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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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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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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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명예로운 죽음

DUMMY

명예로운 죽음.


싸구려 떼기가 유명한 대작과 동시에 나와 흥행에 참패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명예로운 죽음이라 부른다. 망해야 마땅한 수준이기에 필연적으로 망했음에도, 다른 요인을 핑계로 둘 수 있는 상황을 말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김해성이 원하는 바였다.


블루문이라는 계란으로 핫칠링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상대하겠다던 말도 김해성의 계산 아래 나온 개소리였다. 어차피 실패할 일이라면 실패한 원인이라도 설득력 있어 보여야지 않겠나.


원인은 이한솔 피디와 유새홍 사장이 먼저 제공했다.


두 사람은 김해성을 말도 안 되는 화제성 초능력자로 여기고는, 뮤직 타임 ‘대박’이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깡패 쪽 인맥 몇과 좃소 기획사의 듣보잡 아이돌이 전부인, 운도 지지리도 없는 김해성에게 말이다.


이러니 김해성으로서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어쨌거나 개소리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한솔 피디의 떨떠름하게 변한 표정과, 독려는커녕 몸이나 사리라고 말리는 유새홍 사장을 봐라.


대박을 요구하던 두 사람이 태도를 180도 바꾸어서 쪽박만 면해달라고 하다니. 김해성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실패해도 타격은 받지 않는, 차선의 상황을 만들었으니까.


그뿐인가? 김해성은 자신이 깡패들의 쁘락치라는 점을 명심하고 있었다.


걸시속 방송을 보고는 블루문의 팬까지 트집 잡던 강우식 보아라. 꼬치꼬치 캐묻던 강우식의 태도가, 김해성은 내내 신경 쓰였다.


처음에 명예로운 죽음을 기획했을 땐,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열심히 일했지. 블루문이 계속 잘 되니까 형님들 입장에서는 날 의심할 만해. 죄 없는 스타즈들까지 트집 잡는 걸 보면 말이야.’


걸시속 방송이 너무 잘 나온 탓에, 김해성은 자신의 쁘락치 정체성이 의심받고 있다고 오해했다.


‘차라리 잘 됐어. 이쯤에서 블루문이 무대를 한 번 망쳐 줘야 형님들도 다시 날 신뢰하지.’


이렇게 되면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도박수는 차선이 아닌 최선의 수가 된다. 타격 없는 안전한 실패에 이어 깡패들의 신뢰 회복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그럼에도 회의실에서 나오는 김해성의 표정은 오묘했다.


‘근데 이한솔 피디나 유새홍 사장. 둘 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니, 그래도 현실감각은 멀쩡했었네. 핫칠링이랑 붙으면 망한다는 것도 알고···.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으면 서로 좋았을 텐데.’


도박 수가 먹혔다는 기쁨만큼, 블루문 멤버들에게 핫칠링을 상대하도록 만든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방금 유새홍 사장과 직원들이 보인 몸서리에 김해성은 일전에 멤버들이 했던 이야기가 뒤늦게 떠올랐다. 멤버들이 겁먹은 얼굴로 꺼냈었던 이야기가 말이다.


-단순히 인기 차이 때문이 아니에요. 저희가 데뷔 때부터 핫칠링이랑 엮이다 보니, 핫칠링 멤버들도 불편하고 그 팬들은 더 불편하거든요. 핫칠링 팬들이 저희를 너무 싫어해서요···.


‘그러고 보니 양평 축제 때 애들이 말했었잖아? 데뷔 초부터 핫칠링이랑 비교당하고 힘들었었다고. 눈치 없는 유새홍 사장까지 알고 있을 정도면 꽤 심했다는 건데, 나 때문에 다시 핫칠링이랑 엮이게 생겼네. 젠장···.’


도박수로 위기를 빠져나올 때까지만 해도 까맣게 잊고 있다. 멤버들이 데뷔 때부터 있었던 핫칠링과의 악연으로 그들을 꽤 두려워한다는 걸.


이제야 기억난 멤버들 생각에 김해성은 입이 썼다.


*


연습실에서 멤버들에게 뮤직 타임 상대를 말할 때. 김해성이 유독 기운 없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와! 매니저님 오셨당! 안녕하세용!”

“매니저님 아니야. 이젠 김 실장님이시지.”

“괜찮다 얘들아. 그냥 편하게 불러···.”


김해성을 보자마자 멤버들이 밝게 인사했으나, 평소 같으면 같이 흥을 냈을 김해성은 어색하게 답할 뿐이었다. 김해성은 농도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얘들아, 특집 방송을 같이할 상대가 정해졌는데, 그···. 너무 놀라지 마라. 핫칠링이랑 하게 됐다.”

“네?!”

“하, 핫칠링요···?”

“갑자기 핫칠링 소릴 들으니까 어제 먹은 핫소스가 올라올 것 같아···!”


안색이 파리해진 구수연에 토하는 시늉을 하는 차서원까지···. 예상대로 멤버들은 크게 당황했다. 김해성이 부담감을 줄여주려 나섰다.


“겁먹을 필요 없어. 너희랑 핫칠링의 악연은 회사 사람들 전부 알고 있어서 사장님도 욕심을 버리셨으니까. 우리는 핫칠링이랑 엮이는 건 최대한 피하는 쪽으로,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논란 없이 무대만 끝나면 돼. 이러면 너희도 괜찮지?”

“네? 진짜예요 매니저님?”

“그, 그렇다면 좀 덜 부담스럽긴 한데···. 진짜 그래도 돼요?”


겨우 잡은 뮤직 타임의 특집 방송인데, 이 기회를 그냥 날려도 된다니. 김해성이 전한 뜻밖의 소식에 멤버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어. 정말이야. 편곡이나 컨셉은 크게 안 바꾸고 원곡을 살리는 쪽으로 갈 거니까. 너희도 그냥 커버 무대 한다고 생각하고 연습만 적당히 하자. 원곡 무대를 그대로 따라 하면, 사람들이 기획사한테만 성의 없다고 잠깐 욕하다 말거든. 그러니까 너희는 정말 걱정 안 해도 돼.”


꼭 유새홍 사장의 명령 때문만이 아니다. 이는 김해성 나름의 배려였다. 본래의 그였다면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어떻게든 눈에 띄는 작전을 세웠겠지만, 이번은 달랐다.


김해성 본인의 면피를 위해서라면 과하게 실험적인 컨셉을 추구하거나 정신 나간 편곡을 하는 쪽이 더 좋았다. 시대를 앞서나간 탓에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핑계 대기 딱 좋은, 명예로운 죽음에 보다 걸맞은 일이니까.


하지만 김해성의 목표는 어느새 수정되어 있었다.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존재감 없게 조용히 패배하는 것으로 말이다.


무대를 애매하게 망친다면 핫칠링 팬들도 딱히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데뷔 때부터 악연이었던 이들에게, 굳이 욕먹을 빌미를 줄 필요는 없지 않나.


김해성의 말에 블루문 멤버들의 소란도 멈췄다.


‘녀석들. 내 말 덕에 긴장이 좀 풀린 건가? 다행이네.’


묘하게 차분해진 멤버들의 시선에 김해성도 걱정을 덜었다. 김해성은 바로 우동준에게 연락할 요량으로 연습실을 나섰다.


“편곡자 좀 만나고 올게. 그동안 핫칠링 안무부터 따놓자, 얘들아.”

“네, 매니저님.”

“다녀오세요오오.”


그리고 김해성이 연습실을 나서는 순간. 멤버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차서원이었다.


“뭐지! 김해성 매니저님! 오늘 이상하신데! 왜지? 왱?!”


구수연은 긴 한숨을 쉬었다.


“왜긴 왜겠어 서원아···. 실장님이 너무 착하셔서 그렇지···.”

“역시. 수연 언니도 그렇게 느꼈지? 우리 상대로 핫칠링이 정해져서, 매니저님이 뭔가 포기한 느낌이었어.”

“그러게···. 어제까지만 해도 진짜 좋은 기회라고, TBC 특집 방송에서 잘하자고 하셨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평상시라면 무대를 어떻게 준비할지 이야기하셨을 텐데. 번엔 원곡을 그냥 카피하겠다고 하시잖아. 나 진짜 놀랐어.”


김해성은 자신의 위로에 멤버들이 긴장을 풀고 차분해졌다고 생각했으나, 이는 오해였다.


멤버들의 고요함은 평상시와 너무 다른 김해성의 태도 때문에 생긴 반동이었다. 우중충한 얼굴로 상대와 맞붙기도 전에 맥없이 포기하는 김해성이라니.


멤버들은 생전 처음보는 김해성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들이 핫칠링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말이다.


멤버들 이야기를 듣던 유미소도 자신의 의견을 추가했다.


“예전에 다들 나한테 말했었잖아. 매니저님이 우리 마음을 읽어주시는 것 같다고. 지금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번 오디션에 붙은 것도, 다 김해성 매니저님이 내 마음을 읽어주신 덕분이니까.”


글쎄다. 김해성이 들으면 당황할 이야기였다.


김해성은 그저 연기를 포기하라고 권유했을 뿐이고. 유미소는 이를 오해한 덕분에 악역에 도전하고 자력으로 합격한 것뿐인데···. 유미소의 착각으로 인해 블루문 멤버들의 오해는 점점 깊어져 갔다.


김해성을 ‘선량한 독심술사 겸 미친 선구안의 능력자 매니저’로 여기니 말이다.


물론 김해성이 멤버들을 배려하긴 했으나···. 그건 블루문이 대놓고 망하게 하는 대신, 무난하게 잘 망하도록 양보한 정도였다.


이를 모르는 멤버들은 열심히 유미소의 말에 동조했다.


“맞엉! 김 매니저님은 미소 언니가 진짜 하고 싶은 배역이 뭔지 한 번에 바로 알아차리고 추천해줬잖아. 공씨 아저씨는 맨날 소리만 질렀는데!”

“진짜 김해성 매니저님은 뭔가 다르셔. 근데 게다가 착하시기까지 하잖아. 항상 우리를 먼저 배려해주시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번 일도 매니저님이 우리 마음을 읽고, 배려해주셔서 생긴 걸 거야. 매니저님이야 당연히 핫칠링을 상대로도 최선을 다하고 싶으시겠지만. 우리를 생각해서 억지로 포기하신 걸 거야. 우리가 핫칠링을 무서워하니까···.”


김해성의 희생정신(?)에 멤버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약간의 침묵 후. 백송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있잖아. 나는 김해성 매니저님이 진짜 고마워. 언니 무대 공포증도 없애주고, 내가 쓴 곡을 인정하고 타이틀로 밀어주셨잖아. 미소랑도 더 친해지고 말이야.”

“먹을 것도 많이 사주셔. 매니저님은 진짜 신이야!”


차서원의 맞장구에 백송이 이어 말했다.


“사실 처음에 시장 투어할 때. 난 진짜 하기 싫었었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진짜 창피했거든. 그런데 매니저님이 날 설득해주고, 세트 리스트도 우리랑 상의해서 정하시고. 거기에 기타 라이브도 허락해주셨잖아. 라이브 연주는 음향 사고 난다고, 전에는 항상 안된다는 말만 들었는데 말이야.”


경청하던 멤버들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다 같이 연습실에 모여 밤을 새우던 그때가 떠오른 듯이.


“근데 그 덕분이잖아. 매니저님이 준비해 주신 덕분에 큰 축제에 나가고. 걸시속 방송까지 찍고. 나는 공연이 그렇게 재밌는 건지도 처음 알았어. 내가 하기 싫어했던 시장행사 덕분에···.”


축제에서 스타즈와 관객들의 응원을 받으며 공연을 마치던 순간의 감정. 이는 지금도 백송과 멤버들의 마음속에 선명했다.


“진짜 매니저님이 혼자서 준비를 많이 해주셨어.”

“답답해도 꾹 참고 이끌어주시는 것도 좋아.”


멤버들의 동의에 백송이 결연히 주먹을 쥐었다.


“역시,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되겠어. 난 매니저님 덕분에 내가 무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어떤 무대를 하고 싶은지 알게 됐는데. 매니저님은 우리를 위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시는 거잖아. 그건 싫어.”


김해성이 알려준 것이었다.


포기해도 되는 무대는 없다. 어떤 장소에서든 누굴 위해서이든. 무대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장소라는 걸.


시장 바닥에서조차도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던 그를 아는 이상, 블루문 멤버들은 이번 특집 무대를 ‘적당히 대충’ 날려 보낼 수 없었다.


“옳소! 나도 쏭이 언니 말에 동의!”

“좋은 말이야 송아. 이번엔 우리가 매니저님을 위해서 노력해보자!”

“나도 열심히 할게.”


백송에 이어 차서원 구수연 유미소 모두가 진심으로 각오를 다졌다.


김해성을 위해서 이번 특집 무대를 잘 해내겠다는, 김해성은 바란 적도 없는 무시무시한 결의를···!


***


한편 버드 머니의 우중충한 사무실은 분주했다.


평화롭게(?) 팬카페 정회원으로 승격한 깡패들에게, 운영자 블루무니야가 보낸 일괄 메시지 때문이었다. 지시사항이 담긴 메시지를 읽은 깡패들이, 서둘러 강우식에게 보고했다.


“형님! 운영자란 인간이 저희한테 뭘 부탁한다는데요?!”

“씁. 어쩐지 미소 자료가 많다더니만.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지. 얼마나 달라는 거냐?”


이 정도 자료라면 수집하는데 분명 많은 인력비가 들었을 터. 순순히 수긍하고 대금을 준비하려는 강우식을 황조현이 말렸다.


“아닙니다 형님. 이놈들, 대놓고 돈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좀스럽게 돈 버는 놈들이에요. 이것 좀 보십쇼. 링크의 영상을 보고 클릭을 해달랍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인터넷 다단계 술법입니다.”


황조현의 설명에 강우식도 모니터를 보았다.


[블루무니야 : 신규 스타즈에게 알립니다. 블루문을 위해서 행동해 주세요. 아래 링크 클릭 후 택톡 계정에 로그인해서 문제 영상을 내려야 합니다. 설정 더보기를 누르고 신고를···]


과연 운영자는 좀스러운 방법으로 깡패들을 부려먹으려 들었다. 아주아주 긴긴 설명문으로 읽기 귀찮게 만든 어쩌고 지시사항 메시지에, 파란색 외부 링크를 달아놓은 형태라니.


강우식이 혀를 찼다.


“쯧. 이거 완전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 아니냐? 한심한 놈들. 직접 몸을 써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컴퓨터로 쉽게 벌 생각이나 하고 있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형님. 요즘 사람들은 정신머리가 썩었습니다요. 어디서 우리 형님을 또 등쳐먹으려고!”


블루무니야는 알까. 깡패들이 말하는 몸 쓰는 일에는 약간의 유혈과 비명이 첨가되어 있다는 걸?


또한 그녀는 알까? 일전에 보이스 피싱에 걸렸다가 중국까지 쫓아가서 떼인 돈의 스무 배를 받아낸 강우식이, 그때의 경험으로 파란색 외부 링크만 보면 보이스 피싱을 의심한다는 걸···?


감히 새문파의 이인자, 강우식을 등쳐먹으려 하는 자다. 황조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다시 연장을 집었다.


“역시 처리하는 게 낫겠습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형님.”

“아니다 조현아. 메시지 보내는 놈은 고작해야 유인책이다. 원래 이런 놈들을 뿌리 뽑으려면 우리도 속아 넘어가는 척을 해줘야 하는 거야. 저거 푸르딩딩한 거 함 눌러봐라. 뭐라고 사기 치려는 지 보게.”

“역시 우식 형님! 알겠습니다. 눌러보겠습니다.”


스스로 미끼가 되어 상대의 본진을 박살 내려는 생각인 거다. 강우식의 참을성에 깡패들이 감탄하며 외부 링크를 눌렀다.


깡패들은 핸드폰에 무슨 어플리케이션을 깔라는 이상한 메세지가 뜰 것을 각오했으나. 새로 팝업된 것은 뜻밖의 동영상이었다.


[핫칠링 VS 블루문 : 팩트로 정리해준다. 반박하려면 들어와 들어와]


길고 도발적인 제목 아래, 영상은 형광 노랑과 빨강을 정신없이 번쩍이며 멋대로 재생됐다. 핫칠링과 블루문의 행사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승패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인기??? 팬들 쪽수를 봐라. 핫칠링 압승!!!]

[춤??? 이건 쫌 어렵 ㅋㅋㅋ 무승부!!!]

[얼굴??? 둘 다 내 취향인데. 그래도 블루문 쪽이 더 낳지 안냐? 블루문 승!!!]

[마지막으로 가창력···]


정신없던 영상이 가창력 비교에 이르자 갑자기 뜸을 들였다. 먼저 핫칠링의 무난한 노래를 들려준 뒤. 영상은 갑자기 음소거로 전환되었다.


이어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갑자기 볼륨이 커졌다. 단순한 볼륨 업이 아니었다. 예술은 폭발이더라니 만, 실제로 폭발한 것이다.


MR 없이도 무대를 씹어먹은, 잔인한 여자를 열창하는 구수연의 생목 라이브가···!


[블루문 압승!!!]


조잡한 편집이었음에도 구수연의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진국이었다. 화면 위에서 반짝이는 저 성가신 [블루문 압승!!!]가 수긍될 만큼 말이다.


[내가 사실 이거 보여주려고 영상 올렸다 ㅋㅋㅋ]

[이제부터 최고 라이징 대세 걸그룹은 핫칠링 아니쥬~ 블루문이쥬~]

[뜨아아들, 핫칠링이 블루문한테 발리니까 아무 말도 못 하쥬~~??]

[인정하면 팔로우 하트 눌러라~~~]


택톡 영상은 끝까지 어그로를 끌었다. 핫칠링의 팬들인 ‘뜨아아’까지 언급한 뒤에야 마무리되었으니까.


팬카페의 다른 스타즈들이 이걸 처음 봤을 때. 그들은 말 그대로 기함을 했다.


‘아니? 뭐 이런 어그로가 있어?! 이거 안티팬이 만든 영상 아니냐?!’


팬들 눈에야 블루문 멤버들이 제일 잘났겠지만. 핫칠링은 대세 중의 대세였다. 핫칠링이 블루문보다 아래라고 못 박는 어그로 택톡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영상의 댓글 창은 벌써 욕으로 가득했다.


거기다 블루문이 워낙 무명인지라 잠잠했던 이전과 다르게, 이번 걸시속 방송으로 잠시나마 블루문이 입소문을 탄 게 문제였다. 자꾸 오르는 어그로 택톡의 조회 수에 스타즈들은 피가 마르는 듯했다.


이런 상황이니 블루무니야는 신규 회원들이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한 부탁이었다.


블루문을 아끼고 위하는 스타즈라면, 누구나 블루문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랄 테니까. 그렇다면 아이돌 판의 미친개, 핫칠링과 엮인 이런 저급한 택톡을 반대할 게 분명하니까.


그러나 블루무니야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녀가 멋모르고 받아들인 이 신규 회원들은, 보통의 일반 사람들과는 약간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존재였다.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여 택톡을 본 깡패들은, 블루무니야나 다른 평범한 스타즈와는 전혀 다른 감상평을 내놓았다.


“이야! 이거 마음에 드는뎁쇼?!”

“팬이라는 거 말고는 다 우리 아가씨가 더 잘났다는 거 아닙니까? 그동안은 뭐 만하면 다들 우리 아가씨가 못한다고 욕하던데, 이놈은 눈깔이 제대로 잘 달렸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특히 저 핫칠링이라는 것들, 예전에 블루문보다 잘났다고 대단하다고 기사가 뜨던 인간들 아닙니까? 사람들이 우리 아가씨가 핫칠링보다 대단하단 걸 이제야 알았나 봅니다!”


신난 깡패들 사이에서 강우식만이 진지한 얼굴이었다.


“이놈들아 지금이 떠들 때냐?! 할 일부터 해야 할 것 아니야!”


강우식의 일갈에 황조현과 깡패들이 바짝 긴장했다.


그러고 보니 강우식은 언제나 유미소의 블루문 활동을 싫어했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들은 보이스 피싱 패거리를 상대 중 아닌가.


유미소를 본 것만으로 행복해했던 것에 자책하며, 황조현이 빠릿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이게 어떤 보이스 피싱인지 빨리 정보부터 알아내겠···.”

“아니, 떠들 시간에 빨리 팔로우랑 하트라는 것부터 눌러야 하는 거 아냐!”

“···예? 형님 뭘 누르라고요?”


황조현과 깡패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보았다. 강우식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다시 명했다.


“인정하면 팔로우랑 하트라는 것부터 누르라고 하잖냐. 빨랑 눌러서 우리 미소 잘난 걸 인정받아야지! 저 핫 뭐시깽이란 것들도 겸사겸사 조지고 말이야.”

“넵 형님!”


표정만 근엄했을 뿐 강우식도 결국 깡패였다.


문제의 어그로 영상에 마음이 혹한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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