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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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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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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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새로운 퀘스트

DUMMY

“이봐요! 김 매니저! 잠깐 나 좀 봅시다!”


장위준 피디가 눈을 희번덕 뜨고 달려오더니 김해성을 낚아채서 끌고 갔다.


구수연의 생라이브 인증 후부터 점핑까지 모두 들은 지금. 장위준 피디는 드물게 대 흥분상태였다.


‘솔직히 오늘 촬영은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PPL 일환으로 딸기 축제와 관련하여 오전 촬영을 마쳤을 때. 장위준 피디는 똥 씹은 얼굴이었다. 촬영에 들인 시간에 비해 써먹기 좋은 그림은 전무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기대도 안 한 김 매니저가 이렇게 빵 터트려줄 줄이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제대로 걸렸다. 또 다른 숙제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찍었던 블루문의 공연이 현장을 잡아먹을 줄이야.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와서야 장위준 피디가 마음 놓고 소리를 질렀다.


“김 매니저! 당신 뭐야?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야! 무슨 준비를 이렇게 거하게 해?!”


준비를 거하게 했냐는 질문에 김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해야죠. 어떻게 얻은 걸시속 촬영 기회인데, 이걸 놓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구수연의 라이브 실력 향상과 무대 공포증 극복을 위해 준비한 시장 라이브 특훈.

백송의 연주 재능을 발전시키고 팬들을 초대하여 점핑의 선공개를 제대로 보여준 점.

마지막으로 이 모든 준비를 방송과 연결한, 과감했던 걸시속 섭외 과정까지···.


자신의 치열했던 준비과정을 장위준 피디가 알아봐 줄 줄이야! 김해성이 입꼬리를 올리는데 장위준 피디가 뜬금없는 이야길 했다.


“나원참!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방송에 나오겠다고 일부러 방송사고를 내는 미친놈은 또 처음 보네.”

“네?!”


아니, 뭐냐? 하필 준비한 그 많고 많은 것 중에 MR 사고로 터진 강제 라이브 인증을 들먹이다니?


당황한 김해성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장위준 피디는 신나서 떠들었다.


“내가 솔직히 별 기대 없이 왔다가 감명받고 갑니다. 생각해보니까 처음에 나한테 통편집해도 된다고 했던 말 말이야. 처음부터 이걸 다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네?!”

“아니, 저기 피디님. 뭔가 오해가···.”


“거참! 뭘 또 겸손하기까지 하려고 그래? 됐습니다, 김 매니저. 내가 오늘 김 매니저의 패기와 치밀한 준비성 잘 보았습니다. 다른 보통 매니저들처럼 얄팍한 인맥에 돈 봉투만 믿는 게 아니고, 아주 적극적으로 콘텐츠까지 만들어와서 더 좋았습니다. 음악이 끊겼을 땐 나도 이게 사고인 줄 알고 놀랐다니까? 다 김 매니저가 꾸민 일인데 말이야!”


‘어떤 미친놈이 라이브 사고까지 예측해서 딜을 합니까?’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김해성은 입을 다물었다. 장위준의 오해라지만 어쨌거나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김 매니저 정도의 진심과 임팩트를 보여줘야 내가 또 마음이 움직이지. 안 그렇습니까? 행사 분량은 넉넉하게 나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아주 미쳤어! 최곱니다!”

“가, 감사합니다.”


좋은 평가에 박하다는 장위준 피디가 욕까지 섞어가며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중간중간 안면에 튀는 침에··· 아니, 영 헛다리를 짚은 칭찬 내용에 김해성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장위준 피디가 먼저 자리를 뜨고. 김해성 혼자 남은 이곳에서 미약하게 인기척이 느껴졌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린 김해성이, 무대 뒤쪽에 쌓아놓은 짐 무더기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분명 공 실장이 MR CD를 바꿔 치기 한 걸 텐데 말이야. 방해 공작이 오히려 도움 된다니. 이거 미안해지는데. 안 그렇습니까? 조영철 매니저님?”


김해성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짐 뒤에 숨어있던 인영을 잡아챘다.


“히익···!”


비명을 지르며 끌려 나온 로드 매니저에게, 김해성이 얼굴을 바투 들이댔다.


지금까지 호감형의 순한 인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던 걸까? 미안하다는 말과 다르게 김해성의 표정은 일수하러 찾아온 깡패의 그것이었다.


“우리 애들 무대를 망치려고 했으니 그 대가로 원래는 둘 다 조져버리려고 했는데 말이야.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듣고 나서 쓸만하다 싶으면 살려는 드릴게.”


조져버린다는 살벌한 단어 선택과 살갗을 찢어버릴 듯한 눈빛. 거기에 깡패들에게서 배운 오의, ‘궁극의 멱살 잡기’ 신공으로 극대화된 압박감···.


김해성이 2년간 강제로 체득한 깡패의 아우라는, 조영철같은 연약한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압박감과 멱살 잡기로 당장 숨쉬기가 힘들었기에, 조영철은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크헉! 켁, 켁! 죄, 죄송합니다 김 매니저님···! 저는 그렇게까지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공, 공 실장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자수 발언에 김해성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까 핸드폰을 만질 때 미리 녹음 모드를 켜둔 김해성이었다. 조영철의 발언이 모두 녹음 되었음을 보여준 뒤 다시 김해성이 입을 열었다.


“조 매니저님. 이젠 서울로 돌아가도 공수혁 실장과 다시 일하긴 힘들 겁니다. 지금 녹취본. 내가 공개하면 그 즉시 공수혁 실장이랑 그쪽 라인은 다 물갈이될 테니까.”

“그, 그럼 저도 잘리는 겁니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영철의 낯빛이 허옇게 질렸다.


‘원래라면 그래야겠지만···.’


김해성이 씩 웃었다. 조영철 매니저는 아직 쓸모가 있는 패였다.


“제가 조 매니저님께는 특별히 기회를 한 번 더 드리겠습니다.”


***


한편. 걸시속 출연진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운에 잠긴 얼굴들이었다. 다음 촬영지로 이동하는 중에도 화제는 여전히 블루문이었다.


“이야. 종합 선물 세트같은 느낌이었어. 트로트에 춤에 가창력에···.”

“마지막에 그 노래 뭐지? 점핑? 요즘 젊은 애들 노래인데 신나고 좋던데요.”

“어린 친구들이 참 마음에 들어. 다들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에너지가 좋은지.”


출연진의 뜨거운 반응에 제작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다녀온 것인지. 잠시 자릴 비웠던 장위준 피디가 이번엔 카메라를 들고 돌아왔다.


“여러분. 방금 했던 이야기, 한 번씩만 다시 해주시겠습니까? 그림으로 따기 좋아 보여서요. 아까 그 친구들 무대를 열심히 하던데. 우리 방송에서 밀어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럴까요, 장 피디?”


블루문의 노력이 와 닿았던 걸까. 출연진은 흔쾌히 나서주었다. 대부분 연기자라 그런지 감상을 다시 논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촬영할 줄 모르고 어쩌다 꺼낸 주제인 것마냥 말이다.


문희아도 칭찬 행렬에 끼어들려고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흉흉한 기운을 뿜는 거구. 문희아의 매니저 양 팀장이었다.


“양 팀장님?”


갑자기 끼어든 양 팀장 때문에 문희아가 의아할 때. 양 팀장이 목소리를 깔고 조용히 말했다.


“이따가 핫칠링 애들도 같은 행사 하는 거 알지? 쓸데없이 다른 회사 아이돌 너무 칭찬하지 말자. 우리는 O&D 식구만 챙겨준다.”

“이런 것까지 간섭받아야 하나요?”


뭐 대단한 거라고. 그저 무대 하는 것 잘 봤다는 말 한마디까지 감시하는지. 울컥하는 문희아의 반응에 양 팀장이 눈을 부라렸다.


“간섭받아야지. 이게 다~ 계약서에 쓰인 내용이라고. 왜 이제 와서 앙탈을 부리나? 우리가 언제 계약해달라고 칼 들고 쫓아갔어? 직접 찾아와서 사인하셨잖아요. 이 아가씨야.”


양 팀장이 꺼낸 계약서 이야기에 문희아가 입을 꾹 다물었다. 소속사에서 이렇게 나오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화기애애한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걸어 빠져나왔다.


그렇게 주차장에 나온 문희아 눈에 인상 깊은 광경이 보였다. 자신의 차보다도 더 크고 화려한 크래프트 벤 앞에서, 블루문 멤버들이 한 훈남을 둘러싸고는 떠들고 있었다.


“네? 방금 전 카메라가 걸시속이었다고요?!”

“우왁! 대박! 그러면 혹시 저희도 걸시속에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지나가는 장면으로라도?!”

“공연이 잘 됐으니 나올 확률이 높겠지?”

“꺄악!”


이제야 걸시속 촬영을 안 것인지, 블루문 멤버들은 방방 뛰며 기뻐했다.


“말도 안 돼! 이거 꿈이에요, 매니저님?!”

“꿈 아니야 언니! 꿈이면 이렇게 배고플 리 없잖아. 우와앙 매니저님! 이제 밥 먹어요오!”

“이따 휴게소 가서 메뉴 다 시키자! 거덜 내고 와보자!”

“대바악! 김해성 매니저님 최고오!”

“감사합니다!”


블루문은 매니저와 사이가 좋은 모양이었다. 친해 보이는 그들을 보자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차량 뒤로 숨은 문희아가 한숨을 쉬었다.


‘분명 초면일 텐데 어쩐지 아는 얼굴 같아서 괜히 더 숨게 되네. 근데 정말 어디서 본 사람 같은 익숙함이···. 응?’


그러고 보니 계속 드는 기시감이 이상했다. 문희아가 고개만 살짝 내밀어서 다시 블루문 멤버들을 쳐다보았다. 방방 뛰는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미소만 짓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미인이었다.


“맞아. 미소? 미소··· 유미소? 어머? 발연기의 유미소?!”


드디어 기억해낸 문희아가 놀라워했다.


요즘 O&D의 한 신인 배우가 자주 욕하는 존재, 유미소가 저기에 있었다. 그것도 발연기라고 불리는 평소의 멸칭과 전혀 다르게, 표정 연기까지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다음 말이다.


***


다음 날. 조영철은 출근하자마자 공수혁에게 불려갔다.


“그래서 본때는 잘 보여줬어?! CD 바꿔치기했다더니, 이후로 왜 전화를 안 받아?!”

“그··· 저···. 실장님. 어제 행사 말입니다···.”

“큭큭큭! 그래 그래. 완전 망했지?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김 매니저 그놈이 멍청해. 실력은 쥐뿔도 없는 애들한테 잔인한 여자를 부르게 하고 말이야. 보나 마나 개쪽당했겠지 뭐!”


공수혁은 조영철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자기 혼자 결론을 내고 킬킬댔다. 조영철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을 굴리다가 겨우 대답했다.


“네, 라이브 망했습니다···. 걸시속 방송도 못 나갈 것 같습니다···.”

“그렇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것보다 오늘부터 미소 연기 수업에 집중하고 샵 예약 새로 잡아라. 일주일 뒤로.”


“갑자기요?”

“그래 임마. 오디션 일정이 바뀌었어. 하여간 방송국 놈들. 아무리 비공개 오디션이라지만 너무 제멋대로라니까? 뭐해? 빨리 연락 안 하고? 일정 당기면 그쪽에서도 자리 다 찼다고 지랄하니까 빨리 움직여!”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일어난 조영철이 핸드폰을 켰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헤어샵 대신 다른 일로 바빴다. 방금 공수혁의 대화를 녹음하고 김해성에게 문자 하느라 말이다.


[김 매니저님. 자료로 쓸 파일 보냅니다.]

[그리고 연기 스케줄에도 변동이 있습니다. MBS 오디션이 일주일 뒤에 열린답니다. 참고로 연기 아카데미는 상암에 있는···]


문자를 전송하면서 조영철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무대를 망쳤다는 거짓 보고에 이어, 공수혁의 발언을 녹음하고 유미소의 일정을 공유하는 것까지.


그는 지금 김해성이 시킨 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


문자를 확인한 김해성이 중얼거렸다.


“일주일 뒤에 오디션이라···.”

“뭐야? 형 바빠? 굳이 오늘 안 사도 된다니까.”

“응? 아니다. 편하게 먹어 동준아.”


입안 가득 초밥을 욱여넣은 우동준이 쳐다보자 김해성이 핸드폰을 치웠다. 계속해서 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이 울렸지만 무시하면서.


지금 김해성이 있는 곳은 택배 박스와 음악 장비가 사방에 가득 찬 반지하. 우동준의 집 겸 작업실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휴무를 받자마자 김해성은 우동준부터 찾았다. 블루문의 행사 무대를 보는 내내 우동준 생각에 아쉬웠던 탓이었다.


‘동준이 놈도 바쁘지 않으면 이번 행사에 데리고 오는 건데 말이야. 현장 에너지를 직접 느껴야 동준이 놈이 영감을 받고 나랑 계속 일하고 싶어지지 않겠어?’


우동준은 그간의 빚을 갚는다며 이번 점핑만 특별히 작업한다고 했었다. 때문에 돈도 안 받고 무료로 편곡해준다고 했지만 그건 그 혼자만의 생각일 뿐.


블루문에서 유미소가 나간 뒤, 이후의 사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김해성에게 재능있는 편곡가인 우동준은 중요한 인재였다. 비싼 초밥을 사 들고 온 것보다도 더한 투자를 할 마음이 있달까.


대충 식사가 끝나자 김해성은 우동준에게 서류 뭉치와 돈 봉투를 내밀었다.


“동준아 이거 계약금 선금. 음원 등록하면서 사장님한테 편곡 비용 받아냈다. 네 부탁대로 작곡가 명엔 백송 이름만 올렸지만, 그래도 음원 수익은 너랑 백송이 똑같이 반반 나누도록 해놨어. 점핑이 대박 나면 너도 생활 좀 괜찮아질 거다.”

“해성이 형! 뭘 이렇게 많이 챙겨줬어? 내가 진짜 형한테 미안해서 그냥 작업한 거라니까···!”


예전엔 곡 하나로 5000씩 땡기던 놈이, 겨우 몇백만 원이 든 봉투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사실 회사에서 내준 돈은 그보다도 적어서 김해성이 따로 사비를 챙겨 넣은 것인데···. 김해성은 괜히 주제를 돌렸다.


“됐어 임마. 형이 줄 때 그냥 받아. 그런데 뭔 택배 상자가 이렇게 많냐? 뭐야? 이거 다 냉동 만두야? 너 뭐 술 취해서 주문했어?”


괜히 화제를 돌린 게 아니다. 반지하 좁은 셋방을 빼곡 채운 택배 상자라니. 밥상 펼 공간도 없어서 두 사람은 택배 상자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먹어야 했다.


우동준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내가 주문한 게 아니고 데아블로 같이하는 형님이 보내주신 거야. 예전에 내가 몇 번 말했지 않아? 만두 형님이 식품 회사 다니셔서 먹을 거 보내주신다고. 내가 만두 형님 덕분에 월세 걱정은 해도 끼니 걱정은 안 하잖아.”

“그건 나도 아는데 원래도 이렇게 많이 보내줬었나? 먹기도 전에 다 썩겠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보냈데?”


만두 형님이야 김해성도 알고 있었다. 우동준의 냉장고를 언제나 가득 채워주던 냉동식품의 존재감으로. 또는 우동준과 함께 데아블로를 같이 하면서 봤던, 눈 돌아가게 대단한 현질 캐릭터로도···.


그러나 이번엔 평소보다 과하게 양이 많았다. 이상해서 물어보니 우동준이 얼버무렸다.


“내가 요즘 데아블로에 접속을 잘 못 해서 말이야. 만두 형님이 무슨 일 있냐고 더 보내주신 건데···. 해성이 형도 좀 가져가. 너무 많다.”


우동준이 냉동만두가 든 택배 상자를 잔뜩 내줬지만 김해성의 관심은 다른데 꽂혔다.


그동안 게임 때문에 바쁜 줄 알았는데 데아블로는 접속도 못 했다고? 그렇다면 우동준이 바빴을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짜식. 음악 작업하고 있었구만? 그러고 보니 눈빛도 달라진 것 같네. 밤새워서 게임만 하던 아이템 팔이의 초췌함이 아니야. 작곡가의 번뜩임이 느껴져.’


감 잡은 김해성이 눈을 빛냈다.


“동준아. 너 혹시 음악 작업 하는 거냐?”

“무, 무슨 말이야···. 편곡은 점핑이 끝이라니까?”


“아니 그래도 혹시. 동준이 너 만약 다시 음악 작업하는 거면 나랑 해야 한다. 알지?!”

“아, 됐어 형! 작업은 무슨. 나 앞으로 만두 형님이랑 던전 돌아야 해서 그럴 시간 없어. 택배나 가져가.”


하긴 택배가 천장까지 쌓인 상태다. 받은 게 많다 보니 한동안은 데아블로만 죽어라 해야 할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민망해서 말 돌리는 거지.’


우동준 저 양심병 인간의 특성상, 다시는 음악 하지 않겠다고 말한 걸 쉽게 뒤집을 순 없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기다려줘야 할 때랄까.


김해성은 택배 상자 대신 겉옷만 챙겨 들었다.


“만두는 나중에 받아갈게. 것보다 점핑 새 버전으로 애들 방송 잡힌 것도 있으니까, 시간 되면 꼭 봐라 동준아. 아무리 바빠도 TV 보고 라디오 들을 시간은 있잖아.”

“그거야 당연히 하지! 뮤비 나오고 방송 일정 잡히면 알려줘. DJ 친구들이랑 데아블로 같이 하는 형님들한테도 홍보할게.”

“오케이. 고맙다 임마!”


김해성이 환하게 웃었다. 그에겐 우동준의 홍보해주겠다는 말보다도 방송을 꼭 보겠다는 기꺼운 태도가 더 기뻤다.


‘걸시속만큼은 반드시 보게 만들어야 해!’


자신이 편곡한 노래로 꾸려진 열정 가득한 무대. 이를 통해 우동준이 다시 음악의 영감을 얻어내면 그것으로 목표 달성이니까.


“아니면 같이 데아블로 하면서 직접 홍보할래?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오랜만에 울도아르드 인던 고?”


우동준의 제안에 김해성이 아쉬워했다.


“던전은 무슨. 내가 왜 만두를 거절했겠어? 나 지금 집 가는 거 아니야 임마. 일하러 가지.”

“일? 형 휴무라며?”

“그런 게 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이다. 밖으로 나온 김해성이 문자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황조현 팀장 : 막내야 우식 형님이 기다리신다. 빨리 와라.]

[황조현 팀장 : 호식아. 오늘 진행 상황 보고도 하고 케이블 그거도 알려 준다고 하지 않았냐?]

[황조현 팀장 : 빨리 와라! 빨리!]

[강우식 이사 : 호식아 어디냐? 얼렁 튀어 온나!]


“거참 성격들 급하셔. 바로 갑니다 형님들.”


김해성이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이제부터는 쁘락치로서 투잡을 뛸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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