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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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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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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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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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는 드리리다 1

DUMMY

시하가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 달렸다. 

태현이 내공을 끌어올려 경공을 펼쳤으나 시하의 속도를 따라잡기 버거웠다.

“시하.

조금만 천천히 갑시다. 내 너무 힘드오.“

“공자는 저 아래 객잔이 보이지 않는게요?

코긑에 전해오는 삶은 소고기 향기를 느끼지 못한단 말이오?

두 달을 물고기만 먹고 버텼더니 씻어도 씻어도 손과 입에 배인 비린내를 지울 수 없소.

생선 비린내는 오로지 소고기의 육향으로만 지울 수 있을 듯 하오.“


이윽고 객잔에 도착한 시하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객잔의 점원이 시하를 밀어냈다.

“어허. 이보오.

이런 행색으로 어디 이런 곳에 들어온단 말이오.

구걸을 하려거든 시장에 가서 하시오.“

“누가 구걸을 한단 말인가?

너희 집에서 가장 비싼 고기를 사 먹으러 온 것이다.

내가 오늘 너희 집 고기를 동낼 것이다.“


발끈하는 시하를 점원이 계속 밀어내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거지 중에 상거지구만 무슨 돈이 있단 말인가?

필시 무전취식을 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구만.

썩 물러가시오.“


시하가 뒤따라온 태현을 가르키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이 공자가 보이느냐?

이 공자가 개경 삼대 부자로 유명한 유태현 공자시다.

객잔을 통째로 사서 네놈들을 모두 잘라버리기 전에 썩 자리로 안내하거라.“

점원이 박장대소하였다.

“우하하. 그런 거부가 어찌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다 헤진 옷을 입고 있을까 모르겠구만. 

머리는 떡이지고, 얼굴에는 검댕을 뭍힌 부자라니, 무슨 거지 체험이라도 나왔소?

무전취식을 할 요량이 아니라하니, 어디 돈을 좀 보여주시구려.“


시하가 태현에게 눈짓하자 태현이 품을 여기저기 뒤졌으나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행낭 속에 금자가 들었는데, 말과 함께 사라졌고, 품안에 있던 소은병은 지난 번 폭포에서 떨어질 때 빠졌나보오. 

돈이 없나 보오. 어쩌면 좋소?“

시하가 자기의 행낭을 뒤져 선덕여왕의 그림이 담긴 나무 상자를 꺼내었다.

“이걸 맡깁시다.

이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니 우리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지 않겠소?“

“어떻게 국보급의 보물을 밥과 바꿀 생각을 할 수 있소?”


태현이 절대 안된다며 시하를 만류하고 자기 품을 계속 뒤졌다. 

“아. 이거다. 이거면 되겠네.”

태현이 옷에 붙어 있는 단추를 떼어 점원에게 내밀었다. 

“이 단추는 특상품의 비취로 만든 것이네. 

금한 냥의 가치를 훌쩍 뛰어 넘는 귀한 것이라네. 

내 특별히 이걸 맡김세.“


점원이 비웃음을 가득 흘렸다.

“돈 한푼 없는 거지 옷에 달린 단추를 비취라 우기면 그것이 비취가 되겠는가?

여보게들. 여기 소금 좀 가져오쇼. 

재수가 없으려니 , 참.“

풀이 죽어 돌아선 태현과 시하의 등 뒤로 소금이 뿌려졌다. 


“안되겠소. 

저 놈의 사지를 분지르고, 삶은 고기를 빼았아 먹어야겠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소.“

분노하는 시하를 말리다가 태현이 반색하였다.

“저기 물건을 저당잡고 돈을 빌려 주는 전포가 있소. 

저 곳이라면 나의 비취 단추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오.“


태현이 자랑스럽게 전포 주인에게 비취 단추를 내밀었다.

“이 단추는 중국 형산에서 채굴한 최상품 비취로 몇년 전 금 한냥을 넘게 주고 샀으나, 오늘 나의 사정이 급하니 특별히 은 열닷냥 정도만 받겠소.”

“은자 한냥이오. 그것도 많이 쳐준 것이니 마음에 들지 않거든 다른 곳으로 가시오.”


태현이 발끈하여 돌아서는데 시하가 태현의 손에서 단추를 빼앗아 전포 주인에게 내밀었다.

“그거라도 주시오. 얼른.”

전포 주인에게 받은 은자를 들고 시하가 당당히 아까의 객잔으로 향했다. 

객잔의 문을 열자 아까 문전박대하였던 점원이 시하를 막아섰다.

“아니, 너희들은 또 왜 왔어?

아까 분명히 알아듣게 타이르지 않았냐?“

시하가 대답 대신 손에 든 은자를 보여주었다. 

“내가 오늘 이 은자만큼 고기를 먹을테니 고기를 내 오너라.”

그러나 점원은 시하를 막아섰다. 

“돈이 있다해도 이러한 행색으로는 객잔에 들어올 수 없소.

다른 손님들이 불쾌해 한단 말이오.

정 먹고 싶거들랑 저기 마굿간 옆 마부들이 먹는 곳에 상을 차려줄터이니 거기서 먹든가 말든가 하시게나.“


태현이 화를 내려는데 시하가 냉큼 대답했다.

“그러시오. 고기를 먹는데 장소가 뭐 그리 중요하겠소.”

시하의 앞에 고기 접시가 쌓여갔다. 

한접시의 고기와 밥을 먹고 소반을 물린 태현이 시하가 먹는 모습을 신기한 듯 보았다.

“대단하시오. 정말 은자 한냥만큼 드실 기세구려. 

정해진 돈을 미리 내면 고기를 무제한으로 주는 객잔을 차릴까 했는데 공자를 보고 있자니 그 생각은 접어야겠소.“

시하가 고기를 입에 가득 문 채 손짓하며 답했다.

“그 아름다운 꿈을 미리 단념하지 마시고 꼭 행하시길 바라오.”


은자로 밥값을 치르니 엽전 닷냥을 거슬러 받았다.

“시하. 

남은 돈으로 깨끗한 옷을 한벌 사 주겠소. 갑시다.“

옷은 필요없으니 남은 돈으로 저녁밥을 사먹자는 시하를 억지로 끌고 시장으로 나섰다.

충주 시장은 동경과 달리 활기가 넘쳤다. 


“이 손 놓으시오.”

“아니, 이 기생 계집이 따라 오라면 곱게 따라 올것이지 어디서 사대부집 규수 행세를 하는게냐?

대감께서 찾으시니 잔말 말고 따라 오거라.“

시장 한편이 시끌시끌하여 사람들이 모이자 시하도 냉큼 구경하기 위해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 옷을 입고 칼을 찬 무인 두 명이 화려하게 차려 입은 고운 여인을 강제로 끌고 가려 하는 중이었다. 


시하가 태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이야기 책에 보면 이런 경우 잘 생긴 사내가 여인을 구하고 그 댓가로 고기를 얻어 먹는 경우가 많지 않소?

공자가 가서 여인을 구하고 저녁을 해결해 봄은 어떠하오?“

“싫소. 아무래도 기루에 있는 여인을 권문세가의 무인들이 데려가는 상황인가 본데 괜히 끼어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오. 

아직 엽전이 남았으니 저녁까지는 해결이 될 듯 하오. 

더군다나 우리는 이승현이라는 예인이 있다는 기루에 가야하는 것 아니오?

잘 하면 거기서 숙식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소.“


여인은 버티었으나 사내들의 완력을 당해내기 힘들었다. 

“제발 놓으시오. 

대감께는 청월각으로 찾아 오라 하시면 되지 않소. 

계속 이러면 소리를 지를 테요.

여보시오. 제발 좀 도와주시오.“ 

검은 옷에 수염이 덮수룩한 무인이 히죽 웃으며 손을 치켜 들었다.

“대감께서 곱게 따라 오지 않거든 완력을 사용해도 좋다 하셨다.

고양이 같이 생긴 계집이 고양이처럼 앙탈을 부리는구나.

나를 원망 말아라.“


눈을 반짝이며 열중하여 구경하던 시하가 고양이 소리에 분개하여 앞으로 뛰어 뒤어나가 무인의 허리를 발로 찼다. 

하지만 무인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는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며 시하의 발차기를 피했다.

“이 거렁뱅이는 또 무엇이냐?

네 놈이 밥을 굶어 정신 또한 잃어버린 것이냐?“

“고양이에게 한번 맞아 보거라.”

시하가 어지러이 장을 휘두르며 무인을 공격하였고, 무인 또한 장법으로 합을 겨루었다.

시하가 씩 웃고는 만류귀심경 일초식을 펼치자 무인이 쩔쩔매며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 때 옆에 서 있던 무인 하나가 시하의 뒷편에서 발차기로 공격하였다.

정작 시하는 앞의 무인을  데리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그만 등을 맞고 앞으로 넘어졌다.

넘어진 시하에게 무인들의 발이 날아 드는데 태현이 날아들어 하나의 가슴을 차고, 다른 하나의 턱을 쳤다. 

무인 둘이 나동그라졌다. 

손을 털고 일어난 시하가 태현을 밀어내었다.

“난 괜찮소. 그리고 이들은 나의 놀이감이니 공자는 숟가락을 얹지 마시오.”


더 이상 무사들은 시하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뺨을 몇차례나 맞고 발로 엉덩이를 채인 무사들이 구경꾼들의 웃음 뒤로 이를 갈며 사라졌다.

화려한 복색의 여인이 시하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처럼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리가 아니면 꼼짝없이 큰 일을 당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나리께 쫒겨간 자들은 최충만 대감의 사병들로 혹여 앙심을 품고 나리께 복수를 할까 두렵습니다.

얼른 자리를 피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나는 낭자를 도운 것이 아니라 종족에 대한 모욕을 처벌을 한 것이니 개의치 말게.

아까 같은 자들은 수백이 몰려와도 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테니 그 또한 염려말게.

그저 갈 길이나 가시게.“


시하가 돌아서려는데 태현이 화려한 복색에게 물었다.

“우리는 이승현이라는 예인을 찾고 있는데, 혹시 아시오?”

여인의 눈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 분은 제가 있는 청월각의 주인이신데, 두분께서는 어느 연유로 찾으시는지요?”

“지금 이 자리에서 자세한 연유를 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가 긴히 찾아뵙고 여쭤 볼 것이 있어 그러오.”

“쉽게 만날 수 있는 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두분께 큰 은혜를 입었으니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해시가 되면 손님들도 대부분 돌아가시니 그 때 청월각으로 오셔서 저를 찾으십시오.

저는 청월각의 매향이라 합니다.“


이승현을 쉽게 찾은 행운에 기뻐하며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태현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니 임문유가 웃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대체 어디에 숨어 계셨던 겁니까?

동경에서 김시눌의 수하들을 처리하고는 정말이지 감쪽같이 사라지셨습니다. 

저희 향진방이 총력으로 두분을 찾았으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행색은 무엇입니까?

정보 수집을 위해 거지 분장이라도 하신겁니끼?“


태현이 문유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공자를 보니 반가움이 하늘을 찌르오.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게요.

공자에게 다 이야기 해드릴테니 소은병 한냥만 빌려주시오.

당장 저녁먹을 돈도 부족하다오.

개경에 도착하는 대로 두배로 갚으리다.

아니 세배로 갚겠소.“


“알겠습니다. 저녁도 대접하고 돈도 얼마든 빌려드리겠습니다.

유공자 같으신 부유한 분이 소은병 하나를 빌리려 하시니 그간 많은 고초를 겪으신 듯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좀 씻으시고, 환복을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임문유의 손에 이끌려 객잔으로 향했다.

예의 그 점원이 태현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으나 임문유를 보자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분들께 방을 내어 드리게.

그리고 계시는 동안 식사며 시중이며 모두 부족함이 없이 모시도록 하게.

값은 모두 내가 치를 것이네.“


태현과 시하가 모처럼만에 따듯한 물로 몸을 씻고 머리를 단장하였다.

한참만에 돌아온 임문유가 보따리 두개를 내밀었다.

“공자의 옷이 너무 남루하여 새로 옷을 두벌 사왔습니다.

맞으시는지 입어보시지요.

또다른 공자님을 위해서는 사내의 옷과 여인의 옷을 두벌씩 준비했습니다.

편하신 복색으로 환복하시고 함께 저녁을 드시지요.

제가 궁금한 것이 아주 많습니다.“


둘이 환복을 하고 객청에 들어서자 점원이 알아보지 못하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제가 눈이 어두워 두분 공자님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만 무례를 범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사오나 넓으신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용서할테니 가장 좋은 고기를 종류별로 가져오너라.”

시하가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자 임문유도 따라 앉으며 물었다.

“두 분께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놀랄 일은 대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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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3 24.09.13 18 1 12쪽
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8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9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7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3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2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7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6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8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0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9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7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8 1 12쪽
19 살려는 드리리다 2 24.08.11 60 1 12쪽
»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2 1 12쪽
17 비급은 언제나 주인공 손에 (2) 24.08.08 7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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