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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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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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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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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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DUMMY

쓰러져 의식이 없는 태현을 방에 눕혔다.

태현의 표정은 온화하고 평온했다. 


시하가 태현의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물었다.

“표정이 마치 잠자는 듯 하며, 고통도 없는 듯 하니 별일 없지 않겠는가?

푹 자고 나면 보란 듯 깨어날 듯 싶은데.“


“이 서역 지네 독의 특징입니다. 

내장은 얼고 피는 굳어 죽게되나 속도가 빠르지 않고 고통을 느끼지 못해 표정은 편안하고 잠을 자는 듯 보이는 것입니다.

이 지네 독에는 마땅한 해독약도 없습니다.“

매향이 발을 구르며 답했다. 


이승현이 매향에게 지시했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박의원을 깨워 불러오게.”


반시진이 못되어 박의원이 도착했다. 

진맥을 하던 박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벌써 손과 발에 이어 팔과 다리까지 한기가 서렸습니다. 

곧이어 가슴과 배, 그리고 머리에 독이 퍼지며 한기로 인해 죽게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도가 없을 듯 합니다.“


시하가 의원의 옷깃을 잡아 채더니 의원을 똑바로 마주하였다.

“자네도 의원이니 만독보명단을 들어 보았을 것이지.

내가 만독보명단의 웅축된 기운을 가지고 있네. 

이를 풀어내는 데 진기가 소모되어 아직 많이 풀어내지 못했지만 이를 다 풀어낸다면 보명단의 이할은 될 것이네.

내 안에 뭉쳐있는 보명단의 기운을 풀수 있도록 도와다오.

그걸 유 공자에게 전해 준다면 나을 수도 있을 것이야.“


박의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승현을 바라보자 이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동안 시하를 진맥하던 박의원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로 낭자의 몸에 뜨거운 기운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단단한 돌과 같아서 이를 연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도 해보겠습니다.“


잠시 사라졌던 의원이 거무죽죽한 액체를 그릇에 담아 왔다.

“이걸 드십시오. 

뜨거운 기운을 내리기 위해 한 겨울까지 살아남은 맥문동과 오십년이 넘은 금은화를 넣었으며, 피를 돌게 하기 위해  삼십년이 넘은 지모를 넣어 함께 빻아 즙을 낸 것입니다.

제가 가진 것들 중에 가장 귀한 약재들을 골라 넣었으니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약을 단숨에 들이킨 시하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하였다.

힘이 드는지 얼굴이 찡그려졌고 이마와 코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기어코 시하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오자 이승현이 시하의 뒤에 앉았다.

시하의 옷을 내리더니 왼손은 신주혈에, 오른손은 명문혈에 두고 심호흡을 한 후 기를 불어 넣으며 시하의 운기를 도왔다. 

시하의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지더니 이윽고 눈을 떴다.

“내 안에 보명단의 기운을 오할 쯤 풀어낸 듯 하네.

우선 이를 유공자에게 주어야겠네.“


시하가 태현의 입을 벌리고 허리를 숙여 풀어낸 보명단의 기운을 전하였다. 

잠시 후 태현을 진맥한 의원이 이승현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한기가 벌써 가슴과 머리에 도달하였습니다. 

오장이 상하기 시작하였으니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시하가 코웃음을 치고 다시 가부좌를 틀었다.

“내가 이 자를 잘 안다. 

이 자는 스물 다섯 이전에는 죽을 운명이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정단주 죽음의 비밀을 밝히고, 선묘고를 열 때까지 나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내가 보명단의 남은 기운을 풀어내어 저 자에게 주면 떨치고 일어날테니 우선 나를 도와라.“


시하가 운기조식을 다시 시작하였다.

이미 늦었다는 표정으로 의원이 이승현에게 눈짓하였으나 이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하 뒤에 자리를 잡았다.

“달리 방도가 없지 않은가?

우리의 일을 돕다가 이리 되신 것이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도 끝까지 해보려 하네.“


반시진 동안 보명단의 기운을 풀어낸 시하가 다시 태현의 입에 기운을 불어 넣었다.

“이제는 내게 보명단의 기운이 남지 않았네.

내가 더 할 일은 무엇인가?“


이승현이 시하의 손을 잡았다.

“낭자께서는 이미 하실 만큼 하였습니다.

이제 좀 쉬십시오,“


다시 태현의 진맥을 하던 의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차갑게 식어야 할 단전이 아직 따듯합니다.

아니 오히려 처음 진맥할 때보다 단전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인데.

혹 공자께서는 천하의 명약을 많이 드셨습니까?“


“다섯살때 맹독에 중독되었다고 들었다.

이를 고치기 위해 수많은 의원이 명약을 쓰고, 수많은 무림고수가 기운을 불어넣어 독을 웅축시켜 스물다섯이 될때까지는 몸 안에 퍼지지 못하게 막았다 했다.

그러나 그의 부작용으로 온 몸의 기혈이 막혀 있었는데, 최근에 심법을 익히며 어느 정도 뚫렸다 들었다.“  

힘겹게 말을 마친 시하가 고개를 이승현에게 기대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하늘의 뜻입니다.

공자의 몸속에는 뜨거운 열독이 있으나 열독이 몸에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명약과 주입된 내공이 이를 막아내고 있었던 듯 합니다.

열독이 퍼졌다면 공자의 몸은 뜨거운 열기로 온 몸의 내장이 녹아 죽게 되었겠지요.

그런데 오늘 공자의 몸에 지네의 한독이 흘러 들었습니다.

지금은 뜨거운 독과 지네의 한독이 맞부딪혀 싸우고 있는 형세이며, 조금 전까지는 한독이 우세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낭자가 불어넣은 보명단의 기운이 몸 안의 열독과 합쳐지며 한독의 기운을 막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기와 열기가 싸워 어느 한쪽이 이긴다면 공자는 죽게될 것입니다.

허나 만에 하나 둘이 백중세로 버티다가 서로 융화되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면 공자가 살아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태현의 얼굴과 손에 핏기가 점점 사라져갔다.

의원이 태현의 윗옷을 벗기자 하얗게 변한 가슴과 붉은 배가 드러났다.

잠시 후 가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껏 평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던 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팔과 다리가 붉어지며 태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손과 발, 목까지 붉어지자 태현이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그리고 다시 손과 발이 차가워진 후 다리와 팔, 그리고 가슴이 차가워졌다.

다시 태현도 평온히 잠든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것이 몇차례나 반복되었다. 


시하는 그런 태현을 밤새 지켜보다가 이승현에게 기대어 잠들었고, 이승현은 시하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 주었다.

매향은 방 한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잠에 빠져들었고, 의원은 눈을 비벼 졸음을 참아내며 태현의 상태를 살폈다.

날이 밝고 하인들이 일어나 밥을 짓고 마당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태현은 한기와 열기를 반복할 따름이었다. 


“사막의 독지네에게 물리고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분명 희망이 있을 것이다.“

낮게 읊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승현도 시하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이승현이 눈을 떴다. 

시하가 깨지않도록 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매향을 깨워 소리 죽여 밖으로 나갔다.

아직 오전이라 기루에 올 손님들은 아닐 듯 한데 대문 밖에 십여명의 무림인이 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태현에게 패하여 실신했던 장강풍이었다.

그는 부러진 발목에 부목을 대고 지팡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이승현이 나가 인사를 하였다.

“저는 청월각의 여주 이승현이라 합니다.

아직 청월각이 문을 열기에 이른 시간이온대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맨앞에 녹색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이승현을 아래 위로 훑어 보았다.

“본좌는 흑풍맹의 맹주 장강석이다. 

여기 기생 오라비처럼 생긴 공자놈이 하나 있으렸다.“


“기방에 드나드는 공자님들 중에는 잘생기고 고운 분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어떤 분을 찾으시는지 특정하여 주시면 기꺼이 말슴드리겠습니다.“


“이틀 전 저자거리에서 너희 기루의 기생을 구한답시고 최충만 대감의 무인들과 싸우고, 그날 객잔에서 여기 장강풍과 싸운 놈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내 놓아라.“


“물론 누구신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께서는 어제 저녁 이 곳을 떠나셨지요.

그 공자께서 흑풍맹의 용맹한 무인분들과 얽히게 된 것은 다 저희 청월각 때문이니 흑풍맹의 노여움은 저희가 풀어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노여움을 푸실런지요?

저희 청월각에는 어여쁘고 춤을 잘추며 악기를 잘 타는 기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준비를 해 놓을테니 맹주께서는 양팔에 기녀를 안고 향기로운 술과 함께 음악과 춤을 감상하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 


장강석이 슬핏 미소를 지었다가 애써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여주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보아 그냥 넘어가고 싶다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네. 

최충만 대감의 그깟 사병들이 맞은 것은 나까지 나설 일이 아니네.

나의 사제의 다리가 부러졌으니 그것은 쉬이 넘어갈 일이 아니나, 여주가 이처럼 용서를 구하고 또 사죄의 뜻을 표현한다 하니 사과를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지.

그러나, 자네가 모르는 것이 있다네.

엊저녁 최충만 대감이 급사하셨다네. 

돌아가신 얼굴이 평온하고, 함께 잠을 잤던 애첩 또한 아무 일이 없었다 증언하였으니 아마도 풍을 맞으신게지.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다네.

해시가 넘은 늦은 밤에 그 공자 놈이 문을 두드리며 대감을 만나게 해달라고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야.

마치 이 놈이 뭐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또한 수상한 검은 복면인과 함께였다지 뭔가?

그래서 이 놈을 끌고가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 문초를 하려하네. 

우리가 최 대감은 물론 충주 고관들을 경호하는 호위단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최 대감은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일진대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으니 이 놈을 잡아 고객들에게 우리의 정성을 입증할 셈이야.   

그러니 이 놈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면 청월각에는 아무 피해도 없을 것이야. 

내가 보증함세.“


이승현이 짐짓 놀라는 척했다.

“최 대감께서 급사하셨다니 정말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최대감께서는 저희 기루의 큰 고객이신데, 저희가 앞으로 굶게 생겼습니다.

그런 최대감님과 얽힌 일이라니 저희도 공자가 어디 계신지 얄려 드리고 싶으나, 말씀드린대로 어제 이 곳을 떠나신지라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장강석의 뒤에서 장강품이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좋은 말로 이야기하니 네년이 우리 맹주님과 흑풍맹이 우습게 보이는가 보구나.

어젯밤 공자 놈이 해시가 넘어 검은 복면인과 함께 이 곳 청월각에 들어오는 것을 내 눈으로 똑독히 보았다.

어디서 거짓을 고하는게냐?

죽고자 하는 것이냐?“


장강석이 장강풍을 말렸다.

“그리 무서운 말을 쓰면 우리 여주께서 놀라지 않겠는가?

이보게. 여주.

내가 여주 말을 못믿는 것은 아니나, 사제가 보았다 하니 우리는 그냥 그 공자놈이 있는지만 확인하겠네.

여봐라.

집을 샅샅히 뒤지되 예를 갖추고 사람이나 기물을 상하게 해서는 아니될 것이야.“

장강석의 말이 떨어지자 뒤에 서있던 십여명의 무인들이 앞으로 나섰다.


이승현이 손짓을 하자 흑풍맹 무리의 등뒤로 청월각의 대문이 닫혔다.

또한 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복면의 자객 네명이 이승현의 뒤에 버티고 섰다.

“아직 잠들어 계시는 손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방도 수색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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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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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1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1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6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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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49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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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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