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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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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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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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DUMMY

시하의 대답에 이승현이 깜짝 놀랐다. 

“정말 시하 낭자가 맞는가 봅니다.

맞습니다. 제가 그 수수께끼를 내었지요.

그 때 아기씨는 오후 내내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 고민했었답니다.

마침내 답을 찾고는 환하게 웃으며 제게 달려오셨지요. 

저는 그 날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선합니다.

어찌 네살 적의 기억을 하십니까?“


이승현이 뒤를 돌아보며 명했다. 

“두분을 청학실로 정중히 뫼시어라.”


매향이 태현과 시하를 정중히 안내하였다. 

묶여있던 곳이 지하였는지, 어둡고 긴 계단을 오르자 청월각의 후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후원을 지나 삼층의 방에 도착하였다.

작지만 단아하고 정갈한 취향이 드러나는 기품있는 방이었다.


“이 곳은 여주께서 친우분들과 편히 한담을 나누실 때 사용하는 방입니다.

편히 쉬고 계시지요.“


잠시 후 술상이 들어오고 이승현이 따라 들어왔다.

“내 오랜 벗의 자제분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눌 것이니 누구도 방해하지 말거라. ”


방에 이승현과 매향, 그리고 태현과 시하만이 남았다.

“두 분도 궁금한 것이 많으실 듯 합니다.

저 또한 묻고 싶은 것이 많지요. 

하지만 밤이 기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충분할 것입니다.

우선 술부터 한잔 받으시지요.“


태현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 먹겠습니다.

아까도 술이 향기롭다 하여 연거푸 마시다가 정신을 잃고는 포박되지 않았습니까?

또 다시 그럴 수는 없지요.“


“아까 두분게서 드신 음식에는 잠을 재우는 진면산이 들어있었답니다.

무색 무취인지라 왠만한 분들은 눈치채기 어렵지요.

하지만 이 술은 괜찮답니다.

제가 먼저 마셔보이지요.“


이승현이 자기와 매향의 잔에 술을 가득 따라 단숨에 마셨다.

매향도 술을 홀짝 마시고는 태현을 보며 교태롭게 웃었으나, 시하와 눈이 마주친 후 고개를 숙였다. 


술을 들이킨 태현이 술맛에 감탄하자 이승현이 만족한 듯 웃었다. 

“제가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두분께서는 정단주의 죽음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요?

개경과 충주가 가깝지 않아 한참 후에야 소식을 전해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아는 정단주께서는 급사하실만큼 몸이 허하지 않으셨습니다. “


생선전을 먹으며 감탄하던 시하가 말을 받았다.

“정단주는 약에 당한 듯 하다.

내가 오후에 보았을 때는 분명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는데, 몇시진 후 다시 보았을 때는 몸에서 시큼한 냄새가 살짝 나는 듯 했으며 거의 죽어가고 있었지.

또한 호법과 이인암이 나간 후에 내게 보명단을 달라고 했지. 

물론 가져온 보명단을 먹기도 전에 죽었지만, 보명단을 찾는 것 자체가 독상이라는 증거가 아닌가?  

나는 호법과 이인암이 의심스럽네만 내가 직접 본 것이 없으니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설지한 중앙장로 또한 그 둘을 의심하지만 증좌가 없어 그저 발만 구르고 있었습니다.

유 공자의 도움으로 봉정식을 한해 연기할 수 있게 되어서 진정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유공자를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리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지요.

그럼 또 하나 묻겠습니다.”


태현이 끼어들었다.

“저희 또한 궁금한 것이 많으니 서로 돌아가며 한가지씩 묻고 대답함이 어떠하겠습니까?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아까 어린 시하에게 내었다는 수수께끼의 답은 무엇입니까?“


시하가 태현을 책하였다.

“그건 내게 물으면 될텐데 바로 답을 줄터인데, 아까운 질문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리는 것은 무슨 심보요?”


이현승이 방긋 웃었다. 

“시하 낭자께서 유독 유공자님께는 하대를 하지 않으시는군요.

아무튼 낭자님은 물론 아시겠지만, 답은 화살입니다.

화살은 나무로 만들어지며, 사람을 해할 수 있고, 다시 나무로 만든 화살통에 보관되는 까닭입니다.

그 날 단주께서 오랫동안 바라셨던 활을 구하신 바 저희를 불러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냈던 기억이 선합니다.“


“말씀하신 활이 김윤후 장군의 활입니까?”


“맞습니다. 이제 제 차례입니다.

어찌 김윤후 장군의 활을 찾으시는 겁니까?“


“여주께서도 아시듯 정단주께서는 선묘고의 개방 방법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작고하셨습니다.

선묘고의 문은 만년한철로  칼로도 흠집을 낼 수 없으며, 폭약으로도 부술 수 없습니다.

오직 단주만이 개방법을 알고 있지요.

하여 정단주의 임대품을 보면 개방방법을 찾을 수 있을가 하여 이처럼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동래현에서 환두대도를 보았는데, 그 칼 손잡이에서 손자병법의 구절을 찾았습니다.

동경에서 찾은 신라의 옥대 속에서도 손자병법의 구절을 보았지요.

단주게서 손자병법의 구절을 아끼시던 보물 속에 넣은 데에는 분명 연유가 있을 듯 합니다.

수수께끼를 풀고자 활을 보여주십사 청한 것입니다.“


“말씀하셨듯 활 안쪽에는 손자병법의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직접 보시지요.“


이승현이 벽장을 열어 3척정도 되는 나무 활을 꺼내왔다.

당시 유행하던 물소의 뿔을 활용한 흑강궁도 아니었고, 쇠뇌도 아니었다.

단조롭다 싶을 만큼 문양도 채색도 되지 않은 나무 활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활이 적장의 가슴을 뚫고 몽고의 대군을 몰아냈다는 생각에 태현은 가슴 한편이 뭉클하였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정말 활의 안쪽에는 금적금왕 (擒賊擒王) 이라고 적혀있었다.

“적을 잡으려면 먼저 왕부터 잡는다?

손자병법의 18계로군요.

과연 살리타를 처단하여 몸고의 대군을 물리친 장군의 계책과 같군요.

그러나 여전히 손자병법의 구절들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오리무중입니다.

여주께서는 그 뜻을 짐작하실 수 있으신지요?“


“저 또한 알지 못합니다. 

환두대도나 옥대에 손자병법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활은 정단주께서 뜻을 함께 하자는 의미로 저에게 빌려주신 것입니다.“


“뜻이라 함은 원을 쳐서 고려의 국권을 회복자는 것을 말하는지요?

기루에서 술을 팔아 번 돈을 보태시는 겁니까?


태현의 질문에 이승현이 살짝 웃었다.

“돈이야 정단주도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공자의 고모께서도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계시구요.

저희 청월각은 겉으로는 평범한 기루이나,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살수집단이기도 하답니다.

특히 저희는 술에 취하여 실족하거나 이름모를 열병에 걸리는 등 사고로 위장하여 암살하는 것이 특기지요.

아까 매향의 수리검을 보아 눈치채셨겠지만 그녀 또한 무공을 익혔답니다.

오전의 사건도 실은 매향이 최충만의 집으로 억지로 끌려들어 간 후 그를 암살하는 것이 작전이었는데, 생각지 못한 협객이 나타나 구해주는 바람에 일을 망쳤지요. 호호

하지만 최충만은 쉽게 포기할 위인이 아니니, 기회가 또 올것입니다. 

공자께서도 암살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시면 말씀하시지요.

저희가 특별히 할인된 값으로 모시지요.“ 


“죽이고 싶은 사람은 아직 없지만 궁금한 것은 많습니다.

아까 여주께서 우리 부모님께서 원의 무사들에게 당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여주께서 아시는 것이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이승현이 술을 한잔 더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공자의 조부는 원의 관리들과 친분을 쌓아 거부가 되었다오. 

부친이신 유창식 대감은 그것을 매우 부끄러워 하시어 원과의 거래를 끊고, 자신의 재산을 우리와 같은 뜻에 사용하기로 하셨지요. 

하지만 원과의 거래를 끊은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돌아가시게 된 것입니다.

습격이 있기 전에 그들은 독을 사용했습니다. 

대감께서 독에 중독되지만 않으셨어도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으셨을 텐데 말입니다.

공자도 그 때 중독이 되었지요. 

저희와 선묘단이 알아본 바 그 독을 사용하는 것은 암천살귀라는 마교집단이었습니다.

평소 원의 하청을 받아 중원에서 악행을 일삼는 자들로 알려져 있는데 원의 요청으로 고려까지 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자의 고모님과 선묘단주는 공자가 열다섯이 되었을 때 공자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할까 깊이 고민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독된 몸이라 무공을 익히지 못하고, 여생이 얼마남지 않은 공자에게 차마 큰 짐을 지울 수 없었겠지요.

하여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라는 바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합니다.“


늘 세상 일에 관심이 없이 유유자적하시던 부모님이 대원항쟁에 가담하셨다는 것도, 태현에게는 인자하기만 한 고모님께서 선묘단주와 뜻을 함게 하고 있다는 것을 태현은 알지 못했다.

또한 부모님을 해한것이 원의 사주를 받은 무도한 놈들이라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태현은 아무 것도 모르고 철없이 죽는 날만 기다려왔던, 그저 아름다운 것들을 쫓아 시간을 허비했던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부모님께도 한없이 죄스러웠다.


태현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울자 이승현과 매향이 위로하였으나 시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태현의 등을 철석 때렸다.

“공자가 바꿀 수 없는 과거지사 때문에 눈물을 허비하지 마시오.”

태현의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 말은 서역의 한 시인이 한 말이라 들었는데 어찌 아시는게요?”


“나의 감성이 고상하여 옛시인과 마음이 통하였나 보오.

그나저나 매향은 왜 최충만을 죽이려 했으며, 어찌 죽이려 했다는 말인가?“


시하가 고개를 돌려 이승현에게 물었다.

“최충만이 무신으로 고려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최씨 집안 사람인 것은 잘 아시지요?

그는 충주에서 터를 잡고 친지들의 힘을 이용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빨고, 원에 보낼 공녀를 선발하여 보내기에 앞장 서고 있다오.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나, 자칫 섣불리 죽였다가는 청월각은 물론 충주 바닥이 피로 흥건해질 것입니다.

하여 기회를 노리던 바 최충만이 매향에게 큰 관심을 두기에 유혹하되 허락하지 않으며 약을 올렸지요.

결국 참지 못하게 된 최충만이 매향을 납치하러 온 것입니다.

매향은 최충만이 수청을 강요할 때 그의 발에 엎드려 빌면서 서역의 독충을 바짓단에 집어 넣고자 하였지요.

매향이 수청을 거부한 죄로 문초를 당하다가 광에 같혀 꼼짝 못하고 있는 야심한 밤에 서역의 독충이 잠자는 최충만을 무는 것이지요.

독충에 물린 최충만은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가 다음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될 것입니다.

매향을 포함해 아무도 의심받지 않고 최충만을 암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기회를 노린 것입니다.“


말을 들은 시하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쁜 놈 하나를 죽이는 데 무슨 준비가 그리 많이 필요한가?

오늘 밤 잠자고 있는 최충만에게 잠입하여 독충으로 하여 물게하면 그 뿐 아닌가?“


매향이 발끈하였다.

“낭자께서는 최충만이 초가삼간에 홀홀단신으로 잔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야간에 최충만의 집을 지키는 사병만 열다섯이 넘소.

그런 곳에 어찌 잠입을 하고, 독충을 사용한 후 들키지 않고 빠져나온단 말입니까?“


“나는 할 수 있다.

내게 최충만의 집과 그가 자는 방의 위치를 소상히 알려준다면 오늘 밤이라도 바로 다녀올 수 있지. “


태현이 코를 팽 풀고는 시하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제부터 고려인을 괴롭히는 원의 앞잡이는 부모님의 원수로 간주할 것이오.

나도 돕겠소.

시하 낭자가 무사히 잠입하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경비하는 이들의 이목을 끌면 되지 않겠소?

그런데 무슨 독충이길래 사람을 한숨에 죽인다는 말이오?“


매향이 유리병에 담긴 붉은 지네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천금을 주고 구한 서역의 지네입니다.

사막에 서식하는 지네로 맹독을 지녀 한번 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죽는 얼굴이 마치 잠자는 듯 평온하고 물린 자국 또한 아주 작아 의심을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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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1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6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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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7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7 1 12쪽
19 살려는 드리리다 2 24.08.11 59 1 12쪽
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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