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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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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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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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특집방송

DUMMY

우동준의 진심 모드는 정말로 강력했다.


피디부터 스텝, 다른 기획사 팀까지 차츰 블루문의 무대에 집중했다. 분위기가 호의적으로 바뀔수록 김해성은 초조해 미칠 지경이었다.


‘노래가 구려야 노래 탓만 하고 얘들은 무사할 수 있는데···. 이러면 노래 탓이 불가능하잖아!’


존재감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버티다 방송을 끝낸다는 ‘명예로운 죽음’ 작전. 우동준의 미친 편곡은 작전의 근간을 뿌리 뽑고야 말았다.


‘젠장! 내가 재수 없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어떻게 무대 하나 망치는 것도 실패하냐?!’


택톡에 피디에 편곡까지. 어떻게 김해성 뜻대로 이루어진 일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이전처럼, 성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가 실패한 것이라면 차라리 낫다. 운칠기삼의 연예계에서 그런 일은 꽤 비일비재하니까. 꼭 연예계만이 아니더라도. 노력한 이가 실패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 않나.


하지만 어떻게, 망하려고 작심한 일조차 망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전부터 자신의 발목을 잡아 온 지독한 불운에 김해성이 진절머리를 냈다.


어쨌거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 김해성은 동요를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했다.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해결책을 생각하는 게 낫다는 마음에서였다.


놀란 김해성과 다르게, 무대 위의 멤버들은 새로운 편곡 버전에도 익숙한 듯 동요조차 없었다. 박자 빠르기도 다르고 변주가 심한 부분에서도 익숙하게 안무를, 심지어 원곡 버전과는 또 다른 느낌의 춤을 능숙하게 선보였다.


‘아까 열심히 준비했다는 게 혹시 이럴 걸 미리 알고 연습했다는 뜻인가? 동준이랑 평소에 자주 모여서 떠든다 했더니만. 그게 친목 도모가 아니라 무대 준비였을 줄이야···.’


김해성이 뒤늦게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우동준 못지않게 멤버들도 무대에 진지한 연습벌레 아니던가.


만약 멤버들과 친해진 우동준이 자신의 진심 편곡 모드를 멤버들에게 미리 흘렸다면, 멤버들이 욕심을 낸 것도 이해되었다.


‘얘들한테 이번엔 적당히 중간만 하면 된다고 누누이 말했는데. 특집 무대에 좋은 노래를 받으니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나 보네···.’


그나마 다행이었다. 노래가 이리 좋은데 멤버들이 살리지 못했다면, 역바이럴에 이어 무대 참사 덤터기까지 쓸뻔했으니 말이다. 실력에서 까일 일은 하나 막았달까.


상황 파악은 이쯤이면 충분했다. 이제는 해결책을 내놔야 했다. 백송의 목소리가 우동준의 펑키한 리듬을 120%로 살려내는 도입부가 끝날 무렵. 김해성은 결심했다.


‘차라리 하차할까? 그래. 리허설만 끝나면 애들이 아프다고 뻥 쳐서 탈주하자. 핫칠링과 척지고 전 국민에게 조리 돌림 당하느니, 차라리 펑크내고 제작진한테 욕먹는 게 낫다. 천 배는 나아!’


리허설에서 골절됐다는 핑계라도 대서 탈출하자. 얘들을 살리려면 이 방법뿐이다. 마음이 급해진 김해성이 삼십육계 줄행랑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


블루문의 무대를 보는 다른 사람들은 머리가 텅 비는 기분이었다.


핫칠링의 반전 매력이야 질리도록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는 블루문의 무대는 이전의 커버 무대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한솔 피디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편곡이 진짜 미쳤네···!”


베이스의 싱코페이션이 만든 그루브와 통통 튀는 기타 사운드가 불어 넣은 신선함. 거기에 화려한 드럼 필인이 합쳐져 노래는 탄산과 같았다.


반전 매력의 유일한 단점인 답답하고 끈적이는 느낌을 거둬내서, Uptown Funk 느낌의 디스코 펑크로 재탄생 시켰달까.


편곡만이 아니다. 심한 비음과 밋밋한 목소리의 핫칠링 멤버들과 다르게, 백송의 미려한 음색과 시원한 구수연의 가창력이 노래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냉정한 척 거리를 두다가도 다시 불붙어 타오를 거잖아

-쿨 하지만 뜨거워 쿨 하지만 뜨거워~

-매일 새로운 너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는걸

-쿨 하지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거기에 더해 미친 미모와 시원한 춤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유미소와 차서원까지···. 실시간으로 뿜어져 나오는 청량한 에너지에, 긴 녹화로 지쳐있던 스탭들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이거지. 이게 걸그룹이지···!”

“나 지금 피톤치드가 느껴지는 것 같아.”


방금 끝난 핫칠링의 점핑 리허설과 비교하니 더 차이가 심하게 느껴졌다. 핫칠링 쪽은 고급진 믹싱에 초점을 두어서인가. 점핑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하면서 곡을 무겁게 만든 참이었다.


밝은 여름 축제 곡인 점핑을 우중충하게 만들었으니, 돈 들어간 느낌은 나지만 오히려 곡의 매력은 떨어진달까. 덕분에 펑키한 블루문의 무대가 더 신나고 밝아 보였다. 핫칠링이 멋대로 순서를 바꾼 덕분에 대비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 셈이었다.


이전까지 김해성과 블루문을 무시하던 레몬플라이의 매니저도, 이번엔 넋을 놓고 무대를 보았다.


“미쳤네. 얘네가 원래 이렇게 잘하는 애들인가? 이 정도면 진짜 핫칠링이랑 비빌 만하겠는데···?”


그를 시작으로 다른 팀 매니저들과 스텝들까지 모두 동의했다.


“블루문 원래 되게 이상한 노래만 하는 듣보 아니었어요? 노래가 좋으니까 달라 보이네.”

“이 갈았나 봐···. 갑자기 퀄리티가 좋아졌어.”

“하칠링 하은이보다 이 친구들이 더 예쁜데?”


노래가 좋으니 무대에 시선이 가고.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이 돋보이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렇게 넋 놓고 빠져든 3분의 시간이 끝나고.


이한솔 피디가 급하게 스탭들을 불러모았다.


“얘들아. 무대 어떻냐? 감독님 어떠세요?”


“미쳤는데요. 완전 신나요!”

“찍는 것마다 A컷이에요.”

“솔직히 저는 핫칠링 무대보다 블루문이 더 좋았습니다. 다른 팀들은 녹화 무대라고 대놓고 립싱크하는데, 이 팀은 AR도 거의 안 틀어서 라이브감이 생생해요.”


피디에 카메라 감독, 음향 감독까지 모두 극찬을 퍼부었다. 자신만의 착각이 아님을 확인받은 이한솔 피디가 열의를 되찾았다.


“역시 내 직감! 블루문이 잘 할 줄 알았다니까? 동선 살려서 잘 찍어 봅시다.”


내처 김해성에게도 선심을 써주었다.


“아이고 김 실장님! 내가 진짜 김 실장님만 믿지 않습니까? 리허설 정말 좋았습니다. 멤버들 잠깐 쉬고 나서, 본 녹화 찍죠. 블루문 여러분! 잠깐 쉽시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간 아까우니 빨리 찍고 끝내자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울컥하는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김해성은 그냥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생겨서 나쁠 일은 없었다. 지금도 멤버들과 말을 맞추기 위해서, 물을 들고 멤버들을 챙기는 척 무대에 오르려 하지 않았나.


녹화를 펑크내려면 멤버들과 입을 맞춰야 했다. 이한솔 피디의 호의가 오히려 김해성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었다.


‘좋아. 아까 막판에 서원이가 잠깐 삐끗하던데, 그걸로 골절이라고 우겨보자.’


한편 블루문 멤버들은 칭찬을 들으려고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신난 얼굴로 김해성에게 돌진했다.


“매니저님!”

“해성쓰! 봤어요?! 봤어용?!”

“저희가 편곡자님이랑 서프라이즈로 준비했어요! 깜짝 놀라셨죠?”


놀랐다마다. 지금 인생 최초로 방송을 펑크내고 도망갈 계획까지 세운 김해성이다. 어쨌거나 멤버들이 너무 밝으면 컨디션 난조나 골절 등을 피력하기 어려우니. 김해성은 우선 멤버들의 흥분부터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어어! 잘 봤다. 그, 근데 얘들아! 우리 잠깐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좀 할까? 지금 아주 중요하게 할 일이 있는데 말이야···.”

“뭔데요?”

“잠깐만.”


말하려던 김해성이 입을 다물었다. 일부러 스튜디오 구석 자리로 온 것인데, 누군가가 김해성을 쫓아오는 중이었다.


“이야! 블루문 매니저님! 방금 무대 진짜 잘 봤습니다. 방금 쉬는 시간이라고 들었는데 잠깐 뭐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니, 저 인간은 또 왜 지금 나한테 물어볼 게 있다는 거야?’


생수병을 돌리며 다가오는 이는 레몬플라이의 매니저였다.


*


블루문의 무대를 본 레몬플라이 매니저로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본인 팀 스케줄은 이미 끝난 뒤에도 그가 스튜디오에 남은 이유는 하나. 단지 듣보잡 블루문이 얼마나 망신을 당할지 구경하기 위함이었다.


근데 블루문이 실력으로 무대를 씹어먹을 줄이야? 개망신을 영상으로 찍어놓으려고 남몰래 핸드폰을 녹화 모드로 돌리기까지 했는데.


허탕을 친 레몬 플라이 매니저가 놀라워했다.


‘얘네 은근히 실력이 좋네? 노래에 춤에 얼굴까지. 잠깐만···.’


아니, 멤버들의 재능만이 아니다. 뒤늦게 뒤에 깔린 인스트를 인지한 레몬플라이 매니저가 기함했다.


‘뭐야 이거?! 노래빨 미쳤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 구린 편곡이었는데 어떻게 하루 만에 명곡으로 바뀌지?!’


아무래도 냄새가 났다. 미팅 첫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개무시했던 블루문 팀이, 이렇게 괜찮은 노래를 갖고 올 줄이야!


레몬플라이의 매니저는 김해성네 회사가 자체 음향팀 힘으로 편곡을 했다가, 피디에게 까인 직후 급하게 외주 작곡가를 만났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급하게 일을 맡긴 외주 작곡가가 대박을 낸 거지. 누굴까? 저런 좆소 기획사랑 일한 걸 보면 아직 뭘 모르는 신인 작곡가일 텐데. 이거 누군지만 캐내면 우리 쪽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낚아챌 수 있지 않겠어?’


레몬플라이 매니저는 버드 엔터를 돈 없는 소형 기획사로 오해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상한 노래와 구린 컨셉만 들고 오는 것을, 자본의 부족으로 착각했달까. 그런 버드 엔터와 작업한 외주 작곡가라면, 그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얼빵한 신인이지 않을까.


자기네 회사도 특집 무대에서나 꿀리지 나름 중형 기획사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아무렴 버드 엔터보다야 낫지 않겠냐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이쯤 되니 레몬플라이 매니저로서는 욕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오늘 아니면 다시 만날 일도 없을 텐데. 이거 누구한테 의뢰한 건지 물어봐야겠어. 아니면 힌트라도 캐내거나···!’


이전에 팀을 정할 때도, 자신이 먼저 제안하면 김해성이 받아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레몬플라이 매니저는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


그러나 레몬 플라이 매니저의 속마음을 모르는 김해성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간 눈인사도 제대로 안 하던 인간이, 대뜸 물어볼 게 있다며 달라붙다니. 그것도 지금 중요한 도망 작전을 세워야 할 때 말이다.


“예? 갑자기요? 그···. 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면 나중에···.”

“하하! 중요한 얘기입니다. 노래 편곡이 엄청 좋아서 말이죠! 제가 또 좋은 노래를 들으면 작곡가가 궁금해서요. 나중에 한번 실장님이랑 작곡가님 같이 모시고 술자리나 한번 하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또 평소에 자주 가는 비싼 곳이 있어서.”


고가의 시계를 보여주며 잔 꺾는 시늉을 하는 레몬플라이 매니저다. 이를 본 김해성은 기뻐하는 대신 미간을 찌푸렸다.


‘이 시끼 뭐야? 혹시 방금 노래를 듣고 동준이가 편곡한 걸 알아챈 건가? 하긴 퀄리티가 장난 아니긴 하지···. 아 젠장! 이러고 있을 시간 없는데···!’


“제안 감사합니다만 저는 지금 멤버들과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아. 녹화 중에 뭐 어려운 게 있어요? 그럼 내가 듣고 도와주겠습니다. 내가 또 업계 선배 아닙니까?”


‘아니, 필요 없으니까 사라져 달라고···!’


뭘 도와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멀쩡한 다리가 다친 척 연기를 해서 녹화를 파투내자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이 듣는 곳에서 대놓고 할 수 없는 주제였다. 그래서 쉬는 척, 멤버들과 은근히 작당하려 했는데.


레몬플라이 매니저가 자꾸 쫓아오고 캐물으니, 멤버들과 작당할 타이밍을 잡을 수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할 이야기 없다며 겨우 떼어냈을 땐 이미 쉬는 시간이 끝난 뒤였다. 이한솔 피디가 촬영 재개를 알렸다.


“자자! 이제 본 녹화 들어갑시다.”

“아니, 저···! 서원아, 너 아까 무대 마지막에 발목 접지르지 않았어···?!”


김해성이 급한 대로 목소리를 높여 물어보았다. 차서원의 발목을 걱정하는 척,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서. 그러나 차서원은 해맑은 얼굴로 씩씩하게 답했다.


“아 그거 잠깐 스텝 꼬여서 그랬어용! 제 발목 완전 튼튼하지용! 완전 멀쩡쓰!”


물어보는 김해성만큼이나 답하는 차서원의 목소리도 컸다.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아니, 그래도 서원아. 혹시라도 아픈 거면 병원부터···.”

“역시 해성쓰! 우리 걱정해주는 건 알지만 저 진짜 괜찮아용. 컨디션 최고잖앙!”


차서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주변 스탭들이 귀엽다고 웃었다.


“컨디션 최고라니 녹화도 잘되겠네. 이제 블루문 스탠바이 합시다.”


“넵!”

“갔다올게용!”

“열심히 잘 하고 올게요, 매니저님!”


“그, 그래 얘들아···.”


이한솔 피디의 말에 멤버들이 씩씩하게 무대에 올랐다. 김해성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


한편 TBC 방송국 밖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방청에 실패한 다른 그룹 팬들을 상대로, 뮤직 타임 스탭이 내놓은 당근 때문이었다.


블루문 무대에 팬인 척 방청해주면, 자신의 아이돌 무대 때 추가로 입장시켜주겠다는 제안. 그에 솔깃한 다른 아이돌 팬들이 모여들었다.


물론 응원은 말뿐인 응원이었다. 자신들의 진짜 아이돌을 보기 위한 수단이랄까. 본 녹화를 위해 모인 타팬들은 부산스럽고 쌀쌀맞은 기운을 숨기지 않았다.


“블루문? 그게 뭔데 우리보고 대신 응원해달래?”

“몰라. 팬이 아예 없나 봐. 50명도 못 모아서 타팬들을 모으는 거 보면.”

“노래도 이상하겠네.”

“노래는 괜찮을 걸? 이번에 핫칠링 반전 매력 커버 무대한다는데.”

“아, 또 반전 매력 커버 무대야? 왜 요즘 아이돌은 다 반전 매력 커버만 하냐. 욜라 지겨워. 심지어 다들 원곡보다 더 못해.”

“그러니까. 차라리 다른 걸 하지.”

“뭐 어때. 소리만 몇 번 질러주면 우리 애들 보여준다는데.”


거기에 같은 무대를 준비하는 핫칠링 팬들 ‘뜨아아’는, 대놓고 블루문을 욕하고 있었다.


“블루문? 예전에 우리 애들이랑 데뷔 동기라고 묶였던 맛 간 애들 아니야? 노래 졸라 못 하잖아 걔들.”

“맞아. 맨날 삑사리 내고. 무슨 공주병 컨셉 하다가 요즘 정신 나간 걸크러시하던데.”

“아 특집 무대라서 기대 좀 하려고 했는데. 그냥 귀만 썩겠네.”


심지어 몇몇은 김해성이 걱정했던 문제의 ‘그 영상’을 보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왜 하필 블루문이야? 얘네 우리 애들 이름 팔아서 택톡 만든 애들이잖아?!”

“아, 그 자기들이 실력파라고 호소하는 애들? 짜고 친 라이브로 실력파라고 하는 거 개 역겨워!”

“핫칠링 보다 블루문이 낫다고 정신병자같은 소리 하더니. 정작 오늘은 한 명도 안 와서 타팬으로 방청석 채우는 거봐라. 개 웃기네 진짜.”


이 냉담한 분위기는 블루문이 무대에 오르고 인사하는 순간까지 변함없었다.


입으로야 조연출이 신호하는 대로 억지로 환호하고 있지마는, 눈빛은 달랐다. 우리에겐 우리 아이돌이 있으니 너희 따위에겐 절대로, 단 한 톨만큼의 관심도 주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노래가 시작되고 백송의 감미로운 음색과 펑키 사운드가 합쳐진 순간. 얼음장 같던 객석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뭐야? 얘네들 왜 노래를 잘해?’라며 놀란 뜨아아 팬덤과 다르게. 완전한 제삼자인 타팬들은 작게나마 호의적이었다.


“좀 신나네.”

“내가 반전매력 편곡 버전 수백 개 들었는데. 이게 제일 좋은 듯?”


이어 차서원과 유미소가 웃으며 무대를 사로잡는 프리 코러스 파트.


뜨아아들이 “뭐 원곡이 좋으니까. 얘네도 나쁘지는 않네···.”라고 억지를 부리는 동안. 객석의 타팬들은 블루문 멤버들을 보며 저절로 칭찬했다.


“오! 좀 예쁜데?”

“춤도 잘 춘다.”


마지막으로 훅에 도착하여 구수연이 진짜 목소리, AR과 백보컬을 뚫고 나오는 생라이브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순간. 뜨아아들은 말을 잃었고 타팬들은 진심을 다해 환호했다.


-냉정한 척 거리를 두다가도 다시 불붙어 타오를 거잖아

-쿨 하지만 뜨거워 쿨 하지만 뜨거워~

-매일 새로운 너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는걸

-쿨 하지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끄아악! 노래 대바악!!”

“미쳤다 예쁘다!!”


시장판에서의 행사 경험 덕분인가. 멤버들은 타팬들의 환호에 더 힘내며 호응을 유도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처음 보는 저희들 반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짱이에요오옹!”


거기다 마지막까지 예의 바른 모습이라니. 이 덕분인가. 녹화가 끝나면서는 오히려 타팬들이 나서서 블루문을 붙잡기까지 했다.


“안돼! 가지마요오!”

“아쉬워어어!!”

“이게 원곡보다 더 좋은데?!”

“뭐야? 왜, 왜 나 신나냐?”

“얘네 뭐야? 노래 개 잘해! 얼굴 미쳤어!”


타팬들 반응이 좋을수록 핫칠링의 팬덤인 뜨아아는 썩은 표정이 되었다. 자기들이 봐도 완벽한 무대였기에 엄한 것으로 트집을 잡았다.


“나쁘진 않은데 너무 유난이네···. 어쨌든 바로 다음이 우리 애들이지?”

“응. 근데 쟤네는 우리 애들 히트곡 부르는데 우리 애들은 쟤네들 망곡 불러야 하잖아. 솔직히 점핑을 누가 알아? 이거 우리 애들만 선곡에서 너무 불리한 거 아니야?!”

“됐어.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지.”

“하긴. 우리 애들 신인상 휩쓸 때 블루문은 차트인도 못하는 그룹이었잖아. 원래 망하는 팀은 망하는 이유가 있지.”


스테이지를 재정비하고 핫칠링 무대가 시작되기 전까지. 열심히 블루문을 욕하던 뜨아아들은, 핫칠링이 입장하는 순간 돌변하여 비명을 질렀다.


“얘들 온다, 꺄아악! 핫칠링!”

“하은아! 여기 좀 봐!”

“윤하은 여신이다!!”

“얘들아! 너희가 최고다! 무대 터트려버려!”


블루문을 칭찬하던 타팬들이 압도되도록, 두세 배 많은 인원의 이점을 살려서, 아주 크게 말이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뜨아아들은 몰랐다.


핫칠링이 뜨아아의 소원대로 무대를 터트릴 줄은. 그것도 영 좋지 못하게 터트릴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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