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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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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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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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DUMMY

방주의 물음에 임문유가 답했다. 

“지금 유 공자를 죽이는 것은 유지를 따름이 아닙니다.

조상의 유지는 흑요충의 만류귀심경이 본 방의 백화향풍검법보다 약하다면 후학을 없애 무학의 맥을 절멸하는 것입니다.

또는 본 방의 무학보다 강하다면 이를 흡수 통합하여 본 방의 무학을 발전시키는 거름으로 사용하며, 결국 만류귀심경의 맥은 단절시키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유공자는 아직 내공이 낮아 두가지 무학의 강하고 약함을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습니다.


만약 본 방의 무학이 만류귀심경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죽여버린다면 무학을 반전시킬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공자가 충분히 내공을 발전시킨 후에도 본 방의 무학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때 죽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유 공자가 만류귀심경을 없애지 않고, 동굴 속에 숨겨 놓았으므로 훗날 만류귀심경이 우연히라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자가 만류귀심경을 익히게 될 것이니 아예 유 공자를 혼인으로 엮어 본 방의 무학에 흡수 통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합니다.“


“첫번째 방법은 유공자의 내공이 어느 정도 쌓여 무학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구나. 

두번째는 유공자를 본 방의 문하생과 결혼시켜 만류귀심경을 알아내자는 것인데 과연 누구와 혼인시킬 것인가?“


“소방주로써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방주가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치자 탁자에 손바닥 모양의 구멍이 생겼다.

“아니된다. 스물 다섯을 넘길지도 모르는 자와 어찌 가약을 맺는다는 말이냐?”

“스물다섯이 가까워졌는데도 죽지 않으면, 그 때 여러 의원으로 하여 건강 상태를 진맥케 하고 오래 살 듯 하면 그 때 혼인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얼굴만 보고 남자를 고르면 아니 된다고 내가 누누히 말하지 않았더냐.

용모가 반반한 사내치고 제대로 된 놈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또한 저런 용모를 가진 자는 뭇 여인네들이 매양 집적대어 네가 심히 속을 썩일 것이다.

벌써 시하 또한 저자와 오래 여행하며 깊은 관계를 맺었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


“얼굴만 보다니요? 

저 자는 재산 또한 부유하며, 오래 지켜본 바 머리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야지요.

눈 웃음을 친다면 눈을 파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시하와는 아직 사제 사매 관계 이상은 아닌 듯 합니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죽을 지도 모르는 이 곳에 혼자 보내지는 않았을테니 말이지요.“


향진방주가 껄걸 웃었다.

“그래?

혼인은 앞으로도 수년이 남았으니, 유 공자의 무공이 올라설 때까지 기다리자는 네 말이 합당한 듯 하다.

유 공자를 살려주시게.”


백 장로가 태현의 목에 겨누어진 칼을 치웠다.

태현은 자기 의사는 왜 묻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었으나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죽이지도 않는다 하였으며, 스물 다섯 이전에는 혼인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 때가 되더라도 회피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방주가 태현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공자가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무례하진 않았나 모르겠네.”


“저녁 늦게 데리고 와서는 두차례나 비무를 시키고, 목에 칼을 겨누며 죽일지 말지, 혼인을 시킬지 말지를 토론하신 후 살려 주셨는데 어찌 무례를 말하십니까?

소생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말에 섭섭함이 가득하니 내가 사과하겠네.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하나 주지.

향진방이 전국 최고의 정보 수집집단임을 알테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무상으로 대답해 줌세.“


태현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물어보아야겠고 생각하다 임문유와 눈이 마주쳤다. 

평상 시와 달리 임문유는 태현과 눈이 마주치자 홍조를 띠며 고개를 돌렸으나 태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임문유에게 따로 물어보는 것이 훨씬 나을 듯 싶어 질문을 바꾸기로 하였다.

“제가 이 곳 서경에 온 것은 정단주의 유품에서 ‘서경 임가, 대왕의 단검.’이라고 적힌 쪽지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방주께서는 혹시 이 문구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방주의 눈이 반짝거렸다.

“서경의 임가는 나 임상진을 말하는 것이네.

또한 대왕의 단검은 광개토 대왕이 전쟁에 나가시기 전 제물의 피를 내는데 사용하셨던 단검이네.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원하는 검으로 대왕께서 늘 소중히 간직하신 보물이라네.“


“방주께서는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그 물건을 방주가 가지고 계시는 것인지요?“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뿐이네.”

방주가 차갑게 입을 닫아버리려다 매섭게 째려보는 임문유와 눈이 마주치고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알려 주겠네.

일년 전 내가 개경에 기거할 때 정단주가 한밤중에 약조도 없이 나를 찾아왔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대왕의 단검을 맡겼지.

아무래도 자기를 노리는 자들이 있는 듯 하다며, 선묘단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분산하여 보관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나를 찾아왔노라고 말했네.

이 단도는 선묘고의 중요한 열쇠 중 하나이니 잘 보관하고, 훗날 자기가 어찌 된다면 유지를 받들 자가 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하였다네. 

나야 귀한 보물을 실컷 볼 수 있는 기회이니 거절할 일이 아니었지.“


“지금껏 저희가 임대한 보물을 찾아다닌 이유는 선묘고의 개방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알아낸 것이라고는 손자병법의 몇 구절 밖에 없습니다.

병법의 구절들은 보물들에 적혀 있거나 숨겨져 있었지요.

대왕의 검에도 혹 비밀스러운 구절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지금껏 알아낸 구절들은...“


향진방주가 손을 들어 태현을 제지했다.

“말하지 말게. 

괜히 나까지 헛된 욕심을 부리면 아니 되니 말일세.

또 이곳에는 우리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이 많네. 

자네는 사람을 너무 쉬이 믿고, 지나치게 입이 가벼운 듯 하군. 

사윗감으로는 아무리 봐도 낙제인데 말이지... 쯧쯧.“


혀를 차며 잠시 밖으로 나갔던 향진방주가 보함을 들고 나타났다.

보함속에는 광개토 대왕의 단검이 보관되어 있었다.

칼날이 낫의 반대방향으로 휘어져 있는 독특한 모양의 단검이었다.  

태현이 감복한 표정으로 단검을 들어 이곳 저곳을 꼼꼼히 살피었지만 글자는 한 자도 적혀 있지 않았으며, 

손잡이는 굳게 결합되어 있어 비밀 종이가 들어있지 않은 듯 했다.

태현이 보함에 단도를 넣어 돌려주었다.


향진방주가 물었다.

“그래, 유서방 아니 유공자는 정단주의 유지를 받들어 선묘고를 열고 단주의 자리에 오를 생각인가?”


태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정 단주님을 뵌 적도 없는지라 유지 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저 선묘고에 소생을 치료할 약이라도 있을까 하여 궁금했었던 것에 불과합니다.  

유지는 진해 공자나 시하 낭자가 받느는 것이 맞을 듯 싶습니다.“


“그렇군. 잘 알겠네.

훗날 단검이 필요할 날이 오면 다시 찾아오게.“


향진방주가 임문유를 바라 보았다. 

“쯧쯧, 보아라. 문유야.

네가 혼인까지 생각하고 있는 저 사내는 이토록 야망도 없구나. 

그래도 사람은 나쁘지 않은 듯 하니 그것은 다행이구나.“


태현이 인사를 하고 객잔으로 돌아가려는데 임문유가 배웅하였다.

“보시오. 유 공자. 

아까 제가 한 말을 허투로 듣지 마십시오.

이후 공자께 접근하는 여인들은 목숨이 위태로울 것입니다.“


“아니, 임공자. 아니 임소저.

우리가 아직 무슨 약조를 한 것은 아니지 않소?

또 사람을 해한다거나 그런 무서운 말씀은 하지 말아주시오.

무섭소이다.“


“그러니 여인들에게 질질 웃음을 흘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섭기로 따지면 시하 낭자만 하겠습니까?

자신을 닮은 여인에게 독을 먹여 이처럼 몇개월 동안 숨만 붙어 있게 한 것이 아닙니까?

정작 자신은 공자와 방방곡곡을 놀러다니면서 말입니다.“


그 시하가 그 시하가 아니라고 말해봐야 설명만 복잡해질 듯 하여 일단 수긍하는 척하고 객잔으로 돌아오니 시하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소리를 죽여 자리를 피고 눕는데 시하가 깨었는지, 잠꼬댄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용케도 살아왔구려.

살아 돌아왔으니 되었소.

새벽까지 오지 않았다면 내가 구하러 갔을 것이오.“

그리고는 옅게 코를 골며 다시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 시하에게 임문유에 대한 것만 빼고 소상히 말해주었다.

특히 단도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였다. 

열심히 듣고 있던 시하가 눈을 반짝거렸다.


“이제 우리는 개경으로 갑시다.

가서 선묘고에 가 봅시다.

우리가 아는 단서들이 어떻게 사용될지를 알아야 이후 계획을 짤 수 있을 듯 하오.

그래야 나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소?

지금의 모습도 꽤 익숙해 지기는 했소만 그래도 전의 내가 그립다오.“


떠날 준비를 마치고 조반을 먹고 있는데 임문유가 남자의 복색을 하고 태현 옆에 앉았다. 


“임공자. 어서 오시오.

여기 국밥이 따듯하고 짭조름하며 시원하니 한 그릇 하시오.“


“아닙니다.

저는 유 공자께서 끼니를 거르시지는 않나 보러 온 것 뿐입니다. 

이제 개경으로 떠나시는 것입니까?

제가 멀리서라도 지켜 드려야 하나, 방주게서 다른 일을 지시하시어 돕지 못함을 이해해 주십시오.“ 


시하와 임문유의 눈이 허공에서 사납게 얽혔으며, 태현은 공연히 목이 메어 밥을 제대로 넘기기 힘들었다. 


몇달만에 돌아온 개경 집의 공기는 반갑고 아늑하였다.

마당을 쓸던 만척이 태현을 끌어안고 기뻐하다 태현의 팔을 만져보고는 흠칫 놀랐다.

“아니,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잔가지 같던 팔뚝이 이리 커지셨습니까?”


고모께 문안 인사를 드린 후 시하와 앞일을 논의 하였다.

“우선 유 공자는 중앙장로 설지한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파악해보오.

설지한은 시하가 잠들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나는 같이 가지 않고, 여기서 앞으로의 계획을 만들어 보겠소.“


설장로는 버선발로 태현을 맞았다.

“어서 오시게.

어떻게 보명단이나 선묘고 열쇠의 흔적은 찾았는가?“


태현이 자세히 이야기할까 하다가 향진 방주의 조언이 떠올라 말을 삼키었다.

“한두가지 알아낸 것도 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알게 되더라도 그것을 원에 있는 진해 공자께 알려주어 공자가 단주가 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진해 공자야 말로 전 단주님의 유지를 받들 수 있는 분이라 들었습니다.“


설장로가 태현의 손을 부여 잡았다.

“고맙네. 정말. 

선묘단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네.

이인암은 단지 단주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듯 하네.

하루 종일 선묘고 앞에서 문을 여는 방법만을 고심하고, 저녁에는 선묘단의 자금으로 원의 사신과 관리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다네.

선묘고의 보물들을 활용하여 원에 줄을 대고 개인의 영달을 꾀할 생각인 듯 하이.

자칫 그 자가 선묘고를 열기라도 하면 그 동안 단주가 준비한 여러 가지 것들이 모두 거품이 될듯 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세.

그나저나 자네의 손에서 강한 기가 느껴지네.

어찌 몸도 좀 달라진 듯 하고. 

여행 중 기연을 만났것인가?

참으로 축하할 일이야.“


태현이 시하에게 설장로와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시하가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오늘 밤에 선묘고에 가 봅시다.

혹시 아오?

무슨 단서라도 찾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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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2 1 12쪽
»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7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0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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