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계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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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루엔
그림/삽화
나루엔
작품등록일 :
2024.07.24 08:16
최근연재일 :
2024.09.01 20: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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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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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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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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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2 - 그레이하운드(1)

DUMMY

게임 속 계략 용사 - 2

C.2 - 그레이하운드(1)


'이런, 피 냄새가 나는데.' 


김한은 집사의 안내에 따라 변경백의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길목으로 변경백의 용병들이 어슬렁거렸는데 놈들은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김한을 옭아맸다.


그 집요한 눈빛에 김한은 잠시 난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앞서가던 집사는 흘끗 돌아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내뱉었다.


"한눈 팔지 말고 나만 따라오시오."

"그러지요."


-크르르


도열한 경비들 사이에서 으르렁대는 번견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김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변경백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곧바로 개 사료 행이겠군.'



* * * 



그레이하운드 변경백의 집무실은 잘 정돈된 병영을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다른 귀족들의 집무실과 달리 책 대신에 전술지도가 펼쳐져 있었으며 깔끔하게 감긴 채찍과 석궁, 나이프 등이 벽에 전시되어 있었다.


-딸깍, 끼이익


"주인님 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변경백이 가볍게 손을 털자 집사가 뒤로 물러났다.

변경백이 김한을 내려보았다.


"그래. 젋은 사제여 이 변방까지 무슨 일로 오셨소?"

"계시를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김한의 대답에 변경백의 이마가 구겨졌다.


"하, 나 또한 그 라시타의 장난질에 대해 잘 들어 알고 있다네. 하지만 명심하도록. 자네가 지금 내 앞에서 그 잘난 주둥이를 놀릴 수 있는 건···! 그 알량한 계시 때문이 아니라, 자네가 입고 있는 그 쓸대 없이 새하얀 수단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네."

"···."


보통 교구의 사제들이 입는 수단은 검은색이다.

흰색의 수단은 주교급 이상 혹은 성자나 성녀라는 뜻이었다.


사나운 기세로 일갈하는 변경백이 김한을 죽이지 않은 것은 주교급 이상 교인을 호위하는 성당 기사단 그리고 최악 최흉이라 평가받는 이단 심문관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하게나, 정말 그대의 용무가 그것뿐이라면···. 그대가 들어올 때 만큼 쉽게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게 좋으리라는 것을!"


잠시 변경백과 눈을 마주친 김한이 입을 열었다. 


"후··· 알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변경백에게 다가간 김한이 귓가에 속삭이듯 내뱉었다.


"그레이하운드 영지 내에서 벌어지는 카니발리즘 그리고 노예매매에 대한 첩보를 듣고 이단심문국이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


변경백은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으나 김한은 자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변경백의 전신이 가늘게 떨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한은 변경백의 동요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단심문관 말레우스가 얼마 후 그레이하운드 영지를 지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의 목표는 그레이하운드가 아닌 그레이하운드 북쪽 드라코 컴퍼니아일 것이었다.


'뭐 어때. 어차피 드라코 컴퍼니아에 가려면 이 그레이하운드를 지나쳐야만 한다. 변경백에게 의심암귀를 심어 둔 이상 이제 그를 그냥 통과시킬 순 없겠지.' 


생각을 정리한 김한은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그레이하운드의 번견들이 나를 찢어발길 거야.'


김한은 변경백을 강하게 몰아세웠으나 동시에 스스로 희망의 동아줄이 되기로했다. 버릴 수 없는 패가 되도록 은근하게 구슬렸다.


"이단심문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정화의 업을 지고 수도에서 출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필요 이상으로 날뛰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군요."

"'우리'라···."


변경백의 미간이 까딱였다.

잠시 변경백을 빤히 바라보던 김한이 변경백을 향해 은근히 미소지었다.


"이 변경은 수많은 주변 소국들과 군사 분쟁지역이 겹쳐 있지 않겠습니까? 그가 이곳에서 난장을 피우면 주변에서 온갖 것들이 뛰쳐나와 제국의 질서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겁니다."

"···그것을 올펜의 사제인 자네가 말하는가?"


김한의 말에 변경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모습으로 답했다.


김한은 능청스럽게 잔잔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겠구나. 어떻게 해야 내가 그와 척을 질 생각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할까.'


"저희는 '온건파'고 그들 이단 심문관들은 철저하게 '숙청파'니까요."

"음··· 그렇단 말이지···."


의자에 걸터앉아 미간을 까딱이던 변경백이 김한에게 물었다.


"그래서··· 자네의 계획은 무엇인가? 설마 이 그레이하운드가 말레우스 놈과 공멸하길 바라는 것이라면 그 첨단에는 자네가 서게 될걸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말레우스는 강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쪽에서도 말레우스와 격이 맞는 상대를 불러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한에 말에 변경백이 의문을 드러냈다.


"말레우스와 격이 맞는 상대라··· 재미있는 농담이군. 아직 말레우스와 만나보지 못한 나 또한 그의 흉명을 잘 알고 있는데 말이지. 그래 자네가 생각하는 격에 맞는 상대란 누구인가?"


변경백은 어지간히 해탈한 표정이었다.

집무석에 몸을 파묻은 변경백의 모습이 처량해보이기 까지 했다.


김한은 이전 플레이를 통하여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이 시점에 이미 홀로 도시국가였던 베나치아 공국을 멸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변경백 또한 제국인이라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하지만 김한은 이 시점에서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을 알고 있었다.

그녀를 소환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외지에서는 외지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순리이겠지요."

"음···?"


김한은 사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변경백에게 속삭였다.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하는 겁니다."

"오··· 라시타여···."


카니발리즘을 행하는 변경백에게서 라시타의 이름이 나올 정도로 제국인으로서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한다는 것은 최악의 배교행위였다.


판데모니움의 주인이란 마신 아래 속한 일곱 마왕 중 하나인 살다메인 아스모데우스를 뜻한다.


지금까지 그나마 평정을 유지하던 변경백이 순간 당황하여 김한에게 외치듯 물었다.


"사제여 라시타의 눈 거죽 아래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것인가!?"

"저희 '온건파'의 높으신 분들께서는 그레이하운드의 '상품' 공급에 차질이 벌어지는 것을 염려하고 계십니다. 그와 동시에 거슬리는 말레우스를 치울수만 있다면 어디 제 한몸이 아쉬울 따름이겠습니까."


살짝 고개를 숙인 김한의 앞머리가 그늘을 만들어 눈거죽을 덮었다.

그에 서늘하게 웃음 짓는 입만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변경백이 순간 광기에 가까운 웃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으하하- 으하하핫- 재미있구나! 아주 재미있는 일이야! 변경의 버러지들을 상대하며 수많은 이들의 죽음 속에서 겉과 속이 함께 썩어들어가며 나 바네스 그레이하운드 야말로 지옥에 어울리는 종자가 되었음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거늘! 라시타의 눈 그늘 아래 진짜 악마들이 숨어 있었구나! 그 무서운 이단심문관 놈들마저 결국 순수한 악의 앞에서는 눈먼 소경이나 다름이 없음을 깨달았노라!"

"···."


한참을 웃어재끼던 바네스는 조금 풀어진 얼굴색으로 김한을 내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다면 한스 자네가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물론 약간의 준비를 도와주셔야합니다만···."


"또 하나. 소환된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통제할 방법이 있는가?"

"다행히도 그녀는 계약에 충실합니다. 또한 저희 교황청의 오랜 거래상대이지요."


"오랜 거래 상대라···."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바네스가 김한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래. 자네의 의견은 잘 들었다네. 집사를 붙여줄 테니 오늘은 쉬게나."

"감사합니다."


바네스의 눈짓에 뒤로 물러서 있던 집사가 나와 김한을 인도했다.

김한과 집사가 떠난 집무실.

바네스의 눈빛이 세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 * *



적당한 귀빈용 방을 배정받은 김한은 집사를 통해 변경백의 다음 부름까지 방에서 대기할 것을 안내받았다.


'후, 일단 한숨은 돌린 걸까.'


김한은 자신의 계획을 점검하기로 했다.


죽지 않고 그레이하운드 변경백의 성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말레우스의 행보를 이용하여 변경백을 압박하였다.


마지막으로 마왕 살다메인 아스모데우스를 소환한다는 계획까지도 어느 정도 통한 듯 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살다메인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더 임파서블'에서는 최대 3명의 동료를 모집할 수 있었다.

살다메인은 특이하게도 마왕임에도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 특수 캐릭터였다.


이 변경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니, 이 게임 '더 임파서블'에서 최소한의 이동권과 자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살다메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맵 중간중간에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지점에 수문장 격의 존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동 중간중간 습격 이벤트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김한의 몸뚱아리로 지역을 건너뛰려 했다가는 죽기 딱 좋았다.


'부디 계획이 성공하기를···.'



* * *



바네스의 집무실은 몇개의 촛불로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기운 아래 집사와 용병으로 보이는 인영이 그림자를 누였다.


바네스가 물었다. 


"그래, 그놈은 지금 무얼 하고 있지?"

"방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와 연락하는 낌새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고개를 돌린 바네스가 이번에는 경비대장에게 물었다.


"경비대장, 이단심문관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진정 말레우스인지는 모르겠으나, 달의 눈에서 이단심문관 하나가 북상하고 있다는 정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 말이 사실이라고···."


바네스의 미간이 다시 한번 좁혀졌다.


"그럼 자네들에게 묻겠네.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녀가 말레우스를 상대할 수 있을지.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지 대답해 보라."


"만약 그 배교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희로서는 말레우스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바네스의 말에 집사가 답했다.


경비대장이라 불린 인물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백작님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한다고 하여 우리편에 서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말레우스가 마신의 종을 그냥 지나치리라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그 둘이 상잔을 일으켜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면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바네스가 경비대장의 말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가짜 놈이 믿을만한 놈이건 아니건 우선 판데모니움의 주인을 소환할 때까지는 살려두어야겠지."

"그가 말한 도움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훗, 우리에게 넘쳐나는 게 인력 아니던가. 지원해 주도록하라."

"네, 알겠습니다."


바네스가 자신의 가신들을 내보낸 후.

홀로 남은 집무실에서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한스··· 한스라···. 어디 한번 발악해 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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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C.18 - 리타 24.08.31 22 1 12쪽
96 C.18 - 래브도느 24.08.30 27 1 11쪽
95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2) 24.08.30 20 0 12쪽
94 C.17 - 인류보호 프로그램(1) 24.08.29 23 0 12쪽
93 C.16 - 국제 회의(2) 24.08.29 24 0 11쪽
92 C.16 - 국제 회의(1) 24.08.28 26 0 11쪽
91 C.15 - 축제(2) 24.08.28 25 0 11쪽
90 C.15 - 축제(1) 24.08.27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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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C.14 - 라시타 성국(3) 24.08.26 27 1 11쪽
87 C.14 - 라시타 성국(2) 24.08.26 24 1 11쪽
86 C.14 - 라시타 성국(1) 24.08.25 27 1 11쪽
85 C.13 - 벨페고르의 초대(6) 24.08.25 26 1 11쪽
84 C.13 - 벨페고르의 초대(5) 24.08.24 27 1 12쪽
83 C.13 - 벨페고르의 초대(4) 24.08.24 31 0 11쪽
82 C.13 - 벨페고르의 초대(3) 24.08.23 29 1 11쪽
81 C.13 - 벨페고르의 초대(2) 24.08.23 31 1 11쪽
80 C.13 - 벨페고르의 초대(1) 24.08.22 31 1 12쪽
79 C.12 - 올펜 제국(6) 24.08.22 32 1 11쪽
78 C.12 - 올펜 제국(5) 24.08.22 33 1 11쪽
77 C.12 - 올펜 제국(4) 24.08.21 38 1 11쪽
76 C.12 - 올펜 제국(3) 24.08.21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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