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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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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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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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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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14. 뜻밖의 인맥

DUMMY

“버드 엔터의 김해성 매니저라면···. 혹시 어제 전화했던···?! ”

“그래 임마! 장 피디 네가 어제 미친 듯이 욕했던 게 내 친한 동생이라고!”


황조현 팀장이 김해성 대신 답했다. 상황을 깨달은 장위준 피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니, 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자신이 개무시한 하꼬 기획사의 매니저가, 알고 보니 자기 목줄을 쥐고 있는 대부업체 일수꾼의 친한 동생이었다. 그것도 보통 친한 게 아닌 아주 막역한 의동생으로!


“이 녀석이 장 피디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부른 거야. 우리 막내 부탁만 들어주면 내가 장 피디 이자도 몇 달은 지워줄 거고.”

“그, 그렇습니까?! 부탁이라면 혹시···?”


장위준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김해성을 쳐다보았다. 매니저가 피디를 찾아왔다면, 할 부탁이야 빤할 빤자였다.


‘젠장할! 걸시속 게스트로 자기 애들 좀 뽑아달라고 하겠지. 어디서 급도 안 되는 게 건수 잡았다고, 감히 내 방송에 이름 없는 하꼬 걸그룹을 들이대고 있어···!’


‘걸어서 시장 속으로’

줄여서 걸시속.


장위준을 스타 피디로 만들어 준 방송이자, 벌써 6개의 시즌이 제작된 TBC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최근 방영분도 케이블 방송치고는 높은, 2% 후반대의 시청률을 유지 중이었다.


시청률만 괜찮은 게 아니다. 전국의 시장을 홍보하고 체험한다는 긍정적인 내용 덕분에, 세간 인식도 좋았고 상도 많이 받았다.


시청률에 평까지 좋다 보니, 유명 배우들까지 게스트로 한 번 출연하려고 줄을 섰다. 그만큼 장위준 피디의 관리도 빡셌고 말이다.


황조현이 꺼낸 이자 면제 이야기에도 장위준이 넘어가지 않은 이유였다. 피디 모가지의 꼿꼿함은 프로그램의 급으로 결정되니까.


어쨌거나 걸시속은 걸시속이다.

깡패와의 거래를 이유로, 듣도 보도 못한 하꼬 걸그룹을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었다. 장위준 피디는 마지막 구명줄을 스스로 잘라내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그건 절대 안 돼! 걸시속 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작심한 장위준 피디가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혹시 걸시속의 게스트 출연 요청이면, 이거 곤란해서 어떡합니까? 이번 시즌은 촬영 막바지라 일정을 바꿀 수가 없고. 다음 시즌까지도 나올 게스트가 대충 정해진 상태라서 말입니다. 게다가 저희 프로그램은 국장님도 관심 가진 프로라서, 게스트라고 해도 아무나 막 뽑을 수는···.”


“괜찮습니다. 피디님. 제가 원하는 건 게스트 섭외가 아니니까요.”

“···뭐! 그럼 설마 호스트 자리를 원하는 거야?!”


장위준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더 황당한 요구였다. 게스트도 깐깐하게 선별하는 그에게 호스트 자리를 요구하다니!


김해성이 손사래를 쳤다.


“그건 더 아니고요.”


장 피디의 거절을 알아들었으면서도 김해성 매니저는 태연했다. 그 침착함에 장위준은 자신이 혹시 뭘 놓쳤나 싶기까지 했다.


‘게스트도 아니고 고정 출연을 원하는 것도 아니면, 날 왜 부른 건데?!’


당황한 장위준 피디의 마음을 읽은 건지, 김해성이 다시 웃었다.


“제가 피디님께 부탁드리는 건 다른 종류의 일입니다. 일종의 해프닝이죠.”


***


장위준 피디가 바쁘다며 먼저 카페를 떠난 뒤.


황조현 팀장은 김해성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야. 막내야. 네가 예전부터 일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 신기도 있냐? 어떻게 장 피디 반응을 정확하게 예상했어?”

“아. 걸시속의 게스트 출연은 무조건 실패할 거란 거요?”

“그래 임마. 라디오랑 다른 방송은 쉬웠는데 말이야.”


장 피디를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고객(빚쟁이)들과 먼저 거래를 마친 두 사람이었다.


점핑의 음원 발매에 맞춰 라디오 세 개와 케이블 채널의 심야 방송 하나, 뉴튜브 채널 몇 개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몇 달 치 이자를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하지만 더 후한 조건을 걸고 설득해도 장위준 피디는 꿈쩍하지 않았다.


“장위준 피디가 원래 유명했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기준치가 높고 관리도 빡세다고요. 애초에 걸시속을 보면 네임밸류가 높지 않습니까? 요즘엔 유명한 사람 아니면 아예 게스트로 불러주지도 않던데요.”

“하긴. 최근엔 탑스타 배우들만 게스트로 나오니까···.”

“그래서 장위준 피디한테는 처음부터 선택권을 주고 접근한 겁니다. 통편집도 괜찮다고요.”


선택권이란 말에 황조현 팀장이 김해성을 슬쩍 쳐다보았다. 아까 들었던 대화가 다시 생각났다. 김해성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실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제가 장 피디님에게 원하는 건 하나입니다. 걸시속 촬영 때 블루문을 찍어주시기만 하면 돼요. 촬영 이후는 피디님 자유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통편집해도 좋습니다.


김해성이 말을 마쳤을 때. 황조현은 장위준 피디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걸 보았다. 하긴 놀랄만했다. 깡패가 봐도 살 떨리는 강수였으니까. 결과적으로 그 제안이 먹혔고 말이다.


다만 만족한 김해성과 다르게 황조현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깐 출연하는 걸, 그마저도 통편집해도 괜찮다고 말하면 어떡하냐? 우리만 괜히 몇천만 원 손해 보고 방송도 못 나가는 거 아냐? 호식이 네가 너무 착하게 굴다가 호구 잡힌 거 아니냔 거지.”


황조현은 아무래도 돈이 아까웠다. 고객(빚쟁이)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포기하고 방송 섭외에 투자한 만큼,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인 ‘걸어서 시장 속으로’에는 꼭 나가고 싶었다.


황조현의 걱정이 무색하게 김해성이 즉답했다.


“걱정마십쇼 형님. 제가 지금까지 블루문 멤버들을 지켜본바. 장 피디는 블루문 멤버들 분량을 절대, 절대 편집하지 못할 겁니다. 애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 데요.”

“그런 거냐? 그런 거겠지?”


황조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김해성이 강하게 나가며 장 피디를 설득하는 걸 눈앞에서 보았던 덕일까? 김해성이 일을 크게 벌리면 망한다는 걸 아는데도 이번에는 어쩐지 신뢰가 갔다.


‘하긴. 호식이도 뭔가 좀 바뀌었지? 예전엔 마냥 샌님에 호구같이 굴던 놈이 요즘엔 사나이 냄새가 난단 말이야.’


착하고 순박하던 과거의 김해성보다는, 깡패들에게 물들고 오염된(?) 지금의 김해성이 더 마음에 드는 황조현이었다. 김해성은 말을 더 보탰다.


“물론이죠. 형님. 제가 처음부터 걸속시를 노리고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데요. 상인조합회 사람들 반응도 바뀌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면 방송 출연 건만이 아니다. 잘 풀린 듯 보이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황조현은 얼마 전, 상인조합회 사람들이 버드 머니 사무실로 들이닥쳤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게 말이다. 호식아. 너 무슨 재주를 부린 거냐? 평소엔 나만 보면 자리를 피하던 인간들이, 이번엔 웬일로 날 먼저 찾아오던데?! 호식이 너한테 행사 하나만 더 맡아달라고 말이야.”


상인조합회. 전통시장의 상점과 상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단체.


본래 일수라는 것이 전통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던 상인들에게 소액을 빌려준 뒤, 장이 끝날 때마다 본전에 이자까지 합하여 받던 데서 시작하지 않았던가.


기원 때문일까. 깡패들은 양지로 올라가서 몸집을 키운 지 오래되었음에도, 아직까지도 전국 곳곳의 상인조합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


김해성은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이용했다.

일전에 김해성이 황조현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한 것은 두 개의 그룹이었다. 하나는 방송계.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상인조합회였다.


‘신기하단 말이야. 내가 자리를 마련해 줄 때만 해도 분명 호식이가 상인조합회에 부탁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금방 처지가 바뀌어?’


처음 조합회에 찾아갔을 때. 무급 출연도 괜찮으니 판촉이든 뭐든 행사 비슷한 것은 무엇이든 다 맡겨달라던 김해성의 모습이 선한데 말이다.


궁금해하는 황조현 팀장에게 김해성이 자신 있게 답했다.


“후후후···. 조현 형님. 제가 장 피디에게 호언장담하고 상인조합회 사람들이 자꾸 형님을 찾아가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통편집 걱정은 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방송으로 보시면 됩니다.”

“알겠다 호식아. 근데 그게 몇 번에서 하는 방송이냐?”


“케이블 방송이라 회사 TV로는 보기 힘듭니다. 제가 방송 전에 미리 가서 다 세팅해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버드 머니에 들린 지도 오래됐네요.”

“잘됐다 임마. 너 요즘 보고서도 제대로 안 올린다고 우식 형님이 섭섭해하신다. 회사 오면 꼭 인사드려라.”

“알겠습니다 형님.”


쁘락치 입사에 성공한 뒤로 너무 바빴던 탓에 버드 머니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걸 강우식 이사가 이해해주어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방송 섭외 같은 큰 도움은 꿈에도 못 꾸었을 테니 말이다.


버드 머니에 들르게 되면 강우식 이사에게 꼭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한 김해성이었다.


***


한편 스타즈(블루문의 팬) 팬카페에 이상한 이야기가 나왔다.


[뽀에버스타즈 : 얘들아 대박.]

[뽀에버스타즈 : 나 어제 멤버들 봤다. 우리 동네에서.]

[백냥이집사 : 사생(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침범하는 행위) 안 됨.]


[뽀에버스타즈 : 사생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네;;; 고인물끼리 그러지 맙시다. 그런 거 아니고 엄마 따라서 시장 갔는데···]

[백냥이집사 : 갔는데?]

[미소야날가져 : 갔는데 뭐? 님 왜 말을 하다 마시는지?]

[비타민막내서원 : 똥 싸러 갔음? 급똥이야? 그거 아니면 이렇게 말 끊는 거 에바인데;;;]

[현메보구수연 : 왜 말을 하다 말았겠냐? 구라니까 그렇지. 아무리 심심해도 그렇지. 뽀에버님이야 말로 고인물끼리 허언하지 맙시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말을 하다 마는 것이라더니만. 뽀에버스타즈가 화두만 던지고 사라지자 댓글 창이 소란스러워졌다.


뽀에버스타즈는 한참 뒤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영상까지 첨부하여 새 글을 올렸다.


[뽀에버스타즈 : 너희가 안 믿을 것 같아서 증거 올린다. 진짜 사생 아니고 어쩌다 찍은 것임;;; 근데 너희도 이 무대 봤으면 백퍼 사진 찍었을걸? 너무 신기해서? 여하간 올린다. 블루문 멤버들이 우리 동네에서 무대 했어.]


[뽀에버스타즈 : 우리 동네 시장은 가운데에 무대가 있거든? 가끔 특별할인도 하고 동네 사람들끼리 작은 행사도 함. 그런데 거기서 누가 ‘다크소울’을 부르는 거야. 그때부터 좀 이상했지. 머글(팬이 아닌 일반인) 중에 ‘다크소울’을 아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야?]


블루문의 노래야 언제나 반응이 처참했지만. 그중에서도 다크소울은 최악이었다.


타이거맨 이름 빨에 곡을 찾았던 사람들도 인트로만 듣고 바로 꺼버릴 전설의 개망곡. 다크소울을 어떻게든 홍보하려던 팬들은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노래가 정말 쓰레기 같으면, 음악을 틀기만 해도 소음공해라고 신고(또는 손절)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좋게 쳐줘도 이 노래를 끝까지 들은 사람은 스타즈(블루문의 팬)과 버드 엔터 사람들이 전부일 터. 동네 시장 장기자랑에서 누군가가 다크소울을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건이긴 했다.


[뽀에버스타즈 : 그때부터 각 잡고 보기 시작했는데 무대 위에 우리 멤버들이 있는 것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방송 활동은커녕 지방 축제 행사도 뛴 적 없는 블루문이, 동네 시장 무대에 난입했다니. 팬카페 운영자 블루무니야는 반신반의했다.


“뽀에버님이 평소에 이런 장난치는 사람은 아닌데?”


이상한 인간들을 바로바로 쳐낸 덕분에 소규모로나마 팬카페가 살아있는 것이었다. 이상한 인간이 분탕 치는 순간, 망돌의 작은 팬카페는 순식간에 터져버리니까.


때문에 블루무니야는 이제 몇 명 안 남은 고인물마저 쳐내야 하는지, 한 번 정도는 넘어가 줘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영상을 눌렀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욕을 했다.


“이런 씨! 우리 애들이잖아?!”


뽀에버스타즈가 올린 짧은 영상 속에 정말로 블루문 멤버들이 있었다. 화면이 중구난방이고 화질도 구려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고인물 팬이라면 모를 수 없었다.


‘체형이랑 이목구비만 봐도 우리 애들인데. 옷차림도 예전에 팬카페에 올라왔던 스포 사진 속 의상이랑 똑같잖아!?’


형광으로 포인트를 준 비비드한 스포티 의상만 눈에 띈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같았다. 그들이 노래를 하는 순간 블루무니야도 멤버라고 확신했기에 심장이 철렁했다.


“임 대리 뭐해?”

“아, 아닙니다.”


아무리 점심시간이라지만 회사에서 소리 지른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아이돌 덕질을 한다는 것은 절대 들키면 안 될 일이었고 말이다.


가까스로 태연한 척했으나 블루무니야는 속으로 욕을 이어갔다.


‘망할 소속사가! 그동안 미소 말고는 제대로 활동도 못 하게 하더니···! 어떻게 애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망한 아이돌에도 계급이 있다.


팬도 꽤 많고 인기도 있지만 그룹 자체의 히트곡만 없는 허위 망돌.

방송도 가끔 나오고 활동도 꽤 하지만 머글들의 관심을 사지 못하는, 성공 가능성 없는 아이돌.

방송 출연은 꿈도 못 꾸고, 지하실 사인회나 이름 없는 푼돈 행사만 주야장천 도는 지하돌.

그 행사마저 없어서 지렁이 꿈틀하듯, 아이돌 본인이 스스로 홍보하러 다니는 찐으로 망한 아이돌. 찐망돌.


영상을 통해 블루무니야가 목도한 것은, 찐망돌의 꼬라지를 하고 있는 블루문 멤버였다.


무대라고도 부르기 뭣한 시장 단상 위에서 자신들의 최신곡을 부르는 안타까운 멤버들. 그 최신곡이 희대의 쓰레기라서 시장 사람들에게조차 아무 호응을 얻지 못하는 비참한 모습.


와중에 춤은 칼각이고 목소리는 좋아서 더 분통이 터졌다.


‘차라리 대학축제나 지역 축제 같은 제대로 된 행사라면 몰라. 회사에서 제대로 홍보도 안 하고 방치하니까 이 사달이 난 거 아니야? 애들이 좋아서 이딴 시장통 할인 행사에 나왔겠어?! 젠장할···!’


다른 고인물들도 블루무니야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한동안 댓글이 없었다. 한참 뒤에야 겨우 올라온 댓글은 전부 힘이 빠져있었다.


[백냥이집사 : 야이씨. 너무 불쌍하다 우리 멤버들···. 와중에 열심히 하는 것 봐···.]

[현메보구수연 : 노래 구리고 인지도도 없어서 아무도 호응을 안 해주네···. 왜 보는 내가 다 민망하냐? ㅠㅠ]

[미소여신 : 진짜 시장 사람들도 너무 한다. 아무리 모르는 곡이고 쓰레기 같은 노래라지만 그래도 사람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호응 좀 해주면 안 되냐?]


[미소야날가져 : 이걸 왜 시장 사람들 탓을 해. 솔직히 우리도 애들 노래가 좋아서 듣는 거 아니잖아. 팬심으로 어쩔 수 없이 듣는 거지. 그것보다는 소속사 잘못 아니냐?]

[백냥이집사 : 맞아. 버드 엔터 잘못임. 소속사가 능력이 없으니까 노래도 거지 같고 행사도 못 잡는 거 아니냐? 저번 컴백 땐 케이블 음방도 거의 못 나오더니 결국 시장바닥까지 추락한 거잖아.]

[비타민막내서원 : 파티 구함. 버드 엔터 불 지르러 갈 사람?]


분노와 절망의 댓글창에 뽀에버스타즈가 끼어들었다.


[뽀에버스타즈 : 얘들아 진정해;;; 내가 배터리가 없어서 뒷부분을 못 찍어서 그렇지 나중에 가면 진짜 반응 좋음! 다크소울은 망곡이라 어쩔 수 없지만···. 다크소울 끝난 다음에는 다른 노래도 하고 편곡도 해서 정말로 호응이 좋다. 거기에 마지막이! 마지막이 미침!!]

[뽀에버스타즈 : 진짜 점핑이!! 점핑이 진짜 미쳤다! 사람들 다 신나서 이거 무슨 노래냐고 막 궁금해했다고!! 시장에서 완전 페스티벌 분위기였어!!!]


블루무니야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점핑이 신나? 이 사람 허언증인가···?’


다른 팬도 의아해했다.


[백냥이집사 : 점핑? 우리 백송이 자작곡? 그거 기타 솔로에 감성 발라드잖아? 그걸 듣고 어떻게 신나???]

[뽀에버스타즈 : 아, 그게 점핑이 예전 점핑이 아님!! 점핑도 새로 편곡했는데 미쳤음 진짜!!! 그걸 꼭 들어야 하는데···!! 아 진짜 내 배터리 때문에 지금 피눈물 난다 ㅠㅠ 그 좋은 걸 나만 들었어.]

[뽀에버스타즈 : 그리고 나 애들 라이브는 처음 봤잖아. 근데 진짜 괜찮음. 수연이가 처음엔 좀 떨고 그랬는데, 나중엔 점점 나아지더라고!]


이쯤 되자 블루무니야는 안타까워졌다.


‘뽀에버스타즈님. 혹시 자기 때문에 팬카페 분위기 망했다고 수습하려는 건가? 우울해하지 말라고 억지로 구라치는 것 같은데. 점핑 편곡은 또 뭐야?’


버드 엔터는 세상에서 제일 성의 없는 회사였다. 멤버의 첫 자작곡인 점핑을 홈 레코딩 상태 그대로, 아주 날것의 모습으로 내놓은 걸 보면 말이다.


뭐, 녹음이라도 제대로 해줘서 다시 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겠지만···. 아무리 좋게 쳐줘도 회사가 제대로 편곡할 리 없었고, 머글들이 그걸 듣고 신나했다는 건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애들이 라이브를 했을 리가 없잖아. 특히 수연이는···.’


블루무니야는, 목감기라는 이유로 끝까지 라이브만큼은 피하던 구수연을 떠올렸다. 오히려 메인보컬이 아닌 백송과 유미소가 노래를 해주면 해주었지, 구수연만큼은 라이브한 적이 없었다.


스타즈 사이에서도 언급만 피했을 뿐, 구수연이 유리 성대이거나 오토튠으로 고음을 커버친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뽀에버스타즈가 증거 영상을 올렸음에도 이어진 모든 발언에 의심이 드는 이유였다. 그동안 본 게 있는 게 뻥도 적당히 쳐야 믿을 것 아닌가.


‘아니면 오랜만에 애들 실물 본 거라 너무 좋았나? 하긴 시장바닥에서 우리 애들을 볼지 어떻게 알았겠냐. 아니면 너무 충격받아서 기억이 다 미화됐다거나···.’


블루무니야가 뽀에버스타즈의 정신건강을 염려하는 동안, 뽀에버스타즈는 정성껏 댓글을 이어갔다.


[뽀에버스타즈 : 나도 처음엔 시장에서 애들 봐서 당황스럽고 속상했었다.]

[뽀에버스타즈 : 근데 이번엔 진짜 달라! 시장 바닥에서 무대 했다고 슬퍼할 게 아니고, 멤버들 실력을 봐야 해. 편곡 제대로 한 거 보면 다음 컴백 때 점핑도 뭔가 있을 삘이야. 내가 컴백을 기다리긴 또 처음인 듯. 라이브도 문제없어!! 너무 걱정하지 마.]


분위기를 수습하려던 뽀에버스타즈의 노력은 의미 있었다. 그의 허언(점핑 편곡이나 라이브 구라)은 차마 동조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다른 팬들도 긍정적인 댓글을 하나씩 써주었다.


[미소여신 : 나도 그건 좋게 본다. 우리 멤버들 실력 좋은 거 봐. 인지도가 없어서 방송에 못 나가서 그렇지, 방송만 한번 타면 대박 날 실력 아니냐?]

[현메보구수연 : 실력도 좋은데 열정도 있다. 솔직히 이딴 동네 행사 돈도 얼마 못 받을 텐데 열심히 하는 것 봐라. 감동 아니냐?]

[미소야날가져 : 맞아. 애들이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우리가 포기하면 안 되지.]

[비타민막내서원 : 그래도 불은 지르자. 엿 같은 소속사 때문에 나까지 화병 걸리겠어.]


블루무니야가 일하는 척 타자를 치며 여론을 정리했다.


[블루무니야 : 애들은 언제나 최고지만···. 솔직히 버드 엔터 너무 최악이다. 나도 회사에 불만 엄청 많았는데 더는 못 참겠네. 우리라도 멤버들 대신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

[백냥이집사 : 요즘 게임이나 엔터 쪽에서 불만 생기면 본사에 트럭 보낸다고 하던데, 우리도 돈 모아서 트럭이라도 보낼까?]


‘트럭이라?’


블루무니야도 본 적 있다. 그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 게임을 좋아한다더니만. 사장은 즐겨 하는 게임이 이상해지자 회사의 냉동탑차에 전광판을 붙여서 게임회사로 보냈었다.


도로를 점령한 트럭 떼의 위엄에 블루무니야도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사장님처럼 통 크게는 못 보내겠지만. 그래도 버드 엔터같은 작은 회사엔 트럭 한 대도 꽤 경종이지 않겠어?’


다른 팬들도 동의했다.


[현메보구수연 : 좋은데? 나 바로 입금할 수 있다.]

[미소여신 : 나도 알바 뛰어서라도 입금함.]

[뽀에버스타즈 : 하긴. 나야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봐서 좋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애들은 더 좋은 무대에 서야 함! 음악 방송에서 새로 나온 점핑으로 무대 하는 거 보고 싶다. 점핑으로 활동하게 해달라고 트럭 보내자!]


[블루무니야 : 좋아. 그러면 내가 트럭 업체 알아볼게. 문구도 미리 정해보자.]


와중에 허언증을 못 이기고 헛소리를 하는 뽀에버스타즈였지만···. 뭐든 간에 괜찮은 수습이었다. 오랜만에 블루문을 위해 팬들이 나설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시장 바닥 장기자랑도 무대라고 찾아갔겠어. 멤버들이 뭐라도 해보자고 열심히 사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그러나 팬카페의 트럭 공세는 시작도 전에 무산되었다.


트럭에 보낼 문구로 한참 토론 중일 때. 이전에 사진 한 장만 띡 올리고 사라졌던 회사 아이디가 다시 나타났으니까.


[버드 엔터 : 안녕하세요 스타즈 여러분. 블루문의 공연 일정이 잡혀서 알려드립니다.]


웬일로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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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오디션 +2 24.08.14 127 7 21쪽
25 25. 오디션 +2 24.08.13 128 8 16쪽
24 24. 변곡점 +2 24.08.12 130 8 16쪽
23 23. 변곡점 +2 24.08.11 132 11 14쪽
22 22. 연기만큼은 +2 24.08.10 136 9 14쪽
21 21. 연기만큼은 +2 24.08.09 149 9 15쪽
20 20. 새로운 퀘스트 +2 24.08.08 151 10 16쪽
19 19. 새로운 퀘스트 +2 24.08.07 154 8 14쪽
18 18. 새로운 퀘스트 +2 24.08.06 159 9 17쪽
17 17. 위기를 기회로 +2 24.08.05 157 11 17쪽
16 16. 위기를 기회로 +2 24.08.04 154 10 15쪽
15 15. 위기를 기회로 +3 24.08.03 154 9 21쪽
» 14. 뜻밖의 인맥 +3 24.08.02 165 10 21쪽
13 13. 뜻밖의 인맥 +3 24.08.01 165 10 19쪽
12 12. 뜻밖의 인맥 +3 24.07.31 174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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