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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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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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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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역바이럴?!

DUMMY

버드 엔터의 음향실. 김해성은 오늘도 회사에 나온 우동준을 보고 씩 웃었다.


“짜식. 굳이 직접 오지 않아도 되는데 매일 나오는 것 봐라. 너 역시 음악 작업이 즐거운 거지?”

“아니, 뭐. 다들 노래도 잘하고 열정도 있으시고. 그리고 음역대를 알아야 나도 편곡할 때 더 신경 쓸 수 있으니까···.”

“그래 임마. 네가 다시 음악 하니까 보기 좋다 야.”


편곡에서 조금만 수정 사안이 있어도 김해성과 상의하려고 찾아오는 것이다. 겸사겸사 회사에 들른 김에 멤버들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말이다.


예전 누들보이 시절의 열정이 되살아 난 걸까. 김해성은 다시 적극적으로 바뀐 우동준의 모습에 내심 기뻤다.


‘잘됐어. 블루문이 해체해도 수연이 송이 서원이는 우리랑 같이 갈 계획이니까. 동준이가 멤버들이랑 친해지면 더 좋지.’


이미 미래의 사업구상을 모두 끝낸 김해성으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동준이 편곡한 노래의 최종본을 듣는 날. 오늘은 멤버들까지 모두 모여 나름의 음감회를 여는 자리.


김해성이 먼저 설명했다.


“얘들아. 이제 편곡 최종 버전을 들을 거야. 동준이는 세팅 다 했냐?”

“네 매니저님!”

“응, 형. 준비 다 했어. 바로 틀게.”


우동준이 파일을 클릭하고. 김해성과 블루문 멤버들은 바로 집중 모드로 변하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 기울였다.


김해성의 요구대로 촌티가 팍팍 나게 편집한, 핫칠링의 ‘반전매력’을 말이다.


-냉정한 척 거리를 두다가도 다시 불붙어 타오를 거잖아

-쿨 하지만 뜨거워 쿨 하지만 뜨거워~

-매일 새로운 너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는걸

-쿨 하지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원곡을 모른다면 뽕짝으로 착각할 정도로 촌스러운 편곡이었다. 누가 불러도 이건 가수가 아닌 편곡자가 욕먹도록 말이다. 할 말을 잃은 멤버들과 다르게, 김해성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우동준을 칭찬했다.


“오! 좋다 동준아. 딱 내가 생각한 대로 나왔네. 레트로 느낌이 팍팍 난다.”

“알겠어 형. 그럼 최종본도 이 느낌으로 만들게. 여러분은 어떠세요?”

“좋아요···.”

“우오오···. 나쁘지 않슴당···.”


혹시라도 편곡에 반발이 일까 봐 부러 크게 칭찬한 것인데. 다행히 멤버들과 우동준은 별 반발 없이 수긍했다. 솔직한 차서원이야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럼에도 김해성이 말하는 것은 따르는 느낌이었다.


“다들 오케이 해주니까 더 좋다. 비트랑 구성은 원곡이랑 똑같으니까, 안무도 수정할 필요 없이 원곡 커버했던 거 그대로 가자. 노래만 좀 더 연습하고 MR에 깔 백보컬 녹음하면 되겠네.”


어차피 명예로운 죽음이 목표이니 굳이 핫칠링보다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무난하게 패배하면 될 특집 방송이다.


구린 컨셉에 구린 편곡을 패배의 원흉으로 삼으면, 사람들은 버드 엔터의 구린 기획력만 욕할 테니까.


애초에 실력 면으로는 걱정할 일이 없는 멤버들 아닌가. 거기에 편곡 최종본만 늦게 나왔을 뿐. 안무를 따고 연습한 기간은 충분했다. 이번 특집 무대를 망쳐도 멤버들의 실력은 책잡힐 꼬투리가 없을 터.


멤버들만 김해성의 큰 뜻을 이해해준다면,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 위기인 셈이다.


‘그거 때문에라도 멤버들 반응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다들 그냥 넘어가 주니까 다행이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김해성이 일정표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 근데 다 좋은데 시간이 좀···. 녹음을 당장 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매니저님은 이따 TBC 회의에 가셔야 하죠?”

“그러게 말이다 미소야. 아니, 당장 너희 녹음도 봐줘야 하는데 오늘 회의도 빠지기가 좀···.”


편곡 완성이 늦는 바람에 당장 녹음 일정이 애매해졌다. 내일 있을 특집 무대 녹화에 대비하여 이한솔 피디가 최종 회의를 잡은 상황.


녹음과 회의가 같은 시간에 있어서 곤란한 김해성을 아는 걸까. 차분한 유미소를 필두로 멤버들과 우동준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주었다.


“매니저님. 저는 매니저님이 회의에 가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녹음은 편곡자님이 맡아주셔도 되지 않을까요?”

“그, 그래 형! 내가 있잖아! 하, 하···!”

“맞아용! 해성쓰! 우리랑 동준쓰를 믿어주세용!”

“저희만 믿고 다녀오세요, 매니저님!”


어쩐지 어색한 우동준이나 배려치고는 지나치게 기합이 들어간 멤버들 태도가 이상했지만. 평소 워낙 착한 사람들이기에 김해성은 순수하게 감동만 했다.


“이 녀석들···! 배려해줘서 고맙다. 그럼 녹음은 동준이가 맡아줘. 나는 TBC로 출발할게.”


바쁜 김해성을 이해해서일까. 멤버들은 거의 쫓아내는 느낌으로 김해성을 열심히 배웅했다.


“다녀오세요, 매니저님. 늦지 않게 얼른 출발하세요.”

“해성쓰 파이팅 파이팅!”

“어어. 그래. 갔다 올게. 다들 ‘적당히’가 이번 컨셉인거 알지? 녹음도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으니까, 금방 끝내고 쉬고 있어.”


멤버들의 열렬한 인사에, 김해성이 다시 한번 다짐했다.


‘좋아. 지금까지 계획대로 잘 했다. 무난하게만 지자! 저 착한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최대한 눈에 안 띄게 망하는 게 최선이니까···!’


그러나 김해성은 몰랐다.


김해성이 회사를 나서는 순간 우동준과 멤버들이 주고받은 수상한 눈빛이, 모종의 신호라는 걸 말이다. 차서원이 유미소를 보고 감탄했다.


“우와앙 미소 언니 이제 진짜 대배우잖아! 나도 속을 뻔!”

“자연스러웠다니 다행이네. 그러면 저희도 슬슬 움직일까요?”

“그러죠. 아 참, 제가 저번에 보낸 찐 최종본은 다들 들어보셨죠?”


우동준의 질문에 멤버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음향실에서 마지못해 노래가 좋다고 말할 때와는 180도 다른, 진심 100%의 답이었다.


“네. 진짜 좋더라고요, 편곡자님. 이게 저희 곡이 아닌 게 아쉬울 정도로요.”

“맞아용! 저 진짜 백번도 넘게 들었어용! 우리 해성쓰가 나중에 알면 진짜 좋아할 듯!”

“근데 우리 진짜 서프라이즈로 잘 짠 것 같다. 매니저님이 진짜 좋아하실 것 같아.”

“맞습니다. 해성이 형이면 분명 좋아할걸요? 그럼 녹음부터 완성해보죠, 여러분.”

“넵!”


멤버들과 우동준은 훈훈한 전우애를 뽐내며 녹음을 위해 움직였다. 김해성을 위한 서프라이즈에 심취한 채로 말이다.


*


한편 TBC의 뮤직 타임 회의실. You know nothing 상태의 김해성은 그저 즐거운 마음이었다. 기획사 별로 편곡 최종본을 들려주는 순간에도 말이다.


“버드 엔터에서 편곡한 반전 매력입니다. 아직 보컬 녹음은 못 한 70% 상태의 MR입니다.”


양해의 말과 시작한 인트로. 쿵짝거리는 단순한 비트 위로 조잡한 신디사이저가 얹어졌다.


-매일 새로운 너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는걸

-쿨 하지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김해성이 내놓은 것은 KPOP이라고 칭하기 민망한 수준의 뽕짝이었다. 충격적인 편곡에 회의실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몇몇 기획사는 대놓고 실소했다.


“와 엄청난데?”

“야, 이게 노래가···. 이게 완성도 70%라고? 7% 아니야?”

“살다 살다 이렇게 돈 안 쓴 편곡은 또 처음이네.”

“우리 애들이 블루문이랑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이걸 놓쳤네···!”


레몬 플라이의 매니저는 심지어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이런 개구린 노래를 들고 온 블루문이라면, 레몬 플라이도 손쉽게 발라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김해성 바로 전 차례가, 핫칠링의 O&D 엔터였기에 조롱은 더 심했다. O&D 엔터 쪽에서는 자본력의 차이를 보여주려고 작심한 듯, 이미 좋은 점핑을 돈 냄새 팍팍 나게 편곡해온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즐거운 건 기획사뿐이었다. 블루문의 편곡 최종본을 들은 이한솔 피디와 제작진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아니, 김 실장님. 제가 말렸는데도 자신 있다고 핫칠링 곡으로 고르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근데 이건 무슨···.”


끓어오르는 황당함에, 이한솔 피디는 이게 무슨 개떡같은 퀄리티냐고 따지지도 못했다. 그나마 이한솔 피디가 이성을 붙잡을 수 있던 것은 김해성의 답 덕분이었다.


“지금 부족한 점은 아직 다 완성되지 않은 MR이라 그렇습니다. 내일 녹화 전까지는 반드시 완성해서 제출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인데···. 김 실장님도 좀 더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물론 이한솔 피디의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 김해성이 말한 완성도란 멤버들의 백보컬 녹음을 뜻할 뿐. 퀄리티 상승이나 전면적인 재편곡을 뜻하는 게 아니니까.


애초에 김해성은 다른 이들의 비웃음을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렇지! 이거지! MR만 듣고도 망했다는 이 반응, 이래야 우리 애들이 무사하지!’


다른 기획사들의 무시하는 눈빛도, 김해성으로서는 자신의 설계가 옳았다는 보상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김해성이 구린 무대로 명예로운 죽음을 꿈꾼다는 걸,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알 리 없으니 말이다.


*


그렇게 무사히(?) 회의를 마친 뒤. 김해성은 우동준이 보낸 파일에 또 한 번 기뻤다.


[우동준 : 형 녹음 잘 끝냈으니까 편하게 퇴근해. 여기 파일 보냄.]


“짜식. 나 바쁜 걸 알고 미리 일을 다 처리해주네. 근데 동준이 이 녀석, 녹음하다가 또 완벽주의자 성격 나오면 안 될 텐데.”


김해성의 빠른 퇴근을 위해 일찍 녹음을 마치고 파일부터 보내준 센스라니. 김해성은 고마운 마음과 걱정이 반반 섞인 채로 녹음본을 재생했다.


음악이 나오자마자 김해성은 히죽 웃었다.


“아니, 이거 좋은데?! 딱 내가 원하는 수준이잖아!”


평소의 우동준이라면 절대 허락하지 않을 조잡한 녹음이었다. 누가 들으면 한큐에 대충 끝낸 수준이랄까. 마치 뒤에 다른 할 일이 남은 것처럼 급하게 말이다.


김해성으로서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이렇게까지 망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무대가 또 있을까···!


“역시 띄우는 게 어렵지 망하는 건 쉽다니까? 내 평생 이렇게 일하기 편한 적은 또 처음이네. 잘됐어. 어차피 망할 거, 형님들한테 실적으로 인정이나 받아야지.”


날로 먹는 업무에 행복해하면서, 김해성은 쁘락치로서의 본업도 잊지 않았다.


그간 의도치 않게 블루문이 너무 잘 되는 바람에 깡패들의 의심을 사게 되었다고 생각한 김해성으로서는, 한 번쯤 해야 할 작업이었다.


‘좋아. 이번 특집 방송이 망하면 블루문 해체에 더 가까워지니까 형님들도 날 더 신뢰하시겠지. 어차피 망할 무대인데 이렇게라도 쓸모가 있으면 좋지.’


자신이 블루문의 무대를 잘 망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깡패들에게도 알려주려는 것이었다. 전화를 걸자 강우식이 바로 받았다.


-어? 호식이냐?

“네 우식 형님! 이번에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좋은 소식? 뭔데?

“저번에 뮤직 타임이란 음악 프로 스케줄이 잡혔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방송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계획대로 잘 망치···”

-어? 그랬나? 아니 아니, 박 사장! 거기 있는 그거 심장인지 뭔지를 누르라니까? 그래야 내가 이자를 깎아주지!


계획한 대로 방송 스케줄을 잘 망치고 있다고 말하려는데, 강우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형님 지금 일하시는 중입니까?”


심장을 논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깡패들이 바쁜 모양이었다. 수금이 급할 때면 깡패들은 빚쟁이들에게 장기 어쩌구 하며 겁을 줬으니까.


-어어 그래 호식아. 내가 요즘 좀 바쁘다. 사람들한테 시킬 일이 많아서!


강우식이 바쁘다는데 계속 말을 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김해성은 구구절절 늘어놓으려던 영웅담 대신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말했다.


“네 형님. 그냥 제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블루문 관해서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아 그런거냐? 짜식 싱겁기는. 너야 알아서 잘하는 놈이니까 잘 하겠지. 그럼 바빠서 끊는다.

“넵 형님! 곧 좋은 소식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오냐!


전화가 끝난 뒤. 김해성은 머쓱했다.


“요즘 들어 계속 바쁘시네. 할 말도 다 못하고 끊었어.”


생각해보니 자세히 말하지 않은 게 더 잘한 일인 듯했다.


깡패들이야 블루문의 딴따라 활동에는 관심이 없으니. 자신이 뮤직 타임 특집 방송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또는 블루문의 상대가 핫칠링이라는 정보도. 굳이 세세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핫칠링을 말해봤자 형님들이 알겠어? 나중에 결과만 들고 찾아가면 되겠지.”


김해성은 이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쨌거나 뮤직 타임 건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순탄하게(?) 흘러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


그리고 다음 날. TBC에 도착한 김해성과 멤버들은, 건물 밖의 북적이는 인파에 놀랐다.


“우와아! 팬들 서 있는 것 좀 봐. 역시 뮤직 타임 대박쓰!”

“그러게. 특집 방송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더 많네. 들어가자 얘들아.”


장사진을 이룬 밖과 다르게, 스튜디오 내부는 한산하고 쾌적했지만. 이미 바깥의 인파를 본 멤버들은 어쩐지 초조해 보였다.


“다른 그룹 팬들 앞에서 무대 하는 건 또 처음인데···.”

“차라리 시장 행사가 나았던 것 같아. 거긴 따로 다른 사람들 팬이 아니니까 오히려 편했는데···.”

“우리가 노래를 저분들이 제대로 들어줄까? 원래 팬들은 자기 아이돌 노래만 듣잖아.”

“스타즈는 바빠서 못 왔다던데···. 으, 떠, 떨려···!”


멤버들 이야기에 김해성은 뜨끔한 속내를 숨겼다.


‘미안하다 얘들아. 스타즈는 바빠서 못 온 게 아니야. 내가 안 알려줘서 못 온 거지.’


김해성 나름의 배려였다. 어차피 망할 무대인데 스타즈를 뭣 하러 부른단 말인가. 망할 무대를 하는 멤버들도 괴롭고 그걸 볼 팬들도 괴로울 거라면. 차라리 한 쪽이라도 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게 나을 터.


그러나 김해성 나름의 배려에도, 블루문 멤버들은 스타즈의 부재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유독 머릿수가 많은 핫칠링 팬덤의 수에 기가 눌렸다거나. 또는 핫칠리의 존재 자체가 트라우마라거나···.


여하간 여러 이유로 심하게 긴장한 멤버들이었다. 특히 심약한 구수연은 안색부터 창백했다. 잘할 필요 없는 무대라지만 그렇다고 망하면 더 큰일이었다.


김해성은 서둘러서 구수연을 챙겼다.


“수연아 떨리면 청심환부터 먹어봐. 좀 안정될 거야.”

“가, 감사합니다. 매니저님···.”

“헉! 해성쓰! 나도 그거 먹고 싶어요오!”


“서원아, 이거 맛있는 거 아니다. 약이야 임마.”

“앗. 초콜릿인 줄 알았는디···!”

“풉···! 차서원 웃겨!”


차서원이 청심환을 초콜릿으로 오해한 덕분에 긴장이 풀어지고. 덕분에 김해성도 자신의 요상한 당부를 별 부담 없이 전할 수 있었다.


“좋다 얘들아. 너무 잘 할 필요 없지만, 그래도 또 너무 못하는 것도 안된다. 알겠지? 딱 적당히만 해서 잘 마치자. 블루문 파이팅!”

“넵! 파이팅!”


김해성의 선창을 멤버들이 따랐다.


특집 방송 녹화가 시작됐다···!


***


출근한 임영주 대리는 바빴다. 회의 말미, 홍보팀 팀장은 팀원들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당부했다.


“곧 모델 계약 끝나는 거 알죠? 기존 모델이 깨작깨작 맛없게 먹는 것 때문에 홈쇼핑에서도 물건 다 남고 반송하고, 마트 발주량도 엄청 떨어졌었잖아. 우리 이번엔 제대로 잘 뽑아 봅시다. 원래 홍보는 모델만 잘 뽑아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야. 알겠죠?”

“네, 팀장님!”


“PPT는 임 대리가 맡아줘요. 저번처럼 깔끔하게만 해줘.”

“넵 팀장님.”


임 대리가 맡은 일도 많고 CF 모델 계약이 끝나면서 홍보팀 자체가 바빠진 것도 있었지만. 임영주 대리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피신한 임영주 대리는,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 알림에 혼절 직전의 얼굴이 되었다.


그녀의 핸드폰에는 스타즈들의 아우성과, 그간 어그로 택톡을 삭제하기 위해 보내던 신고가 모두 반려되었다는 충격적인 알림만이 가득했다.


“미쳤냐고 진짜, 미쳤냐고?! 아니, 저 쓰레기 같은 영상을 누가 자꾸 보는 거야? 조회 수가 왜 자꾸 오르냐고···!!”


숨겨지지 않는 블루무니야의 자아로 그녀는 절망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백 명 조금 보았던 어그로성 택톡 영상이, 며칠 사이에 조회 수가 폭발해버린 것이다.


조회 수와 하트가 십 만개를 돌파하는 순간. 어그로 영상은 ‘추천 영상’과 ‘인기 영상’ 탭에 이름을 올렸다.


흔히들 말하는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은 것이다···!


“아니, 걸시속 때 잠깐 공연했던 게 반응이 좋아서 조회수가 오를 것 같긴 했는데. 그래도 며칠 사이에 만 명 넘게 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이래서 머글들이란···!”


그러나 블루무니야가 대중을 욕하는 건 애꿎은 구석이 있었다. 이 사달의 원인은 대중이 아닌 다른 스타즈···. 결과적으로 그녀가 받은 신규 회원들 탓이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강우식과 깡패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수만 명의 고객(겸 빚쟁이)에게 이자 할인이라는 파격 대우를 제시하고 있었다. 어그로 택톡에 하트를 누르는 조건으로 말이다.


전례 없는 이벤트(?)에 고객들의 호응과 참여도는 뜨거웠다. 단 하루 만에 하트를 만개나 모으고, 기세를 모아 며칠 만에 택톡을 인기 영상에 오르게 했으니···.


어쨌거나 이런 내막을 모르는 일반인 스타즈로서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미소여신 : 이제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거 아니야?]

[현메보구수연 : 아예 신고도 더 못하게 막아놨네]


조회 수만 높으면 장땡인지. 핫칠링을 저격하며 블루문까지 욕먹게 만드는 논란의 영상이 분명한데도. 도리어 플랫폼에서는 이를 신고하는 블루무니야와 스타즈가 악성 유저라며 경고했다.


심지어 영상의 조회수는 계속해서 상승세인지라 스타즈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뽀에버스타즈 : 아니 이거 때문에 전 국민이 우리 애들 욕하겠어 ㄷㄷㄷ]

[미소야날가져 : 이거 유명해지면 뜨아아(핫칠링 팬) 쪽에서 난리 날 것 같은데···. 우리 애들 큰일이라고!]

[백냥이집사 : 모르겠다. 얘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텐데. 오늘도 뭐 연습한다고 하지 않았음?]


멤버들은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연습하는 사진을 자주 올리고 있었다. 무슨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바쁘게 살고 있다며 말이다.


논란의 택톡만 없었다면 스타즈도 무슨 스케줄일지 추리하며 재밌게 즐겼을 텐데. 지금은 그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초조할 뿐이었다.


[뽀에버스타즈 : 버드 엔터는 지금 뭐 하고 있냐? 이런 건 회사가 직접 나서야지]

[비타민막내서원 : 버드 엔터에 불 지르러 갈 스타즈 모집함]

[백냥이집사 : 아니, 근데 버드 엔터가 나선다고 뭘 할 수 있겠어? 우리 회사 그냥 좃소잖아···.]


자조 섞인 스타즈의 댓글. 평소라면 블루무니야도 동의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블루무니야 : 회사는 아직 모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라도 해볼게.]


지금의 버드 엔터는 다르다. 이전 회사 사람들과 다르게 진심으로, 제대로 일하는 김해성이 있지 않은가. 김해성이라면 뭐라도 대책을 세울 거라는 막연한 믿음. 블루무니야에게는 그런 믿음이 있었다.


블루무니야는 전에 저장해둔 김해성의 연락처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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