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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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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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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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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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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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8화.

DUMMY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평온한 오후였다.


카톡 하나가 띡- 하고 수신됐다.


-팀장님. 아무래도 이 글이 팀장님 얘기인 거 같아요.


조과장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무슨 소리인지 한번에 알아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줄을 읽고 나서야 이해했는데.


-블라인드 라는 회사별 익명 플랫폼이 있어요. 그곳은 해당 회사에 재직 증명이 되어야 가입 되는데, 우리 엘리티아 게시판에···


요약하면 이렇다.


온라인 공간에 재직 중인 회사원들의 뒷담화 게시판이 있는데 거기에 나로 추정되는 사람의 험담이 적혀있다는 것이다.


-마케팅팀의 X산 팀장이 이혼남이라고 함. 바람펴서 이혼 당했다고 하고. 그리고 여자를 그렇게 잘 후리고 다녀서 김철환 대표의 처제인 조민희가 넘어갔는데, 그 조민희가 언니를 통해 김철환 대표를 졸라서 현재 부장 승진에 자회사 민티아 실장까지 꿰 찼다는 정보가 있음.


└ 어쩐지. 학벌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 쭉쭉 올라가더라니.

└ 진짜 이혼했어요? 전혀 그런 낌새가 없던데.

└ 저번에 보니 조민희가 아주 푹 빠져있던 얼굴이긴 했음.

└ 와. 소름. 그렇게 안봤는데 돌싱이었음?

└ 아, 너무 다정하던데. 나도 넘어갈뻔 했네.

└ 이런 허위 글을 게시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위에 고산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조과장이 캡쳐해준 내용은 정말 가관이 아니었다. 내가 이혼을 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았는데 누가 이런 글을 적었을까.


과연 누가 이따위 허위 모략 글을 적었을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홍보팀 박지웅 팀장이 나를 옥상으로 불러냈다.


“고팀장. 그 소문 사실이야?”


물어보는 의도를 대체로 짐작했지만 모르는 척 되물었다.


“어떤 소문이요?”

“고팀장, 이혼 했다던데?”


역시나다. 대답할 말을 고르다 긍정의 침묵을 지켰다.


“...”

“사실이네. 사실이야. 왜 말을 안했어. 으이그.”


“얼마 안됐어요. 수술 직후라.”


왠지 박지웅 팀장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여러모로 나를 챙긴 이 사람에게는 먼저 사실대로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미흡했다.


“그동안 힘들었겠어.”

“괜찮습니다.”


그는 내 편이 되어 나를 걱정했고, 그 진정성 있는 마음이 고마웠다.


“직원들이 쑥덕거리더라고. 어떻게 알았는지.”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들 알게될 일이기도 하고.”


한동안 박지웅 팀장은 나를 위로하며 회사 외부에서 자세한 말을 하기로 했다. 그는 급한 일이 있어 내려가고 나는 잠시 옥상에 머물렀다.


휴우. 이혼한게 이렇게 대단한 일인가.


아직은 한국 사회가 그런가보다. 이혼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또 드러나면 전과자와 같은 빨간 줄이 나도 모르게 새겨지는.


후우-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내뱉으며 온갖 잡념을 다스리는데···


“고민 되는 일 있으세요?”


조민희였다.


“아뇨. 그냥 바람쐬러 나왔습니다. 근데 왠일로 옥상으로 다···”


담배를 그녀의 반대편으로 옮기며 담배연기를 부채질 했다.


“실장님 찾으니까 옥상에 있을 거라고 해서 와 봤어요. 헤헤.”


잠시 나를 찾았다는 말을 던지고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 저도 이 건물에 소속된 사람인데요. 뭐. 헤헷.”


조민희는 옥상에 부는 바람을 정면으로 받으며 얼굴에 부대끼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이런 영화같은 풍경의 뒷 쪽에선.


“저기 봐봐. 진짜 인가봐.”

“에이 설마. 저렇게 어리고 예쁜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조금 떨어진 데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수근 대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 달려가 헛소리하는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나와 조민희라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조민희도 들었는지 잠시 그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있는 분들이 우리 얘기를 하는 거 같은데요?”

“신경쓰지 마세요. 다 헛소문에 헛소리니까.”


“어떤 소문이 도는데요?”


그녀의 질문에 당황했다. 이걸 아는대로 말해줘야 할지 어떨지.


아무래도 나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녀가 나중에 상처를 받는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고.


“아, 그게···”

“궁금해요. 빨리 말해줘요. 실장님.”


아, 괜히 말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해 말고 들어요. 민희씨.”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 그녀를 쳐다봤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네가 나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가족을 움직여 나를 도왔다는 소문을 어떻게 말을 하냐 말이지.


“음, 그러니까 말도 안되는 소문이. 아니지, 소문이 아니고 몇몇의 헛소리 정도인데···”


그녀는 답답했는지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말씀하셔도.”


심지어 무언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민희씨가 저한테 빠져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볼이 빨개져서 말했다.


“네!? 제가 실장님한테 빠져요? 아무리 소문이래도. 하하.”


나는 이 쯤에서 말을 얼버무리며 끝내려고 했는데.


“그, 그쵸?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근원지는 알 수가 없으니.”


그녀는 집요하게 재촉했다.


“그리고요?”

“사실 그 다음이 더 황당하긴 한데···”


“빨리요!”


같이 일한지 얼마 안됐는데 이렇게 민망한 얘기를 전해야 하다니.


“민희씨가 저한테 홀딱 빠져서 대표님을 설득해서 승진하는 거라는 둥···”


의외로 그녀는 배를 잡으며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진짜 소설같은 일이네요. 제가 빠지긴 멀 자꾸 빠진다고···”


그녀는 갑자기 알아차린듯 고개를 들며.


“그리고! 실장님 유부남인데 제가 그럴 일이 없지 않겠어요? 사람들이 참 바보같네.”


이 대목에서는 사실대로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에효. 제가 사실 이혼했는데, 어찌 사람들이 알아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민희씨, 제가 잘 수습해서 이런 소문은 안돌게 할게요.”


조민희는 내 말에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있었다.


“아- 실장님. 혼자셨구나. 죄송해요. 그것도 모르고.”

“아니에요. 민희씨. 내부 단속이 안된 것은 문제가 있네요. 이만 내려가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나서야 한다.


이 순간, 그녀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이밍아웃을 하기로.


***


안녕하세요. 마케팅팀 고산입니다.


최근 엘리티아 자회사인 민티아의 전략기획실장으로 겸임 발령나 근무 중입니다.


다름아니라, 늦었지만 감사 인사와 당부 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보잘 것 없는 저에게 막중한 책임과 믿음을 주신 김철환 대표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반년 전 질병에 따른 수술 이후 많은 응원과 쾌유를 보내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늦었지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덕분에 몸은 건강하게 완쾌했고 즐겁고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 신상에 관한 사실을 한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수술 직후 약 10년 간 이어왔던 결혼 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언젠가는 동료분들이 모두 알게 될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걱정으로 업무에 지장이될까 걱정되어 굳이 모두에게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렇게 개인사에 대해 털어 놓는 이유는 제 직무 때문입니다.


저는 마케팅팀 팀장이자, 민티아의 전략기획실장 입니다.


우리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을 막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며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가장 일선에 선 위치에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 루머와 추측에 대해 회사와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제 개인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존경하는 엘리티아 임직원 여러분.


저에 대한 소문은 어떤 식으로든 감당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소속 아티스트와 연관된 악의적인 루머를 날조하거나 동조하여 제 얼굴에 침 뱉는 행위는 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선의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대다수의 동료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산 드림.



나는 회사 내부 게시판에 이혼의 사실을 밝히는 파격적인 행보를 했다. 물론 개인사를 뜬금없이 밝히는 관심종자 직원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해명없는 악의적인 소문은 언덕으로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크기가 커져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자마자 반응이 격렬했다.


모든 응답은 개인 메신저로 왔는데,


-팀장님. 힘내시기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고팀장.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다음에 술 한잔 합시다. 힘내요.

-고팀장님. 친분은 없지만 항상 팀장님 편입니다. 악의 무리는 같이 응징해요!


대체로 다들 호의적인 메시지를 내게 주었다.


크흐. 코 끝이 찡해지는 구만.


‘이밍아웃’을 하니 속이 시원했다. 그간 눈치보며 대답을 고민했던 질문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거짓말해야 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개운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시원할 줄이야. 진작에 공개할껄.


하지만 이혼 사실은 덤이었을 뿐, 진짜 목적은 조민희의 보호였다. 혹여나 외부 언론이 파고들면 조민희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게 됨은 물론, 촬영 중인 [프로젝트 디보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글이 올라간 후 우리 팀원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특히 장대리는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손을 비비 꼬았다.


“팀, 팀장뉘임.”


왜 또 말을 이렇게 느끼하게 질질 끄니.


그는 눈을 내리 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전에 이혼 어쩌구 헛소리한거 다 잊어주세요. 팀장님 사정도 모르고. 아흑.”


장대리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경희는 마지막까지 째려봤지만, 딱히 말을 덧붙이거나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숙연해지니 조과장이 나서서 말했다.


“팀장님. 우리 오랜만에 저녁 회식 어때요?”


나는 조과장이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알았다. 지금은 우리끼리의 단합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좋아요. 다들 괜찮은지 물어봐주세요.”

“넵.”


퇴근 후, 우리 팀원들이 좋아했던 고깃집에 도착했다. 모두 미친 듯이 먹었던 한우집. 나는 술잔에 술을 채운 후 잔을 들며 말했다.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없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오늘 제가 쏩니다. 마음껏 드세요!”


나의 건배사에 모두 잔을 부딪치며 축제의 분위기로 금새 전환되었다. 역시 한우의 가치는 그 맛만 있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어우. 맛있어. 쩝쩝.”


쩝쩝대며 먹는 장대리가 기어코 한경희한테 한소리 들었다.


“아, 진짜 장대리님!! 좀 익으면 드세요. 빨간 피 떨어지는 거 안보이세요?”

“무슨 소리. 원래 한우는 피 떨어질 때 먹는 거야. 경희씨. 아흥. 아무것도 몰라. 쩝쩝.”


장대리와 한경희가 투닥 거릴 때 조과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조과장의 말에 진짜 괜찮은지 생각해 봤다. 이혼 후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바쁜 업무에 나를 주목해준 여러 시선들. 그리고 나에게 호감을 표시해준 여인들.


“너무 괜찮아요. 하하.”


나의 말은 진심이었다. 정체불명의 시스템이 준 선물이 이런 나를 만들어 준 것은 혼자만의 비밀이지만.


조과장은 내 그릇 위에 구운 고기를 살뜰히 올려주며.


“많이 드세요. 이제 챙겨주는 분도 없는데.”


말하던 조과장은 갑자기 눈이 커지며 내 뒷쪽을 바라봤다.


나는 조과장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제가 앞으로 챙겨 드릴게요. 걱정마세요. 조과장님.”


화려한 겉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그녀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조민희였다.


아이고, 이것아. 이러면 내가 쓴 글의 의미가 무색해지잖아.


조민희가 합류하고 늦은 밤까지 회식이 이어졌다.


나는 큰 돈을 지출하며 살짝 눈물을 흘렸고.



그 날 밤 오랜만에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띠링-


[애정의 인과율에 따라 각성 능력이 진화하거나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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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5화. 24.08.13 304 9 13쪽
14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4화. 24.08.12 294 9 12쪽
13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3화. 24.08.12 299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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