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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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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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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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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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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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DUMMY

홍염진룡의 붉은색 가죽이 햇빛 속에서 신비롭게 빛났다. 

태현이 받아들었더니 폭이 일곱척이 넘고 길이가 다섯장이 넘는 가죽이 마치 종이장처럼 가벼웠다. 

잠시 신비로운 가죽을 보며 감탄하던 태현이 가죽을 부문인에게 돌려 주었다. 


“저희는 이미 진룡의 눈이라는 기연을 얻었습니다. 

뱀의 사체를 버려두고 동굴을 떠났으니 저희와의 연은 끝난 것이지요.

이 후 무당의 제자들이 뱀 가죽을 벗겨 내었으니 무당의 것이 마땅합니다.

더구나 이 뱀은 무당 장문인을 해한 원수가 아닙니까?

응당 무당이 사용하는 것이 사리에 맞습니다.“


부문인이 부당의 제자들을 태현 앞에 불러 모았다. 

“장문인의 대행으로서 장문인께서 남긴 글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네.

장문인께서는 무당의 제자를 해한 마물을 처단하는 이에게 청운검을 맡기신 것이라 보이네. 

그러니 이 청운검의 주인은 이제 유 소협인 것이야.“


부문인이 청운검을 태현에게 내밀었다. 

“이 청운검은 대대로 무당의 장문인에게 전수되는 것이라오.  

비록 소협이 무당이 사람이 아니라고는 하나 청운검을 가지고 있는 한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또한 지금 소협께 무당의 사람이 되어 달라 청할 수는 없으나, 훗날 무당의 일원이 되는 것도 고려해 주시오. “


“저는 무당의 사람이 아니고, 청운검은 무당의 귀한 보물이니 받을 수 없습니다.

청운검은 응당 무당파의 새로운 장문인께 드려야 합니다.“

몇번의 옥신각신 끝에 장안에서 단주의 임대품을 확인하고, 약재를 구하여 고려로 돌아갈 때까지 청운검을 빌리는 것으로 합의 하였다.   


부문인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무당의 제자들은 청운검을 지닌 유 소협에게 사숙과 같이 예를 갖추어라.“


사람들이 절을 하자 태현도 당황하여 맞절했다. 

무당의 제자들이 추스린 뼈와 홍염진룡의 가죽을 가지고 무당으로 출발하였다.


적영아가 태협 앞에 홍조 띤 얼굴로 인사하였다.

“대협께서 조부의 원한을 풀어주셨으며, 저의 목숨을 구하셨고 이제는 청운검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조부의 손녀이며 목숨을 빛진 자로서, 또한 무당의 제자로서 언제나 대협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꼭 빠른 시간에 무당에 들러 주십시오.“ 


시하가 적영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혀를 찼다.

“아무리 보아도 인물로 따지나, 풍채로 따지나 천광호가 공자보다 몇배나 나은데 왜 공자에게 실실거리는지 도무지 모르겠소. 

아무래도 공자는 여인들에게 너무 과한 친절을 베풀며 끼를 부리는 듯 하오. 

내가 만일 온전한 시하였다면 당장 적영아의 긴 머리채를 삭뚝 잘라버렸을 듯 하오.“


태현은 자신에게 집적대는 여인은 죽여버리겠다던 임문유의 말이 떠올라 순간 뜨끔하였다. 


대도로 가는 길은 평탄하였으나 참으로 멀었다. 

오랫동안 말을 달린 후 드디어 대도의 남쪽에 있는 원대문에 도착하였다. 


원의 수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검사와 관리가 철저했으나, 타이친이 만들어준 호패와 여행증명서 덕분에 아무 문제없이 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대도의 광경과 시장의 물건들은 태현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하였다.


“시하 저기를 보시오.

저 높다란 것이 제사도 지내고 하늘의 천문도 살핀다는 천단인가 보오. 

정말 높이도 지었구려.“


“보시오. 보시오. 

원명궁이 저 방향인가 보오. 

우리 가서 얼마나 거대한지 구경을 좀 해봅시다.“


“세상에나. 

저 흰 백자를 보시오. 

고려의 청자만은 못하나 나름 기품이 있소. “


“봐봐. 시하야.

저기 약재상이 있다. 

저리 많은 약재가 있다니 놀랍지 않니?

가서 백화련과 황단옥이 있는지 물어 보자.

아니 물어 봅시다.

설마 내가 반말을 하지는 않았지요? “


시하가 오른 손을 들어 태현의 뒷통수를 노렸으나 한숨을 내쉬고 손을 거두었다. 


약재상 주인과 한참동안 이야기하고 나온 태현이 한숨을 쉬었다. 

“천하의 대도 시장에서도 백화련은 모른다하고, 청단목은 본지 10년이 더 되었다하며, 황단옥은 구할 수 없을 거라 하니 세상 일이 만만한 것이 없구려.”


실망한 태현을 시하가 타박했다.

“선묘단의 단주도 쉬이 구하지 못한 약재들을 약재상 한번 방문했다고 구할 수 있겠소? 

그나자나 태현이 넌 대도에 무슨 물건을 임대하였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거니?

아니, 궁금하지도 않소?

설마 내가 반말을 하지는 않았을테지요?“


“아까는 약재상을 발견해 반갑고 급한 마음에 말이 잛아졌소.

미안하오.

그나저나 우리가 대도에서 찾는 물건은 무엇이오?

나는 이번 중원 여행의 목적이 임대품이 아닌 약재를 찾는 것이라 생각해서 묻지 않았다오.“


“고려에서 원을 몰아내겠다는 목표를 가진 전임 단주가 왜 이 먼 곳까지 귀한 보물을 빌려주었는지 나는 참으로 궁금하오.

그 임대품을 찾아 연유를 밝힌다면 단주의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소.

우리가 찾는 것은 송경이라는 송나라의 거울이지요. 

거울의 뒷면에 이름난 화백들의 풍경화를 그려 넣은 것이지요.


특히 우리는 이환 이라는 자가 가진 송경을 찾아야 하오. 

이환은 송나라가 원에게 멸망할 때 끝까지 저항하였던 이무의 후손이라 하며 대도에서 행정서기를 지낸다 하는데 확실치는 않소.

객잔에 도착하여 물어 봅시다.“


과연 대도의 객잔은 크고 화려하였다. 

태현은 백주와 만두를 시켰고, 시하는 며칠 동안이나 노래를 불렀던 대도의 오리구이를 주문하였다. 


“겉은 잘 구워 황금색이오, 속은 잘 삶겨진듯 붉구나.

씹을 수록 깊고 진한 풍미가 입안에 춤을 추노니.

빛깔과 향기, 그리고 맛이 어우러져 예술이 되었구나.“

시하가 감탄하며 여섯접시를 해치우고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하기에 태현이 점원을 불렀다.


“여기 오리구이를 한접시 더 주시게.

그리고 혹시 이환이라는 행정서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시하의 먹는 모습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점원이 태현의 질문에 황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체 누구신데 그리 큰 소리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시는 겁니까?

정녕 큰 일을 당하시려 작정하신 거요?“


태현도 덩달아 목소리를 깔았다.

“왜 그 분이 어떤 분인데 그러시오?”


“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묻지도 마시오.”


서둘려 자리를 피하려는 점원에게 은자를 한냥 쥐어주자 점원이 주위를 살폈다.

“이따가 해시가 넘으면 객잔의 식당이 문을 닫고 청소를 할 것이오.

청소가 끝날 때 저기 보이는 주방의 뒷문 밖으로 조용히 오시오.“


해시를 조금 지나 청소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주방의 뒷문으로 나가니 잠시 후 점원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환 어르신은 최근 원에 대항하는 세력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아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자기 집에서 쫒겨나 좁디 좁은 초가에 감금되었다오.

지금은 가족조차 만나지 못하도록 원나라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하오.

그나마 직접정인 증좌가 나오지 않았기에 그 정도로 끝났지, 뭐라도 나왔다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거요.“


다음 날 낮에 점원이 알려준대로 길을 찾아 이환의 집 근처를 둘러 보았다. 

가시 덤불로 벽과 문을 막았고, 출입하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붉은 벽보가 섬칫했다.

멀찍이 서서 분위기를 살폈지만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원의 병사들이 한시진에 두세번 지나가며 행여 출입하는 이들이 없는지 감시하였다. 


밤이 되어 검은 옷으로 갈아 입고 이환의 집으로 향했다. 

가벼이 담을 넘어 방문을 두드리니 낡은 옷이지만 눈빛이 맑은 중년의 사내가 방문을 열었다.

둘을 본 이환이 놀라지도 않고 담담히 말했다. 

“죽이러 온 것이냐? 

구차한 목숨을 구걸하지 않을테니 얼른 죽여라.“


태현과 시하가 재빨리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닫았다. 

“어르신, 저희는 고려인으로 선묘단원입니다.

정열안 선묘단주가 어르신께 빌려주었다는 송경을 찾으러 온 단주의 여식 정시하와 단원 유태현입니다.

어르신을 해하러 온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시하가 임대증을 펼쳐 보여주자 이환이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찾으러 여기 대도까지 온 것인가?

정 단주에게 어여쁜 여식이 있다더니 자네였군.

그래. 정단주는 여전히 안녕하신가?“


“정단주께서는 작고하셨습니다.

벌써 여러달이 지났는데, 아무래도 선묘단 내부 사람들에게 독살당한 듯 하나, 증좌가 없는 상황입니다.“


태현이 대신 답하자 이환이 깊은 함숨을 내 뱉었다. 

“정단주는 참으로 좋은 사람인데 너무 빨리 가셨군 그래.

우리가 함께 품었던 뜻을 펼치는 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송경을 나에게 빌려주었다네.

누구에게도 팔거나 주어서는 안된다 다짐을 여러번 받았지.

그러나 지금 송경은 나에게 없다네. 

내가 집에서 쫒겨난 후 나의 물건들은 대도의 부윤을 지내고 있는 스난치리의 집으로 옮겨졌다 들었네.

송경 또한 그곳에 있을 것이야. 

그런데 갑자기 송경은 왜 찾는 것인가?

정단주가 무슨 유지라도 남겼는가?“


이환의 질문에 태현도 시하를 바라보았다.

“이미 선묘고의 비밀을 풀었잖소.

그런데 송경에도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이오?“


“나도 확실하진 않소.

하지만 정단주의 죽음과 선묘단의 활동에 대한 단서가 담겨있지 않을까 하여 찾고 있는 것이오.

다른 보물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을 듯 하오.“


이환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빨리 왔다면 좋았을 것을···

스난치리는 대도 동부의 행정을 책임지는 고위 관리네.

집을 지키는 병사만 수십에 달할 것이야.

또한 나의 물건을 보자 청하면 큰 의심을 사게 될 것이네.

안타깝지만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군.“


시하가 미소지었다.

“그건 우리가 알하서 하면 될 일이고···

혹시 영감이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송경을 가지고 나올 때 같이 가져다 줄 수도 있고...“


이환이 머뭇대다가 답하였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말일세. 

내가 아끼는 그림 중에 조맹부의 형산도가 있다네. 

능히 조맹부의 걸작 모산도에 비할 만한 명작이라네.

그 그림을 가져다 줄 수 있겠는가?

물론 가능하다면 말일세.“


태현과 시하가 객잔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조반을 먹고 대도의 성내를 구경하는 양 스난치리의 집을 확인하였다. 

집은 수백칸이 될 정도로 넓었고 지키는 사병만 수십이었다. 


걱정하는 태현과 달리 시하는 천하태평이었다.

“수십이 아니라 수백이 지킨다한들 그 자들은 나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을 것이오.

그런데 무슨 걱정을 한단 말이오?“


밤이 되어 검은옷으로 환복한 태현과 시하가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스난치리의 집 뒤쪽에 도착하였다. 

태현과 시하가 가까운 기와 지붕으로 뛰어 올라 상황을 살피다가 시하가 고양이로 화하여 마당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고양이는 우아한 자세로 걸어다니며 저택의 이곳저곳을 확인하였다. 

‘컹컹’ 

‘웡웡’

사납게 달려드는 십여마리의 개들을 피해 고양이가 간신히 기둥을 타고 지붕으로 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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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2 24.09.12 28 0 11쪽
43 욕망을 감추면 선이고, 표현하면 악이 되는가 1 24.09.11 30 1 12쪽
42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2 24.09.10 32 1 12쪽
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1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36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6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5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1 1 12쪽
33 억지로 무릎꿇린 자는 반드시 일어서는 법이오 24.08.28 42 1 12쪽
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3 1 13쪽
31 선묘고를 열었으니 우리 이야기도 끝나나보오  24.08.26 51 1 12쪽
30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2 24.08.23 56 1 12쪽
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1 1 11쪽
28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2 24.08.21 45 1 12쪽
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49 1 12쪽
26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2) 24.08.19 47 1 11쪽
25 돈 놓고 돈 먹기가 나의 특기요 (1) 24.08.18 48 1 12쪽
24 나에게도 목표라는 것이 생긴 듯 하오 24.08.16 59 1 11쪽
23 내가 절망하지 않으면 이자도 죽지 않는다 24.08.15 54 1 12쪽
22 악의 나무가 자라기 전에 뽑아내는 것이 정의  24.08.14 5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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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과거지사로 눈물을 허비하지 말게 (1) 24.08.12 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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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살려는 드리리다 1 24.08.09 6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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