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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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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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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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특집방송

DUMMY

핫칠링의 립싱크에 싸늘해진 현장.


처음부터 립싱크할 요량으로 본인들 목소리보다 큰 AR을 깔아둔 채, 마이크 전원까지 아예 꺼두었다는 걸 들킨지라 더 그랬다.


“뭐야? 핫칠링 지금까지 다 립싱크 한 거야?”

“라이브하는 것처럼 해놓고는 다 립싱크라고? 차라리 대놓고 립싱크를 하지 이게 뭐야. 기만 쩐다.”

“개 웃기네. 뭐하냐 쟤네? 안무도 대충 뭉개놓고 노래도 안 불렀네.”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핫칠링 팬들도, 이번만큼은 타팬들의 비아냥에 반박하지 못하고 얼 타고 있었다. 급하게 마이크를 다시 주워 노래하던 윤하은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겨우겨우 첫 번째 사전 녹화가 끝나고. 수건과 물을 챙겨서 무대에 오른 매니저가 핫칠링을 달래주었다.


“하은아 그 정도 실수는 괜찮아. 아직 사녹이 두 번이나 남았으니까. 잘 찍어서 만회하면 돼.”


나름 위로를 해준 것이었으나, 이미 인생 최대치의 수치심을 참고 있던 윤하은에게는 이 말이 오히려 뇌관을 건드렸다.


“내 실수라고? 안무 넣자고 한 것도 오빠고 컨페티 많이 뿌려달라고 한 것도 오빠고 전부 다 오빠 탓인데! 지금 내 잘못이라고 한 거야?!”

“그,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녹화 중이니까···.”


“됐고! 내가 처음부터 이 방송 하기 싫댔잖아! 나 더 이상 못 찍어!”

“하, 하은아! 야 윤하은!”


사전 녹화를 여러 번 할수록 방송 송출분에 베스트 컷을 실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전 녹화를 여러 번 내어주는 것은 인기 가수의 특권이었는데.


윤하은은 이런 특권까지 무시한 채 멋대로 무대를 내려가 버렸다. 눈앞에서 대놓고 벌어진 일에 이한솔 피디와 제작진도 당황했다.


“아이고, 스탑 스탑! 카메라 꺼! 매니저님 어떻게 된 겁니까?”

“아니, 이 컨페티 때문에···!”


“네?”

“아니, 아닙니다. 제가 하은이 데리고 오겠습니다.”


핫칠링 매니저가 컨페티 뭉치를 발로 차더니만 씩씩대며 무대를 내려갔다. 멋대로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버린 윤하은을 찾아오겠다는 거다.


그렇게 핫칠링 쪽이 스튜디오를 나가고 남아있는 제작진과 팬들이 술렁이는 동안. 스튜디오 구석의 한 사람만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레몬플라이의 매니저였다.


“야, 이게 웬 횡재야? 오늘 재수 옴 붙은 줄 알았는데 더 대박을 건졌네?”


블루문이 얼마나 못할지 구경하려고 남아있다가 퀄리티 좋은 무대에 놀라고. 김해성에게 작곡가를 캐내려다가는 까이고···.


하루 종일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신경질을 내던 그가 막판에 생기를 되찾았다. 녹화된 핸드폰 영상을 확인한 뒤로는 활짝 웃었다.


오히려 잘 됐다. 블루문은 어차피 듣보의 무명 걸그룹이다. 블루문이 녹화를 망쳤다 해도 이를 보고 시시덕 거리는 것은 개인의 즐거움으로 그치겠지만.


“핫칠링은 블루문 따위랑은 무게가 다르지. 사람들이 이걸 알면 얼마나 신나게 물어뜯겠어?”


더 진귀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는 흥미. 그리고 레몬플라이보다 잘나가는 그룹의 약점을 잡았다는 흥분에, 그가 조용히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


같은 시각 O&D 엔터.


기존 대형 연예 기획사보다도 더 뜨거운 기세로 치고 오르는 걸 반영하듯, 투자 설명회라는 현수막 아래 온갖 기자들이 몰려있었다.


양지현 총괄 팀장이 기자들과 인사했다.


“성공 일보 김 기자! 바쁜데 와줘서 고맙습니다.”

“저야말로 양 팀장이 불러주셔서 영광이죠. 일전에 보내주신 사과도 감사합니다. 뭐해, 인사드려! 이번에 들어온 신입인데 얘가 좀 얼을 탑니다.”


신입 기자를 소개하며 과하게 허리를 숙이는 기자에게, 양지현은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사과야 약소한 성의죠. 아, 연예부 기사도 한 꼭지 부탁합니다. 곧 있을 MBS 드라마에 저희 배우들이 나오는데 신인 배우 이예리와 특별 출연 문희아로 딱 임팩트 있게 제목 좀 뽑아주십쇼.”

“맡겨주세요, 양 팀장님!”


옆의 신입 기자는 ‘단순한 출연 소식으로 뭘 어떻게 임팩트 있는 기사를 뽑아내냐는’ 의문의 얼굴이었으나, 선배가 저자세로 나가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기사들이 돌아갈 때. 로비에서 소란이 일었다.


“아아, 감독님! 여기서 이러지 마시라니까요?!”


로비 직원이 추레한 여성을 보고는 곤란해했다. 난처한 기색에도 여자는 목소리를 높이며 따졌다.


“아니, 내가 못할 말 했습니까? 이번에 O&D에서 투자 뭐 한다며? 그 돈으로 우리 스튜디오랑 일 좀 하자고요! 예전에 드라마 찍을 때도 때깔 좋다고 좋아했었잖아! 이제 돈 있으면 양심적으로 우리 좀 살려달라고요! 내가 뮤비를 찍던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주던 잘 뽑아낼 테니까···”


로비의 소란에 기자들도 궁금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양지현은 성가시다는 얼굴로 일을 해결했다.


“저 잡상인 또 왔네. 뭐해 당장 내쫓아!”

“아니, 잠깐만! 나도 그쪽한테 할 말이 있다니까···?!”


여자가 끌려나간 뒤에야 기자들이 흘깃거리는 걸 멈추고 서둘러 나갔다.


“바빠서 뒤지겠는데 파리까지 꼬이고 있어. 언제적 일로 아직까지 저 지랄이야? 홍 대표가 싸놓은 똥을 왜 내가 치워야 하냐고!”

“저···. 저기 팀장님. 핫칠링 매니저님이 전화하셨습니다. 급한 일이라고 하시는데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 양지현은 짜증 가득한 얼굴이었다. 설명회, 기자 처리, 배우들 일정 조절에 잡상인 퇴치까지···. 거기에 핫칠링 쪽에서 전화까지 걸려오자, 그는 폭발하고 말았다.


“뭐? 라이브 AR인 걸 들켜서 윤하은이 도망쳤다고?! 너 이 새끼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윤하은이 짜증 낸다고 그걸 다 받아줘? 수습을 먼저 하라고.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 방송인데 뭘 겁을 처먹고 있어! 윤하은 바꿔!”


머리끝까지 화가 난 양지현은 윤하은에게도 전에 없이 폭언을 퍼부은 뒤에야 이성을 되찾았다. 윤하은과 매니저가 녹화장에 복귀하도록 종용했으니, 이제는 제작진에게 연락할 차례였다.


양지현 팀장이 바로 이한솔 피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피디님. 저 양지현 팀장입니다. 네네. 녹화 도중에 저희 애들이 나갔다죠? 지금 애들 되돌려 보내는 중입니다. 예예. 제가 잘 타일러 놓았습니다.”

-아, 네. 그럼 저도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돌아오면 바로 녹화 재개하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애들한테 들어보니까 피디님 책임도 있다던데. 오늘 방송 사고, 그대로 내보낼 생각은 아니시겠죠? 제가 박 국장님이랑도 친분이 있고. 앞으로도 TBC랑 같이할 게 많은데, 알아서 잘 좀 만져주십쇼. 부탁드립니다 피디님.”


혹시 방송국 쪽에서 자신들 탓을 할지 모르니 당부의 말도 잊지 않고 남겨두었다. 이 정도로 일러두었으면 어련히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


윤하은의 탈주 이후. 뮤직 타임 녹화장은 안팎으로 가시방석이었다.


처음 윤하은이 나갔을 때만 해도-


“빨리 떴다 싶더니만 여지없이 미친 짓을 하네. 왜 유명해지면 다들 이렇게 맛탱이가 가는 거야?”

“핫칠링은 더 이상해요. 다른 아이돌들이야 요구 사항 많고 짜증이 많아서 피곤한 거라지만. 핫칠링은 이대로 녹화 끝내면 립싱크 참사 버전밖에 안 남는데. 이걸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달라는 걸까요?”

“그럴 리가 있겠어. 쟤네도 생각이란 게 있을 텐데. 그리고 이대로 내보내지도 못해. 국장님이 O&D 엔터를 얼마나 신경 쓰는데. 빨리 가서 달래주고 와봐.”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제작진이었다. 이 바닥에서 성공한 연예인들의 제멋대로 불성실한 태도가 어디 하루 이틀이겠는가.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윤하은의 탈주도 어느 정도 견딜만한 일이었다.


문제는 일을 수습하겠답시고 전화를 건 양지현이었다.


어째 평소 태도답지 않게 공손한 태도로 말을 꺼냈다 싶더니만. 결론은 이한솔 피디 탓에 TBC 국장까지 들먹이며 끝냈다.


부탁이라는 단어만 썼을 뿐 누가 들어도 협박조의 어투였다. 전화를 끊은 이한솔 피디가 결국 복장을 터트렸다.


“아니 씨! O&D 이놈들 뭐야? 나랑 한판 해보자는 거야?! 아무리 박 국장이랑 친해도 그렇지···!!”

“진정하세요 피디님. 국장님이 원래 기획사 윗대가리들은 따로 챙기지 않습니까···.”


보통의 소속사라면 방송국에 설설 기어야 정상일 텐데. TBC 국장과의 친분이 두터운 핫칠링 쪽은 그런 일반 상식을 무시하고 있었다.


“아니, 윗대가리만 그런 게 아니야. 아까 매니저 놈도 컨페티 언급하며 내 탓인 양 말하더라니까?”


아까 매니저가 컨페티를 언급하며 미묘하게 짜증 낸 것도 다시 생각하니 어이없는 일이었다.


녹화를 망친 장본인들이 미안해하기는커녕 원망이나 하다니. 본인들도 무대에 힘줘달라고 부탁했으면서 인제 와서 난리였다. 가수고 매니저고 회사고 간에 말이다.


때맞춰 돌아온, 뾰루퉁한 얼굴의 윤하은과 매니저를 보면서. 이한솔 피디는 조용히 이를 갈았다.


특집 무대는 결국 녹화 방송이다.


애초에 이런 방송 사고를 막으려고 미리 녹화 무대를 찍어두는 것이니, 결국엔 핫칠링이 완벽한 무대를 한 것 마냥 아무 일 없이 넘어갈 방송분을 만들어야 할 게 빤했다.


“이게 차라리 생방송이었으면 내가 시말서를 쓰더라도 속은 시원했을 텐데···. 그깟 뉴튜브 조회수가 뭐라고. 내가 저 인간들 섭외 좀 하자고 부탁하고 다닌 게 원망스럽다 정말!”

“그러게요. 피디님. 생각지도 않은 블루문이 오히려 괜찮고, 공들인 핫칠링이 더 엉망이네요···.”


같이 푸념하는 제작진의 말에 이한솔 피디가 눈을 번쩍였다.


“맞아! 블루문은 생라이브로 노래했잖아. 음향 감독님 좀 모셔와라. 내가 핫칠링을 못 건드리는 거지, 블루문을 못 띄울 건 아니잖아?”

“그래서요? 어떻게 하실건데요?”


관심을 보이는 다른 제작진들에게 이한솔 피디가 말했다.


“블루문 무대는 뉴튜브로 따로 밀어주자고. ‘생 라이브’라고 인증 박아서 말이야.”

“와. 그러면 사람들이 다 알겠네요? 블루문만 라이브 인증이라고 뜨면, 핫칠링은 립싱크라는 거 결국 사람들도 알게 되잖아요.”

“그래. 그러면 O&D도 할 말 없지. 어쨌든 우리는 그쪽이 원한 대로 립싱크 사건 잘 수습해줬잖아. 거기다 대고 뭐 더 불만을 품겠어? 그 인간들이!”


작게나마 복수를 꿈꾸는 이한솔 피디의 말에, 오히려 다른 제작진들이 더 신나버렸다.


“그런데 진짜 좋은데요 피디님? 어차피 방송 송출 때는 음향 다 뭉개지는데. 뉴튜브에 올리면 원본 음질로 업로드 하는 것도 가능하잖아요!”

“아예 ‘리얼 라이브’란 코너로 재생 목록을 따로 만드는 건요? 뮤직 타임만의 특별함이라고 홍보하면 자극적일 것 같은데?”

“이거 조회수 대박 날 각인데요?!”


과연 방송국 사람들이었다. 엿 같은 상황마저 화제성으로 승화시키는 제작진들 모습에, 이한솔 피디가 감격한 얼굴로 답했다.


“좋아, 한번 해보자 얘들아. 배너에 추천 링크에 다 블루문으로 도배해서 밀어줘. 아예 핫칠링을 물 먹이자고!”


***


그리고 며칠 뒤.

뮤직 타임 특집 방송의 날.


유새홍 사장이 조용히 김해성을 찾았다.


“김 실장. 오늘 뮤직 타임 방송은 자네랑 나만 보자고. 뭐 좋을 거 있다고 다 같이 볼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알겠습니다.”


잘 하라고 내보낸 방송이 아니다. 핫칠링과 엮이느니 차라리 무존재가 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버드 엔터다.


‘지나가는 출연진 1’의 역할만 하자고 김해성과 약속한바. 버드 엔터에서는 뮤직 타임 특별 무대에 별 기대가 없는 게 당연했다.


어차피 별로일 무대를 직원들 멤버들과 같이 볼 필요 없으니. 유새홍은 김해성만 따로 사장실에 불러낸 것이었다.


방송을 기다리면서 유새홍 사장이 떠들어 댔다.


“뮤직 타임이야 내가 잘 하라고 부담 준 것도 아니고 그냥 평균만 하자고 했으니까, 김 실장이 알아서 어련히 해치웠겠지. 그래도 신경 쓰이긴 하잖아. 너무 못하면 욕을 먹으니까.”

“그, 그렇죠. 너무 못하면 또 욕을 먹죠···.”


방송이 어땠는지 물어보는 유새홍의 질문에 김해성은 겨우겨우 답을 했다. 유새홍 사장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TV 화면만 쳐다보았다.


“어어, 예고편에 우리 애들 나오네! 허참. 핫칠링이랑 엮이는 게 이렇게 무서워요. 우리가 뭐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닌데, 예고편에 블루문을 엄청 언급하네! 아니 얌전한 우리 애들한테 핫칠링의 라이벌이라는, 저런 무서운 말을 쓰면 어떡해! 이거 또 난리 나는 거 아니야?!”

“그렇죠···. 난리 나죠···.”


“에구. 됐어. 라이벌도 급이 같아야 라이벌이지. 이번엔 우리 애들이 설렁설렁 무대 할 텐데, 그걸 보고 핫칠링이랑 같은 급으로 계속 엮겠어? 그냥 아래로 보고 무시하겠지. 김 실장이 매사 열심히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번엔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넘어가는 게 나아. 핫칠링 팬들 무서운 거 김 실장도 알지?”

“알죠···. 잘 알죠 사장님···.”


그저 대답만 했을 뿐인데 김해성은 자꾸만 식은땀이 났다.


유새홍 사장은 방송국 놈들이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아냈다고 불만이었으나. 최근 아이돌 판에서는 핫칠링과 블루문의 라이벌 구도가 이미 밈으로 퍼져있었다. ‘핫칠링VS블루문’ 이라는, 문제의 택톡이 조회수 최상위권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소심하고 걱정 많은 유새홍 사장과 블루문 멤버들 (특히 구수연)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이는 이미 김해성과 버드 엔터 직원들에게 크나큰 마음의 병이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핫칠링 팬들한테 물어뜯기고 있는데 특집 방송까지 이런 구도로 나오면···. 이젠 더 숨기지도 못하겠다. 망했어. 우린 망했다고···!’


더이상 숨길 수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방송 전에는 택톡 영상을 내리려고 백방으로 애썼지만 실패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새홍 사장이라지만, 그래도 무대 전에는 현실을 깨달아야 했다.


“저, 사장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김해성의 창백한 낯빛에 유새홍 사장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래 김 실장? 뭔 일 있었어?”

“사장님. 그게···. 무대가···.”


“무대가 왜?”

“무대가 잘 나왔습니다···. 너무 잘 나왔어요···.”


“뭐엇···?! 무대가 잘 나왔다니, 왜?!”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마침 시작한 블루문의 ‘반전매력’ 무대가 설명을 대신했으니.


세련된 사운드. 신나는 리듬 위에서 노니는 듯 가볍게 스탭을 밟는 멤버들. 와중에 섬세하고 시원한 보컬. 무엇보다 빛나는, 활력 가득한 멤버들의 얼굴까지···.


존재감을 지우기는커녕 300% 발현하는 무대였다. 한 번 보면 자연스럽게 블루문의 매력에 빠지게 될, 모르는 이에겐 ‘반전매력’이 마치 처음부터 블루문의 노래인 것마냥 착각하게 만든달까.


홀린 듯 방송을 보던 유새홍 사장이, 뒤늦게 위험을 깨닫고 경기를 일으켰다.


“으아니, 김 실장! 노래랑 안무가 너무 좋잖아! 대충 하기로 했는데 왜 이렇게 잘 뽑았어?! 아니 김해성 이 친구야! 내가 이번만 참고 넘어가 달라고 했는데, 이걸 또 욕심을 내! 자네 정말 이러기야?! 앞으로 애들이 얼마나 시달리게 될지 빤히 알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김 실장!!”


그라데이션으로 번지는 유새홍 사장의 원망에 김해성도 피눈물을 삼켰다.


‘아닙니다 사장님. 제가 시킨 거 아닙니다. 애들이 알아서 해왔어요. 알아서 자기 무덤을 파왔습니다···! 자기 묏자리를 포크레인으로 파왔다고···!!’


어찌보면 억울하다. 이번만큼은 단 한 번도 멤버들에게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 적 없는 김해성이다. 멤버들의 서프라이즈에 누구보다도 절망했던 김해성이다.


그러나 김해성은 멤버들 탓을 하는 대신 고개를 숙였다. 유새홍 사장 앞에서라도, 멤버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 욕심이 과했습니다. 다음엔 꼭 사장님 말씀대로···.”

“다음이고 자시고! 핫칠링 팬들을 건드는 순간 끝이라니까···?! 아이고 김 실장. 내 몬산다, 내 몬살아 이 사람아···! 앞으로 애들이 받을 악플은 어떡하려고 그래?!”


“남은 스케줄은 미소 드라마뿐이고 그것도 당분간은 프리 프로덕션이라 비공개 일정이니, 최대한 몸 사리면서 잠잠해질 때까지 버티겠습니다.”

“그게 우리 마음처럼 되느냐고!”


김해성 나름으로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유새홍 사장의 답답함은 풀리지 않았다.


과연 걱정 대로 인터넷 반응은 불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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