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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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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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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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9. 역공

DUMMY

김해성이 조영철 매니저를 바로 내치지 않고 거두어들였을 때. 김해성은 그에게 내린 명령은 단순했다.


공수혁이 걸시속을 망치려 했다는 증거를 모아올 것.


김해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전략이기도 했다. 회사 설립 멤버인 공수혁과 입사한지 반년도 채 안 된 자신의 입지를 비교했을 때. 이번 사건으로 공수혁을 쫓아내려면 더 확실한 패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조영철 매니저는 김해성의 명령을 착실히 따랐다. 공수혁이야 워낙 성격도 더럽고, 자기 할 일을 전부 남에게 떠넘기다 보니 조영철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유미소의 스케줄을 알려주고 복통을 연기하여 자리를 빠지게 하고. 공수혁이 걸시속 방송을 망치기 위해 저지를 패악질과 그 자백 음성을 녹음하고. 수상해 보이는 것들은 죄다 사진을 찍어서 김해성에게 문자로 보내고···.


조영철이 보내준 자료를 취합하던 김해성은 깨달았다. 공수혁의 개 짓거리가, 걸시속 방송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특히 공수혁이 회삿돈을 빼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조악한 가짜 영수증을 알게 되었을 때. 김해성은 대부업체 근무 경력을 살려서 잘 정리해 두었다. 누가 봐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덕분에 시큰둥하게 파일철을 읽던 유새홍 사장의 표정이 차츰 변했다.


그간 실무는 실무진의 영역이라고 믿고 넘어갔던 일들이 사실상 눈뜨고 코 베는 사기의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으니 말이다.


충격을 받은 유새홍이 기함했다.


“이, 이게 뭐야···! 공수혁이 법인카드를 지 마음대로 쓰고 업무 추진비를 횡령했다고?! 아니, 그동안 썼던 홍보비도 다 이렇게 해 먹었던 거야?!”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무래도 공 실장님이 회사의 중역이시다 보니, 저도 정확한 증거를 모으기까지는 함부로 나설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장님께서 빨리 알아봐 주셔서 다행입니다. 사장님께서 먼저 말씀 주신 게 아니면, 저나 조 매니저님은 나서기 힘들었으니 말입니다.”


김해성이 유새홍 사장의 면을 세워주자, 유새홍도 마음 놓고 분노할 수 있었다.


“당장 공수혁 그 인간 불러와!!”


*


이후의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영수증을 보여주자 안색이 창백해진 공수혁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절대 비리가 아니고 뭔가 오해가 있다며 개소리를 지껄였으나 통할 리가 있겠나.


결국 공수혁이 받은 것은 해고와 고소 통보였다. 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도망갔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으랴.


공수혁이 쫓겨난 다음 날.


김해성은 출근과 동시에 바로 사장실로 갔다. 김해성을 부른 유새홍 사장은 무언가 작심한 듯한 얼굴이었다.


“내가 정말 김해성 매니저 덕분에 살았어. 김 매니저가 모아둔 증거 덕분에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아닙니다 사장님.”

“아니긴 뭐가 아니야. 겸손은 다른 직원들이 해야 하는데. 왜 그 인간들은 욕심만 많은지 원. 공수혁 밑에서 그리 오래 일하면서 제대로 알아낸 것도 없고, 일 처리도 엉망인데!”


공수혁 아래서 일한 매니지먼트 부서 사람들 이야기다. 유새홍 사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 내가 해성이 자네를 실장 자리에 올리겠다고 하니까, 다들 마뜩잖은 티를 내잖아. 외국 대학 졸업에 인성 좋고 프로듀싱 잘하고 방송 섭외까지 따오고. 멤버들도 자네를 더 따르는 데 말이야. 지들이 한 게 뭐가 있다고! 재직기간을 걸고넘어져. 허참!”

“그럴 만합니다. 입사만 따지만 사실상 제가 부서의 막내니까요.”


“그것만이 아니야. 걸시속으로 대박 난 거, 그거 한번은 어쩌다 나온 우연이라고 우기잖아?”

“하하. 제가 운이 따른 것도 맞죠. 더 열심히 일하면 다른 분들도 알아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장직의 권한을 노리고 달려온 김해성이었음에도 다른 직원들의 불만이 이해된다는 듯 수긍했다.


젊은 나이와 반년이 채 안 된 짧은 재직기간이 걸림돌이었다. 엔터사도 회사인 만큼 나이와 재직기간을 따지지 않을 순 없었다.


김해성 본인도 그게 못 미더워서 공수혁에 대한 증거를 더 악착같이 수집한 것 아닌가.


‘씁. 역시 기존 직원들에게서 반발이 좀 있군. 그래도 괜찮아. 이번에 공수혁을 쫓아낸 것만으로도 나에겐 호재니까. 걸림돌을 치웠고 블루문 해체까지는 깡패들도 좀 더 시간을 준다고 했으니, 서두를 필요 없다.’


그러나 김해성이 목표를 재설정한 것이 무색하게. 유새홍 사장은 굳건한 의지로 천명했다.


“그러니까 김 실장 자네가 이번 뮤직 타임까지 꼭 대박을 내줘. 다른 직원들이 잔말 않고 자네를 따르지! 걸시속으로 얻은 화제성도 살리고 말이야!”

“예? 김 실장이요?”


유새홍이 김해성을 실장이라 불렀다. 놀란 김해성을 보고 유새홍 사장이 부탁했다.


“그래, 김 실장! 나는 이미 자네를 실장으로 올렸으니까, 뮤직 타임을 첫 실적으로 내 기 좀 살려줘. 거기 피디도 계속해서 우리보고 화제성을 올려달라잖아. 난 김 실장 믿어. 걸시속처럼 이번 것도 빵 터트려 보자고. 할 수 있지?”

“알겠습니다, 사장님! 맡겨주십쇼!”

“좋아 김 실장. 멤버들한테도 잘 말해주라고.”


팔랑귀 유새홍 사장이 다른 직원의 반발에도 김해성을 실장으로 올릴 줄이야! 뮤직 타임 성공을 조건으로 걸고, 당장은 직함만 내어준 듯한 뉘앙스였지만 이게 어딘가.


뜻밖의 희소식에 김해성이 눈을 빛냈다.


*


유새홍 사장의 실장 이야기는 아직은 껍데기뿐이었다. 멤버들 관리나, 결제 관련한 권한은 눈곱만큼도 논의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사장실에서 나오는 김해성은 화색이 좋았다.


블루문의 전권을 얻어내겠다는 1차 목표가, 바로 코앞에 놓여있었다.


‘좋아. 뮤직 타임까지만 성공시키면 된다. 이거까지 잘 되면 유새홍 사장이 날 완전히 밀어주겠다고 약속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이제 남은 일은 하나지.’


바로 뮤직 타임의 특집 방송.


이한솔 피디가 유새홍 사장에게, 특집 방송 섭외의 조건으로 ‘화제성’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도 들어서 아는 바였다.


‘마침 걸시속으로 블루문도 반응 좀 왔으니, 적당히 무대 하고 분위기만 띄워도 괜찮지 않나? 애들 실력파 이미지만 굳혀도 방송은 성공이니까. 내가 대박을 못 내서 문제지, 기본적인 퀄리티 내는 건 잘하니까 말이야. 우선 멤버들한테 진행된 이야기 해주고, 특집 무대도 논의해봐야겠다.’


그간 회사가 공수혁 사건으로 시끄러운 탓에 멤버들도 전후 사정은 다 알겠지만, 방금 들은 실장직 제안은 모를 터.


우선 그것부터 이야기부터 해줘야겠다고 생각할 때.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 문을 열자 뜻밖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승진 축하드려요!”

“앞으로 더더 잘부탁드립니다!”

“우와앗! 김해성 실장님, 대박 멋있다! 축하합니다아아!”


블루문 멤버들은 각자 종이 폭죽을 터트리고 프렌차이즈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축하에 김해성이 놀랐다.


“엉? 뭐냐 너희들? 어떻게 알았어?”


유미소가 웃었다.


“사장님이 며칠 전부터 저한테 새 실장으로 김해성 매니저님이 어떤지 물어보셨어요. 저도 매니저님이 좋다고 엄청 추천드렸고요.”

“우리도요! 저도 미소 언니 옆에서 김해성 매니저님 좋다고 계속 말했어요!”

“그래? 다들 고맙네. 그래서 이렇게 준비한 거야? 이거 내가 오히려 너희한테 챙겨줘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내가 너희한테 선물을 받네.”


어쩐지 유새홍 사장이 전에 없이 화끈하게 일을 처리한다 싶더니만. 유미소와 멤버들이 추천 덕분이었다.


거기에 케이크에 폭죽에, A4 용지로 엉성하게나마 꾸민 ‘축 승진’ 문구라니. 멤버들은 김해성보다도 더 그의 승진을 기뻐했다. 특히 무감정해 보이던 유미소까지 나선걸 보면 말이다.


‘씁. 이거 좀 미안한데···. 다른 애들이야 블루문이 해체해도 내가 데리고 가면 되지만. 미소는 내가 형님들 명령으로 움직이는 걸 모를 텐데.’


자신을 위해 이렇게 애쓰는 유미소를 깡패 보스로 만들어야 한다니. 물론 망한 아이돌로 사는 것보다야 깡패 보스로 사는 게 돈은 훨씬 잘 벌 테지만. 그래도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찔리는 양심에 김해성이 미안해하자, 멤버들은 자신들의 서프라이즈가 통한 줄 알고 밝게 떠들었다.


“별거 아니에요. 걸시속 촬영 끝나고 저희들끼리 약속했거든요.”

“방송 나오는 말 무조건 김해성 매니저님께 감사 인사를 하자고요! 아, 지금은 실장님이시지!”

“항상 열심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더 열심히 할게요!”


파이팅 넘치는 멤버들 모습에 김해성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쨌거나 이번 목표는 블루문의 뮤직 타임 성공 아니던가?


쉬운 목표인 데다가 당장은 멤버들과 같은 마음 같은 목표로 움직일 수 있으니. 김해성도 밝게 외쳤다.


“그래 얘들아.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이번 뮤직 타임도 힘내보자!”

“네!”


***


그러나 다음 날.

김해성은 인생이 쉽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퇴사한 공수혁을 대신하여 뮤직 타임의 이한솔 피디와 처음 만나는 미팅 자리. 라디오를 들었던 피디가 직접 블루문을 섭외했다던 비하인드를 들었음에도, 김해성은 긴장했다.


피디가 좋게 봐주었다 해도 블루문의 현실적인 위치는 초소형 기획사의 무명 아이돌. 뮤직 타임에서 이렇게 호의적으로 불러줄 급이 아니었으니까.


거기에 공수혁의 부재도 은근히 부담이었다. 공수혁이 그래도 방송국 인맥이 넓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공수혁 없이 초면의 피디를 만난다는 점이 말이다.


‘끙. 장 피디님이 날 좀 잘 소개해 줬으려나?’


그래서 김해성은 장위준 피디에게 부탁했다. 이한솔 피디에게 자신과 블루문 이야길 좋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효과가 이리 무시무시할 줄이야.


초면의 이한솔 피디가 버선발로 마중 나온 것부터 이상하더니만. 그는 김해성에게 친절한 음성으로 시종 말을 걸어왔다. 언뜻 보면 갑을의 위치가 바뀐 것처럼 말이다.


“하하하! 김해성 매니저님? 걸시속 잘 봤습니다. 사실 내가 걸시속 가편도 잠깐 봐서 블루문이 꽤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본방은 더 대단하더라고요. 방송 끝나고 기사도 꽤 나고. 어제 잠시지만 실트에도 들었었죠?”

“맞습니다 피디님. 운 좋게 장 피디님이 저희 아이들을 좋게 편집해주셔서요.”


거기에 장위준 피디를 통해 언질을 미리 한 덕분인가.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걸시속으로 넘어갔다. 김해성의 답에 이한솔 피디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거참. 좋게 편집하기는 무슨. 내가 장 피디한테 김 실장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엄청난 능력자라고요!”

“제가요? 능력자라고요?”


“들은 대로 겸손하시네. 다 알고 있습니다. 시청률 잡으려고 라이브 사고까지 꾸며냈다고요? 크. 나도 화제성에 꽤 목마른 놈이지만 김 실장님께는 한 수 접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네?! 제가 라이브 사고를 꾸며냈다고요? 앗, 혹시···?”


이한솔 피디의 뜬금없는 칭찬에, 그제야 김해성은 장위준이 이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맞다! 장 피디가 예전에 나보고 방송사고까지 꾸미는 미친놈이라고 했었지. 근데 그걸 이한솔 피디한테도 말한 건가? 그래서 오해하고 있는 거고···?!’


당시에 장위준 피디의 오해를 정정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것이 이렇게 될 줄이야···!


이한솔은 기대감을 잔뜩 담아 김해성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시청률 관해서는 편집증에 가까운 원조 미친놈, 장위준의 추천사가 있다 보니 김해성까지 남달라 보이는 듯했다.


“으하하! 내가 사실 블루문을 섭외하면서도 자신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음악 방송은 화제성이 중요한데, 이번 특집에 뜬금없이 화제성 하나 없는 무명 걸그룹을 추천하는 게, 피디로선 모험이거든. 근데 김 실장님이 알고 보니 화제성 잡는 데는 도사라네?! 이러면 내가 오히려 감사하죠! 김 실장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아니, 이한솔 피디님. 그게···!”

“원래 블루문한테는 욕심 안 내려고, 특집 무대 중에서도 제일 작은 스테이지로 내주려고 했는데 큰일 날 뻔했어! 내가 진짜 팍팍 밀어줄게요! 김 실장님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대신 화제성만 대박 쳐 봅시다!”


이한솔 피디로부터 전폭적인 지지 선언을 받을수록 김해성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


한편 김해성만큼이나 골치를 앓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니.


임영주 대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후우···. 흐아···! 아오···.”

“임 대리, 한숨을 왜 그리 크게 쉬어? 홈쇼핑에서 밀키트 반송한 건으로 그래? 그거 아직 기한 남았으니까 오늘은 퇴근해요. 괜히 야근하면서 우울해하지 말고.”

“앗, 아,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팀장의 배려 덕에 정시 퇴근한 몸이지만.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어째서인지, 회사 잔업으로 야근할 때보다도 더 큰 한숨을 쉬며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았다.


지금부터는 단순히 식품 회사의 임영주 대리가 아니다. 블루문의 팬카페 운영자, 스타즈를 이끄는 목자, 블루무니야가 될 시간이었기에. 블루무니야는 미간을 찌푸리며 정회원 전용 게시글을 보았다.


간만에 블루문에 호의적인 기사와 걸시속 움짤로 풍요로워진 자유 게시판과 다르게, 정회원들만 따로 모인 이곳은 심상찮은 분위기였다.


블루문에게 악영향을 끼칠 한 어그로 영상 때문이었다.


양평 축제 때 있었던 관객 중 한 명일까. 어그로는 축제 무대에 나온 블루문과 같은 축제의 다른 가수를 함께 찍어 택톡으로 올렸다.


자극적인 편집으로 두 팀을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 인간 또 제목만 바꿔서 영상 올렸네? 이거 우리가 단체로 가서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소용없음. 우리 애들보다 잘나가는 연예인들도 저런 자극적인 영상 많은데 다 삭제 안 되잖아.]

[화력을 모아서 가야 할 것 같은데···.]

[하필 점핑같이 좋은 싱글 나오고 걸시속으로 빛 볼 때 이딴 걸로 초 치는 건 뭐야? 너무한다 진짜!]


지금까지야 블루문의 존재감이 워낙 미미하기에 묻혀 있었지만. 걸시속 방영 이후 두 자릿수던 조회수가 미묘하게 오른 걸 보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게 빤했다.


때문에 스타즈도 벌써 몇 주 째 어그로와 씨름 중이었다.


대놓고 블루문을 욕 먹이려고 만든 영상물이기에 열심히 신고를 먹이며 영상을 내리려 했지만, 스타즈가 최선을 다함에도 어그로는 아무 타격도 받지 않았다.


스타즈의 쪽수가 너무 적은 탓이었다.


“에휴···. 머릿수가 너무 적으니까 우리끼리 댓글쓰고 신고를 눌러봤자 효과가 없네. 어후. 어쩌지···? 이 사람들이라도 받아야 하나?”


블루무니야는 망설이는 얼굴로 가입신청 게시판을 쳐다보았다.


걸시속 방송 이후 갑자기 몰려온 신규 회원들.


그간 유입 없이 고인물로 썩어가던 스타즈 팬카페에, 오랜만에 찾아온 새로운 사람들이건만. 블루무니야는 아직까지 그들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고민할 만했다.


[구로구강철주먹 : 가입 인사 올립니다. 싸게 싸게 받아주십쇼~~~]

[구로구피주먹 : 가입비는... 얼맙니까...? 큰 거...세 장이면 되나....?]

[구로구최강핵주먹 : 울 형님들 바쁘시니까 빨랑 처리해주십쇼 ㅡㅡ^]

[한놈만팬다 : 정회원 신청]

[한놈만팬다 : 정회원 신청]

[한놈만팬다 : 정회원 신청]

[한놈만팬다 : 정회원 신청]

[장기자랑할때마다천만원 : 우리 미소 아가씨 보러 왔습니다.]

[장기자랑할때마다천만원 : 미소 아가씨 보러왔다고]

[장기자랑할때마다천만원 : 장기 자랑하고 싶은 거 아니면 빨랑 정회원 만들어라. 나랑 우리 형님까지 싹 다.]

[강한남자강우식 :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 제목]


가입 신청 글을 훑어본 블루무니야가 미간을 찌푸렸다.


“후우···. 아이디도 이상하고 가입 인사 형식도 다 엉망이고. 이래도 받아줘야 하나? 물결에 점은 왜 이렇게 많이 써??”


아무래도 수상한 인간들이다. 평상시의 블루무니야라면 절대 가입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아, 진짜! 지금처럼 사람이 필요한 때만 아니면 안 받는 건데! 어쩔 수 없지···.”


블루무니야는 고민을 거듭하다 눈을 질끈 감고선 마우스를 클릭했다. 내키지 않는 신입 회원들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는 마법의 클릭이었다.


그와 동시에 버드 머니의 침침한 사무실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야! 형님! 저 드디어 정회원이 됐습니다!”

“형님! 저도 정회원이랍니다!”


컴퓨터 화면만 새로고침하던 깡패들이 기뻐했다. 황조현 역시 굳은 표정을 풀고 손에 든 연장을 내려놓았다.


“우식 형님! 지금 다들 정회원이 되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여기 운영자라는 인간, 찾아가려고 했는데 귀찮지 않게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블루무니야는 알까? 방금 전의 클릭 한 번으로 그녀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냈다는 것을···?


황조현의 보고에, 흉터를 만지던 강우식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선만으로도 살을 벨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우식이 명했다.


“좋아. 그럼 다시 미소 정보를 좀 모아봐라. 알다시피, 이건 미소 주변에 일용파 끄나풀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알겠어?!”

“넵 형님!”


강우식의 명령에 맞춰 깡패들이 일사불란하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러나 팬카페의 유미소 자료를 모두 저장할 기세였던 깡패들은, 딸깍질을 잠시 멈춰야 했다.


블루무니야가 신규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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