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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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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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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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DUMMY

그림이 없어 표구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화방 주인의 말에 태현이 주인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림은 며칠 내로 구해드리리다.

화방 주인장은 그저 돈 세는 기쁨만 생각하시면 되오.“


밤이 되자 검은 옷을 입은 태현과 시하가 이환을 찾았다.

“어르신, 저희가 왔습니다.

오늘 계획한대로 스난치리의 집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예상과 다름없이 형산도가 걸려있었지요. 

형산도는 보고 즐기거나 자랑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듯 표구를 뒤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행일세. 

그간 얼마나 걱정을 하였는지 모른다네.“


“제가 부탁드린 그림은 어찌 되어 가십니까?”


이환이 벽장을 뒤져 형산도와 똑닮은 그림을 꺼내어 왔다.

“자네가 시키는대로 형산도의 모작을 그려봤네. 

오랫동안 간직하며 보아왔던  작품이라 비슷하게 흉내는 내었으나, 기억에만 의존하여 그린 탓에 많은 것이 부족하네.

또 내가 아무리 똑같이 그리려 노력한들 옛 천재 화가의 붓을 어찌 따라갈 수 있겠는가?

어디에다도 내놓지 못할 부끄러운 모사품이 되어버렸네.“


말과는 달리 이환이 그린 형산도는 일반 사람들의 안목으로는 진품과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닮아 있었다.

시하가 감탄하였다.

“원래 그림이랑 아주 비슷하오.

우리 이러지 말고 동업을 합시다. 

영감은 여기서 당나라 때의 유명한 그림을 그리시오.

나는 진품이라 속여 스난치리에게 팔테니 우리 둘이 부자가 되어 봅시다.“


태현이 시하의 말을 끊고 이환에게 왕유의 산수도를 내밀었다.

“형산도는 제가 가지고 가 낙관을 찍고 표구를 한 후에 세월의 흔적을 덧붙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제 산수도의 모작을 완성해 주십시오.

삼일 후 제가 송경을 하나 준비할 것입니다.

송경에도 기억하시는 대로 그림을 그려주시면 됩니다.“


“대체 모작으로 무엇을 하려는 지 모르겠네.

모작이 있다한들 어찌 삼엄한 경계를 뚫고 진품과 바꿀 것인가?

또한 바꾼다한들 그자가 매일 보며 즐길 것인데 어찌 진품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눈치채지 못하겠는가?“


“진품과 바꾸는 것은 저희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모작을 걸어놓는다 한들 스난치리는 알아채지 못할 것입니다. 

그저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한족의 귀족들과 비슷한 취미와 식견을 가졌다고 자랑하고 싶을 뿐, 그림을 보는 눈을 아직 갖추지 못한 듯 합니다.

귀한 그림을 모아 쌓아놓고 자랑에만 사용하는 터라 그림의 세세한 차이를 알야내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송경은 선반 아래 처박혀 있어 설마 사라진다 한들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스난치리나 측근의 자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저희가 따로 방법을 생각해 두었으니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그렇게 이환은 그림을 그리고, 화방 주인은 표구틀을 만들어 붙였다. 

만들어진 형산도와 산수도, 송경을 늘어 놓고 태현과 시하가 흡족해 하였다.

화방 주인이 머리를 긁었다. 

“모사된 그림이 매우 훌륭하여 진품과 유사하나, 아무리 보아도 새로 그린 그림으로 보이니 믿지 않을 것입니다. 

공자님들께서는 생각해 둔 방법이 있으십니까?“


“아직 없네.

하지만 이제라도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않겠나?

아무튼 주인장은 신경쓰시지 마시게.“


마침내 약조한 날이 되어 태현과 시하가 화방주인과 함께 왕유의 산수화를 들고 스난치리의 집을 찾았다.

스난치리가 얼굴에 가득 웃음을 짓고 두팔을 벌려 그들을 맞았다.

“어서 그림을 보여주시게나.

여기 약조한 금자 육십냥을 드림세.“


그림을 보고 탄복하던 스난리치가 산수화를 형산도 옆에 나란히 걸었다.

“공자가 보기에는 그림의 배치가 어떠한가?”


“큰것과 작은 것이 조화를 이루고, 음과 양이 어우러지니 좋은 자리입니다.

또한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가까이 있으니 아주 좋습니다. “   


흡족해하는 스난리치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온 태현이 화방주인에게 금자 스무냥을 주었다.

“진품인 산수도의 판매를 무사히 거간하였으나, 화방주인장의 일은 아직 반이 남았네.

송경과 표구들만 마무리를 잘 해 준다면 스무냥을 더 줄것이네.

주인장은 그저 산수도를 거간하였을 뿐 다른 일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니 누군가 무엇을 물어도 말해줄 바가 없을 것이야.

일을 끝마치면 금자에 파뭍혀 영화를 누리는 일만 남았네.“


그날로부터 태현과 시하는 그림을 판 돈으로 마음껏 즐기었다. 

시하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새로운 식당을 찾아가 식당의 모든 음식을 주문하여 먹었다.

구운 오리, 삶은 소와 찐 돼지, 말린 양과 같은 육류는 조개, 새우, 생선을 섭렵하고, 채소와 곡물을 먹은 후에 배가 부르면 갖가지 차를 마셨다.


태현 또한 대도에서 빚는 모든 술을 다 마실 심산인지 마시고 또 마셔 대었다.

마시다가 옆 탁자의 손님에게도 술을 사고, 뒷 탁자의 사람들에게도 안주를 샀다.

때로는 동네 개들에게도 선심을 베풀었다. 

그러니 대도 바닥애서 음식 장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둘을 손님으로 맞고자 노력할 지경이 되었다. 


이 소문은 스난리치에게도 들어갔다.

“동북촌에서 온 가난한 것들이 부자가 되어보니 정신을 못차리는구나.

그런 어리석은 자들에게 귀한 보물을 값싸게 얻었으니 모두 내 덕인 것이지.

행여 그자들이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더라도 나를 보아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라 일러 두어라.“


엿새 째 되는 날 밤에 태현과 시하가 이환의 집에 보관된 그림을 꺼내었다.

시하가 오래 발효시킨 찻잎을 뜨거운 소금물에 우려내었다.

그렇게 만든 농도 짙은 액체를 그림과 액자, 송경 뒷면에 꼼곰히 펴 발랐다.


태현이 시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환에게 부탁하였다. 

“그늘진 곳에서 하루를 말리고, 아침과 저녁 햇살에 이틀을 잘 말리면 색이 조금 바래어 마치 세월을 맞은 듯 보일 것입니다. 

그림에 세월을 더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대도의 모든 음식을 시켜 실험하느라 시하 낭자의 몸무게가 다섯근이나 늘었지 뭡니까?

참, 송경에는 먼지가 쌓이도록 광에 놔두는 것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객잔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현은 시하에게 복부를 가격당했다.

“다섯근이 늘었는지, 두근반이 늘었는지 공자가 재어보았소?”


아흐레날 오후부터 내린 비는 밤이 되어 더욱 심해졌다.

태현과 시하는 비에 더욱 고무되었는지 밤늦게까지 사람들에게 술과 음식을 사며 흥겨이 놀았다. 


비와 바람이 거칠어 사방이 칠흙같은 밤에 두개의 그림자가 밤과 뒤섞였다.

태현과 시하가 스난리치의 집 담을 건너 별채 기와에 올랐다.

별채부터 그림이 있는 안뜰의 화실까지는 사병 수십과 개들이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탓에 사병들은 쉬고 있었고, 사나운 개들도 저마다 처마 밑에 몸을 웅크린 채 비를 피하고 있었다. 

태현과 시하가 지붕을 날아 이동하자 개 한마리가 수상한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폈다. 

태현이 만두 하나를 던져주자 개가 두어번 씹고는 날름 삼키었다.

그렇게 개들이 그들을 눈치챌 듯 할 때마다 태현이 만두를 던져주었다.


“대도에서 먹은 술 중 가장 잠이 잘 오는 독주를 만두 안에 넣었소.

개들이 독주의 냄새를 싫어하니 개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고기와 섞어 만두에 넣었지요.

개들이 만두와 고기 맛에 반해 그대로 삼키었으니, 독주가 속에서 힘을 발휘하여 금방 잠 재울거요.

적당한 조합을 알아내느라 대도의 모든 술과 만두를 먹지 않았겠소?“


태현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시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공자는 얼마 전 개가 인간의 친구이니 뭐니 하며 다른 이들과 시비까지 붙지 않았소?

그런데 개들에게 인간도 힘겨운 독주를 먹인다는 말이오?“


“인간의 친구이니 술을 나누어 주는 것 아니겠소?

술을 나누는 것은 벗만이 할 수 있는거라오.“


“이는 분명이 개를 학대하는 것이나 진배없으나 오늘은 더 중한 일이 있으므로 그냥 넘어가겠소.

일단 빨리 갑시다.“


그림이 보관되어 있는 화실 지붕에 올라 살피니 사병들은 꾸벅 꾸벅 졸고 있었고, 개들도 취하여 비틀거리거나 머리를 괴고 자고 있었다.

틈을 노려 방으로 잠입한 후 가져간 모작과 진품을 바꾸어 달았다.


새로 건 형산도와 산수도에 빗물이 떨어지도록 기와장을 소리나지 않게 부수고 려위산을 사용하여 지붕에 구멍을 내었다. 

방향을 계산해 뚫린 천정 구멍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형산도와 산수도를 한방울씩 적시었다.

세찬 빗소리는 모든 소리를 덮어주었으며 개와 사병들은 세상 모르고 편히 쉬었다.


폭풍우를 둟고 이환의 집에 도착하였다. 

이환이 형산도를 받아 들고는 표구된 비단을 뜯어내었다. 

안에서 송나라의 재건을 바라는 한족들의 연명부가 나왔고, 이환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사이 시하가 송경을 이리 저리 돌리고 만지며 단서를 찾아보았다. 

어느 순간 송경이 열리고 가죽 주머니와 종이 한장이 툭하며 떨어졌다. 


종이를 펴니 정 단주의 글이 나타났다.

“근래에 선묘단의 비밀을 파헤치고, 나의 목숨을 노리며 단주의 자리를 탐하는 세력들이 암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들이 만약 선묘고를 열더라도 쉬이 찾을 수 없는 귀한 약재들이 없다면 함부로 만독보명단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이에 황금옥의 가루를 이 송경에 숨기어 대도의 이환에게 보낼 것이다.

이를 임대증에 기록한 후 진해와 시하에게 알려 후일을 도모케 할 것이다.

훗날 이 서신을 찾은 선묘단원은 반드시 단주의 유지를 따를 것을 명하노라.“


가죽 주머니 안의 황금옥 가루를 확인한 태현이 탄식하였다. 

“정 단주는 차마 진해 공자와 시하 낭자에게 이 사실을 전하지 못하고 독살을 당한 것이구나.”


송경은 이환의 집에 보관하고, 왕유의 산수화는 태현이 가져가기로 하였다.

형산도 역시 이환의 집에 보관하자고 말하였으나 정작 이환이 반대하였다. 

“만일 우리 집을 뒤지기라도 하여 형산도가 나온다면 그야 말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겠나?

자네들은 곧 대도를 떠나 낙양에 간다하였으니 자네들이 가져가는 것이 훨씬 안전할 것이네. 

여행에 표구 틀과 봉까지 가져가기는 어려울 테니 그림만 비단에 싸서 가져가고, 나머지는 내가 불태워 없애겠네.“


다음날 태현과 시하가 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밤 폭우에 스난치리의 집에 물이 새어 난리가 났다던데.”


“아니, 그냥 물이 샌 것이 아니라, 그 자가 최근 비싼 돈을 주고 산 그림 두점이 완전히 망가졌다더라고.

스난치리가 그림을 붙잡고 빗속에 마차를 달려 화방에 갔는데 이미 다 찢어지고 번져서 방법이 없다고 했다는구만. ”


“그림 한점이 기와집 다섯채 값이라던데.”

“아니 그럼 두점이면 열채란 말인가?”

“저기 우리에게 술과 밥을 사주던 공자들이 판 그림이라는 말도 있어.”


태현이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시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보시오 공자.

만일 우리에게 산 그림이 망가졌다면 행여 스난치리 대감이 우리에게 돈을 물어내라 할지도 모르겠소.

이치에는 맞지 않으나 사람이 흥분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 아니오?

우리는 그간 술과 밥을 먹고 즐기느라 돈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그런 일이 생기면 낭패가 아니오?

대감이 우리를 찾기전에 빨리 떠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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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8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3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3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1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53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8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9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3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4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3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8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8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50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1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61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8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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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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