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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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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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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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DUMMY

무례한 언사에 시하가 발칵하며 올려다보니 스물 다섯 정도로 보이는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이 준수한 사내가 태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하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답하였다.

“남의 것을 보여달라 하려면 먼저 자기 이름이라도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다짜고짜 남의 물건을 보여달라는 것은 잘생긴 사내가 하는 행동이 아니지.“


남자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 포권하며 예를 취했다.

“결례를 사과드리오.

무당의 2대 제자인 천광호라 하오. 

그 칼은 일년 전 사라졌던 우리 무당파의 검과 흡사하여 보자 청하였소.“


태현이 벌떡 일어나 등에 걸어 놓은 검을 빼어들자 천광호가 놀라 자신의 검을 빼었고 몇 장 건너 탁자에 있던 사내들도 일어섰다.


태현이 손을 들어 사내를 제지했다.

“싸우려는 것이 아니오.

이 검을 보여주려는 것이오. 

어쩌면 이 검은 광풍검제 적운진이라는 분의 검인 듯 하오.“


천광호가 검을 받아들었고, 탁자에 있던 사내들이 태현에게로 걸어왔다. 

반백의 수염이 아름다운 50대 남자와 기품이 넘치는 30대 남자 둘, 그리고 자신감에 차있는 스물 정도의 남녀였다. 


반백 수염의 남자가 검을 받아들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청운검이 맞구나. 

소협이 어떻게 우리 무당의 장문인을 아시며, 또한 어찌 이 청운검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여쭤봐도 되겠소? 


태협이 그간의 일을 소상히 설명하였다. 

천광호가 분개하였다.

“우리는 장문인께서 사라진 후 지난 일년간 진산의 모든 동굴을 샅샅히 뒤졌다. 

그러나 어떠한 동굴에서도 장문인과 청운검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비를 피해 우연히 들어간 동굴에 홍염진룡이 있었고, 무당의 제자들은 모두 진룡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냐?

그리고 그러한 진룡을 네 놈들 둘이서 죽였다는 것을 믿으란 말이냐?

어서 솔직히 진실을 고해야 할 것이다.“


반백수염 노인이 제지하였다.

“광호는 자중하거라.

소협의 말이 사실인지는 내일 아침 소협과 함께 동굴에 가서 확인을 해 보면 될일이다.“


천광호가 고개를 숙이고 한발 물러섰으며 반백수염 노인이 태현에게 몸을 돌렸다.

“우리 무당파의 장문인께서 돌아가셨다하니 장문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이 무당 제자들의 도리일 것이오.

부디 소협께서는 우리가 예를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시길 바라오.

또한 청운검은 무당의 보검이니 우리에게 돌려 주시면 감사하겠소.“


태현이 포권하며 응당 그러겠노라고 대답하려는데 시하가 혼잣말하듯 툭 내뱉었다.

“검을 내놓아라,  길을 알려달라 참으로 청도 많고 욕심도 많은 무리들이구나.

부탁을 하려거든 고기를 사든가, 술을 사든가 뭐 오는 것이 있어야 하거늘.

강호의 법도가 바닥에 떨어졌구나.“


천광호의 검이 번개같이 뽑혀져 시하의 목에 겨눠지는데 태현이 탐혜선으로 검날을 막아내었다.

천광호의 검이 두동강이 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시하의 말에 발끈하던 무당의 무리가 태현의 무공에 경악했다. 

반백수염 노인이 껄껄 웃으며 무당의 제자들을 다시 한번 제지했다.


“소협의 말씀이 사리에 적합하오.

늙은이가 되어 그 정도 사리분별을 못하다니 부끄럽기 그지 없소이다.

오랫동안 찾던 장문인의 소식을 듣고 청운검을 보니 반가움이 앞서 그랬나보오. 

소협의 말씀대로 술과 고기를 대접하겠소.“


태현과 시하의 탁자에 반백노인과 무당파의 제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 소개를 드리지요. 

본인은 무당의 부문인인 천명화라 하오. 

이쪽으로는 우리 무당의 제일문주와 제이문주이며, 소협들께서 이미 인사한 무당 이제자인 천광호, 그리고 그의 사제들인 적광운과 적영아이외다.“


태현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였다.

“저희는 고려인으로 유태현과 정시하라 합니다. 

그저 견문을 넓히고자 장안으로 여행을 가는 중이지요. 

어행 중 우연히도 명성만 듣던 무당파의 어르신들과 소협들을 뵙게 되어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 정시하 공자는 아직 중원어에 서툴러 존대말을 배우지 못하였으니 말이 예의에 벗어나더라도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태현의 인사에 무당의 제자들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문주들은 어찌 저리 약관의 공자가 무당 제자의 검을 부러뜨릴 만한 무공을 지녔는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으며, 천광호와 적광운은 지금이라도 한판 붙어보자는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태현을 쏘아 보았다.


반면 적영아는 가느다란 입술을 꼭 다문 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태현과 시하를 번갈아 훑어보았다. 

부문인은 인자한 표정 속에 알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듯 하였다.


무당파가 술과 고기를 주문하여 몇차례 술잔이 돌았다. 

부문인이 새로운 술잔을 청하더니 잔을 오른손으로 살며시 쥐고는 태현에게 잔을 주었다.

도기로 만든 잔에 부문인의 검지와 중지의 자국이 선명하였다.


무당의 제자들의 얼굴에 의기양양이 가득했고, 태현도 깜작 놀랐다.

“수련을 오래 한 분들이 손아귀로 철을 우그러뜨리거나 나무를 부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기를 깨트리지 않고 이렇듯 자국을 내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엄청난 내공을 가지셨으니 탄복할 따름입니다.“


부문인이 태현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소협이야말로 대단한 내공을 지녔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소.

소협의 내공에 비하면 이런 것은 잔재주 아니겠소.“


“잔재주라니요?

허락하신다면 저도 한번 따라해 보고 싶습니다.“

태현이 술을 한입에 털어 넣고는 새로운 술잔을 청하여 손에 감싸쥐고는 살며시 힘을 주었다.

잔이 움찔거리더니 파삭하는 소리와 함게 고운 가루가 되어 태현의 손에서 모래알처럼 새어 흘렀다.


“그만 잔을 이렇게 부숴 버리다니 부끄럽습니다. 

제 부족한 내공으로는 흉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닌 듯 합니다.“

무당 제자들이 소리내어 웃었지만 부문인은 웃지 않았다.


다음날 일찍 무당파의 제자들과 왔던 길을 되짚어 동굴을 찾아 떠났다.

태현이 길을 헤멜 때마다 시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방향을 알려주었다. 


오래지 않아 말이 묶여 도망치지 못했던 나무를 발견했고, 말들은 더이상 가지 않으려 버티었다.

말들을 나무에 묶고 걸어서 동굴 앞에 당도하였다.


 “이쪽입니다.”


태현이 외치자 무당의 제자들이 동굴 입구에 도착해서는 놀랐다.

“저것들은 뱀이 아닌가?

불을 질러 뱀들을 다 쫓아야겠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 뱀들은 사람들이 함부로 동굴에 들어가 이런 저런 것들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하 공자. 먼저 들어가 주시게.“


태현이 시하에게 요청하자 시하가 동굴 속으로 한발 디뎠고 뱀들이 좌우로 물러섰다.  

“시하 공자를 따라 들어가시면 됩니다.”


부문인과 제자들이 조심스럽게 뱀들 사이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태현이 뒤를 섰다.

횃불을 밝히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던 무당 제자들이 뱀의 사체를 보고는 놀라 뒷걸음질 쳤다. 

“이 거대한 몸집과 붉은 비늘은.

정녕 홍염진룡이 실재하였단 말인가?“


횃불로 뱀을 살피던 부문인이 태현을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소협의 내공이 강하다 했더니 진룡의 눈은 소협이 드셨나보오.”


무당의 제자들이 점점 더 깊이 들어가더니 마침내 뼈 무더기와 장문인의 글을 발견했다.

모두들 깊은 탄식을 토하였으며, 적영아가 큰소리로 오열했다.

“조부님의 글씨가 틀림없습니다.”


사람들이 채 말릴 사이도 없이 적영아가 동굴 입구를 달려 지났고, 동굴의 뱀들이 적영아에게 독니를 꽃으려 ㄷㄹ려 들었다.

순간 태현이 뛰어 들어 적영아를 안고 바깥으로 피신하였다.


적영아를 물려던 뱀 중 하나가 태현을 물었다. 

태현이 따끔하여 쳐다보니 뱀이 잘못했다는 걸 아는 듯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곧이어 시하와 무당 제자들이 밖으로 나왔다.


태현의 신발을 벗기고 바지를 걷으니 종아리에 선명한 독니 자국이 박혔으며, 자국에서는 흰 독액이 살짝 흐르고 있었다.


시하가 허리띠를 풀어 태현의 허벅지를 묶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물린 것 같소.”


“그런가보오. 하지만 아직 아프거나 마비가 오는 것 같지는 않소.

상황을 좀 봅시다.“


적아영이 태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협께서 저를 구하시다 그리 되었으니, 제가 독을 빨아 내겠습니다.”


시하가 비웃었다.

“뱀의 독이 이미 피와 섞였는데 지금 입을 대어 빨아낸다고 독이 사라진더냐?

얼른 의원에게 가야한다.”


조용히 운기하던 태현이 다리를 움직여 보고, 주물러 보더니 시하의 허리띠를 풀었다.

“아무래도 살짝 스쳤거나 독이 없는 뱀인 듯 합니다.

지금껏 통증도, 마비도 없으니 괜챃습니다.“


적광운이 뱀들을 가르켰다.

“내가 분명히 보았소이다. 

공자를 문 것은 독이 강하기로 유명한 왕방울뱀이었소. 

검정과 흰색의 띠무니를 가지고 몸길이가 다섯척에 달하는 저 놈이었소.

왕방물뱀에게 물리면 일각을 넘기지 못하오.“


그러나 태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서더니 동굴로 향했다.

“어서 장문인과 무당 제자들의 뼈를 수습하시지요.“


모두들 의아했으나, 태현 자신이 앞장서는데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뼈무더기에서 사람의 뼈들을 추려내었다. 

소실된 뼈도 있었으나, 백여명이 족히 넘어 보였다. 


이 중 무당 제자들의 뼈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모두 함께 무당으로 가져가 합동 장례를 치르고 넋을 위로하기로 하였다. 


제자들이 뼈를 담는 사이 부문인이 태현에게로 걸어왔다.

“소협께 감사한 마음이 이를 데가 없소.

장문인과 무당의 제자들이 어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이 차디찬 동굴에서 버려질 뻔 하였소

소협 덕분에 무당의 제자들이 최선을 다해 마물과 싸웠다는 것을 알았고, 뼈라도 수습할 수 있었다오.

더구나 소협께서는 마물을 없애 무당의 복수를 대신해 주었으니 어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소.“


 부문인이 태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동굴 속으로 다시 들어가자 물을 길어온 시하가 태현에게 물었다.

“정말 괜찮은거요?

어제 물렸을 때도 아무 이상이 없다하여 아니 물렸나 했지만, 이번에는 분명 물렸소.

또한 확실히 왕방울뱀이 맞았소. 

상처에서 독액이 흘러나오는 것도 보았으니 틀림이 없는데.“


물린 곳을 물로 씻어낸 후 살펴보던 시하가 고개를 흔들었다. 

“벌써 상처가 거의 아물어 잘 보이지도 않소.

물린 곳의 주변 근육과 피부도 아무 이상이 없구려.

뱀들이 알아서 피하지를 않나, 물려도 괜찮지를 않나 아무래도 공자가 독사의 왕이 되었나보오.

혹시 뱀처럼 이빨에서 독이 나오지는 않소?

싸우다 질 것 같으면 깨물면 되겠소.“


“이리 와 보시오. 

시하 당신의 팔을 깨물어 독이 있는지 시험해 봐야겠소.“


둘이 실없는 농으로 옥신각신하는데 동굴에서 나온 부문인이 벗겨진 뱀의 가죽을 내밀었다. 

“진룡의 가죽을 그대로 놔둔 것을 보니 소협께서는 홍염진룡의 눈에 대해서만 들으셨나 보오.

홍염진룡의 가죽은 가볍기가 거미줄 같고, 강하기가 강철같소.

하여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철로 된 칼과 창은 물론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병장기도 너끈히 막아낼 수 있다오.

오직 청운검과 같은 천하의 명검들만이 뚫을 수 있는 보물이지요.

시간을 들여 벗겨 내었소.

감사의 인사로 받아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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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2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6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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