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사는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김버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3:16
최근연재일 :
2024.08.30 13:1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6,337
추천수 :
386
글자수 :
300,761

작성
24.08.05 12:10
조회
157
추천
11
글자
17쪽

17. 위기를 기회로

DUMMY

무대 앞 천막. 온갖 음향기기와 케이블이 어지러운 와중에, 로드 매니저 조영철이 콘솔 앞의 음향 감독에게 무언가를 건넨 뒤 빠져나왔다.


공수혁 실장의 명령대로 MR CD를 바꿔낸 것이었다. 한숨 돌리고 나오는데 객석 쪽에 서 있으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성 매니저가 능력이 있긴 해. 아무리 립싱크 AR이라지만 단 두 곡으로 분위기를 바꿨네···.’


공수혁 실장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김해성과 백송이 고심하여 선곡했다는데, 과연 효과가 좋았다.


트로트 무대가 축제 취지를 살리고 고령층을 끄는 오프닝이라면, 걸그룹 메들리는 젊은이와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노림수였다.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걸그룹 메들리를 끝나자, 아까보다 더 커진 환호 소리가 들렸다. 시작할 때만 해도 한겨울 같았던 분위기가 서서히 달궈졌다.


이를 느낀 걸까.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고 숨은 가빴지만 멤버들 또한 밝은 얼굴이었다. 이어지는 무대는 더 대단할 거란 자신감이었다.


세트 리스트를 미리 꿰고 있는 조영철로서는 미안한 일이었다.


‘아이고···. 하필 다음 곡이 그거냐?’


다음 노래는 00년대에 대히트했던 댄스곡, ‘잔인한 여자’.


발매일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노래방 애창곡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가요. 나이 불문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노래였다.


그것도 ‘초고음’으로 유명한, 노래 좀 한다는 사람은 한 번쯤 불러줘야 하는 거름망이기도 했다. 부르다 성대가 찢어질 뻔했다는 후기가 지금에도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블루문이야 점핑 직전에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띄울 생각으로 선곡한 거겠지만, 로드 매니저는 입안이 썼다.


‘곡 난이도가 미친 만큼, 실패하면 개쪽 당한다고···.’


진짜 실력파가 아니면 부르지 아니한 것만도 못한 노래였다. 이거야말로 김해성과 블루문의 실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AR만 믿고 실력을 뻥튀기할 생각을 하다니.


‘애초에 구수연의 원래 실력으로는 절대 못 부를 노래잖아? 이건 내 방해 공작이 나쁜 게 아니라 김해성이 나쁜 거지. 실력파 이미지가 억지로 조작한다고 생기는 건가? 이건 관객한테 사기 치는 거잖아···.’


로드 매니저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중얼거리는 동안 선곡이 다시 힘을 발했다. 전주만 나왔을 뿐인데, 익숙한 멜로디에 객석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집중하고 있던 걸시속 출연진도 흥미로워했다.


“딴 딴 따다다단 딴딴딴-. 나 이 노래 알아. 잔인한 여자 아니야?”

“이야! 나 이거 부르다가 목 나간 적 있는데, 이걸 부른다고?”

“얼마나 잘할지 기대되네.”

“근데 트로트를 잘 부른다는 건 감정이 좋았다는 거지 고음까지 잘했다는 건 아닌데···. 좀 다르지 않아요?”

“혹시 모르잖아!”


출연진을 위시한 객석의 기대가 부풀어 오를 때. 하필 김해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해성 매니저 : 어디 십니까? 아직도 화장실입니까?]


아까부터 계속 전화를 하기에 화장실이라고 둘러댔더니 지금도 화장실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조영철이 식은땀을 흘리며 FOH의 천막 뒤로 몸을 숨겼다.


지금 자신의 수상한 행동을 들키면 안 된다. 어차피 이번 곡으로 다 들통날 블루문의 립싱크. 엉망이 될 행사와 뒷수습을 생각해서라도 최대한 늦게 들키는 게 나았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블루문은 최선을 다해서 무대를 꾸렸다.


시원시원하고 단순한 안무를 보이며 차서원이 도입부를 부르고. 이어 유미소와 백송이 브릿지를 이어받았다. 언뜻 보면 모든 게 수월해 보이는 상황.


그리고 이어진 구수연의 파트. 숨어있던 로드 매니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곧 대형사고가 터질 테니까.


‘젠장! 시작이다···!’


과연 공수혁 실장은 치밀했다. 구수연이 코러스의 고음을 부르는 순간, 크게 울리던 노래의 반주가 뚝! 하고 끊겨버렸다.


완전한 적막.


동시에 사람들은 보게 될 터였다.

고요한 무대 위에서 입만 뻥긋거리고 있는, 열창하는 척 최선을 다해서 공기 100%의 숨소리만 내고 있을 구수연의 방송사고 현장을···!


그러나 상황은 공수혁 실장과 조영철의 계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잔인한-! 여자라! 날 원망하지는 마아-!”


MR 반주가 끊기면서 같이 사라질 것이라 예상한 구수연의 목소리가, 오히려 빈 공간을 가득 채우며 선명하게 들렸다.


트로트 무대에서 보여준 장르 소화력과는 또 다른, 맑고 힘 있는 고음이었다.


처음엔 뚝 끊긴 반주에 당황했던 객석이, 구수연이 뽑아낸 깨끗한 고음을 알아듣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생목으로 이렇게 소리를 잘 내?”

“얘, 얘네 뭐야? 진짜 실력파잖아?!”

“나 지금 소름 돋았어!”


무대를 망치려던 공수혁의 계략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라이브 인증이 되어버렸다···!


블루문을 모르던 일반인들도 놀란 상황에서 스타즈는 어땠겠는가. 객석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던 열 명의 특공대는 거의 실신할 듯 소리를 질렀다.


“으아악! 수연아아아! 우리 명창 리더어어억!!”

“미쳤다 미쳤어! 블루문 메인보컬이 미쳤다아아아!”

“수연이는 고음을 찢어어!!”


찍고 있던 장위준 피디도 흥분하여 외쳤다.


“야야야! 카메라 바짝 땡겨! 줌인, 줌인! 지금부터는 이 무대가 메인이다! 놓치지 말고 제대로 찍어!”


압도적으로 열광하는 객석과 다르게, 무대 뒤에서는 혼란에 빠졌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음향팀?! 음향팀 이게 뭡니까?!”

“아니, 김 매니저님! 버드 엔터 매니저가 MR CD를 교체해달라고 해서 교체했다는데요?!”


갑자기 반주가 끊기자 행사 진행 쪽은 어쩔 줄 몰라했다. 당황한 것은 김해성도 매한가지였다. 다만 김해성의 경우엔 행사 요원들과 다르게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조 매니저? 혹시 공 실장이···?!’


미간을 찌푸린 김해성의 뇌리에 아까 본 광경이 떠올랐다.


*


걸그룹 메들리가 끝난 후. 김해성은 이상을 감지했다. 앞 곡이 끝나면 곧바로 ‘잔인한 여자’의 전주가 나오도록 세팅해 놓았는데. 어째서인지 이전에 없는 긴 스탠바이가 이어졌다.


이에 의아해서 FOH쪽 천막을 쳐다보았더니, 뜬금없게도 사라진 로드 매니저가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조 매니저가 왜 저기서 나와? 화장실 간다고 해놓고는 저기 있었어?”


전화에 문자를 보냈지만 로드 매니저 쪽에서는 답장이 없었다.


이상한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이번엔 MR의 소리가 달랐다.


“뭐야. 더블링도 안 들리는데?”


소리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미리 녹음했던 백 사운드, 더블링(다중녹음) 파트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생 음원을 틀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이상했던 징조가 모두 이걸 위한 것이었을까. 구수연이 코러스의 고음을 부르는 순간, 노래의 반주가 실종됐다.


AR을 틀어놓고 립싱크를 하는 보통의 아이돌이었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졌을 사고였다. 99%의 확률로 악재가 되어야 마땅할 사고!


그러나 블루문 멤버들은 달랐다. 립싱크 사고를 내기는커녕, 명품 보컬임을 리얼 쌩 라이브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구수연의 신선도 100%의 깨끗한 고음이 끝나자마자, 객석이 불붙었다.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성···. 분명 긍정적인 신호였으나, 이 큰 무대에서 계속 생목으로 무반주 라이브를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김해성이 챙겨왔던 기타를 집어 들었다.


***


잠시 시간을 되돌려서, 김해성이 블루문 멤버들에게 처음으로 시장 투어 계획을 알렸을 때로 가보자.


제대로 된 행사도 아니면서 시장판을 돌아다니며 라이브 실력을 키우자던 김해성의 말에, 백송은 낙담했었다. 김해성이 자신을 따로 불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송아.”

“네?”

“잠깐 이야기 좀 하자. 송이 너한테는 내가 특별히 부탁할 게 있어.”


얼굴에 너무 불만이 가득했나? 백송이 긴장하여 김해성을 따라갔다. 아무래도 또 혼날 게 분명했다.


공수혁 실장이 컨셉을 알려줄 때마다 반복됐던 일이었다.


-백송. 너 왜 또 표정이 썩었어?!

-뭐 그렇게 불만이 많아? 너 그거 예술병이야 예술병. 차라리 술병이 낫지 실력도 없는 게 이상한 바람이 들어서 말이야!

-네가 뻗댄다고 내가 네 헛소릴 들어줄 것 같아!? 버르장머리는 없어가지고. 쯧···!


표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고분고분 따르는 대신 자기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수시로 불려가 혼났던 백송이었다.


김해성 매니저는 그나마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자신을 따로 불러낸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복도로 나온 김해성은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도 친절한 말투로 물어보았다.


“특훈 때문에 말인데, 송아. 네가 날 좀 도와주면 좋겠다.”

“네에?!”


도와달라고?

뜻밖의 이야기에 백송이 눈을 크게 떴다.


“아무래도 나보다는 송이 네가 멤버들과 더 오래 있지 않았어? 그래서 라이브 특훈에 쓸 노래는 송이 너랑 같이 정하려고. 멤버들이 잘하는 노래, 어울리는 노래가 있으면 추천해줘. 아, 트로트 한 곡은 꼭 하면 좋겠다. 아무래도 시장행사고, 수연이가 잘하는 장르기도 하니까.”


선곡만이 아니다.


“그리고 송이 너도 기타 연주 무대를 해봤으면 하는데···. 라이브 특훈이잖냐? 노래만이 아니고 연주 실황도 라이브지. 송이 네 연주 실력도 좋은데 더 키워보자고.”

“제 기타 실력을요···?!”

“그래. 보니까 송이 너도 새벽부터 회사에 나와서 연주 연습하던데, 그 실력에 그 노력을 썩히긴 아깝잖아?”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다.


그간 백송이 기타와 작곡에 개인 연습시간을 바칠 때마다, 공수혁은 항상 겉멋만 들었다며 욕을 했었는데 말이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인정에, 백송이 불만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지금. 김해성의 선견지명은 대단했다.


한 달간의 시장 투어는 남긴 바가 많았다.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은 물론, 상황대처 능력까지···.


도떼기 시장판에서는 앰프 선이 뽑히고 오디오 콘솔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었다. MR이 사라지는 것? 놀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블루문 멤버들은 오히려 침착할 수 있었다. 그간의 시장 투어 덕분에 말이다.


다만 평소라면 다시 제대로 노래가 나올 때까지 멈춰서 기다리겠지만. 무대 뒤에서 멤버들을 부르는 김해성의 주문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송아 기타 받아! 얘들아 잘하고 있으니까 멈추지 말고. 분위기 살려서 계속 이어 보자!”


원래라면 ‘잔인한 여자’가 끝난 뒤에야 다크소울을 짧게 기타 라이브로 들려주고 점핑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지만···.


평소에 멤버들과 모든 노래를 연습하고 맞춰본 백송이다. 김해성의 새로운 주문에, 그녀는 기타를 받아들자마자 바로 F 메이저 코드를 짚었다.


마치 처음부터 ‘잔인한 여자’를 어쿠스틱으로 선보이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잠시 우릴 위해- 헤어지는 것뿐이야-”


반주가 생겼으니 노래를 멈출 필요가 없었다. 당황하지 않고 고음을 이어가는 구수연과 다른 멤버들의 열창에, 객석이 다시 한번 흥분했다.


“야! 기타 연주도 잘해!”

“뭐냐 진짜? 이런 그룹이 무명이었다고?!”

“나 오늘부터 얘네들 팬 한다. 얘네 이름 좀 다시 알려줘 봐!”


무대 위에서 블루문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이어가는 동안. 김해성은 바로 FOH의 음향 감독에게 연락했다. 지금 노래가 끝나면 바로 점핑을 틀어달라고 말이다.


덕분에 멤버들의 즉석 어쿠스틱 공연이 끝나자마자 다음 곡이 준비되었다는 큐사인이 내려왔다. 뜨거운 분위기에 구수연이 쑥스러움도 잊고 신나서 외쳤다.


“마지막 곡은 저희 블루문의 신곡 점핑입니다! 다음 주에 발매되니까 많이 들어주세요!”


객석 곳곳에서 그러겠다고 화답하는 동안, 점핑의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트로피컬 하우스 특유의 청량한 튠이 축제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6월, 초여름의 산뜻함이 가미된 열기였다.


반응은 스타즈 쪽에서 먼저 왔다.


“와. 점핑 진짜 좋다!”

“음원 차트 Top 10 각이야!”

“완전 여름 저격 노래인데?!”

“그렇죠?! 제가 좋다고 했잖아요!”


감탄하는 다른 팬들을 보고 뽀에버스타즈가 뿌듯해했다. 그동안 팬들끼리 의례적으로 꺼내던 ‘이번 앨범은 잘 될 겁니다’라는 인사와 달랐다.


처음 들어본 노래임에도 저절로 멜로디가 외워지고 몸이 들썩이는 것이, 이번엔 ‘진짜’라는 확신을 주었다.


“네 마음속으로 점핑, 점핑! 멈추지 않을게 너를 위해 계속 달릴게-”

“오늘의 약속이 내일엔 현실이 되도록-”


멤버들이 무대 곳곳을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게 기폭제가 되었다. 일반 객석에서도 흥이 돋은 몇 명이 스타즈처럼 열성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블루문 쩐다아!”

“노래 개 좋네 진짜!”


축제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탕이 되어가고 객석은 파랗게 물들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들어 올린 현수막과 종이 카드로 장관이었다.


처음 스타즈가 객석을 돌아다니며 부탁할 때만 해도 심드렁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본인들이 더 신나서 종이 카드를 열성적으로 흔들며 외쳤다.


“점핑 대박-! 블루문 행복 하자!”


파랗게 물든 무대 아래의 풍경. 본인들 실력으로 끌어낸 환호성이었음에도 멤버들은 남다른 객석 반응에 벅차서 말을 잇지 못했다.


시장통에서 행사할 때도 나름 재밌긴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무대에서 팬들까지 있는 무대를 해보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감사합니다!”

“블루문 신곡 꼭 기억해 주세요!”


연신 감사 인사를 하고 내려온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던 김해성에게 달려갔다.


“매니저님! 반응 미쳤어요!”

“우와앙! 우리 대박난 것 같아욥! 전부 우리 팬인가 봐요!”


“그래그래! 잘했다! 너희가 최고였어!”


웃으며 맞이하는 김해성을 보고, 블루문 멤버들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김해성 매니저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한 명. 김해성 매니저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이봐요! 김 매니저! 잠깐 나 좀 봅시다!”


장위준 피디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


블루문이 휩쓸고 간 낮 공연이 끝나고. 어둑해진 하늘 아래 딸기 축제도 마지막을 맞이했다. 이벤트라고는 MR사고 뿐이었던 낮과 다르게 밤 공연은 화려했다. 조명부터 특수효과까지 빵빵했으니.


특히나 핫칠링은 등장하면서부터 폭죽과 불꽃이 화려하게 타올랐다. 주최 측에서 핫칠링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오감으로 느껴지도록 말이다.


그러나 고대하고 고대하던 핫칠링의 공연이었음에도, 정작 사람들 반응은 미묘했다.


열성적으로 보라색 응원봉을 흔드는 핫칠링의 충성 팬들과 다르게, 낮부터 쭉 행사장에 있었던 일반인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아직까지 블루문을 응원하는 종이 카드를 들고 있던 고등학생 무리가 떠들었다.


“야. 핫칠링 의외로 별로지 않냐? 블루문 라이브가 쩔어서 그런가? 별로 감흥이 없네.”

“그러게. 얼굴도 솔직히 블루문이 더 낫다. 인정?”

“어. 인정.”


역대급 방송사고 라이브를 직관한 뒤라서인가. 핫칠링의 평범한(?) 무대를 보자 흥이 떨어졌다.


“그냥 블루문 라이브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아까 찍은 사람 없냐? 난 너무 신나서 뛰느냐고 폰 켤 생각을 못 했다. 쩝.”

“나도. 이렇게 잘할 줄 모르고 딴짓하다가···. 근데 넌 아까부터 핸드폰 켜고 있지 않았냐?”

“어. 걸그룹 메들리 중반부터 찍었지.”

“굳굳. 틀어봐!”

“크! 이게 노래지!”


처음엔 관심도 없어서. 그리고 중간에는 너무 놀라서 핸드폰을 켤 생각까지 잊은 학생들이었다. 그나마 한 명이 블루문을 찍어놓은 걸 다시 감상한 학생들이 떠들었다.


“야, 이거 완전 택톡 저격 노래 아니냐? 택톡에 올려보자.”

“그래. 너 택톡 팔로워 늘리고 싶다며. 올려봐!”

“올리면 뭐하냐. 내건 아무도 안 보는데.”


핸드폰 주인인 택톡커의 시큰둥한 반응에 다른 친구가 별생각 없이 툭 내뱉었다.


“그럼 어그로를 끌어야지. 핫칠링 VS 블루문···. 뭐 이렇게 해시태그 달면 사람들이 볼 거 아냐?”

“미친놈.”

“야야. 아무리 팔로워가 좋다지만 뭐 그런 짓까지 해?”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핀잔을 줄 때. 택톡커가 눈을 빛냈다.


“그럴까? 아예 지금 핫칠링 무대도 찍어서 비교하는 영상으로 올리는 거야.”

“아니 너 진짜 쟤 말대로 하려고? 어그로 개 끌릴 텐데···?”

“뭐 어때! 나도 팔로워 좀 늘려보자!”


택톡커가 위험하게 눈을 빛내며 핫칠링의 공연을 찍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해야 사는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 불패의 매니저 (완결) +6 24.08.30 81 7 12쪽
40 40. 역전 +2 24.08.28 82 9 15쪽
39 39. 역전 +3 24.08.27 79 7 14쪽
38 38. 역전 +2 24.08.26 81 8 13쪽
37 37. 특집방송 +2 24.08.25 86 8 17쪽
36 36. 특집방송 +2 24.08.24 88 8 13쪽
35 35. 특집방송 +2 24.08.23 91 5 18쪽
34 34. 역바이럴?! +3 24.08.22 98 6 15쪽
33 33. 역바이럴?! +2 24.08.21 98 4 20쪽
32 32. 역바이럴?! +2 24.08.20 104 7 16쪽
31 31. 명예로운 죽음 +2 24.08.19 116 6 19쪽
30 30. 명예로운 죽음 +3 24.08.18 122 8 17쪽
29 29. 역공 +3 24.08.17 127 8 18쪽
28 28. 역공 +2 24.08.16 126 8 14쪽
27 27. 오디션 +2 24.08.15 121 7 16쪽
26 26. 오디션 +2 24.08.14 128 7 21쪽
25 25. 오디션 +2 24.08.13 128 8 16쪽
24 24. 변곡점 +2 24.08.12 130 8 16쪽
23 23. 변곡점 +2 24.08.11 132 11 14쪽
22 22. 연기만큼은 +2 24.08.10 137 9 14쪽
21 21. 연기만큼은 +2 24.08.09 149 9 15쪽
20 20. 새로운 퀘스트 +2 24.08.08 152 10 16쪽
19 19. 새로운 퀘스트 +2 24.08.07 155 8 14쪽
18 18. 새로운 퀘스트 +2 24.08.06 159 9 17쪽
» 17. 위기를 기회로 +2 24.08.05 158 11 17쪽
16 16. 위기를 기회로 +2 24.08.04 155 10 15쪽
15 15. 위기를 기회로 +3 24.08.03 155 9 21쪽
14 14. 뜻밖의 인맥 +3 24.08.02 165 10 21쪽
13 13. 뜻밖의 인맥 +3 24.08.01 166 10 19쪽
12 12. 뜻밖의 인맥 +3 24.07.31 174 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