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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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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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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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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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DUMMY

태현은 마치 저잣거리의 노름꾼처럼 침을 튀기며 분개하였다.

“이보오. 내가 보니 바둑돌이 조금 바뀐 듯한 의심을 멈출 수가 없소.

아까 바둑돌은 이쪽이 좀 찌그러진 듯 한데, 보여준 바둑돌은 반듯하지 않은가 말이오.

혹시 여러개의 바둑돌을 들고 있다가 사람들이 적게 건 곳으로 옮겨대는 야바위가 아니오?

방금도 내가 가운데에 돈을 걸었는데 그 술잔은 뒤집어 보지도 않았잖소?“


탁자 위 사내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바둑돌을 내밀었다. 

“저희 객잔이 하룻밤에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인데 이런 잔치기 놀이 따위에 이상한 짓을 할리가 있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공자님.

만약 께름직하시다면 여기 바둑돌에 공자님의 표식을 하십시오.

그리하면 저희가 야바위를 하는지, 재미난 놀이를 하는지 확인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태현이 붓을 들어 흰 바둑돌의 앞뒤로 선묘단의 묘(妙)자를 써 넣었다.

다시 바둑돌은 술잔 속에 숨겨졌으며,  술잔들이 어지러이 돌았다. 


시하가 속삭였다.

“또 다시 중간 술잔이요. 확실하오‘”


태현이 품을 뒤지니 이제는 소은병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소은병을 남자에게 내밀었다.

“이걸 은자 스무냥으로 바꿔 주시오.”


열냥은 시하에게 주고 두냥을 조심스럽게 중간 술잔 앞에 놓았다.

뒤이어 시하가 방금 받은 열냥을 모조리 중간 술잔에 놓았다.

놀라서 쳐다보는 태현의 눈을 피하여 시하가 딴청을 부렸다. 


탁자 위 사내가 행여 돈을 뺄세라 활급히 외쳤다.

“일번 술잔에 동전 한냥이요. 이번 술잔에 은자 열두냥과 동전 일곱냥이요. 셋째 술잔에 은자 한냥이오.

모두모두 행운을 빌겠소.”


아까와 마찬가지로 태현이 내공을 실어 우산살을 탁자에 밀어 넣어 중간 술잔 아래 받쳤다.

거대한 물고기를 낚듯 누군가 강한 힘으로 당겼고, 당길 수록 태현도 힘을 주었다.


시하가 남자를 재촉했다.

“어서 가운데 술잔을 뒤집어 보게. 

어여, 어여 뒤집어라.”


태현이 쓴 묘자가 선명한 바둑돌이 거기 있었다.

은자 열두냥이 스물 넉냥으로 불어났다가 다시 마흔 여덟냥으로 늘었다.


왼쪽 첫번째 술잔에 태현이 스무냥, 시하가 스무냥을 걸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같은 술잔에 돈을 걸었다. 

은자 마흔냥이 소은병 네개로 변신했다. 


얼굴이 붉게 변한 탁자 위 남자가 손을 휘휘 저었다.

“이제부터는 휴식 시간이오. 

잠시 정비를 한 후에 이따가 다시 개시할테니 그 때 다시 오시오.“


태현과 시하가 승리를 자축하며 고기를 주문했다.

시하가 기뻐하며 으쓱거렸다.

“세상에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는 줄 미처 몰랐소이다.

몇 판만 더하면 돈이 잔뜩 생길 것 아니오.

개경까지의 여행길에 돈 걱정없이 물쓰듯 써도 될듯 하오.“


“이제 벌만큼 벌었으니 그만 해도 좋을 듯 하오.

그자들도 우리가 술잔 아래 나무틀을 열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을 눈치챈 듯 하니 우리를 계속 끼워 줄리 만무하오.

어찌되었든 이 모두 시하 당신 덕이니 많이 드시오.“ 


잠시 후 그들을 방까지 안내했던 붉은 수염 사내가 주문한 고기와 술을 가져왔다.

“손님들께서는 운이 매우 좋으신데다 실력 또한 출중하신 듯 합니다.

저런 작은 판은 공자님들 같이 귀한 분들이 노실 물이 아니지요.

제가 큰 판으로 모시겠습니다.

이 술과 음식은 저희 객잔의 작은 성의이니 맛있게 드시고 준비가 되면 말씀하십시오.“


“우리는 충분히 놀았소.

더 딴다 한들 지니고 다니기에 불편할 뿐이오. 

객주 어르신이 도착하시면 빨리 알려주시구려.“


태현이 손을 저었지만 시하는 흥미를 보였다.

“큰판이라잖소.

작은 판도 저리 재미진데 큰 판이라면 얼마나 재미있겠소?

은자가 넘치면 금으로 바꾸면 되오.

그러면 지니기에 불편함이 없을 터인데 왜 벌서 그만 두려 하오.“


결국 시하의 성화에 식사를 마친 후 남자를 따라 나섰다.

안내된 방은 화려한 밀실이었고, 방 안쪽에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었다. 


다만 이 방의 탁자는 검고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흑단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정밀하게 만들어진 탁자라 틈이 미세하여 우산살을 꽃아 넣기 어려워 보였지만, 태현의 내공이라면 가능할 듯도 싶었다. 


탁자 뒤에는 날렵하게 생긴 남자가 앉아 있고, 탁자 좌우로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각 세명씩 서 있었다.

시하와 태현이 탁자에 앉았다. 


날렵한 사내가 옥으로 된 바둑돌을 보여주고는 술잔 하나로 덮은 후 현란한 솜씨로 뒤섞었다.

아까보다 훨씬 빠르고 복잡한 손놀림이었으나 태하와 시하의 눈을 앞설 수는 없었다. 


바둑돌이 담긴 술잔은 왼쪽 첫번째였다.

태현이 왼손으로 슬그머니 손을 내려 소매 속 우산살을 잡으려는데 붉은 수염 사내가 차갑게 말했다.


“손님. 이 방의 규칙은 양손을 탁자 위에 올리고 놀이를 하는 것이라오.

모든 속임수와 술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런 규칙이 있는 것이지요.

손님의 앞에 있는 잔을 돌리는 자 역시 규칙을 충실히 따를터이니 손님들도 지켜 주십시오.“


아쁠싸 싶은 태현이 시하와 눈짓을 하고 은자 한냥을 걸려는데 남자가 다시 차갑게 말했다.

“손님. 이 곳은 아까처럼 시정잡배들이 노는 곳이 아니라 공자님들같이 귀한 분들이 노는 곳입니다.

그러니 걸 수 있는 최소 금액은 소은병 하나이며 그 위로는 제한이 없습니다.“


“여기에 올때 그런 말은 없었잖소?”

태현이 발끈하는 척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데 시하가 냉큼 소은병 하나를 첫번째 술잔 앞에 두었다.

하지만 바둑돌은 중간 술잔에서 나타났고 소은병 하나가 사라졌다.


태현이 다급히 손을 들었다. 

“바둑돌에 표시를 해야겠소.”


붉은 수염 사내가 껄껄 웃었다.

“마음대로 하시오. 아까처럼 글을 쓰든 점을 찍든 공자께서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바둑돌에 세필로 정성들여 글자를 적으며 태현이 머리를 굴렸다.


다시 바둑돌을 숨긴 술잔이 화려하게 돌고 돌았다.

마지막 술잔이 분명했다. 


태현이 양손에 내공을 실어 흑단으로 만들어진 탁자를 가볍게 그러나 빠르게 툭 밀었다.

순간 탁자가 뒤쪽으로 세치 정도 밀렸다.

반대로 탁자 위의 술잔들은 제자리에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세치 앞으로 전진한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술잔 아래로 줄을 잡아 당겨 바둑돌을 바꿔칠 수 없었다. 

술잔을 돌리던 사내가 슬그머니 술잔을 뒤쪽으로 옮기려 하기에 태현이 소은병 세개를 놓고 소리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시오.

맨 오른 쪽 술잔 안에 내가 표시한 바둑돌이 있다는 것에 소은병 세개를 걸겠소.“


붉은 수염 사내가 나직이 으르렁거렸다.

“공자의 손버릇이 아주 고약하오. 

그러다가 손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셔야 할 것이오.“


“그대들의 손버릇도 안 좋기는 마친가지인 듯 싶소.

이러면 어떻겠소?

내가 소은병 세개에 더하여 내 오른손을 걸지요. 

대신 그대 또한 손을 거셔야 할거요. 어떻소?

마음이 두근두근하며 겁이 나면 포기하고 죽으시든가.“


시하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꼭 어디선가 들은 말 같소.

어쨋든 놀이 따위에 손목을 건다니 인간들이란 정말 우스운 생물들이구려.“


순간 태현의 오른쪽에 있던 사내들이 발과 주먹으로 태현을 공격하였다.

태현이 그들을 막으려 눈을 돌리자 탁자 위 사내가 세번째 술잔을 탁자 쪽으로 당기려 하였다.

시하의 우산 끝이 남자의 손등을 찍었다. 


남자가 울부짖었고 방안의 모든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드는데 붉은 수염 사내가 모두들 멈춰세웠다.

“그만, 자리를 지키거라.

공자님들께 묻겠소. 

그 우산은 공자님들의 것이오?“


“우산은 우리 시하 공자의 것이니 관심을 끄고 술잔이나 뒤집어라.”


붉은 수염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탁자 위 남자가 성한 오른손으로 술잔을 뒤집었다.

바둑돌은 거기에 있었다. 

“손님들이 이기셨으니 소은병을 내드려라.”


붉은 수염 남자가 태현과 시하에게 예를 갖추었다.

“저자는 알량한 손재주로 먹고 사는 자인데 손을 크게 상하게 되었습니다. 

공자께서 손목을 걸자 하셨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오늘의 놀이는 이제 그만 마치고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일 객주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두분을 모시겠습니다.“


시하가 방으로 돌아와 소은병 여섯개를 탁자에 올려 놓고 아이처럼 즐거워하였다. 

그 시각 이후 객잔의 모든 점원들이 둘에게 극진하였으나 어떠한 내기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시하가 돈을 걸려하면 판을 멈추고 놀이를 중단하였다.


심통이 난 시하가 술잔과 바둑돌을 빼앗아 와서는 태현에게 내밀었다.

“사람들은 친절하나 아무도 나와 놀려하지 않으니 공자가 술잔을 섞으시오.

이 소은병 중 세개를 줄터이니 가지고 있으면 되오.

내가 돈은 걸고 맞추면 배를 주어야 하며, 그럴 리는 없겠으나 못 맞춘다면 건 돈은 공자가 가지시오.“


태현이 아까 술잔을 뒤섞던 남자의 손짓을 흉내내어 잔을 섞었다.

시하가 소은병을 왼쪽 첫번째 술잔 앞에 놓았고, 바둑돌은 그 곳에 있었다.


소은병 하나를 받아간 시하가 투덜거렸다.

“공자는 무공은 연마했다는 자가 어찌 아까 그들보다도 손놈림이 느리오?

좀 제대로 해보시오.

재미가 너무 없소.“


발끈한 태현이 기를 모은 후 만류귀심경의 일초식을 응용하여 술잔들을 뒤섞었다.

손이 보일듯 보이지 않을 듯 어지러이 움직였으며 그에 따라 술잔들이 춤을 추었다.

“맨 오른쪽이오. 아닌가 두번째인가?

아니 맨 오른쪽이 맞소.“


시하가 흥분하며 첫번째 술잔 앞에 소은병을 걸었다.

바둑돌은 중간 술잔에 있었다. 


짜증을 낼 것이라 예상되었던 시하가 박수를 치며 몹시 즐거워 하였다.

“아직 돈이 남았소. 한판 더 합시다.

돌리시오.“

이번에는 시하가 맞추었고 아까보다 더 즐거워하였다.


밤이 깊었는데도 시하가 계속 술잔을 돌리게 하여 태현이 제발 그만하자며 애원했다.

결국 다섯판을 더 한 후에 놀이가 끝났고 태현은 지쳐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아침 일찍 시하가 태현을 깨웠다.

“날이 밝았소.

내게는 소은병이 네개이며 공자에게 아직 두개가 남았소.

공자의 것이 아직 남았으니 마저 하십시다.“


아직 잠이 부족한 태현이 빨리 끝내려는 심산으로 술잔을 섞는 속도를 늦추자 시하가 으르렁거렸다.

“그런 식으로 할거면 당장 멈추고 잠이나 주무시오.

공자가 자는 동안 하등 쓸모도 없는 손가락들을 죄다 물어뜯어 놓을테니 앞으로 손가락 없이 살 준비를 하시오.“


하는 수 없이 아침 먹고 잔치기놀이를 하고 점심 먹고 잔치기를을 하며 지쳐가고 있는데 붉은 수염의 남자가 방문을 두드렸다.

“객주 어르신께서 돌아 오셨습니다.

두분을 뵙고자 하시니 저를 따르시지요.“


만휴루의 객주 전유협은 중년의 잘생긴 사내였으나 얼음장같이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선묘단에서 나를 찾아왔다는 공자들이신가?

손님으로 융숭히 대접해 드렸더니, 정작 우리의 영업을 방해하였다고 들었네만.“


태현이 목례했다.

“저희는 객주 어르신이 가지고 계신 선묘단의 물건을 잠시 보기 위해 들른 것입니다.

기다리던 중 무료하여 놀이에 끼어 잠시 시간을 보냈으며, 놀이를 하는 자들이 작은 장난을 치기에 저희도 장단을 맞춰준 것 뿐이었습니다. 

돈이라면 응당 돌려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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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7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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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2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7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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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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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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