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백면서생, 중원을 제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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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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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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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DUMMY

두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타이친이 혀를 찼다.

“벗끼리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겐가?

내 것을 나눠 줄터이니 싸우질랑 마시게.“


타이친이 흰 종이와 노란색의 패를 내밀었다. 

“이곳 길림 백암에 내게 큰 빚을 진 한족이 몇명 있다네.

그자들에게 말하여 아들들의 호패를 받았지. 

또한 원의 관리에게 금자를 주고 이 여행 증명을 만들어 왔으니 이 둘을 가지면 중원을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야.

백무룡의 아들 이십이세 백운석과 연지영의 아들 이십일세 연우한이니 이름과 나이를 잘 기억하시게.

이 두사람은 몇년 전 병환과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태현이 감사 인사를 하고 호패와 증명서를 품안에 넣자 타이친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두 사람이 어떤 연유로 중원에 가는지 묻지 않겠네.

하지만 원나라 기병들을 척결해 고려인들을 구한 것을 보니 두 사람이 원에 대항하여 큰 일을 꾸미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네.

우리 여진은 각 부족들이 협력하지 못해 결국 원에 굴복하여 무릎을 꿇고 복속되었으나 많은 이들이 원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구고 있지.

그래서 늘 원에 대항해 나라를 유지하고 있는 고려를 부러워 하였지.

이제 자네들은 나의 형제이네. 

자네들이 원에 대항해 깃발을 드는 날 나 역시 자네들과 그 뜻을 함께 하겠네. 

그리고 어제 보았던 원의 관리놈이 아무래도 자네들을 의심하는 듯 하니, 내일 날이 밝는대로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야.“


태현이 포권으로 예를 취했다.

“말씀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관리가 의심을 한다하니 저희는 오늘 밤에 떠나겠습니다. 

저희가 뜻을 세우는 날 도움을 청하도록 할테니 부디 건강하십시오.“


“아니 아니, 오늘 밤에 떠나는 것은 아니되네. 

어제 우리가 술을 먹는 내기에서 지지 않았는가?

그래서 오늘은 먹기 내기를 할 걸세.

오늘 산짐승을 많이 잡아 일부는 소금에 절이고 일부는 볕에 말릴 것이지만 이미 삶고 구운 것이 넘쳐난다네. 

그래서 남은 음식들로 먹기 내기를 할터이니 자네들도 참가하게.

어제의 빚을 갚아야겠네.“


태현이 거절하려는데 시하가 불쑥 끼어들었다.

“먹기 시합이라면 내가 참여하지. 

그런데 승리한다면 상이 있는가?“


“태현 공자도 아닌 시하 공자가 참여한다는 건가?

여기에는 돼지 반마리를 혼자 먹을 수 있는 후르가의 전사들이 즐비하네.

자네의 체구로는 돼지 다리 하나도 벅차지 않겠는가? 

만약 자네가 우리 전사들을 이긴다면 내가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일세. 허허.“


시하와 후르가족 전사 두명이 기다란 탁자에 나란히 앉았다. 

후르가족 중 하나는 어제 술내기에서 진 기르하치였다.


심판관이 구경꾼들에게 외쳤다. 

“산신의 도움으로 우리 후르가 족은 많은 동물을 사냥하였소. 

음식을 남기는 것은 죄악이니, 이제 남은 음식으로 시합을 하려하오.

참가한 자를 소개해 올리지요.

맨 왼쪽은 후르가 족의 소요치요. 

그는 두해 전 시합에서 일등을 차지했던 자로 당시 돼지 앞다리와 뱃살을 합쳐 열다섯근을 먹어치웠소.“

왼쪽에 앉은 호리호리한 사내가 두손을 번쩍 들었다. 


“다음은 우리 후르가 족에서 무거운 것을 가장 잘 드는 자, 그 이름도 강하고 용맹한 기르하치요.

무게는 이백 삼십근에 달하며 팔뚝은 두척반, 허벅지는 네척에 이르는 그야말로 인간 멧돼지요.

그가 배부르다 한 것을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오. 

항상 배고픈 자, 기르하치요.“

근육 돼지 기르하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 인사하였고, 구경꾼들은 함성으로 환호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무래도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둔 자요.

몸무게는 얼핏 봐도 채 백근에 못 미칠듯 하며, 몸이 호리호리한데 뱃고래는 얇고 납작하니 먹어봐야 비둘기 한마리면 족할 것 같소.

이름은 음..  연우한이라고 한다 하오.

하지만 반전이 있소.

실은 오늘의 주인공은 이 자요.

이 자는 여린 몸으로 오백근이 넘는 멧되재를 홀로 잡아 오늘의 잔치를 더욱 성대하게 만들었소.

그러니 우리 여기서 주인공의 각오 한마디를 들어봅시다.“

심판관이 시하를 소개했다.


“소개는 되었다.

나는 오직 먹는 것으로 승부하겠다.

나와 친한 자가 말하기를 나는 훗날 먹는 모습만 보여주어도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돈을 낼것이라 하였지.

그러니 내가 먹는 것을 보고 만족스럽다면 다들 돈을 내어라.“


세사람 앞에 기름에 튀겨진 산 비둘기 두마리씩이 놓여졌다.

털을 뽑은 비둘기의 머리와 발을 자르고 내장을 발라낸 후 통째로 맑은 기름에 튀겨 갈색의 자태가 몹시도 고왔다. 


시하가 비둘기의 다리를 찢어 한입을 베어 물더니 앞 줄에 앉아있는 태현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이 비둘기는 잘 튀겼는지 아니면 야생에서 좋은 과실을 많이 먹었는지 잡내가 하나도 없소.

또한 고기가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육즙이 풀부하고 촉촉해 나눠 먹기 아까울 정도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마늘이 없다는 것이군.

마늘만 있다면 능히 스무마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소.“


시하가 말을 하는 동안 다른 두명이 먼저 시작하여 거의 반마리를 먹었다.

하지만 시하가 속도를 내니 세 사람 모두 거의 비슷한 시간에 자기 앞의 접시를 비울 수 있었다, 


즉시 접시가 치워지고, 조각내어 삶겨진 노루가 탁자에 올려졌다.

 “이 노루는 백근에 가까우며 사람의 키의 두배를 능히 뛰어 넘었소이다.

거의 노루계의 격구 전사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이 노루가 하늘로 날아 오를 때 여기 이 기르하치가 뒷다리를 잡아 패대기쳐 이 놈을 잡지 않았겠소?

워낙은 기르하치가 이 노루를 먹어야 했으나, 기르하지는 이미 살찐 토끼를 여러 마리 먹었다하며 노루를 기증하였소.

여러분은 과연 기르하치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오?“

우뢰같은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조각난 노루는 세등분 되어 세 사람 앞에 올려졌다.

시하가 한점을 떼어 먹었다.

“노루를 과히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 노루는 맛이 깊고 복합적이오.

약간 누린내가 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며, 식감이 부드러우나 쫄깃하여  씹는 맛도 훌륭하오.

맛이 담백하고 풍미가 있으므로 양념없이 수육으로 먹는 것이 제일 좋을 듯 하오.

삶을 때 고려의 장을 조금 넣었더라면 이를 데 없이 맛났을 것인데, 그 점이 아쉽구려.“


허겁지겁 빠르게 입에 고기를 욱여 넣는 두사람과 달리 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점 한점 맛을 음미하였다.

그러나 그 속도는 두사람에 비해 뒤지지 않았고, 세사람이 동시에 접시를 비웠다.


시하가 만족한 표정으로 배를 두드리는데 맨 왼편에 있던 소요치가 허리를 구부리고 먹은 것을 토해 내었다.

구경꾼들이 발을 구르며 대소하였고, 심판관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소요치 탈락이요.”


심판관의 지시에 따라 몇명이 올라와 토한 것을 치우고는 탁자 위에 돼지의 뒷다리 두개를 올렸다. 

시간을 들여 정성들여 구웠는지 껍질이 바삭해 보였고, 기름으로 반지르르했다. 


“이 커다란 멧돼지는 무게가 오백근에 달하는 놈으로 오늘 잔치의 으뜸이요.

여기에 있는 여리여리한 공자가 화살과 칼도 없이 이 놈을 잡았다 하오.

여기 모인 사람 모두가 맛을 보았고, 일부는 소금을 뿌려 말릴 것이오.

그러나 워낙에 큰 놈이라 이렇듯 다리 두개가 남아 시합에 오르게 된 것이외다.

나는 여린 공자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랐소.

여러분들은 이 둘 중에 누구를 응원하겠소?“

구경꾼들이 반으로 나뉘어 시하와 기르하치를 응원했다. 


기르하치는 손을 들어 답례하였으나, 시하가 멧돼지의 껍질을 떼어 한 입먹고는 태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멧돼지는 확실히 집돼지와 다르오.

육향이 매우 강하나 나름 고급스러운 풍미가 담겨있고, 집돼지와 달리 비계가 매우 적어 쫄깃하나 질기지는 않소.

하여 매우 담백하고 깔끔한 것이 나의 입에 잘 맛는 듯 하오.

공자에게도 조금 나누어 주고 싶으나 시합의 규정때문에 그러지 못함이 조금 아쉽소.“


껌질이 사라지고 고기가 사라져갔다.

기르하치는 힘에 부치는지 먹기를 멈추고 숨을 몰아쉬며 시하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고기를 뜯어 입에 넣었으나 결국 다리의 반을 먹지 못하고 포기하였다. 

시하는 이미 삼분지이 이상을 먹었기에 심판관이 시하의 승리를 선언했다.


구경꾼들은 환호하였으나, 시하는 먹기를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태현이 시하를 끌고 내려왔다.

“배를 좀 보시오.

이 것이 사람의 배요? 

만삭의 임산부라 한들 이보다 더 크고 둥글지는 않겠소.“


“배를 만지지 마시오.

방금 먹은 아까운 고기가 입으로 되나올 듯 하오.“


시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배를 쓰다듬고 있는데 타이친이 술을 한병 들고 나타났다.

“축하주를 가져왔네. 

공자는 술을  먹지 않는다 하였으니 유 공자와 마시도록 하겠네. 

그나저나 이리도 몸이 여리여리한데 어찌 그리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정말 놀랐다네. 

진정한 거식좌로 인정하겠네.“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내가 승리하면 청을 들어준다 하였는데...“


“청을 들어 주기로 약조 하였으니 말해 보시게나.“


시하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떼었다.

“우리가 약재 몇개를 찾고 있다.”


태현이 귓속말로 시하에게 말을 낮추지 말라고 하자 시하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백화련의 꽃잎과 청단목의 뿌리, 황금옥의 가루가 필요하여 이들을 찾고 있소.

하지만 우리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와 같은 약재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소.

족장은 혹 이 약재들의 이름을 알고 계시오?“


“나 또한 백화련이나 황금옥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네.

하지만 청단목은 알고 있지. 

천지산에서 약초를 캐는 자들이 십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귀한 나무라네.

천지산 정상의 연못 근처에서 자라는데 가지가 가늘고 잎은 향기로우며 뿌리는 영험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네.

내가 약초꾼들에게 수소문을 하여 보겠네.

하지만 큰 기대는 말게.

인연이 있어야 찾을 수 있는 나무이며, 그 값도 상당히 비쌀 것이야.“


태현이 시하를 쿡 찔러 품안에서 금자를 꺼내게 한 후 금자 열냥을 타이친에게 내밀었다. 

“혹여라도 청단목을 구하게 된다면 우선 이 돈으로 값을 치르고 확보하여 주시겠습니까?  

저희가 장안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이 곳에 들르겠습니다.

값이 모자란다면 그 때 다시 계산할터이니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이 되어 태현과 시하가 호패를 챙겨 길을 나섰다. 

타이친과 부족의 여러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배웅하였다. 


기르하치도 손을 흔들었다.

“거식좌 공자, 꼭 돌아와 나와 먹기 내기를 다시 합시다.

내가 어제 잔치 때 미리 너무 많이 먹은 탓이니 다음에는 꼭 이길 것이오.“


성암을 지나 너른 들판에 들어서는데, 멀리서 말발굽 소리들이 들려왔다.

“말발굽 소리만 나면 반드시 누군가 우리를 쫒아와 싸움을 걸던데, 이번에도 그럴까 걱정이 되오.”

태현이 한숨을 쉬고 돌아 보자 어제 격구 시합에서 졌던 원의 관리가 기병 열명을 이끌고 태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미 말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태현에게 원의 관리가 외쳤다.


“게 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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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지 1 24.09.09 38 1 12쪽
40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2 24.09.06 42 1 11쪽
39 무당은 언제든 소협의 편에 설 것이오 1  24.09.05 42 1 11쪽
38 나는 뱀들의 제왕이다 24.09.04 40 1 12쪽
37 고려인을 괴롭혔으니 죽을 자리를 고려하라 24.09.03 48 1 12쪽
» 나는 거식좌가 아닌 미식좌라네 24.09.02 37 1 12쪽
35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2 24.08.30 46 1 12쪽
34 내기는 제대로 걸어야 맛있는 법이지 1 24.08.29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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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중원아 기다려라. 통째로 씹어 먹어주마. 24.08.27 4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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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여인들이 꼬리 친다면 꼬리를 잘라내지요 1 24.08.22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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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두 마음이 만나는 길은 언제나 하나 1 24.08.20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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