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최근연재일 :
2024.09.13 13:1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334
추천수 :
48
글자수 :
245,447

작성
24.09.11 13:15
조회
30
추천
1
글자
12쪽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DUMMY

왕유의 산수화와 조맹부의 형산도를 품에 안은 태현이 행복해하였다.

“보시오. 시하.

왼편에는 당나라의 보물을, 오른편에는 송나라의 것을 가슴에 품은 사내를 본 적이 있소?

아름다움 것들과 품을 줄 아는 사내야 말로 진정 매력적인 사내요.“


왠일로 시하가 동의하였다.

“돈이 떨어지더라도 그림을 팔아 고기와 생선을 살 수 있으니 매력적이라는 말에 수긍이 가오.

빈궁할 때는 그림을 파는 것에 한 치도 망설임이 없어야 할 것이오.“


대도에서 낙양은 이천리가 조금 넘는 먼 거리였다. 

객잔을 만나면 호화롭게 쉬고 먹었으며, 만나지 못하면 빈궁한 노영을 하는 여행이 반복되었다. 

이제는 노영에도 요령이 붙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나 따듯한 물과 맛있는 음식은 늘 그리웠다.


지난 이틀밤은 노영을 했으므로 성과 객잔을 찾아 길을 재촉하였다.


챙~챙~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에 태현이 조용히 말에서 내렸고, 시하가 나무 위를 겅중겅중 날아올라 동태를 살피었다.

잠시 후 돌아온 시하가 얼굴을 찌푸렸다.


“여승 열명이 덩치가 큰 사내들 둘과 싸우고 있소. 

숫자는 여승이 많지만 무공이 달리는 듯 패색이 짙어 보이오. 

내 생각에는 신경 쓰지말고, 길을 재촉하는 것이 좋겠다만 참견병이 있는 공자는 여승을 도와주고 싶어 그냥 못 지나칠 것이 분명하오.

내 말이 틀렸소?“


“여자 남자의 문제가 아니고, 승려와 일반인의 문제도 아니오.

혹여 선한 사람들이 나쁜 이들에게 당할 수도 있는 것이고, 오해에서 비롯된 싸움일 수도 있지 않겠소?

우리 가서 상황을 보고, 싸움을 말려 보십시다.“


태현이 말을 달려 도착하자 과연 여승 여섯은 탈진했는지, 땅바닥에 주저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나머지 네명의 여승도 힘이 떨어졌는지 휘두르는 검이 느리고 가벼워 사내 둘에게 연신 밀렸다. 

태현이 소리 높여 인사했다. 


“무슨 연유가 있으신지 모르겠으나, 잠시 싸움을 멈추심이 어떠신지요?

지나가는 길이었으나 싸움이 있으니 말리는 것이 도리인 듯 하여 끼어들었습니다.“


싸우고 있던 여승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여승이 반색하였다. 

“소협. 도와주시게.

우리는 아미파의 사람들인데, 저자들이 암기로 공격하고는 막무가내로 위협하고 있다네.

검을 보아하니 무당의 제자 같은데 정파의 선배들에 힘을 보태주시게.“


태현이 반대쪽을 보자 사내들이 히죽 웃었다.

“너희 공자놈들은 계집들에게 인기도 많을 듯 한데, 너희들도 여승들을 품고 싶은 것이냐?

그렇다면 잠자코 구경하고 있어라. 

여승은 많으니 너희에게도 기회는 충분할 것이다. 

만약 쓸데없이 끼어든다면 우리 사철랑, 사금호 형제에게 죽을 것이다.

우리의 명성은 익히 들어보았을 테지.“


태현이 검을 빼어들었다.

“강호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두 분의 이름을 전해 듣지 못했소.

하지만 부처님을 보시는 승려를 공격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희롱하는 것을 보아 댁들이 나쁜 자가 분명한 듯 싶소. 

그러니 나도 승려분들과 함께 싸울 것이오.“


“무엇이 옳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너의 알량한 잣대는 무엇이더냐?“


사내의 말에 시하가 우산을 들어 사내들을 가르켰다.

“너는 얼굴 생겨 먹은 것이 딱 사파다.

이름 또한 나쁜 놈의 악취가 풀풀거린다. 

철로 된 늑대는 뭐고, 화려한 호랑이는 뭐란 말이냐?

그래도 한가지만 확실히 하자.

철랑이보다는 금호가 강한 것이 맞느냐?

고양이가 개에게 지는 것은 맘에 아니 든다는 말이지.“


사철랑, 사금호 형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 중 하나가 태현과 시하에게로 방향을 바꾸어 검을 휘둘렀다.

“그래, 늑대의 이빨을 막아 보거라.”


태현이 막고 반격하려는데 허벅지 쪽이 따끔하였다. 

한 발 물러나 손으로 만져보니 가느다란 침이 박혀 있었다. 

시하도 팔에 맞았는지, 침을 뽑아 내었다. 


“조심하시오. 그 자들은 독이 발려진 암기를 쓴다오.”

여승이 소리치자 시하가 짜증을 내었다.

“싸우기 전에 일러주던가 해야지.

독침에 맞고나서 소리지르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늑대라 했으니 사철랑으로 보이는 자가 활짝 웃었다.

“나의  사혈독에 맞았으니, 피가 굳으며 몸이 점점 마비될 것이야. 

일각이 지나기 전 몸을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될터이니 그 전까지 나의 검을 막아보려무나“


태현이 빙긋 웃으며 청운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일곱번 검이 부딪히자 사철랑의 검이 청운검에 부러져 두동강이 났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사철랑이 허공에 손짓하였다.


세개의 독침이 날아오기에 두개는 검으로 막고 하나는 왼손으로 잡아 채어 사철랑의 손등에 박아 주었다. 

여승들을 희롱하던 사금호가 사철랑을 도와 검을 휘둘렀다. 

청운검과 몇차례 합을 나누더니 다시 암기를 날렸다. 

태현이 여유있게 피하고 막았으나 그 사이 사철랑과 사금호가 빠르게 도망쳤다. 


태현이 쫒으려 했으나, 아미파 여승들의 상태가 심각해보여 쫒기를 멈추었다. 

멀리서 사철랑의 음산한 외침이 울렸다.


“나에게는 해독약이 있으니 독에 찔렸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너와 여승들은 모두 독에 중독되어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강호에는 곱상한 공자놈 둘이 아미의 여승들을 어떻게 해보려다가 동귀어진 했노라 전할테니 맘 편히 죽거라.“


태현이 시하를 돌아보고 독침에 맞은 다리를 툭툭털었다.

“시하. 괜찮은거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오.“


“찔린 부분이 약간 지릿하기는 하지만 움직이기에 크게 불편함이 없을 듯 하오.

잠시 운기하면 나아질 듯 하니 여승들이나 돕구려.“


여승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사철랑 사금호 형제와 끝까지 싸우던 네 명도 이제는 땅에 주저앉아 식은 땀만 흘렸다.

그나마 나이가 있는 여승 둘만 가부좌를 틀고 운기하는 중이었다. 


태현이 상태가 가장 안 좋아 보이는 여승에게 운기할 수 있는지 물었다.

여승이 태현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켜 간신히 자세를 바로 하였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태현이 여승의 뒤에 앚아 여승의 등 전체가 드러나도록 승복을 내렸다. 

한손은 풍문혈에, 오른손은 신맥혈에 두고 운기를 도왔다. 


풍문혈에서 차가운 기운이 품어져 나오는 것을 보니 한독인 듯 싶었다.

차가운 기운을 태현의 몸속에서 따스하게 데워 신맥혈로 되보내 주자 여승의 허리가 조금씩 펴지더니 마침내 스스로 운기할 수 있었다. 


중독이 심한 순서대로 아홉명의 운기를 돕자 모두들 스스로 운기하며 조금씩 몸을 추스릴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여승의 뒤에 앉으니 여승이 힘없이 말했다.


“치워라.

아미의 제자가 죽으면 죽었지, 사내에게 맨 살을 보이고 손대는 것을 허락할 수는 없다.”


태현이 멈칫했으나 상태가 심각한지라 승복을 내리고 운기를 도왔다. 

나이 많은 여승은 독이 이미 많이 퍼진 듯 풍문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손이 시릴 듯 차가웠다.


숲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 손을 떼었다가는 여승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곧이어 시하가 우산을 휘두르며 뛰쳐 나갔고, 몇차례 합을 맞추는 소리가 들리더니 시하만 홀로 돌아왔다.  


그 사이 나이든 여승은 태현의 도움으로 기의 흐름을 빠르게 운용하였다.

내공이 상당히 높은지 회복 속도가 다른 여승보다 더 빨랐다.  

태현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내고 시하를 보았더니, 시하가 생긋 웃었다. 


“아까 독에 중독되지 않은 사금호가 상황을 살피러 왔더이다. 

사람들이 죽지 않고 운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지, 아니면 나의 화려한 우산술에 놀랐는지 칼을 몇번 대보더니 꽁무니를 빼고 도망갔소.“


“시하, 분명 독침에 찔렸거늘 괜찮은 것 맞소?

당신도 독에 내성이 생긴 것인가 보오.“


“공자만큼의 강한 내성은 아니지만 독을 다스릴 정도는 되는 듯 하오. 

그 뱀 눈깔이 확실히 효험이 있나 보오.“


여승들이 운기를 마쳤는지 일어나 도열했다. 

태현이 감사 인사는 되었다고 만류하려는데, 나이 든 여승이 태현에게 칼을 겨누었다. 

“소협이 도와주어 아미의 제자들이 큰 일을 당하지 않았네. 

그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네.

하지만 우리가 바라지 않았음에도 소협은 우리를 욕보였네.

감히 부처에 귀의한 여승의 몸에 손을 대어 치욕을 주었으니 용서할 수 없지.

고통없이 죽여줄 터이니 부디 극락왕생하시게.“


시하가 박장대소 하였다.

“목숨을 구해놓았더니, 되려 목숨을 내놓으라 하는구나. 

그런 뻔뻔함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냐?

아니면 그 나이가 되면 부끄러움 따위는 개에게나 주는 것이더냐?


사금호 사철랑 악당들아.

아직 숲속에 있거들랑 이 여승들에게 독침이나 몇방 더 놔주려무나.

이번에는 우리가 못 본척 할 것이다.“


나이 많은 여승 옆 젊고 예쁘장한 여승이 이를 갈았다.

“네 놈이 죽으려 환장을 하였구나. 

감히 연화향 자하 스님을 희롱하다니. 

고통없이 죽여주려 하였다만, 네 놈은 죽이기 전에 요사스러운 혓바닥을 잘라주겠다.“


열명의 여승들이 진을 만들어 공격하였다. 

진은 정교하였다.

그러나 해독이 완전하지 않은 것인지 검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고, 속도 또한 무뎠다. 


아미의 여승들이 전력을 다하지 못하자 진이 금세 무너졌다. 

나이많은 여승의 검이 부러지고 태현의 검이 목에 닿았다.   

여승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처연히 외쳤다.

“나를 죽여라.

그리고 우리 모두를 죽여야 할 것이다. 

우리를 욕보였으나, 더 큰 욕에서 구해주었으니 그 것은 고맙게 여기겠다.“


태현이 검을 검집에 넣었다.

“아미의 연화향 스님. 

대체 누가 욕을 보였고, 또 죄없는 승려들을 왜 죽인단 말입니까?

구했더니 칼을 겨눈 스님을 이해할 수는 없으나 목숨을 빼았을 일은 아닌 듯 하오이다. 

또한 운기를 도운 것이 어찌 욕을 보인 것이 된단 말입니까? 

어디가서든 누구에게든 아미의 여승들을 본 적도 도운 적도 없다 할테니, 우리 서로 오늘 일을 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미 사금호, 사철랑 두 놈들이 너희가 우리를 도와준 것을 알고, 운기를 돕는 것까지 보았다.

너희가 아무리 말을 하지 않아도 강호에 소문이 날 것이다.“


시하가 혀를 찼다.

“말하고 행하는 것이 괘씸하여 아무 말 하지 않으려 했으나 목숨을 내거는 것이 불쌍하여 말해 주겠다.

사금호 그 놈은 너희가 허연 등판을 내놓고 운기하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기 전에 내가 이미 쫒아 버렸거든.


강호의 평판이 걱정이 된다면 이렇게 하자. 

아미의 제자들이 사철랑, 사금호 녀석들의 암기에 당해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는데, 여기 정시하 공자가 나서서 구해 주었던 거지. 

유태현 공자도 조금은 도왔네. 

결국 두 악당 놈이 도망쳤으나, 여승들은 이미 독에 중독되어 죽을 위기에 처한거야.

그런데 정시하 공자가 품에서 가문의 오래된 명약인 천독환을 아낌없이 꺼내어 준 덕분에 여승들이 목숨을 구한거야.

나의 설명이 어떠한가?“


여승들이 반색하였다. 

“연화향 스님. 

저자의 설명이 합당합니다. 

저희는 저자들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입니다.“


나이많은 여승이 끙하고 신음소리를 내었다.

“저 자들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

여기에서는 이리 말해 놓고 저자에 나가 뭐라고 떠들지 누가 알겠느냐?“


시하가 손뼉을 쳤다.

“믿고 안 믿고는 너희의 마음이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에 빠진 것이 하나 있었다.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아미파의 여승들이 우리에게 귀한 선물을 준 것이야. 

귀한 선물을 받은 우리는 아미파에게 감사했지. 

선물을 받았으니 밖에서 이런저런 말도 하지 않을테겠지.

어떠한가? 내 이야기의 결말이?

모두들 행복해지는 풍성한 결말이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5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3 24.09.13 18 1 12쪽
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9 0 11쪽
»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1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3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9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3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3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2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53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8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9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3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4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5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4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9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3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8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1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50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9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2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6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61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9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9 1 12쪽
19 살려는 드리리다 2 24.08.11 63 1 12쪽
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4 1 12쪽
17 비급은 언제나 주인공 손에 (2) 24.08.08 72 1 13쪽
16 비급은 언제나 주인공 손에 (1) 24.08.07 6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