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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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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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DUMMY

태현의 질문에 여인이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고, 시하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공자는 이 여자를 정말 못 알아보는 게요?

임문유 아니오.

오늘은 어쩐 일로 요사스러운 복색을 하고 나타났는지 모르겠소만.“


깜짝 놀란 태현이 아래 위로 살펴보았다.

“그렇소, 이리 보니 닮은 듯도 하오.

혹시 임 공자의 누이가 아니오?

빌려준 소은병을 받아오라 오라비가 보냈소?“


임문유가 태현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술을 한잔 더 따라 들이켰다.

“만류귀심경을 찾아 동경에서 충주에 이르는 수 많은 동굴을 뒤졌습니다.

그러나 유 공자께서 말씀하신 동굴은 찾을 수 없었지요.

그랬더니 방주께서 공자를 보고자 하십니다.

게다가 저보고 여인의 복색을 하고 공자를 데리고 오라지 뭐겠습니까?

방주님의 말을 차마 거역할 수 없어 이러한 모습으로 왔으나 참으로 불편하고 남사스럽습니다.

그러니 어서 같이 가주시기를 청합니다.“


“이 저녁에 어디를 간단 말이오?

갑자기 나타나 향진방주를 만나러 가자니 당혹스럽소이다.

방주께서 나를 보러 이곳 서경까지 오셨다는 말이오?“


임문유가 코웃음을 쳤다.

“향진방 방주가 그리 한가한 사람인 줄 아십니까?

향진방은 원래 서경에 위치헤 있지요.

공자가 서경에 왔으니 잠시 보자는 겁니다.

어찌 같이 가 주시겠습니까?“


“임 공자, 아니 임 소저, 아니 임 공자.

우리가 임공자께 그간 도움을 받은 것이 많은데 그 정도 청을 못 들어주겠소?

갑시다. 방주님을 뵈러.“


태현이 일어섰으나 시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시하.

나와 같이 가지 않을 것이오?“


“방주가 만류귀심경을 익힌 자를 보자고 한 것 아니오.

나는 몇구절 익히지 않았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소.

또한 가면 반드시 만류귀심경을 알아내고자 겁박을 하고, 싸움을 걸 것이 분명한데 거기를 제발로 간다는 말이오?

공자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오?

아니면 그런 위험을 알면서도 그져 여인이 가자하니 좋다고 따라 나서는 것이오?“


태현이 임문유를 바라보자 임문유가 픽 웃었다.

“만류귀심경을 아는 사람이 공자 하나 뿐인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겁이 난다면 아니 가셔도 됩니다.

억지로라도 데리고 오기 위해 향진방에서 사람들을 보내겠지요.

지금 자발적으로 가시든가, 나중에 끌려오시든가 선택하시면 됩니다.“


“죽이지 않는다니 한결 다행이오.

사람들을 보내 억지로 끌고가려 하면 필히 많은 이들이 다칠 터이니 그냥 지금 가겠소.

같이 갑시다. 시하.“


시하가 고개를 저었다.

“난 안 갈테요.

나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나, 일부러 목숨을 위태롭게 할만큼 어리석지 않소. 

방법을 알려 드리리다.

저 여인을 제압하여 줄로 꽁꽁 묶고, 목에는 유리 가루를 풀로 먹인 줄을 거시오.

저 자가 스스로 소방주라 칭하였으니, 방주의 딸이지 않겠소?

방주의 딸을 인질로 잡고 있으면 향진방 놈들도 공자를 함부로 해치지 않을 것이오.

이 여주에게 귀에다 넣는 거미를 한마리 빌려왔다면 좋았을 것을.

내 조언을 따르기 싫다면 혼자 가시오.     

위험에 스스로 빠지는 대신 여기서 고기나 마저 먹겠소. 

만약 다음날까지 오지 않는다면 내가 공자의 상황을 살피러 슬쩍 가보리다.   

공자가 죽는다면 나를 봉양할 또 다른 돈많은 인간을 구해야 할 것이니 가능하면 죽지 마시오.“


향진방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며 건물은 크고 화려했다.

향진방주는 목소리가 크고 걸걸한 호인이었다. 


“자네가 유창식 영감의 아들 유태현이렸다.

소문에 어릴 적 입은 독상으로 무공을 익히지 못하며, 요절할 것이라 하던데 지금 보니 아주 건강해 보이네.

잘된 일이야.“


“제가 중독된 독은 뜨거운 것인데, 또다시 차가운 독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천우신조로 두가지 성질의 독이 서로 융화하여 독성분이 많이 중화되었습니다.

워낙은 스물다섯 이전에 죽을 것이라 예견되었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살 수 있을 듯 합니다.

방주께서 저를 부르셨다고 임 공자께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신지요?“


“대뜸 만류귀심경을 내놓으라던가, 동굴의 위치를 말하라하면 거절할 테니 우선 내 이야기를 들어 보게.

내 19대 조부께서는 무공이 하늘곽 같이 높으셔서 고려에서 마땅히 대적할 자가 없었다고 하네.

그러다가 송나라에서 건너 온 철산마제 흑요충과 만나게 되었네. 

흑요충은 중국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던 자였으니, 조부께서는 당연히 고려의 산하를 침범한 것이라 여기고 그 자와 합을 겨루셨다네.

세시진을 대적하고, 일각을 쉰 후 다시 대적하기를 몇번이나 반복한 후 조부께서 패하셨다하네. 

그렇게 흑요충은 조부께 패배의 아픈 상처를 남기고 사라졌다네.


조부는 흑요충의 만류귀심경을 대적해 이길 수 있는 무공을 연구하셨지.

결국 십년에 걸쳐 백화향풍검법을 개발하고 연마하셨다네.

그래서 다시 한번 흑요충과 겨루고자 하였으나, 그자를 찾을 수 없었다 하네.

조부께서 흑요충을 찾기 위해 전국의 정보를 이런 저런 방법으로 모으면서 향진방의 모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네.

결국 흑요충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신 조부께서는 유지를 남기셨지.


‘반드시 흑요충을 찾아 백화향풍검법으로 만류귀심경과 대적하라.

만일 이미 흑요충이 죽었다면 그의 무학을 전수받은 후학과 비무하라. 

만류귀심경을 꺽는다면 그 자를 죽여 고려 땅에 송의 무학이 발붙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백화향품검법이 꺽인다면 그 자를 혼인으로 엮어 나의 후손이 백화향풍검법과 만류귀심경을 하나로 묶어 내도록 할지어다.‘


요약하자면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네. 

하지만 그 후 수백년간 만류귀심경의 비급도, 만류귀심경을 사용하는 자도 출몰하지 않았기에 조부의 유지는 잊혀져 갔지.

그러다 몇년 전 사라졌던 비급이 나타났으며 그것이 선묘단의 정단주에게 있다는 소문이 돌았네. 

나는 정단주와 가까운 사이라 터놓고 물었지.

하지만 정단주는 모르는 눈치였다네. 

그러다가 정단주가 죽었고, 이대로 만류귀심경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문유를 시켜 자네를, 아니 정확히는 시하를 쫓게 한 것이었네. 

집과 총관만을 샅샅히 뒤지는 다른 자들과 달리 시하 낭자는 지방으로 향했으니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  

그러나 자네는 돈만 많은 백면서생이고, 시하 낭자 또한 무공이 얕으니 여행길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네.

그런데 왠걸 자네나 시하 낭자가 몸을 지키기에 충분한 무공을 지닌 것이 아닌가?

그래서 문유를 물린 사이 자네들이 사라진 것이야.

그러더니 갑자기 나타나서는 한결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지 무언가.

그래서 이렇게 자네를 보자고 한 것이야.

나의 이야기가 너무 길었네.“


“아닙니다. 방주님. 

향진방과 스승님 사이에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기에,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제 방주님과 대결하는 것입니까?

져서 죽든가, 아니면 이겨서 문유 공자, 아니 낭자와 혼인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향진방주가 크게 웃었다. 

“무공을 익힌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네를 어찌 내가 상대하겠는가?

또한 백면서생에 가까운 자네를 이긴다고 해서 향진방의 무공이 흑요충의 무공을 앞선다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물다섯을 넘길지도 조차 불확실한 사내에게 어찌 귀한 딸을 준단 말인가?

상상력이 이렇게 부족한 것조차 마음에 차지 않는 이유가 되겠군.

그나저나 만류귀심경이 숨겨져 있다는 동굴의 위치를 말해줄 수는 없나?“


“예. 저희 스승님은 편히 영면하시기를 희망하셨습니다.

저 또한 스승의 유지를 다하는 것이 도리인 줄 압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조상의 유지를 지켜야 하니 그냥은 보내줄 수가 없네.

우리 문유와 한번 붙어 보시게.

녀석이 여자이나 어릴 적부터 백화향풍검법을 연마했고, 재능이 높아 자기 또래와의 싸움에서 아직 진적이 없다네.

또한 손속이 사나우니 각별히 조심하여야 할 것이야.“


임문유가 칼을 빼더니 인사도 없이 미끌어지 듯 간격을 좁혀왔다. 

검 끝이 빙빙 돌더니 태현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태현이 반장 뒤로 물러 났으나, 검은 빠르게 돌진하였고, 간신히 허리를 뒤집어 피할 수 있었다.

검은 다시 휘어져 태현의 목을 노렸고, 장법으로 쳐내기에는 위험한 듯 하여 다시 뒤로 껑충 뛰어 물러섰다.

검은 매서웠고 태현은 피하기에 급급하여 결국 방의 한 구석으로 몰렸다.


“임 공자가 스스로의 무공 실력에 대해 과한 평가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전혀 과하지 않소.

훌륭한 검법이오.

나도 이제 무기를 사용하겠소.“


태현이 탐혜선을 꺼내어 날아오는 검을 막아내었다. 

찌르면 부채를 펼쳐 막아내고, 베면 부채를 접어 맞부딪혔다. 

간극이 가까워지자 부채가 펼쳐지며 임문유의 옷고름을 베었다. 

옷고름이 떨어진 임문유가 씩 웃더니 아까보다 더 빠르고 매섭게 공격하였다. 

태현이 전유협에게 배운대로 천부 12장을 응용해 검을 막아내고 때로는 공격하였다. 

반시진이 지나자 둘 모두 숨이 가빠졌으며, 특히 공격을 계속했던 임문유가 지친 듯 했다.


“그만 멈추어도 좋네.”

향진방주가 싸움을 중단시키고 태현을 칭찬했다.


“유약한 서생이라 들었던 것과는 달리 무공이 상당히 깊어서 놀랐네.

그리고 검을 가진 자와 싸우며 부채를 꺼내들 줄은 몰랐다네. 

그것도 만류귀심경을 사용하는 대신 전 객주의 무공을 펼치다니 그 또한 예상 외였네.

전 객주와는 언제 그리 막역한 사이가 되었는지 놀랄 일이군. 

우리 문유의 실력으로는 자네의 만류귀심경을 온전히 끌어내기 힘들 듯 하니, 상대를 바꾸겠네.

백 장로가 나서시오. 

천부 12장 따위로는 우리 향진방의 무공을 이길 수 없음을 알려주시구려.“


50 정도 되었을까 싶은 호리호리한 사내가 검을 뽑아 들었다.

“공자. 검을 하나 빌려 드리리까?

아니면 계속 부채로 대적하겠소?“


“검은 어릴 적 배운 것이 전부인지라 아직 서툴고 낯섭니다.

최근에 부채를 많이 사용해 손에 익었으니, 부채로 계속 하고자 합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백장로의 검이 파고 들었다. 

시하와는 내공의 차이가 큰 듯 검은 훨씬 빠르고 예리하며 종잡을 수 없이 방향을 바꾸며 날았다.

태현은 상황에 따라 만류귀심경과 천부 12장을 번갈아 사용하기도 하고, 두 장법을 결합한 새로운 장법을 사용하며 버텨 내었다. 

십여합을 겨뤄도 승부가 나지 않자 백장로가 잠시 운기하여 내공을 끌어올리고는 검으로 태현을 베어왔다.

탐혜선으로 막았으나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오합을 버티지 못한 태현이 그만 부채를 떨어트렸고, 검 끝이 태현의 목에 닿았다.


“어찌 하오리까? 방주님.

이 자를 베어 유지를 받드시겠습니까?“


백장로의 질문에 방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조상의 유지를 생각하면 베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 약관에 불과한 청년이며, 시하낭자와 함께 다니는 선묘단원이니 함부로 베자니 선뜻 내키지 않는다.

또한 공자의 내공이 부족하여 장로에게 패한 것이지 그가 배운 만류귀심경이 약하다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지를 어길 수도 없으니 이를 어쩐다?

문유 네 생각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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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2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7 1 12쪽
»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0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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