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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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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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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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0화.

DUMMY

장미지가 사자후를 시전하며 등장했다.


두 마리의 암사자가 한 수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풍경이었다. 사이에 낀 수컷은 암사자들의 눈치를 볼 뿐이고.


화려하고 큰 암사자는 성숙하고 눈부신 미모로 상대방을 압박했고, 또 한마리의 암사자는 자신의 젊고 건강한 육체를 과시했다.


젊은 암사자가 반격했다.


“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했더니, 제가 초등학생 시절 TV에 가끔 나오셨던 분이네요?”


젊음 과시하는 암사자는 상대방의 노쇠함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암사자도 만만치 않았다.


“이 가게는 손님한테 꼬리치라고 교육을 시키나보지?”

“손님아니고 원래 아는 사인데요?”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우리가 손님이지 그럼 사장이야?”


말싸움을 길게 가져가면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젊은 암사자. 갑자기 필살기를 꺼내든다.


“남이사 꼬리를 치던 연애를 하던 아.줌.마.가 뭔 상관인데요?”


젊은 암사자의 경고 없는 카운터에 정신이 혼미해진 화려한 암사자.


여기서 물어날 수 없었다. 물러서기엔 저 수컷이 너무 탐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형지물을 이용했다.


“사-장-님- 여기 알바가 저보고 아줌마라는데요? ”

“아, 진짜 치사.”


결국 세희는 가게 사장이 나타나 물러났다. 사장 아빠는 알바 세희를 불러 꾸짖었고, 계산을 미리 끝낸 우리는 가게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챔피언스리그의 결승골을 넣은 메시처럼 포효하는 장미지가 호들갑 떨었다.


“호호호호. 고뇬 고거 당돌하게 나한테 댐벼? 십년은 멀었다. 이뇬아.”


계속 중얼거리는 그녀는 손으로 세레모니를 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많은 여자들과 신경전이 있었지.


“오늘 즐거웠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시죠? 제가 택시 잡아드리겠습니다.”


신난 손짓을 멈추는 그녀. 무슨 소리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수작질을. 밑장빼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라가는거 몰라요?”

“네!?”


“저녁 약속에 밥 한끼 달랑 먹구 끝나는게 어딨나요?”

“그, 그럼 뭘 더?”


“최소 술 한잔은 마시고 끝내야지. 아, 사람 안되겠네.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이.”


아. 그얘기였어?

분위기상 그냥 떠나기엔 아쉬운 감이 있긴 했다.


“아, 그러죠. 그럼 또 아시는데 있으십니까?”

“물론.”


그녀의 의도대로 계속 끌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왕지사 원하는데로 해주기로 했다.


그녀를 따라 강남역과 조금 떨어진 위스키 바로 이동했다. 그곳은 조용한 재즈가 흘러나왔고 어두운 조명이 사람의 표정만 보이는 불빛만 비추고 있었다.


남자 바텐더가 한 명있었는데 그녀와 구면인가보다. 장미지와 가벼운 아는 척을 하고 시선을 주지 않았다.


“전에 킵해놓은거 주세요. 안주는 가벼운 치즈로.”

“네.”


그녀는 주문을 마친 뒤, 바 스툴을 회전해 내 쪽으로 돌렸다.


“술은 제가 살게요.”


그녀의 말에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왠지 말을 주고 받기에 거리가 가까운 것 같았다.


“아까 그 애는 고산씨랑 정말 아무 관계없어요?”

“네.”

“아무래도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데. 무슨 회사가 클럽이에요? 부킹 하러 오냐고.”


아까부터 계속 세희에 대한 얘기 뿐이다. 화제를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 하신다고 했잖아요? 어떤 주제로 하시려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그건 회사에서 알아서 기획할 거에요. 담당 PD가.”

“그렇군요.”


한 타임 쉬고 말을 보탰다.


“요새 대세라고 하니 잘 해보세요. 저도 적극 도와드릴게요.”

“어떻게 도와주실려고요?’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인데 너무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그···그러니까 제가 콘텐츠 시나리오 같은 것에 대한 도움도 드리고.”

“그리고?”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힘 닿는데까지 도와드릴게요.”

“호호홋. 알았어요. 그럼 유튜브 해야겠네.”


그녀는 홀짝 홀짝 잘 마셨다. 말리기도 어려웠다. 주량이 어떤지도 모르고.

게다가 이곳은 소위 그녀의 나와바리로 마음 편히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니까.


나는 술이 그리 쎄지 않아 적당히 마시고 있었다.


“제사지내요?”

“아, 내일 아침 회의가 있어서. 그리고 많이 못 마십니다.”

“뭔 남자가 이렇게 말이 많아요. 마셔요. 빨리.”

“그게 아니라···”

“자- 쭈욱- 쭈욱- 올치 잘한다.”


어느새 두 병째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능수능란한 술책(?)에 주량을 초과해 버렸고.

도망가지 말라고 했지만 도망가야 했다.


“오..오눌은 구만 하..하겠숩니당.”


혀 만큼이나 허리도 꼬부라졌다.


***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한쪽 눈 감은 채 망원경으로 보듯,

시야가 점점 열리며 확장된다.


‘아이고, 머리야.’


숙취로 인한 두통으로 머리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몸을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장미지하고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집에 간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 뒤로 기억이 안난다. 기억을 잃었다는 공포가 무섭게 찾아온다.


여긴 어디지.


설마 이불을 걷었는데 전라의 여인이 등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침대 위엔 나 혼자였다.


“휴우.”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끼-익-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라(全裸) 까진 아니고, 반라(半裸)의 여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일어났어요?”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와 마주보고 식탁에 앉아있었다.


“아무일 없었어요.”


손수 차려준 밥을 먹으며 조용히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어제··· 고산씨 많이 취했어요. 그래서 제가 매니저를 불렀죠. 매니저가 고산씨를 여기로 옮겼어요.”

“네···네··· 계란국 맛있네요.”


아무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연예인과 엮이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쵸? 제가 보기보단 음식을 좀 해요. 근데 그거 계란국아니고 황태국이에요.”

“네··· 어쨌든 맛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를 막 넘었다.


“오늘 12시 정각부터 우리가 찍은 영상이 전국 채널로 오픈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그녀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나는 내 얼굴과 목소리가 전국에 퍼진다는게 이렇게 긴장되는데.


‘회사가 난리가 났을텐데.’


핸드폰은 이미 방전되어 꺼져있었다.


“핸드폰 충전 좀. 혹시 C타입 충전기 있을까요?”

“저 아이폰 써요.”


젠장. 더이상 지체했다간 안될 것 같다.

재빨리 옷을 입고 현관으로 나갔다.


“장배우님. 어제 오늘 고마웠습니다. 오늘 일정이 급하니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장배우 말고 그냥 미지라고 하세요.”


“네. 미지씨.”

“같이 잠도 잔 사이인데 씨가 뭐에요 씨가. 그냥 반말 하세요.”


바쁜데 왜 자꾸 이러냐고. 남들이 들으면 오해한다고.


“......”

“그럼 조심히 가세요.. 전 오늘 피곤해서 그냥 집에서 쉬려고요.”


“네. 어제,오늘 일은··· 걱정마세요. 입 조심할테니.”

“말해도 되요. 책임지고 싶으면.”


뒤통수로 날아오는 농담이 왠지 묵직했다.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 그녀의 집에서 도망치듯 나오는 모습을 누군가 지켜봤을 줄.


***


회사에 도착하니 모두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 왜. 무슨 일인데.


직원들은 나를 쳐다볼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내 자리에 도착하자 조과장이 급하게 다가왔다.


“팀장님. 왜 연락이 안되세요! 대표님이 한 시간전부터 찾으세요.”

“미안. 휴대폰 밧데리가 다 닳아서.”


조과장은 내 정장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말했다.


“근데 어제 외박하셨어요? 왠 구김이 이렇게.”


나는 놀라 대답했다.


“무, 무슨 소리야. 조과장. 근데 대표님이 왜 나를?”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한 시간 전부터 임원 회의 중이신거 같은데.”


나는 급하게 옷을 정돈하고 대표실로 움직였다. 대표실 앞에 도착하니 비서실 이연희 과장이 나를 반겼다.


“고팀장님. 어서오세요. 대표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죄송해요. 연락을 못받았습니다.”


“괜찮습니다. 후훗. 얼른 들어가세요.”

“네.”


밝게 웃어주는 이과장 덕분에 나쁜 일은 아닐 것 같았다.


똑똑-


“대표님. 고팀장님 오셨습니다.”


이과장이 문을 열어주자 정중하게 인사하고 안쪽을 살폈다.


김철환 대표, 이종규 실장을 포함한 이사진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어서와요. 고팀장. 그리고 수고했어요.”


뭘 수고했다는 건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을 때, 옆에 이종규 실장이 설명했다.


“한 시간전에 회장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이번 홍보영상 너무 잘 만들었다고.”


흥분해서 계속 이어지는 설명.


“게다가 출연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시는데. 고팀장 덕분에 대표님도 우리도 면이 아주 많이 섰어요. 하하.”


엘리 그룹 회장 김종철은 김철환 대표의 아버지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재벌가의 총수였다.


“별말씀을요. 대표님과 실장님이 잘 지원해주신 덕분이죠.”


김철환 대표는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계속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정말. 내가 얼마만에 그분한테 칭찬을 받아보는지. 고팀장은 왜 이렇게 목소리가 좋아요? 인터넷이 난리 나겠던데?.”


그때까진 그냥 대표의 기분좋은 칭찬인줄만 알았다.


“그래서 말인데 맨 입으로 떼우긴 그렇고, 고팀장에게 보상을 주려고 해요. 이실장님?”


보상!? 나는 눈이 크게 떠지며 이종규 실장의 입을 주시했다.


“네. 정기승진 시기는 지나서, 고팀장을 차장에서 부장으로 특별승진 시키는 안을 준비 중입니다.”


회사 체계에 직급과 직위가 있었는데 내 직급은 차장이었고, 직위는 팀장이었다. 보통 차장/부장급이 팀장을, 부장/이사급이 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부사장급에는 이종규 실장이 자리해 있고.


나는 이종규 실장의 말에 입이 떡 벌어졌다.


말이 부장승진이지 대기업군에 속한 우리 회사는 50대가 되어야 부장승진을 바라본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치열한 자리에 먼저 올라가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럼 가서 일봐요. 고팀장.”


대표실을 나왔는데 좀 전까지 남아있던 숙취가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흐흐. 벌써 부장이라니. 이혼하고 더 잘되는 거 같네.’


속마음은 뛸듯이 기뻤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승진 게시가 된 것이 아니라 입 조심을 해야했다.


그래도 콧노래가 나오는걸 어째.


흥얼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는데, 장대리가 뛰어왔다.


“팀장님. 팀장님. 지금 인터넷이 난리에요.”


장대리가 보내준 URL을 클릭해봤다. 그 게시물은 우리 홍보팀이 뿌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사이트였다.


┗ 누구야? 목소리 장난 아닌데. 이병현인줄.

┗ 신인 배우 아니야?

┗ ㄴㄴ 직원임. 엘리 그룹 직원.

┗ 저 남자가 나레이션까지 했다는 거 같은데.

┗ 구라치지마. 직원이 연기에 저런 나레이션을 한다고?

┗ 너무 멋지다. 오늘부터 팬할래.

┗ 네. 다음 모나미팬.


엘리 그룹 유튜브 채널은 더 난리였다. 게시된지 세 시간여 만에 재생횟수 백만 회가 넘어가고 있었다.


┗ 지금 계속 반복 재생 중.

┗ 무한재생. 무슨 CF광고를 계속 돌려보고 있어.

┗ 목소리 미쳤냐고.

┗ 오빠. 나죽어.

┗ 후속 편 찍어주세요.

┗ 저 남자 누구에요?

┗ 장미지 인생 영화 찾았네.



이게 다 뭐야? 난 아직 내 영상도 못봤는데.


자리에 앉아 엘리 그룹 채널에 게시된 영상을 플레이했다.


“......”


진짜 미쳤네. 할 말이 없었다.


박철 감독이 왜 업계에서 그토록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나와 장미지의 연기에 맞춰 적합한 나레이션이 감미롭게 깔려 나왔다.나레이션은 연기에 몰입을 주고, 그 몰입은 브랜드에 신뢰를 주고 있다. 그리고 대중은 그 브랜드를 신뢰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내 목소리를 따로 들을 일이 없었다. 영상으로 전달된 소리는 확실히 내 목소리같지 않은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깔끔하면서도 편안함이 살아있는 소리로 들렸다.


‘목소리가 한단계 더 각성되면 난리나는거 아닌가 몰라.’


퇴근할 때 보니 카톡과 문자가 수십 개 와있었다. 축하와 감탄 그리고 동경에 대한 메시지였다. 간혹 모르는 연락처로 온 문자메시지도 보였다.


팀원들은 축하 회식을 제안했지만 몸이 너무 피곤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을 겨를도 없이 침대에 누워 버렸다.


‘이제 승진했다고 축하해 줄 사람도 없네.’


한편으로 허무함이 몰려왔다. 천장을 보는데 눈이 자꾸 감겼다.



띠링-


-이름: 고산

-나이: 40세

-고유특성: 매력

-각성항목: 목소리(2), 피부(1), 글쓰기(1)


-불특정 다수의 애정이 집중되어 고유특성이 진화합니다.

-고유특성: 매력 > 매력(2)

-모든 각성항목에 [의도를 담을 수 있는 특성]을 부여받습니다.


-목소리: 상대방 마음에 깊게 남는 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피부: 상대방에게 잊지 못한 촉감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오감을 느끼게 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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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3화. 24.08.12 299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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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0화. +1 24.08.07 345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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