보게.”

“군주님께 경례!”

경비대원들의 경례를 받으며 해수는 건물에 들어섰다.


방안.

자신의 집무실에 누군가가 와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한참을 기다렸는데···”

“나를?”

“그럼 내가 여기서 누구를 기다리겠어?”


연서는 해수에게 다가왔다.

“어머! 이 향수는 누구 거야?”

“향수?”

해수는 자신의 옷에서 향기를 맡아본다.

옅은 시트러스 향이 느껴졌다.


에리카의 건가?

아니면 유리나?

해수는 잠깐 생각을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에리카의 진료소에 들렀다가, 유리나의 차를 타고 왔는데···

누구의 향수인지는 모르겠네.”

“향기가 진한데···”

연서는 자신의 코를 해수의 가슴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왜 이래?”

해수는 연서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흠··· 같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진하게 향기가 배지는 않는데 말야.”

“모르겠어.

어디서 향기가 배었는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연서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해수를 바라봤다.

“뭐야? 그 눈은?”

“하긴 우리 군주님께서 이상한 짓을 할 위인은 아니니 믿어볼게.”

“하하하. 믿긴 뭘 믿어?

레오의 상태도 보고···

윤상한테 새로운 인공근육도 시술받느라 좀 늦은 거야.”


“새로운 인공근육?”

연서는 다가와 해수의 팔뚝을 만져본다.


“그러면 느껴져?”

“오오! 좀 근육이 다른 거 같은데?”

“뭐야?

아직까지 나도 못 느끼고 있는데···”

“아냐! 정말 뭔가 달라.

좀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언제 내 근육을 만져본 적이 있어?

그런 것까지 느끼고 말야.”


“만져본 적은 없지만···

전에 외계 생명체와 싸울 때, 네가 날 안아준 적이 있으니까.”

“쳇! 별걸 다 기억하네.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야?”


“아참!”

연서는 생각났다는 듯이 홀로그램을 띄었다.


“이제 빙하기가 본격적으로 닥칠 거야.

아리온 도시 밖의 날씨가 심상치 않아.”


“빙하기라면 이제 거의 다 대비된 거 아닌가?”

“아니. 아리온 행성의 북부 대기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어.”


홀로그램으로 아리온 행성의 대기 모습이 움직인다.

거대한 태풍처럼 구름은 회오리치고 있었다.


“이건···”

해수는 그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해서리크의 특수 안구는 변하는 정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정보 해독 모드로 전환됩니다.]

“아마 3일 뒤에는 냉기 폭풍이 닥칠 거야.”


해수의 상태창에 표시된 온도는 -70도를 찍고 있었다.

“-70도라···”

“-70도?”

연서의 눈은 동그랗게 변했다.


“체감온도는 그렇게 될 거야.

이건 날씨 시뮬레이션에 없던 시나리오인데···”

해수는 생각에 잠기며 중얼거렸다.


“인공태양의 출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어.”

연서는 가져온 자료를 띄우며 말했다.


“알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원의 소모가 예상보다 빨라져.

북부 지역의 자원도 이제 곧 고갈될 거야.”

“서부 지역의 자원들도···”

“-70도라면 먼 거리에 있는 서부 자원들도 이송이 안 될 수도 있어.

컨베이어가 얼어서 버텨줄지 모르겠어.”


“그럼 어떡하지?”

“더 큰 문제는 이 냉기 폭풍에서 만들어지는 얼음덩어리들이야.

이게 아리온 도시의 방어막을 손상시킬지도 몰라.”

“방어막이 손상된다면···”

“그렇게 되면 손상된 곳으로 열기가 많이 빠져나갈 거야.

인공태양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지.”


“헉!”

연서는 놀란 표정이었다.

“괜찮아.

어떻게든 막아봐야지.”


해수는 유리나에게 연락을 취했다.

“헤이! 군주님.

무슨 일로 연락을 다 주셨어요?

호호호. 아까 제 말에···”


“닥치고 긴급상황이니 조치해 줘.”

해수는 옆에 있는 연서를 의식하며 말했다.


“네? 긴급상황이요?”

“3일 후면 냉기 폭풍이 몰려올 거야.

날씨가 급변했어.”

“어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아리온 사람들의 거주 지역을 인공태양 3지역 이내로 좁혀 줘.

그리고 인공태양의 출력을 높일 거야.”

“그러면 인구가 너무 과밀 되게 될 거예요.”


“지금 상황으로는 어쩔 수 없어.

냉기 폭풍이 지날 때까지만 그렇게 해야 해.”

“알겠어요. 지금 이주를 진행하도록 할게요.”


“아참! 그리고 서부 지역 공장으로 연결된 컨베이어에도 열전도 장치를 더 보강해야 해.

북부 지역 자원으로는 부족해.”

“네! 알겠습니다.”


***


해수는 다시 윤상에게 연락을 취했다.

“누···누구시죠?”

잠에서 덜 깬 윤상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나야. 윤상.

좀 긴급한 일이 발생했어.”

“긴급한 일?”

윤상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인공 근육이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그건 아직 테스트도 못 해봤어.

3일 후 냉기 폭풍이 닥쳐올 것 같은데 지금 도시의 방어막을 강화할 수 있어?”


“도시의 방어막을 강화하라구요?”

“응! 시간이 없다는 건 알아.”

“그건···. 잠깐만요.”


윤상은 일어나 방어막의 자료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

“아! 찾았어. 방어막 강화라···”

“......”


“강화할 방법은 있지만···”

“그게 뭔데?”

“가동할 수 있는 예비의 초전도 토카막이 있어요.

아! 죄송해요. 이건 인공태양의 출력에 대한 자료네요.

제가 아직 잠이 덜 깨서···”

“.....”


“지금은 방출되는 플라즈마를 깔고, 자기장으로 묶어두는 방식으로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어요.

방어막을 강화하는 다른 방법을 연구하긴 했는데···”


“했는데?”

“흠··· 이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방식이라.”

“3일 안에 가능한 방법이야?”

“어느 정도 연구는 되었지만, 실전에 적용한 적은 없어서···”


“위험한 건가?”

“위험하다기보다는 효과가 있는지가 문제죠.”


“위험하지 않다면 한번 시도하는 게 좋겠어.”

“문제는 자원이 부족해서 말이죠.”

“어떤 자원?”


“이 방법을 쓰려면 감마스톤이 필요해요.”

“감마스톤? 흠···”


해수의 머릿속에는 감마스톤에 자료가 펼쳐졌다.

“감마스톤을 채취하려면 방사능 지역으로 가야 해.”

“방사능 지역으로?”

연서는 놀란 눈으로 해수를 쳐다본다.


“다행히 아리온 행성의 남부 지역에 있어.”

“하지만 남부 지역은 아직 탐사조차 되지 않은 곳인데···.

어떻게 갈 수 있어?”

“탐사는 해 놨으니 그런 정보가 있는 거겠지?”

해수는 웃으며 말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위험할 거야.”

“맞아. 방사능 지역이라서가 아니라, 방사능프레토 서식지를 찾아야 하거든.”

“방사능프레토?”

“응. 델릭스 행성에는 없던 놈이지.

방사능프레토의 서식지에 감마스톤이 묻혀있을 거야.”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연서는 의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우주선에서 내 머릿속으로 자료가 입력된 거 같아.”

“그렇다고 해도 삼 일 내에 채취해 올 수 있을까?

가는 데만 해도 삼일은 넘게 걸릴 것 같은데?”


“가는데 하루.

채취하는데 하루.

복귀까지 하루.”


“칫! 뭐야? 말이 쉽지.

무슨 계획이 그래?

그렇게 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겠네.”


“같이 가 줄 거지?”

“응? 뭐라고?

너랑 내가 가야 하는 거야?”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너와 나밖에 없어.”


연서는 심란하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휴! 이제 좀 팔자가 펴나 싶더니···

여기 와서 또 곡괭이 질을 해야 한다구?”

“곡괭이 질은 필요 없어.

예전에 그런 구질구질한 방식은 아니야.”

“뭔가 계획은 있는 거 확실하지?”

“당연하지.”


‘너를 데려가는 데 사지로 내몰 수는 없지.’라고 말하려다 해수는 그저 미소만 띠었다.

“나 고생시킬 거면 돌아와서 각오해!”

연서는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삼 일 내에 복귀하지 못하면, 냉기 폭풍 속에서 얼어 죽을 것이다.


***

소식을 들은 모두가 만류했다.


“그건 무모한 짓이에요!”

에리카는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아리온의 운명이 걸린 일이에요.

방어막이 깨지면 인공태양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저도 따라가겠어요.”


“에리카는 우리가 없는 동안 아리온을 운영해 줘요.”

“하지만···.”

에리카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둘만 갈 건가요?”

“네, 연서와 저만 가도 충분해요.

감마스톤 10kg이라면 냉기 폭풍이 지날 때까지는 방어막을 강화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자원은 아직 충분하니까요.”

윤상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저희도 준비는 되어 있어요.

언제든지 명령만 내려준다면요.”

유리나는 고스트 부대를 말한 것이다.


“군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아직 불필요한 희생을 만들 필요는 없어.”

해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단둘만 간다는 건 너무 위험해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엘리자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아리온의 시스템은 안정화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다들.

각자 위치에서 잘 해주면 됩니다.

혹시 모르니 이 사항은 비밀리에 진행하도록 하죠.”


그렇게 해수는 모든 지시를 마치고 나섰다.


***


해수와 연서는 비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향했다.

“왠지 으쓱한대?”

“괜찮아. 겁 많은 척 하기는.”

“누가 겁난대?”

“미안해. 이렇게 위험한 임무에 너를 끌어들여서.”


“쳇! 그렇게 사과할 거면 데려오질 말았어야지.”

“진짜 같이 갈 사람이 너 밖에는 없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알았어. 대신···”

“대신?”

“대신 성공하면 뭔가 보상이 있겠지?”


“무슨 보상?”

“그건 군주님이 정하셔야죠.”

해수의 옆구리를 찌르며 연서가 말했다.


“보상이라. 잘 생각해 볼게.”

“약속한 거야? 돌아와서 입 싹 닦으면 가만 안 둘 거야.”

“약속은 아니고···”

“뭐야? 군주가 한 입으로 두말하네?”

“쳇. 내가 아리온 군주지 너의 군주는 아니잖아?”

“자꾸 그런 식으로 말 돌리면 나 안 갈 거야.”

“너무 늦었어.”


행정건물 지하층.

엘리베이터는 비밀 장소에 도착했다.

“예전에 처음 드랍포드 탄 느낌이네.”

해수는 연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때가 기억은 나?”

“뭐래? 아주 오래 전도 아닌데. 그럼, 다 기억나지.”

“호호호. 그래. 너 처음 우주 정거장 왔을 때 기억난다.

그때는 참 순진했는데.”

“지금도 순진해.”

“거짓말. 이렇게 사람 꼬드겨서 사지로 몰아넣으면서.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알았으면 어쩔 건데?”

“......”


알았다면 만나지 않을 운명이었을까?

해수도 연서도 느끼고 있었다.

둘은 거대한 운명의 고리로 엮여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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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대관식 24.09.11 21 1 11쪽
54 선물 24.09.10 25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7 1 12쪽
52 반란 24.09.08 31 1 11쪽
51 복귀 24.09.07 33 1 11쪽
50 재건_5 24.09.06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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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재건_3 24.09.04 32 1 12쪽
47 재건_2 24.09.03 36 2 12쪽
46 재건_1 24.09.02 44 1 11쪽
45 남은 자들_3 24.09.01 40 1 11쪽
44 남은 자들_2 24.08.31 39 1 11쪽
43 남은 자들_1 24.08.30 40 2 12쪽
42 기계실 안의 생명체는? 24.08.29 54 1 12쪽
41 스콜 24.08.28 44 1 11쪽
40 착륙 24.08.27 41 1 11쪽
39 추격 24.08.26 38 1 11쪽
38 출발 24.08.25 42 2 12쪽
37 변화 24.08.24 43 1 11쪽
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2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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