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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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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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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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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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는 드리리다 2

DUMMY

임문유의 질문에 시하가 태현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코를 실룩거리며 대신 답했다. 

“일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충주로 오는 길을 잘 못 들어 두달간 길을 헤맨 것이 무에 자랑이라고. 

유공자가 한 말은 그저 비싼 밥을 얻어 먹기 위해 호기심을 자극한 것 뿐 실제로는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일텐데.“


임문유가 태현을 바라보았고, 태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준 공자에게 어찌 거짓을 말하겠소?

동경에서 김시눌과 싸운 후 이 곳 충주로 오는 길에 범을 만나 죽을 뻔 했다오.

여기 시하 공자의 용기와 기지가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거요.

간신히 범을 피했으나 또 다시 백길 폭포로 떨어졌지요.

다행히 폭포 뒤 동굴로 떨어져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소.

허나 그 동굴은 앞으로는 거대한 폭포가 막고, 뒤쪽으로는 길이 끊겼으며, 위는 거대한 바위들이 누르고 있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오.

그러니 천하의 향진방이라해도 우리를 찾을 수 없었던 게지요. 


그 곳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으며 연명하고 있는데, 절산마제 흑요충 어른, 아니 서대황 어른의 제자가 되는 기연을 얻게 되었소. 

스승님께서 낙향하여 그 동굴에서 수련하시며 새로운 심법을 창안하셨다지 뭐요.

돌아가시기 전에 동굴 벽 가득히 새로이 창안한 무공을 벽에 적어 놓으셨다오.

하여 서대황 어른을 스승으로 모시고 심법을 익혔지요. 

그러던 중 시하 공자가 타고난 총기로 김시눌에게서 가져온 옥대 속에서 만류귀심경을 발견하게 된거요.

그래서 스승님의 만류귀심경과 심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오.

이를 두달간 배우고 운용하였더니 동굴을 누르고 있는 거대한 바위를 부수고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지요.

시하와 스승님이 아니었더라면 물고기만 잡아 먹다가 꼼짝없이 죽었을 겁니다.

공자께서 찾고 계시던 만류귀심경을 우연히 발견하다니, 이거야말로 임공자가 감짝 놀라실 일이 아니오?“


시하의 얼굴은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가득했으나, 임문유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다.

“그래서 공자가 만류귀심경을 정말 익혔다는 말입니까?

아니, 아니, 그건 되었습니다.

만류귀심경은 어디있습니까?“

“우리가 서둘러 나오다가 그만 그 동굴에 놓고 나왔지 뭐요.”


“그 귀한 것을 동굴에 두고 나왔다는 말을 지금 믿으라는 것입니까?

그 동굴은 대체 어디있소?

당장 나를 그 곳으로 안내해주십시오.

제가 천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임공자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알려줄 수 없소.

스승님은 그곳에서 영면하며 편안히 안식하기를 바라셨소.

그래서 그 동굴에 적힌 심법의 귀결을 모조리 지워내고 동굴의 입구를 막아 사람들의 진입을 차단한 바 누구에게도 그 곳의 위치를 발설할 수는 없습니다.

미안하오.“


임문유의 눈이 가늘게 찢어지며 매서운 표정으로 변했다.

“유공자와 정공자만이 만류귀심경을 익혔다는 말이군요.

동굴의 위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구요.”

삶은 소고기를 입에 가득 넣고 있던 시하가 손을 저었다.

“나는 흥미도 필요도 없어 모든 귀결을 다 익히지 않았지.

장과 권만 재미가 있길래 조금 익힌 것이 전부야.

대신 유공자는 한자도 빠짐없이 열심히 익혔지.“


임문유의 표정이 다시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럼 유공자님께서 저에게 만류귀심경을 알려 주십시오.

워낙 공자님께서는 무공에 뜻이 없으셨으며 이미 귀결을 다 익히셨으니 제게 알려 주셔도 무방할 것이 아닙니까?“

“오늘 임공자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면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스승님께 약조를 드렸소.

반드시 스승님의 무공은 올바른 곳에 사용하며, 또한 올바른 자를 찾아 스승님의 유지를 계승하게 하겠다고 말이오. 

향진방이나 임공자가 올바른 곳에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 때는 아낌없이 알려드리겠소.

그 때까지는 다른 방법을 찾아서 임공자의 은혜를 갚도록 하지요.“


“저는 아직 만류귀심경을 다 익히셨다는 유공자의 말을 모두 믿기 어렵습니다. 

정말 흑요충을 스승으로 삼아 그의 무공을 전수받으셨다면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셨겠지요.

제가 공자께 비무를 청하겠습니다.“


임문유의 청에 태현은 난감한 표정이 가득한데, 객잔의 문이 부서져라 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표독스러운 표정을 가진 사십세 정도 된 남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객잔에 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 뒤에는 시장에서 기녀를 끌고가려 하던 무인 둘이 서 있었다.

무인이 손을 들어 시하를 가르켰다가 다시 갈 곳을 잃고 흔들리다가 또 다시 시하를 향했다. 

“어르신. 저자들인 것 같습니다만, 복색이 바뀌어 아닌 듯도 싶고.

죄송합니다.“

“흥. 저렇게 어리고 유악한 놈들에게 당했단 말이냐?

저 놈들이 맞는지 아닌지는 지금부터 알아보면 될 것 아닌가?”


남자가 태현의 탁자로 오더니 태현에게 물었다.

“내 소개는 필요 없으렸다.

그래도 이 중에 네가 가장 사내답게 생겼으니 너에게 물으마.

아까 시장에서 최충만 대감의 사병들을 겁박하고 창피를 준 것이 너희냐?“


임문유가 일어서서 남자에게 예를 취했다.

“장강풍 선배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향진방의 임문유라 합니다. 

이 두분은 저희 향진방의 손님들입니다. 

시장에서는 오해가 있어 사소한 시비가 붙었나 봅니다.

저희 향진방이 대신 사과를 하고 피해를 보상할 터이니, 선배께서는 노여움을 푸시고 그만 후배들을 용서해주심이 어떠신지요?“


장강풍이 임문유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그래도 철혈귀 장강풍의 이름을 알고 있는 자가 있으니 기특하구나.

너희 향진방과는 볼일이 없으니 너는 그만 빠지거라.

난 이 두 놈과 해결할 일이 있다.

감히 최충만 대감의 사병들을 건드려 대감을 모욕했겠다.

내 오늘 너희 두 놈을 산채로 마차에 매달고 저자거리를 끌고 다녀 누구도 다시는 건방진 짓을 하지 못하도록 귀감을 삼겠다.“


시하가 고기 먹기를 멈추고 태현을 보았다.

“뭐하시오?

이름만으로도 악당이 분명한 자가 악당스러운 말로 싸움을 걸어오지 않소.

무공을 배우고도 실전에 써먹지 않으려거든 개에게나 줘 버리시오. 

이 곳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니 사람들이나 음식에 피해가 없도록 밖에 나가서 대적하시오.

나는 이것만 마저 먹고 밖으로 나가 구경해 드리리다.“ 


장강풍이 객잔이 떠나갈 듯 웃었다. 

“계집같이 곱게 생긴 놈이 말빠은 마치 용기 넘치는 사내같구나.

내가 오늘 너희 놈들에게 본좌의 별호가 왜 철혈귀인지 가르쳐 주어야겠구나.

밖으로 나오거라. 한놈씩 한놈씩 죽여주마.“


임문유가 태현을 쿡 찔렀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나가서 겨루셔야 하겠습니다. 유공자님.

흑요충의 무공을 전수받았다 하니 그 실력을 한번 보여주십시오. 

정말 만류귀심경을 익히셨는지는 장강풍 선배와 대결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늠할 수 있을 터이니 저와의 비무 대신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장 선배의 무공은 저에게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장강풍의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하였다.

“우선 너를 죽이고 계집같이 생긴 너는 마차에 묶어 저자거리를 끌고 다니겠다.

그리고 향진방의 너 또한 혀를 뽑아 다시는 헛소리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어서 나와라.“ 

장강풍이 오른손으로 탁자를 내려치자 두꺼운 단풍나무로 만들어진 탁자가 두쪽으로 갈라졌다.

동시에 고기가 담긴 접시와 밥과 국이 담긴 그릇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빠른 손놀림으로 고기 접시만을 챙긴 시하가 앉은 채로 몸을 띄워 장강풍의 얼굴을 찼다.

장강풍이 시하의 발을 막고 시하의 가슴을 향해 권을 내질렀다. 

시하가 다시 한장 뒤로 물러났고, 시하와 장강풍의 사이에 태현이 끼어 들었다.

“여기서 기물 파손하지 말고, 장형은 나랑 나갑시다.

내가 새로이 무공을 익힌 바 장형을 상대로 확인해 봐야겠소.

너무 걱정은 마시오.

살려는 드리리다.”


객잔 밖에서 장강풍과 태현이 이장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장강풍의 뒤로는 무인 셋이, 태현의 뒤로는 임문유가 있었다.

시하는 고기접시와 젖가락을 들고 객잔 현관 턱에 걸터 앉았다.

장강풍이 발로 모래를 차 태현의 얼굴에 뿌리고는 태현이 얼굴을 돌리는 사이 권으로 공격하였다.

태현이 만류귀심경의 장법을 활용해 날아오는 주먹을 장으로 막아내었다.

막았다고 생각한 태현의 생각과 달리 내공이 실린 태현의 장은 장강풍에게 마치 돌과 같았다.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주먹을 거둔 장강풍이 고통스러운지 제 손을 부여잡고 일그러진 얼굴로 태현을 노려 보았다. 

이번에는 장강풍이 공중에서 뜀을 뛰듯 발을 굴러 태현에게 날아와 오른 발로 태현의 턱을 노렸다.

태현이 바위에 글을 새겼던 지법으로 장강풍의 발목을 찔렀다.

발목이 기형적인 모습으로 꺽인 장강풍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에 울부짖으며 발목을 펴더니 잠시 후  등뒤에 찬 칼을 빼내어 태현에게로 돌진했다. 

빙글빙글 돌아 파괴력을 높인 예리한 검법이었다.

태현이 살짝 몸을 비틀어 검을 피하자 검이 태현의 목을 향해 휘어 들었다.

왼손 검지로 검을 튕겨낸 후 오른주먹으로 장강풍의 가슴을 쳤다.

이장 이상 물러난 장강풍이 부러진 검을 보며 경악하다가 피를 토하고 그대로 실신했다.

따라왔던 무인 둘이 태현에게 고개를 몇번이나 조아리고는, 장강풍을 들쳐 업고 달아났다. 


으쓱하여 뒤로 도는 태현에게 임문유의 검이 날아 들었다. 

칼을 피하고 임문유를 장으로 공격하려다 멈칫하자, 임문유의 팔꿈치가 태현의 턱을 노렸다.

날아오는 팔을 장으로 막아 내고 임문유의 얼굴을 권으로 공격하려 하다가 또다시 멈추었다. 

가시 검을 정비한 임문유가 태현에게 날아들자 태현이 임문유에게서 몸을 돌리지 않은 채로 뒷걸음질쳐 피했다.

임문유의 공격이 몇차례 계속되었으나 태현은 임문유를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딱 이장의 거리을 유지한 채 공격을 피했다. 

마침내 임문유가 칼을 거뒀다. 

“듣기에 흑요충은 절산마제라는 이름답게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하던데 유 공자는 공격할 때마다 멈칫거리는 것을 보니 스승의 무공을 반만 배웠나 봅니다.

하지만 확실히 경공은 좋아지셨군요.

공자께서는 오늘 저와 비무할 생각이 없으신듯 하니 저는 이제 물러가지요.

다음에 생각이 들 때 다시 청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몸조심 하십시오.“


임문유가 태현처럼 몸을 돌리지 않고 뒷걸음하듯 발을 놀려 객잔의 지붕위로 뛰어올랐다.  

태현이 그런 임문유에게 손을 뻗었다.

“임 공자. 빌려준다던 소은병은···"

하늘에서 소은병 두개가 태현에게로 날아왔다. 

양손을 뻗어 소은병을 잡은 태현이 손을 흔들었다.

“고맙소. 개경에 돌아가는 대로 꼭 갚겠소.”


시하가 빈 고기접시를 땅바닥에 내려 놓고는 벌떡 일어섰다. 

“자, 이제 방해하는 자들도 모두 사라졌으니 제대로 식사를 합시다.”

객잔에 들어서자 예의 그 점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맞았다.

“공자님. 아까 그 좌석은 무도한 인간이 탁자를 부수어 불편하실테니 새로운 좌석으로 모시겠습니다.

탁자값은 향진방에 청구해도 되겠습죠?”


자리에 앉은 시하가 외쳤다.

“새로운 좌석에 앉았으니 식사도 새로이 시작하련다.

구운 소와 삶은 양을 가져오거라.“

밤이 깊어지고 객잔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도 하나둘 떠나자 태현이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시간이 된 듯 하니 이승현을 만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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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9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7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3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2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7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6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8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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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9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7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8 1 12쪽
» 살려는 드리리다 2 24.08.11 59 1 12쪽
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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