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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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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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DUMMY

시하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나이 많은 여승이 입을 열었다.

“소승은 아미파 장로 연화향 자하라 하오.

소협들의 말이 옿소. 

우리 아미파의 여승들이 간악한 악인의 독에 당해 위기에 처했을 때 소협들이 구해 주었소.

또한 가문의 영약을 아끼지 않고 독상을 치료해 주었소.

소승은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아미파 장로들에게 전승되는 이 홍옥비환을 빌려 드리겠소.

소협이 우리 아미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이 반지를 제시한다면 아미가 소협을 전심으로 도울 것이요.

도움을 받은 후에 반지를 돌려주면 되오.

또한 이 홍옥비환에는 강력한 마취산이 들어있어 반지 뒤쪽을 엄지로 밀어내면 적을 이각정도 재울 수 있지요.“


연화향이 끼고 있던 반지를 빼어 태현에게 내밀자 시하가 냉큼 대신 받았다.

“이 홍옥은 너무 크고 붉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구나.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 상 우리가 무언가를 받는 것이 합당하니 내가 받겠다.“


말과는 달리 시하는 손에 낀 반지가 마음에 드는 듯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햇빛을 잔뜩 머금은 홍옥비환이 붉게 빛났다.


연화향이 시하를 보며 웃음을 짓고는 태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잘생긴 두분 공자님인 줄 알았더니 한분은 영락없는 여인이군요.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소협이 차고 있는 그 검은 혹시 무당의 청운검이 아니오?“


“맞습니다. 

이 검은 무당의 부문인 어른께 빌린 것입니다.“


“청운검은 본디 무당 장문인의 상징인데 그걸 어찌 부문인이 빌려준단 말이오?

게다가 청운검은 무당의 장문인과 함께 진산에서 사라진 지 일년이 넘었다 하던데...“


태현이 진산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이야기 하였다. 

연화향이 탄식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소협이 약관의 나이에 어찌 그리 고매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줄 이해하였소. 

우리 또한 진산에 홍염진룡이 나타났다 하여 그것을 찾으러 가는 길이었는데, 소협 덕분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되었소. 

소협은 어디로 가는 길이오?“


“낙양으로 가는 길입니다.”


“오호라. 그럼 후기지수 비무대회에 참가차 가는 것이군요. 

소협의 무공이라면 능히 강호팔준에 비견될만 하겠소.“


강호팔준의 이야기가 나오자 시하가 반색을 하였다. 

“보시오. 공자. 

공자는 예전에 늘 자신이 강호팔준에 버금간다 주장하지 않았소?

이번에 낙양에 가서 그 자들과 비무하면 알게 되겠구려?“


“그것은 내가 무공을 익히기 어려울 때 강한 척하느라 허세를 부린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 그러오.

후기지수 중 명성이 자자한 강호팔준과 어찌 비견한단 말이오?“


듣고 있던 여승의 무리 중 제일 먼저 칼을 뽑아들었던 여승이 앞으로 나왔다.

“소승은 백홍검 도해라 하오.

비록 강호팔준에 미치지 못할지는 모르나 그 다음 자리는 차지할 수 있으리라 장담하오.

아까는 독의 해독이 완전치 않아 소협의 검에 쉬이 당했지만, 이제는 독도 사라졌으니 소협께 비무를 청하오.

강호팔준과 비견될 수준인지 제가 확인해 보지요.“


시하가 우산을 빼어들고 앞으로 나섰다.

“아까 진을 치고 싸울 때 보니 아미의 무학이 대단치 않던데.

그 쪽 여중은 나랑 겨루어 보자.

나도 최근의 내 실력이 궁금하던 차였으니 말이지.“


시하가 본래 보법과 신법이 강했으며, 만류귀심경의 장법과 권법도 익혔다. 

또한 홍염진룡의 눈을 복용하여 내공이 높아졌으니 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태현도 궁금하였다.


도해가 검을 빼들어 시하를 빠르게 찔러 왔다. 

시하가 려위산을 펼쳐 검을 튕겨냈으나 도해는 당황하지 않고 몸을 띄워 시하의 정수리를 베어왔다.

시하가 발을 살짝 움직이며 뒤로 일장을 물러나더니 려위산을 접고 검에 맞부딪혔다.


조용한 숲 속에 검과 검, 장과 장이 맞부딪히는 소리만 청량하였다. 

시하가 만류귀심경을 모두 익히지는 않았다하나, 권과 장은 재미있어하며 열심히 익힌터라 장법에 있어서는 시하가 우위를 점하였다.

하지만 검법은 기초만 배운지라 아미 검법의 고매함과는 차이를 보였다.

둘의 동작은 유연하나 강하고, 부드러우나 전광석화같이 빨랐다. 

모두들 숨죽이고 아름다운 비무를 관전하였다.


십합이 넘어가고 도해의 검이 시하의 가슴을 향했다.

시하가 장으로 칼을 쳐내는가 싶더니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려위산으로 도해의 얼굴을 찔렀다.

도해가 물러나면서도 시하의 가슴을 베었다.

시하의 겉옷이 잘리며 흰 속옷이 드러났다.  


만면 가득 웃음을 머금은 도해의 왼쪽 눈 아래부터 입술 위까지 네치 가량의 붉은 선이 생겨났다.

곧이어 선에서 선혈이 맺히더니 흰 뺨 위로 피가 흘렀다. 


연화향이 서둘러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이제 그만하면 충분하다. 

두 사람은 비무를 멈추어라.“


“낭자의 무공이 이처럼 강할 줄 몰랐소.

도해는 아미의 무학을 이을 재원인데, 이처럼 비등비등, 아니 오히려 앞설 줄은 몰랐다오.“

시하를 칭찬하는 연화향 뒤로 시하와 태현을 노려보는 도해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아미의 여승들은 아미로 돌아가고, 태현과 시하는 길을 재촉하였다.

며칠간 평온한 여행길이 계속되었다.


지루했는지 시하가 투덜거렸다.

“여행은 자고로 계획하지 않았던 불의의 일들이 발생할 때 재미있는 듯 하오. 

산에서 큰 범을 만났을 때도 그렇고, 원나라로 향하는 공물 행렬을 만났을 때도 재미있었오.

그 중 가장 백미는 큰 뱀새끼를 만났을 때였지 않겠소?

이처럼 하루하루가 평온하고 날씨마저 화장하니 여행이 한가로워 재미가 덜하오.“


“심심하다는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마오.

원래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귀신같이 무슨 일이 생기는 법이라오.

행여 무지막지한 악당이나 집채만한 괴수라도 나타난다면 곤란하지 않겠소?“


태현의 손사래에도 시하는 계속 투덜거렸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무지막지한 악당이라면 처단해 줄 것이며, 집패만한 괴수라면 잡아 먹어 줄터이니, 뭐라도 나타나거라. 제발“


결국 늦은 오후 객잔에 들어설 때까지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시하가 객잔의 점원에게 소리쳤다.

“이 집에서 가장 특별한 음식을 내 오거라.

요 근래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니, 입이라도 즐겁게 해주어야겠다.“


잠시 후 주방에서 나이 많은 요리사가 나오더니 시하에게 인사했다.

“공자께서 특별한 주문하셨다 들었습니다.

염장한 오리를 통째로 구운 후 껍질을 바삭하게 만들어 과일과 함께 드실 수 있는 오리구이를 준비할까요?“


“그갓도 맛있겠지만, 이미 대도에서 실컷 먹었지.

다른 특별한 음식은 없는가?“


“솜바기는 어떻습니까?

양고기와 채소를 큼지막하게 썰어 속을 채운 몽고식 만두입니다.

찜통에서 오랜 시간 정성들여 쪄서 겉은 부드럽고 속은 풍성한 맛이 일품입니다.“


“만두는 누가 뭐라해도 고려의 것이 맛있다. 

다른 음식은 없는가?“


“공자께서는 진정 음식을 즐길 줄 아는 분이 분명합니다.

제가 특별한 음식을 정성들여 준비할테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얼마 후 요리사가 커다란 접시를 시하의 식탁 위에 놓았다.

“이 귀한 요리는 혈뇌(血脑)입니다.

소의 뇌를 오랜 시간 발효시킨 후 살짝 볶아 낸 요리지요.

독특한 향과 맛으로 인해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식가인 공자님들의 입에는 딱 맞을 것입니다.“


태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지만, 시하는 흥미로워하며 음식을 맛보았다. 

“이것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구나. 

공자도 먹어보시구려. 

공자가 좋아하는 소머리 국밥도 소의 뇌가 들어 있소.

그런데 뇌 요리라하여 그처럼 마다할 것은 무엇이오?“ 


잠시후 요리사가 또 다른 접시를 가져왔다.

“이 음식은 두꺼비 요리입니다.

두꺼비는 독이 있어 연륜이 낮은 요리사가 만든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오랜 경험으로 독있는 부위는 잘 도려내었습니다.

또한 특유의 향이 있으므로 저만의 조립법과 향신료로 그 향을 중화하였습니다.

개구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입죠.

능히 목숨을 걸만한 음식입니다.“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으로 흥미롭다는 듯 두꺼비 요리를 바라보던 시하가 자그마하고 하얀 손으로 두꺼비를 집어 들었다.   

“두꺼비야, 중국의 두꺼비야.

고려 땅의 두꺼비는 마음씨 고운 계집아이가 물긷는 것을 돕느라 바쁘단다. 

너희는 나의 허기 채움을 돕거라.“


작고 붉은 입술을 오물거려 두꺼비의 뼈를 발골하는 모습을 보던 태현이 눈을 감았다.

“시하 당신이 이 음식 먹는 모습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 기록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소.

그 아래 세상 사람들의 평을 남기게 한다면 신기하다는 평과 극혐이라는 평이 각각 만개씩 쓰여질 듯 하외다.

나라면 천금을 주어도 먹지 못할 듯 싶은데···

앗. 따가워.“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태현이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사철랑이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가느다란 은빛 침을 쓰다듬으며 태현의 뒤에서 나타났다.


“네놈들이 어찌 아직 살아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지난 번에는 몸시 당황하기도 하고, 독에 당하기도 하여 어이없이 물러섰던 것이다.

그 앙갚음을 오늘 이리 하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 독은 맹독이니 잠시 후 온 몸이 굳으며 죽게 될 것이다. 

사필귀정이라더니 옛 말이 틀린 것이 없구나.

성현의 지혜를 곱씹으며 천천히 죽어 가거라.“


사금호가 태현과 시하 사이로 걸어오며 객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바로 이 자들이오.

이 자들이 음란한 마음을 품고 아미의 고결한 여승들에게 독을 주입한 그 자들이오. 

아미의 여승들이 장렬히 싸워 서로 동귀어진하였다 생각하였는데, 악인들만 살아남았나보오.

하늘도 어찌 이처럼 무심한지 모르겠구려.


그런 악독한 짓을 하고 와서 여기서 이런 요망한 음식을 먹고 있으니 진정 뼛속까지 악인이 분명하오. “


사철랑이 탁자를 내리쳐 부수며 외쳤다. 

“우리 사철랑, 사금호 형제가 정의의 이름으로 이 자들을 처단하겠다.

밖으로 따라 나오너라.

이 금수보다 못한 것들아.“


시하가 벌떡 일어나 따라 나섰다. 

“음식의 귀중함을 알지 못하는 자는 내가 친히 벌을 내릴 것이다.”


태현과 시하가 삼장 앞에 사씨 형제를 마주 보고 섰다.

구경꾼들이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으며 석양의 희미한 빛 속에서 모래가 회오리쳤다.


태현이 손가락을 꺾은 후 손가락으로 손짓하였다.

“먼저 선공해라. 

내가 먼저 시작하면 너에게는 반격의 기회가 없을 것이다.“


“잠시 기다리거라. 

아직 사람들이 덜 모이지 않았느냐?

너 같은 악인은 모쪼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처단해야 한다.

낙도 없이 일상을 버티는 고단한 백성들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시하가 코웃음쳤다. 

“오호라. 네 놈이 독침의 독이 퍼지기를 기다리는구나.  

백날을 기다려도 네 놈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태현이 헉 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땅바닥에 꿇었다.

칼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일어선 태현의 눈이 공포로 가득하였다.

사철랑이 검을 뽑아 들고 회오리치듯 회전하며 태현에게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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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3 24.09.13 18 1 12쪽
»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9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3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9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3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3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2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53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8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9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3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4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4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8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3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8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50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9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1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6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61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8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9 1 12쪽
19 살려는 드리리다 2 24.08.11 63 1 12쪽
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4 1 12쪽
17 비급은 언제나 주인공 손에 (2) 24.08.08 71 1 13쪽
16 비급은 언제나 주인공 손에 (1) 24.08.07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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