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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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작품등록일 :
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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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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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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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DUMMY

잠시 후 시하가 태현이 숨어있는 지붕 위로 올라와 몸을 낮추었다.

별거 아니라는 표정과 달리 숨을 헐떡였다.


태현의 눈빛을 눈치채었는지 묻지도 않은 설명을 늘어놓았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는데, 사나운 개들이 저리 많은 줄은 정녕 몰랐소.

멍청하여 멍멍 짖는 것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개들이 냄새를 어찌 잘 맡는지 떼를 지어 쫓아오는 터에 깜짝 놀랐지 뭐요.

사람이었을 때 덤볐다면 주둥이를 때려 혼찌검을 내 주었을텐데 몸집이 아담하고 귀여운 고양이에게 떼로 덤비니 피할 수 밖에 방법이 없어 매우 아쉽구려.“


개들이 지붕을 향해 짖어대는 터에 서둘러 몸을 피하여야 했다.

사병들이 사다리를 타고 지붕을 확인하였으나 아무 것도 없자 개들을 타박하였다. 


“이 놈의 녀석들. 그맞 짖거라.

어디 도둑 고양이라도 본 것이냐?

아니 귀신이라도 나타났느냐?“


시하와 머리를 맞대었으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이환을 찾았다. 

“오늘은 침입에 실패했습니다.

방이 백여칸을 넘으니 개들을 피해 일일히 확인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최소한 송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개들을 피해 안으로 잠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이환이 입을 열었다.

“스난치리 그 자는 몽고인이나 무예나 운동시합 대신 옛 그림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네. 

나의 형산도 또한 늘 탐을 내었지.“


“그럼 그 자가 어르신의 형산도를 노려 어르신을 모함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함이라고 할 수는 없지.

나 역시 송의 후예로서 원을 몰아내는 것을 소원으로 여기고 있으니 말일세.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모두 말을 해 주겠네.

내가 형산도를 바라는 이유는 형산도 자체가 목적이 아닐세. 

형산도를 표구한 비단과 비단 사이에는 나와 뜻을 함게 하는 사람들의 연명부가 담겨있다네.

만일 그것이 스난치리에게 발각된다면 많은 이들이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야.

나는 죽어도 미련이 없지만 많은 이들이 모진 고초를 당하고 죽음에 이를까 노심초사라네.“


시하가 태현을 보았다.

“스난치리가 그림에 조예가 깊다면 공자가 가진 그림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소?

지난 번에 구해준 못생긴 여인네가 감사하다며 준 그림있지 않소?“


태현이 품에서 비단을 꺼내 왕유의 산수화를 펼치니 이환이 크게 감탄하였다.

“왕유의 산수화가 당나라 그림 중 으뜸이라 하더니 정말이지 아름답구나.

이 구도와 힘차면서도 섬세한 붓질과 여백을 보게나. 

마치 산은 꿈틀거리고 강물과 구름은 흐르는 듯 하네.

나무와 풀들은 바람에 잎을 떠는 것처럼 생생하지 않은가?“


태현도 이환의 말에 동의하였다. 

“정말 대단한 그림이 분명합니다.

당나라 그것도 왕유의 그림이라면 이 곳 대도에서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합니다. 

저자 거리에서 이 그림을 팔겠노라 소문을 내야겠습니다.

그리하면 스난치리 그 자가 관심을 갖겠지요.“


다음날 오후 태현과 시하가 대도에서 가장 큰 화방을 찾았다. 

“이 곳에는 어떤 그림들이 있는가?”


“송나라의 화가 장택단의 ‘동경명승도’의 모작이 있습니다. 

또한 그의 화풍을 따라한 그림들도 여러점 있습죠.“


“모작 말고 진품은 없는가?”


“왜 없겠습니까?  

송나라의 그림이라면 이청의 ‘고산도’ 연작 중 두점이 있습니다.“


“송나라 말고 당나라의 그림은 없는가?”


“당나라의 그림은 남아 있는 작품은 많지 않으나 원하는 이가 많아 보이는 족족 금값으로 팔려나가오.

그러니 모든 당나라 그림은 권문세가 댁의 안방에나 걸려 있을 것이오.

나 역시 거진 두해 동안이나 당나라 그림을 본 적이 없다오. 

그런 기본적인 것들도 잘 모르는 듯 한데, 그림을 살 마음이 있기는 한거요?“


시큰둥하여 말이 짧아진 화방 주인 앞에 태현이 왕유의 산수화를 펼쳤다.

한참을 꼼꼼히 살피던 화방 주인이 태현의 손을 부여잡았다.


“공자님. 이 것은 왕유의 그림이 분명합니다.

어찌 이 귀한 것을 구하셨습니까?

아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발 이 그림을 제게 팔아 주십시오. 

제가 금자 스무냥, 아니 스물다섯냥에 사겠습니다.“


 “나는 이 그림이 족히 금자 오십냥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이 귀한 그림을 아무에게나 팔수는 없지 않겠나?

그림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돈만 많은 자가 이 그림을 소유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말이지.

고매한 인격을 가지고 벗과 함께 이 그림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그런 분에게만 그림을 팔겠네.

주인장이 좀 알아봐 주겠나?

내가 거간비로 그림값의 2할을 주겠네.“


그 날 이후 태현과 시하가 화방에 들를 때마다 화방 주인이 그림을 사고 싶다는 사람들의 명단과 금액을 불러 대었다.

“양주의 주천을 지냈던 마징 대감이 금자 서른두냥을 불렀습니다. 

또한 부윤을 지낸 장중위 대감 또한 금자 마흔냥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두분 다 인품과 명성이 훌륭한 분이시며 그림에 조예가 깊습니다.

허니 조금만 애를 태우면 오십냥도 받아낼 수 있을 듯 합니다.“


태현이 번번히 거절하여 이레가 흘렀다.

화방 주인이 짜증을 담아 태현을 맞았다. 

“오셨소?

그 그림을 정말 팔 마음은 있는거요?

이 사람을 이야기해도 시큰둥, 엄청남 돈을 이야기해도 시큰둥하니 말이오.“


“팔 것도 아니면서 나의 귀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겠소?

걱정말고 살 사람이나 찾아 오시오.

새로운 사람은 없소?“


“대도 동부 부윤인 스난치리 대감이 금자 오십냥을 불렀소.

하지만 스난치리 대감은 한족이 아닌 몽고인이요.

당나라의 그림을 한족도 아닌 몽고인에게 팔 일은 없지 않겠소?“


“어허.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함께 이야기 하는데 한족이면 어떻고, 몽고인이면 어떠하리.

나는 그런 편견이 없다네.

금자도 오십냥이면 주인에게 떨어지는 돈도 짭짤하지 않겠는가?

스난치리 대감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마음이 통하면 그림을 팔겠네. 

자리를 만들어 주게나.“


돌아서는 태현의 등 뒤로 화방 주인이 코웃음을 쳤다.

“고매한 인격 좋아하네. 

결국 가장 비싼 돈을 부른 자에게 팔겠다는 심보로구만.

나야 거간비나 받으면 된다지만은 저리 귀한 보물이 결국 몽고인에게 넘어가는구나.“


며칠 후 스난치리의 집에 태현과 시하, 화방의 주인이 초대되었다. 

차를 마시던 시하가 방을 둘어보았다. 


“이 곳에는 당의 그림은 커녕 송의 그림도 없소.

있는 것이라고는 청자 하나가 다 인듯 하오.“


태현도 말을 받았다.

“그나마 고려의 청자도 아닌 송의 청자인듯 싶습니다.

고려의 청자라면 일정한 고온을 유지하여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며, 투명하고 균일한 유약으로 특유의 아름다운 문양이 선명한데 말입니다.

대감께서는 나랏일이 과중하시어 진정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 하시기는 어려우신 듯 합니다.

저는 왕유의 작품을 그림도 모르는 분에게 팔 생각은 없습니다.“


스난치리가 껄껄 웃었다. 

“너무 검소한 방에 손님을 모시는 무례를 범했네.

이 방만을 보고 나의 식견을 의심하지는 말게나. 

그림을 보여주게.

그림이 내 마음에 든다면 나의 수집품을 보여 주겠네.

그러면 나의 취향과 식견을 알게 될 것일세.“


태현이 그림을 펼쳤다. 

한참동안 그림을 감상하던 스난치리가 고개를 들었다.

눈에는 경외감이 가득했다.


“산과 물이 아름다우나, 나는 구름이 더 마음에 드네.

구름과 안개가 서로 뒤섞여 신비롭기 그지없으니 말일세.

어찌 이리 절제된 색으로 온전히 자연을 담아내었을꼬.

보시게, 진정 왕유 화백은 산과 교감하여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지 않은가 말일세.

내가 그림을 보기 전에는 오십냥을 말하였네.

보고 나서야 내가 실수했음을 알았네.

얼마를 값으로 치르면 좋을지 말만 하게나.“


“그림에 대한 감상은 제 마음에 아주 쏙 듭니다.

저도 똑같이 느끼고 있지요. 

이제 다른 소장품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대감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스난치리가 내측 정원 깊은 방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문을 열자 커다란 방의 삼면이 그림으로 가득했다. 


왼족 벽 가장 중앙에 조맹부의 형산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산도 왼쪽에는 꽃을 담은 채색화가, 오른쪽에는 풍속화가 걸려있어 형산도를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웠다.

도저히 서화를 사랑하는 이의 배치라고 보기 어려웠다.

화방의 주인이 태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태현은 갑자기 형산도의 표구를 칭찬하였다.

“보시게. 주인.

이 표구가 그림과 정말 잘 어울리지 않소?

색깔과 무늬하여 그림을 해치지 않으며 그림을 돋보이는 표구요.

자세히 좀 봐 보시오.

주인도 이렇듯 표구할 수 있겠소?“ 


화방 주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태현이 스난치리에게 몸을 돌리며 감탄하였다. 

“이 풍속화는 그 유명한 장설의 그림이 아닙니까? 

어찌 이 귀한 것을 구하셨습니까?

정말이지 안목이 높고 취향이 고고하십니다.“


태현이 방안을 여기저기 둘어 보았으나 송경이 보이지 않았다. 

시하가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니 문 옆 선반 맨 아래칸에 거울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그림이 있는 쪽이 아닌 거울 방향으로 돌려 놓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거울에 먼지가 자욱한 것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태현이 방에서 나와 인사했다.

“대감의 수집품에 깊이 감복하였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라도 대감께 그림을 드리고 싶지만, 다른 두 곳에서도 그림을 청한 바 그 곳들을 다녀와 열흘 후 최종으로 그림을 판매할 곳을 정할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미 대감이 주인이나 다름없지만 형식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편 쪽에서는 금자 육십냥을 불렀기에 대감께는 그 이상을 받아야겠으나, 예술을 사랑하고 그림의 조예가 깊으신 대감께 그림을 맡기는 것이니, 딱 육십냥으로 모시겠습니다.   “


스난치리가 흡족한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집을 나서자 화방 주인이 태현의 팔을 잡았다. 

“공자님들께 실망이 아주 큽니다.

저 자가 그림에 문외한인 것을 정녕 눈치 채지 못하였습니까?  

문외한인 정도가 아니라 그림을 보관해 놓은 것을 보니 저 귀한 보물들을 망치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아플 지경이오. 

그림에 대한 감상평이 마음에 든다 하셨습니까?

그 감상은 제가 해 준 말입니다.

정녕 당나라의 보물을 저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팔아 버릴 생각이십니까?“


태현이 화방 주인의 손을 잡았다. 

“역시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그러니 주인장말대로 이 그림을 스난치리에게 파는 것은 개발의 편자와 같을 것이네.

돼지 목에 진주는 필요치 않지.

그런 의미에서 나와 일을 하나 꾸미지 않겠는가?

사례는 충분히 할테니 염려하지 마시고.

다만 너무 깊이 알면 주인장이 곤란해질 수 있으니 아무 것도 묻지 마시게나.

그저 뒷면이 비어 있는 이 정도 크기의 송경을 하나 구해주오.


또 아까 내가 보라하던 형산도의 표구를 기억 하는가?

그것과 동일한 틀을 만들어 주면 되네.

비단과 나무걸이 모두 형산도의 것과 동일해야 할 것이야.


또한 왕유의 산수화는 주인장이 직접 표구해 주시게.

그리고 동일한 표구를 한벌 더 준비해 주시구려. 

만일 일이 잘 된다면 그림을 판 값의 이할이 아니라 오할을 줄 것이네.“


“무슨 위험한 일을 꾸미시는가 봅니다.

하지만 금자가 서른냥이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겠지요.

어떤 일을 꾸미시는지 궁금해 미치겠습니다만, 아무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송경은 바로 구할 수 있습니다. 

형산도의 표구 방식 또한 똑똑히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림이 없지 않습니까?

그림만 있다면 이틀만에 똑같은 표구틀을 만들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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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8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3 1 12쪽
»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9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3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3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1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53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8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9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3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4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3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8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3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8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50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9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61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5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61 1 12쪽
21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2) 24.08.13 58 1 12쪽
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9 1 12쪽
19 살려는 드리리다 2 24.08.11 62 1 12쪽
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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