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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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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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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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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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DUMMY

시하의 타박에 타이친도 구박을 얹었다.

“술을 잘 마시기에 격구 또한 제법 할 줄 알 것이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후반에는 이렇게 해보세.

저기 원나라 놈들 중에 머리털이 없고 수염미 많으며 늑대 가죽을 두른 놈이 보이는가?

자네는 저 놈이 어디에 가든 딱 옆에 따라 붙어서 저 놈이 공을 쳐내지 못하도록 방해를 해 주게.

저 놈이 빠르고 말을 잘 타는 터라 계속 따라 붙기는 어렵겠지만 노력이라도 해 보게.

그마저 자신이 없거든 아무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우리 쪽 천막 앞에 서 있다가 공이 날아오거든 막는 시늉이라도 해보든가.“


후반이 시작되어 머리 없는 놈의 옆에 서자 그 자가 태현을 비웃었다.

“이리도 유약하게 생겨서 어찌 말이라도 제대로 몰겠으며, 나를 막을 수 있을소냐?

한번 열심히 막아 보거라.“


놈은 태현을 놀리기라도 하듯 말머리를 이리 저리 돌려 태현을 제끼고 피하며 경기장을 누볐다.

태현은 분이 끓어 올랐으나 함부로 무공을 사용하거나, 경공을 펼쳤다가는 어제 일에 얽혀 의심을 살 것이 분명하므로 애써 분을 삭혔다. 


그 때 머리 없는 놈이 멈춰 서는 듯 하더니 갑자기 반대로 말을 돌려 공을 쫓기 시작하였다.

태현의  눈 앞에 말의 엉덩이가 나타났다. 

주위를 슥 둘러보니 심판관이나 구경꾼들은 공을 보느라 태현에게는 신경쓰지 않았으며, 또한 말에 가려 태현이 무슨 짓을 해도 보이지 않을 듯 하였다.

태현이 만류귀심의 지법으로 말의 엉덩이와 척추로 이어지는 관충혈을 찍었다.


순간 말이 뒷다리를 버티며 멈춰 섰고, 머리 없는 놈이 말 앞쪽으로 튕겨져 나가며 고꾸라졌다.

태현이 갑자기 정지한 말에 부딪혀 떨어지는 척하며, 놈의 종아리를 내공을 써 밟으니 뚝하며 뼈부러지는 소리와 비명이 메아리쳤다.


태현은 옷에 흙을 털고 다시 말에 올라 모르는 척 공을 향해 달렸다.

태현이 공 근처에 가자 한 놈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말위에 대뜸 올라서서는 태현의 얼굴에 발길질을 하였다.

태현이 마치 발에 맞아 떨어지는 척, 놈의 발을 꼭 안고 말에서 떨어지자 놈 또한 태현과 함께 추락하였다.

둘이 함게 떨어지는 동안 붙잡고 있던 놈의 발목을 바깥 방향으로 튼 후 무릎으로 눌러 꺽어 버렸다. 

놈이 발목을 붙잡고 고통에 절규하는 동안 태현은 기절한 양 엎어져 있었다. 


타이친이 말에서 내려 흔들어 깨우는데도 한참동안 정신을 못차리던 태현이 가까스로 일어나 말에 올랐다. 

타이친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괜찮은건가?

머리를 심하게 다친 듯 한데, 어차피 있어도 큰 도움이 아니되니 한적한 곳에서 쉬는 것이 낫지 않겠나?“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린다 하였으니, 이길 때까지 참여하고 싶습니다.“


태현이 어설픈 자세로 공을 쫓아 쳐내자 원의 기병들이 격구봉이나 손으로 태현을 가격하였다.

기를 운신하였으므로 타격감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태현은 머리를 감싸고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운 양 몸부림을 쳐 주었다. 


두 놈이 에워싸고 괴롭히자 결국 태현이 말에서 떨어지며 앞에 있는 말의 복부쪽 관원혈을 점혈했다.

갑자기 말이 발버퉁을 치며 몸과 머리를 흔드는 터에 원의 기병 하나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태현이 놈의 몸통을 툭 차서 치켜든 말의 앞발이 떨어지는 곳에 옮겨 놓았다.

껑충껑충 뛰는 말의 발에 등을 밟히고 채인 원의 기병이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또 한명의 원 기병이 고삐를 잡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말들에 가려 아무도 못 보는 사이 태현이 내공을 실어 기병의 무릎을 차서 부러뜨러 버리고는 말을 타박하였다.

“이걸 어째?

말에게 차여 다리를 다쳐버렸네. 

아이쿠나. 무섭구나.“


원의 기병들은 어릴 적 부터 말을 탔고, 평생을 말위에서 살았기에 낙마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특히 이처럼 연이어 네명의 기병이 낙마하는 일은 본적이 없었으므로 구경꾼들은 누구는 웃고, 누구는 놀라며 저마다 흥분하여 소리를 질러대었다.

하지만 시하는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원의 기병 넷이 큰 부상을 입은 터라 전세는 여섯명 대 열명이 되었다. 

아무리 기마에 능한 원의 기병들이라 할지라도 숫자의 열세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태현은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달리고, 가끔은 엉뚱한 곳으로 공을 날리며 구경꾼들의 비웃음을 샀다.


마침내 시합이 끝나고 심판관이 외쳤다.    

“대원 전사는 전반에 4점을 득하였으나 후반에 한점도 득하지 못해 도합 4점을 획득하였소.

반면 후르가 전사는 전반에 1득점, 후반에 8득점을 하여 도합 9점을 득점하였으므 후르가 전사의 승리요.“


후르가 전사들과 구경꾼들이 함게 뛰며 환호했으나 아무도 태현에게는 신경쓰지 않았다.

태현이 슬며시 시하 옆으로 돌아오자 시하가 혀를 찼다. 

“공자는 잘하는 것이 많지 않으나 연기는 정말 아니 되겠소.

연기란 자고로 그 사람이 되었다고 온 마음으로 믿은 후에 작은 몸짓, 표정 하나하나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하거늘. 

공자의 어설픈 흉내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도 참 한심하오.

그래도 족장이라는 자는 눈치를 챈 듯 싶기는 하다만.“


잠시 후 타이친이 태현에게로 왔다. 

“정말로 덕분에 이겼네.

원나라 놈들과 시합을 할 때마다 패하여 그간 분하고 억울해 잠 못 이룬 밤이 많았는데, 그간의 체증이 싹 내려간 듯 하네. 

다 자네의 덕이네. 

두번째 기병이 쓰러졌을 때까지만해도 긴가민가했었지 무언가.

그런데 마지막에는 확실히 보았지.

자네가 말의 혈을 점하는 것과 원 기병 놈의 무릎을 박살내는 것을 말이야. 

나 이외에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걸세.

자네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열점이 담겨져 있었어.“


“감사합니다. 

그럼 제 청을 들어주시는 것입니까?“


“물론일세. 무언가?

그 청이라는 것이?“


“저희는 본디 고려인인데, 중원을 여행하고자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나 고려인이 한가로이 여행을 다녔다가는 원나라 병사들의 의심을 살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여행증 또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하여, 한족의 호적과 여행증명을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어려운 부탁을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나는 이곳 길림에서 수백여년을 살아온 후르가족의 족장일세.

그 정도 일은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걱정마시게.

우선 승리를 만끽하는 잔치를 열어야 하니 같이 가세나.“


잔치는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 가져다 준 음식을 먹는 것인줄 알았다.

후르가 족의 잔치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시합에 참가했던 후르가족 전사들은 물론 모든 후르가족이 모인듯 싶었다.


남자들은 활과 창을 메고 여인들과 아이들은 시끄럽게 소리나는 것들을 들었다.

작은 산등성이에 모인 이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두드리며 산 아래로 짐승을 몰기 시작하였다.

타이친이 앞으로 뛰어가며 태현의 어깨를 쳤다.

“가세. 

사냥에 참여한 남자들은 스스로 잡은 짐승만을 먹는 것이 전통이네. 

아무 것도 잡지 못하면 굶어야 하니 힘을 내시게.“


시하가 괴성과 함께 우산을 들고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태현이 깜짝 놀라 달려 나갔으나 시하를 따라 잡을 수 없어 살짝 경공을 썼다.

“이보시오. 시하.

이리 빨리 달리면 의심을 사오.

내가 고기를 사줄터이니 걱정 말고 살살 하시오.“


“알았소.

오랜만의 사냥이라 내가 잠시 흥분했나보오.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가 짐승을 잡겠소.

따라 오시오.“


시하가 사람들의 왼편으로 달려 내려갔고, 어쩔 수 없이 태현도 활을 들고 시하를 따랐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던 시하가 발을 멈추고 자세를 숙였다.

“저기 살찐 새가 있는 듯 하오.

내가 몰래 가서 잡아 보겠소.

하지만 내가 놓친다면 하늘로 날아갈테니 준비하고 있다가 활을 쏘아 잡으시오.

행어 내 등에 화살을 꽃는다면 돌아와 공자 등에 화살을 두개 꽂아 버릴테니 각별히 조심하시오.“


시하가 발소리를 죽여 조심히 다가갔는데도 부스럭 소리에 놀란 꿩이 하늘로 솟구쳤다.

태현이 활시위를 당겨 살찐 수컷 꿩를 잡았다.

“내가 활을 쏘아 잡았으니, 후르가 족 전통에 따라 꿩은 나만 먹을 수 있을 듯 하오.”


시하가 잠시 태현을 노려보더니 떨어진 꿩을 주워 화살을 빼고 제 허리춤에 끼웠다.

“나는 꿩을 잡았는데, 공자는 무얼 잡았소?”


태현이 시하의 허리춤에 찬 꿩을 빼앗으려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검고 거대한 물체가 둘을 덥쳤다. 

시하가 놀라 삼장이나 높이 뛰어 나무에 올랐고, 태현은 몸을 굴려 피하였다. 

검은 털을 가진 멧돼지였다. 


멧돼지가 방향을 바꾸어 태현을 노려보았다.

흥분하였는지 숨을 몰아쉰 멧돼지가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태현이 만류귀심의 장법으로 머리를 치자 머리가 깨져 채 꿈틀거리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다. 


나무에서 내려온 시하가 혀를 찼다.

“뭐요? 무공을 사용하면 의심을 사니 감추어야 한다더니 결국 무공으로 잡아 버렸잖소. 

그래도 이 녀석은 살이 통통히 오른 것이 등살이며, 뱃살이 아주 맛나 보이오. 

마치 자기 혼자 커다란 나무나 바위에 머리를 받아 죽은 것처럼 꾸며 봅시다.“


태현이 들어보니 오백근은 나갈듯 묵직하였다. 

멧돼지를 들고 커다란 바위 아래 놓아둔 후 소리를 질렀다. 

 “여기 커다란 멧돼지를 잡았소. 

혼자 들기에는 너무 무거우니 힘을 보태주시오.“


잠시 후 후르가 족 사내들이 들것을 들고 달려와 멧돼지를 운반하였다.

“이 커다란 것을 어찌 잡았소?

화살 하나도 꽃혀 있지 않거늘.“

“내가 여기 이렇게 서 있는데 갑자기 멧돼지가 나타나서는 여기 정 공자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오. 

공자가 날래게 몸을 날려 피하자 멧돼지가 여기 이 바위에 머리를 쿵 받고는 이리 죽었지 뭐요. 

내가 보았소. 

그러니 이 멧돼지는 정 공자와 내가 함게 잠은 것이오.“


들것을 든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멧돼지는 저 여리여리한 공자께서 잡은 것이지. 

공자는 아까 마상격구 시합에서 보았는데 느리고 둔하여 멧돼지를 피할 실력이 안되오.

그러니 굶지 않으려면 저 공자께 부탁하여 꿩이나 하나 얻어 드시면 되겠소.“


거대한 멧돼지를 잡은 시하가 잔치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하는 멧좨지의 삶은 뱃살과 목살을 커다란 접시 가득 받았으며, 태현은 꿩의 다리 하나를 받았다.

사내들은 물론 여인과 아이들까지 몰려와 시하에게 축하를 건넸다.

특히 여인들은 야릇한 미소로 시하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 여인들이 시하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소.

내가 만류귀심의 장법을 사용하여 저 멧돼지를 잡은 것을 안다면 저 여인들으 눈빛은 온통 내 것일텐데 말이오.“


“아, 여인들의 눈빛이 부럽고 아쉬운 거요?

그러면 사실을 밝히고 여기 후르가족 여인과 혼인하여 눌러 살면 되겠소.

격구 시합에도 나가고 사냥도 하며 아주 즐거운 인생이 될것이오.“


발칵하며 일어서려는 시하의 손을 잡아 당기니 시하가 태현의 다리 위로 주저 앉았다.

태현이 놀라 시하를 일으키려는데 시하가 팔꿈치로 태현의 명치를 가격하였다.

켁켁거리는 태현 앞에 타이친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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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8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1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3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1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6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49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59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4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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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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