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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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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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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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7화.

DUMMY

‘민티아’ 법인 설립 후 조민희 아티스트 계약도 마무리 되었다.


사무실은 엘리티아 건물 10층으로 정했다.


이유는 민티아와 밀접하게 협업해야 하는 마케팅팀과 홍보팀이 10층에 있었고, 비상주인 대표를 제외하고 최고 관리자인 나를 배려한 선택이었다.


우리 팀에선 조소영 과장이 내가 없을 때 팀장 대행을 하고, 장문식 대리와 한경희가 ‘민티아’로 겸임 발령났다. 그래봐야 복도 하나 건너서 위치하지만, 엄연히 다른 법인이다.


엘리티아 10층에는 경영지원실, 홍보팀, 마케팅팀이 상주하며 쓰고 있었다. 이제 민티아가 들어오며 내부 공사 후 홍보팀과 마케팅팀 그리고 민티아의 직원들이 공간을 쓰도록 변경되었다.


경영지원실 밑에는 경영지원팀, 법인운영팀, 법무팀이 존재했는데 모두 다른 층으로 옮겨갔다.


임시로 다른 층에서 일하다 10층으로 복귀했다.


“우와. 사무실이 화사해지고 넓어진 거 같네요.”


장대리는 바뀐 사무실을 보며 감탄했다.


사무실이 우중충한 회색 빛 분위기에서 알록달록하고 산뜻하게 바뀌었다. 그 이유는 엔터업의 민티아 인테리어를 공사하며 덤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조소영 과장은 자리를 정돈하며 앉았고, 한경희는 수첩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메모했다.


“경희씨, 뭘 그렇게 메모해요?”


나는 그녀가 겸임 발령 후 계속 메모하는 것을 봤지만 이제서야 물어봤다.


“아, 네, 그게···”


한경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조민희 배우님의 출발이 여기서 부터니까, 시작에 대한 느낌과 과정을 계속 적고 있었습니다. 아마 영상이든 텍스트든 콘텐츠 생산에 필요할 거라 생각돼서.”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작가가 괜히 작가가 아니구나.


속으로 감탄하다 장대리를 슬쩍 쳐다봤다. 장대리는 연신 들떠서 민티아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흥얼거렸다.


“강유 실물이 그렇게 잘 생겼다던데, 방송국 가면 마주칠 수 있으려나. 룰루.”


네가 그럼 그렇지.


한경희와 비교되는 장대리를 째려보다 민티아 사무실로 들어갔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 구석에 별실이 있었는데 그 방은 내가 전용으로 쓰는 실장실이었다.


실장실 앞 데스크에 앉아 있던 김서원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민티아의 모든 재무, 회계, 법무는 엘리티아 경영지원실에서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 홍보,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사업 전략과 기획이었는데, 총괄 책임인 전략기획실장으로 내가 부임한 것이다.


전략기획실 밑으로 사업전략팀과 콘텐츠기획팀 그리고 활동지원팀을 구성했고, 현재는 적당한 인재를 물색 중이었다. 조민희는 이미 [프로젝트 디보스]와 몇 개의 광고 덕분에 당분간 활동에 지장은 없는 상태고.


사업전략에는 장문식 대리, 콘텐츠기획에는 한경희가 투입됐으며, 활동지원팀의 직원들은 조민희를 따라 민티아로 이직한 매니저들로 일단 구성되었다.


지금 인사한 여직원은 전략기획실장 비서로서, 내 일정과 예약 그리고 나와 관련된 회사일을 전담으로 처리해주고 있었다. 내가 부재 시 대행도 하며.


아, 고산 마이 컸네. 마이 컸어.


김서원의 이력은 좀 특이했다. 고학력자로 공영 방송 아나운서와 통역가로 일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년 간 업계에서 사라졌다가, JS엔터의 홍수진 대표 추천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단정한 매력이 있었고, 감정을 절제하는 훈련이 되었는지 어지간해서는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냉미녀란 말이 찰떡이네.


자리에 앉자 그녀는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실장님. 잠시 보고 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앉아서 본 그녀는 검은 옷 차림의 긴 스커트를 입은 전형적인 비서룩 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그녀의 손에는 서류가 없었으므로 구두로 전할 것임을 짐작하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조민희 님 스케줄과 활동 관련되서 실장님 구글 계정과 연동하여 실시간으로 캘린더에 표시되도록 했습니다.”


어쩐지 얼마 전에 구글계정을 물어보더라니. 참, 똑똑하네.


“와우. 그렇게도 되는군요.”


그녀는 표정의 변화 없이 다음 사항을 말했다.


“그리고 조민희 님 입생로랑 글로벌 앰버서더 컨택이 왔는데, 그것은 엘리티아 홍보팀에서 자료를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아는 그 입생로랑? 프랑스 명품?


“헐, 벌써요? 어떻게 홍보가 되었지. 설마 엘리티아에서 한 건가요?”


홍보팀 박지웅 팀장이 그렇게 능력자였나.


“아니요. 제가 듣기론 김철환 대표님이 관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 양반, 처제 일이라고 발 벗고 나섰네. 아주.


“그렇군요.”


그 외에 여러가지 일을 보고한 김서원은 자리로 돌아갔다.


조민희에게 전화했다.


뚜- 뚜-


지금쯤이면 광고 촬영도 끝났을 테지.


“실장니임!”


조민희의 발랄한 목소리가 핸드폰에 울렸다.


“광고 촬영은 끝났죠?”

“네엡. 방금 전에.”


그녀도 지칠텐데 투덜거림 없는 억양이었다.


“네, 고생하셨어요. 별 일은 없죠?”

“네. 아주 잘 끝났어요. 헤헷.”


“혹시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대 배우님 모셨는데, 사실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나는 진짜로 연예인에게 무엇을 지원해야, 혹은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미숙했다. 조민희는 크게 웃으며 상관없다는 투였다.


“그런게 있기는 하죠!”

“아, 말씀하세요.”


나는 책상 앞에 펜을 들고 메모지에 적을 준비를 했다.


“실장님하고 데이트 하는거?”


아, 이런 것도 업무의 일환인가.


대답없이 헛기침을 하니 그녀가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농담. 헤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나는 아까 들은 내용을 확인했다.


“오늘 서원씨에게 들었는데, 입생로랑 앰버서더 추천 받았다던데?”


그녀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듯 했다.


“넵. 저도 형부한테 들었어요.”


앰버서더가 하는 일에 대해 대충 알고 있었지만, 대체로 지원 받는 물품을 노출시키는 것 이외에 해외 발표회 등에 참석 해야 할 의무가 있어 까다로울지도 몰랐다.


“해외에도 자주 다녀야하는데 괜찮겠어요? 다만, 몸이 피곤한 만큼 조 배우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가니까.”


사실 조민희는 아쉬운게 없는 여자니까. 돈도 명예도.


그래서 이 정도가 만족스러울지 고민되었다.


“무슨 소리에요. 한 푼이라도 벌어야죠. 그리고 해외 촬영이나 쇼도 실장님도 같이 가는게 제 요구니까. 헤헷.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이 되면 저도 갈게요.”


조민희는 어림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노노. 시간이 되면 아니구요, 반드시.”


뚜- 뚜-


그때 전화가 왔다. 통화 중 대기를 신청해 놓은 탓에 통화 중에도 다른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전화와서 이만 끊을게요. 내일 시간되면 봐요. 민희씨.”


전화를 끊고 다시 받으니,


“네. 고산입니다.”


“아주 바쁘신가봐요? 연락도 없으시고.”


장미지 였다.


***


장미지는 당당하게 요구했다. 오늘 당장 [프로젝트 디보스] 연습 상대가 필요하니 달려오라고.


나는 이미 약속한 것이므로 퇴근 후 군말없이 장미지의 집으로 향했다.


“조민희랑 요새 재밌어요?”


웃으며 말하는 장미지는 무서웠다.


입꼬리는 올라갔는데, 눈이 안웃잖아.


“하하, 무슨 소리예요. 회사일 하는 건데 재밌고 말고가 어딨어요. 알다시피 대표님 처제기도 하고···”


장미지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내 겉옷을 정리해 주며 핀잔을 줬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싫으면 안하면 되는데. 뭐, 이미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딱히 변명하거나 부연 설명할 생각이 없어 화제를 돌렸다.


“첫 촬영일이 언제예요?”


장미지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다음 주, 화요일 부터?”


그럼 약 삼사일 정도 시간이 남았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장미지는 내게 대본을 툭 던졌다.


“이걸로 하면 되요. 오빠 근데 배고프죠? ”


그녀는 잠시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제가 원체 집에서 밥을 안먹어서, 쌀도 반찬도 다 떨어진 줄 몰랐네요. 어쩌죠?”


나는 괜찮다고 손짓하며 그녀에게 치킨을 제안했다.


“오랜만에 치맥 어떻습니까?”


장미지도 괜찮았는지 배달앱을 키며 말했다.


“좋죠. 제가 주문할게요.”


그녀가 핸드폰 앱으로 주문할 때, 아까 받은 대본을 훑어봤다.


각색을 어떻게 했을라나.


몇 장을 빠르게 읽었다.


대본은 대체로 좋은 품질이었으나 고고한산, 아니 한경희가 쓴 내용을 조금 훼손하는 듯 했다. 잘은 모르지만 너무 통속적으로 바꼈다고 해야하나.


잠시 후 장미지가 거실로 나와 내 옆에 앉았다.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손에 대본을 쥐고 연습할 준비를 끝냈다.


“이제 한 번 해봐요. 우리.”


‘우리’라는 단어에 힘을 준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방긋 웃었다.


가지런한 치아가 그녀의 표정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정신차리자. 홀린다. 홀려.


주문을 외웠다. 나는 고무산이다. 나는 고무산이다.


그녀가 신호를 주고 나는 연기를 했다.


“수희야. 이러지마. 나는 아직 여유가 없어.”


나의 로보트 연기에도 장미지의 눈은 금새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무산 오빠. 어차피 이혼 할거잖아. 그냥 나랑 좀··· 잘 지내주면 안돼?”


간절한 그녀의 목소리에 ‘네. 감사합니다.’ 할 뻔.


마음을 고쳐잡고 고무산으로 빙의했다.


“안돼! 아직 법적으로 난 유부남이야.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난 아직 이정이를 잊지 못했···어.”


대사를 읊으며 감정이 이입됐나 보다. 갑자기 엑스와이프 이여울이 생각났다.


그녀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장미지는 흐느꼈다. 아니 정확히 흐느끼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흐윽. 흑. 너무해. 왜, 왜 내 마음을 이렇게···”


그녀가 불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연기가 대단했다.


내 차례가 되어 대본의 지문을 보니,


-(수희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나는 지문대로 장미지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근데 장미지는 내가 올린 팔 안으로 들어오며 오열하는 연기를 계속 했다.


뻘쭘한 생각을 버리고 연기에 몰입했다.


“수, 수희야. 너무 슬퍼하지마.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모든 일은 때가 있잖아.”


장미지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나를 올려봤다.


“언제?”


그녀는 조금 더 다가오며 소리치듯 말했다.


“언제에에!”


그녀의 얼굴과 내 얼굴이 겨우 10센티 정도 거리였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시선을 피했다.


“오빠. 똑바로 내 얼굴보고. 대본대로.”


냉정한 장미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며 대본의 다음 지문을 읽었다.


- (다가온 수희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피하며 말한다.)

-고무산: 이러지마.

-(수희가 무산의 얼굴을 잡고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헉!


장미지는 다시 얼굴을 가까이 댔고 내가 말할 차례다.


“이러지···마...”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대사를 말하고 얼굴을 휙 돌렸다.


에이, 설마.


장미지는 나를 가까이에서 지긋히 보다가.


에이, 설마.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자기 코 앞에 갖다 놓았다.


띵동- 띵동-


“배달시킨 치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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