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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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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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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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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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DUMMY

독지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현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 독지네를 방안에 푼다면 최충만을 죽일 수는 있을지라도 이후 무고한 이들이 물려 해를 입을 수도 있지 않겠소?

또한 우리 땅에서 살지 않는 이 지네가 우연히라도 발견된다면 독살로 의심을 살 수도 있는 것 아니오?“


매향이 다시 답했다.

“이 지네는 빛을 싫어하므로 아침이 되기 전 방안의 구멍과 틈을 찾아 들어갈터이니 발각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사막과 기후가 달라 습하고 추우니, 이 지네가 우리 땅에서 오래 살기 힘들 것이므로 사람을 해하는 일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자께서 말한 위험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본디 외국에서 들여온 생물은 새로운 땅에 적응하기가 용이치 않으나, 만약 적응하여 살아남는다면 우리 땅의 생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소.

훗날 이러한 외래 생물의 무분별한 방생이 큰 화를 불러 올지도 모르오.

그러니 최충만을 물게한 후 지네를 다시 유리병에 가두어 되가져 오면 좋을 듯 하오.

내가 충분히 시간을 벌어줄테니 시하 공자가 독충을 되가져와 주시오.

위험한 벌레이니 각별히 조심하시구려.“


시하가 코웃음쳤다.

“벌레는 새에게 잡히고, 그 새는 고양이에게 잡히는 것이 세상의 순리요.

어디 벌레 따위를 나에게 비빈단 말이오?“


태현과 시하가 오늘 밤 둘이서만 습격하겠다하고 하자 이승현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두분의 무공이 높다하나 열다섯의 사병들이 지키는 곳에 두분만 가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찌 오랜 지인의 자제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겠습니까? 

매향이 벌레를 잘 다루며 또한 최충만의 집의 사정을 잘 아는 기녀가 있으니 그 두사람과 함께 가십시오.

또한 오늘밤은 이미 너무 늦어 순라꾼들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침 내일은 그믐이니 내일 저희 아이들과 함께 가시지요“


최충만의 집에 몰래 잠입하기 위해서는 시하가 고양이로 변해야 할 터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시하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결국 설득하여 둘만 가되, 오늘 충분히 준비한 후 다음날 거사를 치르기로 하였다.

태현은 밤새 이승현을 졸라 부친과의 추억을 전해 들으며 기뻐하고 또 슬퍼하였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이승현이 하인을 시켜 두 사람이 잘 수 있는 방 두개를 준비시키자 시하가 방은 하나로 족하다 말했다.

“우리 둘이 한방에서 형제처럼 기거한지 벌써 두달이 넘었는데, 이제 와 방을 따로 쓰는 것도 우습지 않소?

방은 하나면 충분할 듯 싶지 않소?“


이승현이 시하에게 묘한 웃음을 보냈다.

“이제서야 낭자께서 유공자께만 하대하지 않으시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생긴 남자는 노리는 여인들이 많을 터이니 각별히 주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모처럼 안락한 침구에서 잠을 잤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맛좋은 음식을 먹으니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앳된 얼굴의 기녀를 따라 산책을 하는 척하며 최충만의 집을 미리 확인하였다.


밤이 되자 아까의 앳된 기녀가 최충만의 집 내부 약도를 그려주며 설명하였다.

“이 곳이 사랑채인데 최충만이 주로 잠을 자는 곳입니다.

사랑채 앞에는 언제나 둘이나 세명 정도의 사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지요.

또한, 이 곳에 없다면 아마 첩실이 있는 별채 중 이 방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그럴 경우에는 사병들이 별채로 들어서는 문을 지킬 것입니다.

그러니 경계를 서는 사병들의 위치를 보면 최충만이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매향이 시하에게 독지네가 들어있는 유리통을 주었다.

“마개를 빼고 옷 위에 떨구면 어두운 곳을 찾아 옷 속으로 파고 들어갈 것이며, 자면서 뒤척인다면 독충이 놀라 깨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 놓아준 독충은 깊이 몸을 숨길 터라 다시 찾기 어려울 터이니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두고 오심이 마땅할 듯 싶습니다.

또한 오늘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있을테니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


“악의 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나의 정의이네.

오늘 반드시 그 자를 벌할 것이야.

또한 나는 군자 흉내를 내는 유공자와 달리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독충을 가져올 생각은 별로 없네.

상황을 보아 내키는 대로 하리다.”


시하는 어둠에 몸을 숨길 수 있도록 검은 복색을 하였고, 태현은 객잔에서 철혈귀 장강풍과 싸울 때의 옷을 입었다.

해시가 되자 둘이 어둠과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조금씩 나아가 최충만의 집 앞에 도착했다.


태현이 들고온 술을 몇 모금 마신 후 온 몸에 술을 뿌리고는 최충만의 집 대문을 쾅쾅 소리가 나도록 두드렸다.

“여보시오. 문을 좀 열어 보시오.

내가 왔소이다.”


금세 문이 열리고 눈이 부리부리한 사병이 나타나 태현을 윽박질렀다. 

“어휴. 이 술 냄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 야밤에 소란을 피우는 거요?

취하여 앞뒤 분간을 못하나본데 썩 물러가지 않으면 요절이 날 것이오.“


“정녕 나를 모르겠소?

내가 그 뭐냐, 그 검은 옷을 입고 표독스럽게 생긴 사람 있지 않소?

장강풍인가 무언가 하는 사람 말이외다.

내가 그 이를 한방에 보내버린 바로 그 사람이오. 

어떻소? 이만하면 대감의 호위 무사로 적당하지 않겠소?

대감을 불러주시오. 

일면하여 대감께 직접 청한다면 나를 중용할 것이 틀림없을 것이오.“


장강풍을 꺽었다는 말에 사병이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칼과 창을 든 사병 여럿이 몰려들었다.

“빨리 안 쫒아내고 뭐 하는 것인가?

대감께서 잠자리에 드신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괜히 일어나시기라도 하면 우리 모두 경을 칠걸세.“


모여든 사병들 중 시장에서 태현에게 당했던 두 사람이 태현임을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극진한 말투로 응대하였다.

“아니, 공자님께서 이 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대감을 직접 뵙고 호위 무사가 되어 드리겠다고 직접 청을 하려는데, 여기 이 자가 나를 무시하며 면접의 기회 조차 주지 않소. 

내 큰 뜻을 펼치려 하는데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소.“


태현이 대문에서 사병들과 투닥거리는 사이 시하가 사랑채 지붕에 올라 사병들의 동태를 살피었다. 

최충만이 오늘은 별채에서 자는 듯 사병들 셋이 별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파수를 서고 있었다.


태현의 고함 소리가 잠의 적막을 깼다.

“오늘 대감을 뵙고 호위 무사가 될 수 있는 면접을 보겠다지 않소.

이리 야박하게 굴지 말고 자리를 만들어 주시오.

얼마면 되겠소? 멀마면 되오?“


“제발 내일 날이 밝은 후 술이 깬 채로 다시 와 주시오.

지금 술에 취한 채로 여기서 이러시면 어쩐단 말이오?“


다툼 소리에 별채를 지키는 사병들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대문쪽을 기웃기웃 대었다.

그 사이 시하가 별채의 지붕으로 날았다.


시하가 고양이로 화한 후 지네가 담긴 통을 입에 물고  벽을 타고 내려가더니 벽장으로 통하는 창문을 찾아내어 방안으로 들어갔다.

최충만인 듯 보이는 남자가 벌거벗은 윗몸을 드러낸 채 여인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 


시하는 워낙 독지네을 이불 위에 대충 던져 주고는 되돌아 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리하면 저 여인도 살아남기 힘들 듯 하였으며 일이 잘못 돌아가는 경우에는 최충만 대신 여인만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시하가 이불을 조심히 걷고 유리통의 마개를 열어 최충만의 발등에 독지네를 살포시 얹었다.

독지네가 꾸물꾸물 최충만의 종아리로 기어 올라갔으나 딱히 물생각이 없는지 종아리에 몸을 틀고 쉬고 있는 듯 했다.

보다 못한 시하가 손톱으로 지네를 쿡 찌르자 지네가 몸을 돌려 시하를 향해 작은 이빨을 드러 내었다.

시하가 재빨리 손을 빼자 지네는 성이 났는지 대신 최충만의 종아리를 물었다.

최충만은 살짝 움찔 했을 뿐 잠에서 깨지 않았다.      


재빨리 유리병을 들어 지네를 가두었다. 

유리병을 다시 물고 고양이로 화하여 지붕에 올라간 후 상황을 보니 태현은 아직도 실갱이를 하고 있었다.


시하가 손짓을 하자 태현도 눈치채고는 막무가내로 사병들을 뚫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사병 대장이 태현의 옷깃을 잡아 밖으로 밀어내자 태현이 나동그라졌다.


자신이 붙은 사병 대장이 호통을 쳤다. 

“술에 취해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자가 어디서 행패를 부리는 게냐?

내일 다시 오라 하지 않았더냐.

내가 내일 너의 실력을 친히 검증한 후 대감과의 일면을 결정할 터이니 내일 다시 오너라.“


그 사이 시하는 사랑채를의 지붕을 거쳐 집 밖으로 나왔다.

시하가 나온 것을 알아챈 태현이 옷에 묻은 흙을 털며 일어섰다.

“알았소. 내일 다시 오리다. 

그 때까지 딱 기다리시오.“ 


비틀거리며 돌아선 태현의 뒤로 사병들의 비웃음이 쏟아졌다.

“저렇게 횡설수설하며 비틀거리는 주정뱅이 따위를 상대하지 못해 이리 소란을 떤 것이냐?

아니 저런 작자가 어찌 장강풍 영감을 이겼다는 말인가?

영감이 크게 방심하여 실수한 것이 틀림없으렸다. 쯧쯧.“

밤은 다시 적막으로 빠져 들었다. 


청월각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하가 태현에게 독지네가 들어있는 유리통을 주었다. 

“여기 바람대로 독지네를 회수하여 가져왔으니 잘 간수하시오.

독지네를 최충만 그 자의 얼굴에 툭하니 던져 놓고 그냥 오려 하였으나, 그랬다가는 공자가 나의 실력을 의심할까 싶어 다시 되가져왔소. 

또한 지네가 그 자의 종아리를 무는 것까지 확인하였고, 물자마자 포획하였으니 다른 사람은 모두 안전하오.

어떻소? 나의 실력에 무한히 감탄이 되오?“


태현이 기특하다는 듯 시하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는 유리통을 받아 소매에 간수하였다.

시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원래 나를 봉양하는 인간들이 내 손에 닿지 않는 등이나, 민감한 부위인 귀와 미간같은 곳을 긁어주는 것을 즐겨했는데, 지금은 기분이 묘하구려.

인간이 되고 나니 내 손으로 직접 긁을 수 있어서 그런가 딱히 유쾌하지 않은 듯 하면서도 또한 과히 싫지도 않으니 참 이상하오.“  


둘은 경공을 펼쳐 소리없이 청월각에 도착하였고,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리던 이승현과 매향이 둘을 맞았다.

“어찌 되셨습니까? 성공하신 겝니까?”

시하가 허리를 젖히며 우쭐거렸다.


“내가 직접 나섰는데 걱정할 것이 무어란 말인가?

한치의 틀림없이 최충만을 물게하고, 지네는 되가져왔으니 안심하게.

이제 수고한 나를 위해 술과 전을 가져오면 되겠네.“


태현이 소매를 뒤져 유리통을 꺼내어 매향에게 주었다.

“큰 금액을 주고 샀다하니 재활용하시면 되겠소.”


“감사합니다. 공자님.

그런데 지네와 마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매향이 빈 유리통을 내밀자 놀란 태현이 소매에 손을 넣어 지네를 찾아 뒤졌다. 

태현이 소매에 숨은 지네를 단숨에 찾아내어 손으로 집어들고는 지네를 유리통에 넣으려는데 지네가 머리를 돌려 태현의 손을 물었다.


얼른 지네를 유리통에 넣고 마개를 닫은 태현이 놀란 이승현과 매향에게 걱정말라는 듯 웃었다.

“아주 살짝 이빨에 닿은 듯 합니다.

심지어 따끔한 느낌도 없었지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말씀드릴터이니 방으로 드시지요.“


태현이 세 발자국을 채 걷지 못한 채 앞으로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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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7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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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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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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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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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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